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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라는 작품으로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만나는 사회상들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깊이있게 파고든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의 작품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는 수식어와 미야베미유키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때문이었다. 1957년에 쓰여진 작품이라 시간적으로 현대와 너무 동떨어져있어서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했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규슈의 가시이 해변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옷차림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흙도 묻지않은 하얀 버선을 신고 있는 여자와 손질이 잘된 구두를 신은 남자는 거의 틈을 주지 않고 누워 있었다. 경찰은 청산가리를 먹고 동반자살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남녀가 살해의 흔적도 없이 너무도 단정하게 껴안을듯한 모습으로 죽어있었고, 다정하게 기차를 타는 모습을 본 목격자가 있었다. 거기다 두 남녀에게는 상대가 누구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반자살로 결론짓는데 크게 무리가 없어 보였다. 죽은 남자는 00성 00국 00과의 과장대리 사야마로 밝혀졌고, 여자는 '고유키'라는 요정의 오토키였다. 00성의 00과는 비리사건으로 신문을 도배하고 있는 부서였다. 사야마가 참고인으로 취조를 받을 것이 불가피했기에 사건의 여파가 상부에 미칠 것을 두려워해서 애인과 자살한 것이 아닌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이 사건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었다. 후쿠오카 서의 형사 도라카이 주타로는 '1인'이라고 적힌 열차식당의 영수증은 동반자살을 하러 가는 애틋한 사람들이 할수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4일에 도쿄에서 출발하여 15일에 도착, 20일까지 사야마 혼자 여관에 있다가 여자의 전화를 받고 나간 후 21일에 시체로 발견되기까지의 시간들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동반자살을 계획한 남녀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음이 베테랑 경찰로서의 감각을 건드렸고, 혼자서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사를 받아야하는 중요한 증인이 죽었다는 점에서 자살을 위장한 타살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 부분도 있었다. 때마침 도쿄에서도 이 사건에 의문을 품은 형사 미하라가 내려왔고, 그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조사를 벌인다. 상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야마는 정말 사랑하는 여인과 동반자살을 한 것일까? 아니면 00성의 비리에 관련된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일까?
용의선상에 오른 한 남자가 있었다. '고유키'에서 오토키와 각별했고, 오토키가 사야마와 다정한 모습으로 기차에 오르는 모습을 오토키의 동료들이 목격할 수 있도록해서 그들이 연인임을 단정짓게 했던 인물,야스다 다쓰오. 또한, 그는 비리가 발각되어 현재 수사중인 00성의 부장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시체로 발견된 날 야스다는 홋카이도에 있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야스다는 규수의 가시이 해변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목격자를 비롯해 알리바이를 만들어 두었는데, 미하라는 그 완벽함이 야스다가 반드시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알리바이를 깨기위해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동반자살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보이는 것이 모두일까? 도라카이는 미하라 형사에게 자신의 미제사건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주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누구나 모르는 사이에 선입관이 작용해서, 당연하다고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이 만성이 된 상식이 간혹 맹점을 만드는 일이 있습니다. 당연한 상식이라도 수사에 임할 때는 일단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 192~ 193
당연해 보이는 것이 깨어져야지만 사건의 진실을 만날 수 있다. 후쿠오카에서 살인을 하고, 그 다음 날 홋카이도에 있는 불가능해 보이는 그 사실을 깨기 위해서 미하라는 교통수단들에 집중한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자극적인 상황과 긴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서정적으로 느껴질만큼 섬세한 문장들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 작품 속 사건 해결을 위한 방법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미하라가 파고들었던 것들이 딱 맞아 떨어졌을때, 수 많은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룬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개인적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야스다의 처가 쓴 수필 <숫자의 풍경>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 수필 또한 선을 이루는 중요한 하나의 점이었다.
비리를 덮기 위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가야 하는 상황은 현대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인간사회가 유지되는 동안은 영원히 계속될 일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오래 전 작품이긴 하지만, 고루함도 느껴지지 않았고,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명성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관료사회의 비리라는 소재만 제공했을뿐, 그 비리에 접근하고, 문제를 파헤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추리와 함께 사회문제의 내부로 깊숙히 들어가는 현대물에 많이 익숙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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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은 추리소설작가들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회자되는만큼, 고전의 맛이 있습니다. 시대배경이 좀 과거인지라, 트릭의 발상이 지금 생각하면 크게 놀랍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스토리를 풀어가는데 재미, 당시 시대상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