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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의 남쪽> 이 책은 읽는 내내 일본 북해도와 내륙 지방 풍경을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제목이 ‘해협의 남쪽’인 만큼 지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먼 이국의 철썩이는 파도와 드넓은 목장, 목장과 잘 어울리는 투박한 통나무집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습니다. 내용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토 타카미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특별한 에피소드보다는 아름다운 문장과 주인공의 심리를 파헤친 세심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아버지를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영겁의 인연과 숙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이토 타카미는 문장이 무척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어로 이토 타카미의 세심함을 전달해 준 번역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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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 사이, 특히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사이에는 어떤 특별한 공기가 부유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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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숨막히게 한다. 그리고 그 사실에 관해 나는 친구와 흥미로운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그녀또한 가족에 대한 일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척이나 신경쓰이는 무언가라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들이 자신의 옆에 있는 듯하며 더욱이 같이 살때는 그것이 참을만한 정도를 넘어서서 그녀를 괴롭힌다고 했다. 나또한 그렇다. 집에 있으면 각자 방에 들어가 다른 일을 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한 나는 그들에게 내 머리 한켠의 자리를 내준채로 살아간다. 멀리 떨어져 살았을 때 내 머릿속은 무척이나 맑았고 마음은 평온했다. 무척이나 자유로운 척 하지만 그만큼 가족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주인공의 아버지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떠돌아다니며 살다가도 아버지의 장례식에 몰래 찾아오고 아들에게 부탁을 남긴다. 하지만 질척거리기는 누구보다 싫어서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고 다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그려져 있지 않지만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아름답게 가족을 그린 이야기보다 더 내 마음을 끈 부분은 아마 이러한 연유였을터이다.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 모두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덤덤하게 추억을 떠올리고 인생을 살아간다. 꼭 질척한것만이 가족은 아니지않은가. 나는 그렇게 많은 이해속에서 혹은 가족이기에 할 수 있는 이해의 영역속에서 서로 바라보며 각자의 인생을 존중하는 삶을 사랑한다. 그 건조하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가족의 모습이 홋카이도에서 펼쳐졌고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배워온 그 땅에 대한 희디흰 선입견만으로도 시리지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토 다카미의 문체에 오랜만에 영화한편을 본 듯한 가뿐한 기분을 선사받은 듯해 그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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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아비지로부터 받은 마지막 편지. 아버지의 고향에 와도 그 누구도 아버지의 소식은 모른다. 이미 '그런' 아버지의 존재는 필요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말큼 머리가 굵었다.
히로시가 생각하는 아버지의 존재는 '이런 남자'였을 것이다.
나는 야단 맞을 각오를 하고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게 거리를 두고 조심스레 따라 갔다.
현실의 상황이 아닌 깜빡 잠이 들었던 히로시의 꿈속에서의 상황이다.
혈연관계에서 비롯된 본능은 유전된다. 특히 아버지에게 강하게 남아 있던 피는 아들이 이어받는다.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만은 아버지와 다르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 아버지와 똑같은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아버지라는 존재를 이해하게 된 어른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 번 쯤 모습을 보여서 쌓여있던 히로시의 묵은 감정을 털어버릴 줄 알았는데,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어머니와는 또 다른 무게감과 존재감으로 늘 강했어야만 하는 아버지라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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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애틋하고 따뜻한 존재다. 허나 늘 아름답게만 기억되는 관계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반면 내 마음 한켠에 묵직하게 자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해협의 남쪽』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는 저자 이토 다카미가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족관계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려낸 소설이다. 고향 홋카이도를 떠나 제 멋대로의 삶을 위해 남쪽 내륙지방으로 훌쩍 가버린 아버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간사이 지방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사업에 실패하고 어머니와도 헤어진 뒤 태국으로 간다는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기고 사라진 아버지. 주인공 히로시는 할아버지의 병환을 계기로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흔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그토록 부정하던 아버지와 많이 닮았음을 깨닫는다. 늘 흔들리듯 방황하며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히로시는 그런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봤다. 그러는 한편 마음이 왠지 쓸쓸하고 무거워졌다. 가족도 가족이지만 우리 사는 인생 자체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설 속의 한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살아 있다는 건 불안함을 동반한다. 불안한 인생 속에 정착할 곳을 정해두고 싶은 것은 유약한 인간의 본성이리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니 서글픈 것이다.” 불안하고 서글픈 인생, 하지만 이 인생을 함께 헤쳐 나갈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 축복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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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 자전 (父傳子傳 ) 어느새 그렇게도 부정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보게 되는 남자이야기.. 싫다고 부정하고 절대로 닮지않겠다 다짐하지만 그런 고집마저도 닮아있다는 걸 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마침내 체념하듯 받아들이게 되는 아들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않기에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안녕 그저께`로 아동 출판 문학상을 타기도 했고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로 청소년들의 방황과 감성을 잘 묘사했던 작가로 기억에 남는다.잔잔하면서 감정의 흐름을 잘 짚어내는 작가인것 같다.
할아버지의 임종이 가깝다는 소식에 아버지의 고향인 홋카이도로 온 히로시 아버지는 치앙마이로 간다는 소식만 남기고 연락을 끊은지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늘 아버지의 존재가 믿음직하지않고 부담스러웠기에 찾아볼 생각조차 않고 그저 놔둬버린지 오래라 아버지와 연락할길이 없다.그렇지만 큰 아버지와 친척들은 여러가지 정리할 문제도 있고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야한다는 말없는 압력에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나서지만 그가 찾은건 어린시절 아버지의 부정에 간섭하고 동조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뿐 아버지는 흔적을 찾기도 쉽지않다.어린시절 같이 했던 아버지와의 이런 저런 추억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이 그 시절의 아버지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걸 발견하고 그런 아버지를 싫어하지않았다는 사실 역시 기억해낸다.아버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싫다고 부정한다고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끊어질리 만무하고..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온 아버지가 살아온 자취들을 더듬어 가며 추억에 젖는 히로시는 그 시절 자신이 아버지의 공범이었으며 늘 엄마보다 아버지가 자신과 가까웠다는 걸 기억해낸다.자신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 빚을 지고 도망치듯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왔던 지난날..그 와중에 늘 정리하지못하고 끈덕지게 이어져오던 아버지의 내연녀와의 관계 ,한곳에 진득하게 다니지못하고 흔들리듯 방황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비로써 자신과 겹쳐보이기 시작하고 자신과 아버지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다.자신도 아버지랑 그다지 다르지않음을 자각하는 히로시.. 아버지의 고향에서 아버지를 비로써 조금은 이해하게 된 아들의 모습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굴레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아련하고 조금은 쓸쓸함을 느낀다.결국은 우리모두는 가족이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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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표시 할 곳을 늘려주신 이토님의 두번째 만남.
해협의 남쪽. 나에게는 어찌보면 해협이라는 자체가 낮설다. 바다 건너 갈 일이 없으니까. 주인공 히로시도 같은 처지였다. 내륙에서만 살던 그는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위해 훗가이도를 향한다. 같이 동행하는 사람은 6촌 친척인 아유미. 둘은 몸까지 섞는 관계. 서로에게는 누구보다 가깝고 쿨한 사이일테다. 그러나 히로시에게는 골치아픈 일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10년전 태국 치앙마이로 떠난다는 편지만 남긴 아버지, 사치오의 부재다. "비록 가족이라 해도 옅은 인연이 있고 서로 사랑한다지만 끊어야만 하는 실이란게 있다. 어쩌면 아버지도 내게 그런 존재일지 모른다." p109 히로시에게 있어 아버지 사치오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삶에 깊이 존재였다. 편지 한장으로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끝내고자 했고, 단지 굉장한 도시라는 이유로 오사카로 넘어 왔으며, 전쟁이 끝난후 소를 숨기자고 했던 소시적을 가지고, 자동판매기를 여러 대 소유하는게 꿈이라고 말하며 몰래 라면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고, 내륙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으려던 할아버지까지 물리치며 나간 남자. 그때 할아버지에게 남긴 상처가 유랑하는 아버지의 인생의 출발점이자 자신의 탄생 운명을 결정지었던, 얼굴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버지의 버릇은 똑똑히 기억나는 아버지. "아버지와 나의 거리가 100킬로미터 혹은 그 이상이라고 해도 그 수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졌다."p66 " 지리 멸렬한 이야기일지라도 각각의 사건은 진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도 지리멸렬하고 앞뒤가 맞지 않지만 바른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p105 "누덕누덕하고 뒤죽박죽인 인생을 보낸 남자. 아버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고 기억하는 인간은 분명 자식인 나밖에 없을 것이다. 싫든 좋든 아버지가 언젠가 세상을 뜨고 나면 내륙지방에서 지냈던 그를 앞뒤가 맞게 기억하는 이는 닌밖에 없다." p162 히로시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진행되면서 막연히 아버지를 기다리게 된다. 모두에게 실종소식을 전했지만, 아버지의 연락처를 알 만한 사람을 찾게된다. 그리고 겨우 연락된 아버지의 옛 불륜상대에게서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전해 듣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의 일이였다. 지키지 않아도 될 일이겠지만 히로시는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준다.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자신의 모습도 보고 있으리라 믿게 만드니까.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던 그는 아버지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긴다. 그것이 막연하지만 전해지길 바라면서. " 아버지는 많은 것을 말하는 남자가 아니였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많은 것을 바라는 남자였다 . "p15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나는 조각조각 흩어져서 두서없는 아버지의 기억을 물려받아 어딘가로 향한다. 유랑, 유랑, 그리고 유랑하겠지. 혈연관계에서 비롯된 본능은 유전된다. 특히 아버지에게 강하게 남아있던 피는 아들이 이어받는다. " p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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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인 이토 다카미의 청춘소설 [하늘 높이 깁슨 플라잉 V]를 즐겁게 본 터라 다른 작품도 보고 싶었다. 요즘 가벼운 소설이나 미스터리만 읽고 있어서 머리가 굳은 탓인지 역시 순수문학 쪽은 쉽사리 집중이 되질 않는다. 참 오랜만에 뭘 이야기하려는지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 책을 읽었다. [해협의 남쪽 海峽の南]은 아버지의 고향 홋카이도에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아들의 심리를 그린 소설로 좋든 싫든 어떤 관계이든 부모와 자식의 연결이란 끊어지지 않는 가족이라는 매듭으로 이어져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먼 친척인 아유미와 홋카이도로 간 히로시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는 내륙에서의 모습뿐이지만 북쪽 고향에서의 청춘시절은 전혀 다른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어언10년 소식이 일절 끊겨버린 아버지의 흔적을 더듬으며 자신에게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절절하게 느끼는 아들의 회고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북쪽 기질과 내륙 기질 같은 것에 감이 잘 오지 않는 나로서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더구나 육촌과의 애정관계 같은 건 국내 정서 상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쉬움을 보상받을 수 있었던 점은 홋카이도의 생소한 지역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차로 도쿄를 출발해 고베에서 아유미를 태워 페리를 타고 쓰가루해협을 건너 삿포로로 간 주인공은 도로를 달려 아사히카와를 경유해 엔가루에 도착한다. 본가의 목장이 있는 몬베쓰시에서 가까운 곳인데다 병원이 가까워 그곳에 묵기로 한 히로시와 아유미. 할아버지의 임종을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래도 지루하고 홋카이도 관광지도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된다. 도쿄로 돌아가기 위해 오타루에서 교토 지역 마이즈루로 가는 서쪽 노선이 아니라 도마코마이에서 이바라키 부근 오아라이로 가는 태평양 노선을 택했다. *아사히카와(旭川) 홋카이도 중앙부에 위치한 관광과 교통의 요충지인 아사히카와는 공항이 있어서 후라노·비에이 지역 관광의 관문이기도 하다. 아사히카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는 일본 최북단 동물원‘아사히야마 동물원’으로 아이디어를 가득담은 기발한 전시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엔가루(遠輕)정 몬베쓰군의 엔가루초 엔가루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할 수밖에 없는 스위치백 역이다. 가까운 곳에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기타미(北見)가 있다. *북쪽 끝의 소야 곶(宗谷岬). 소야미사키(소야 곶)은 홋카이도 최북단 왓카나이(稚?) 시에 위치한 곶이다. 이국의 땅을 바라보는 튀어나온 곳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야간에는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분위기로 변화한다고 한다. *몬베쓰(紋別) 유빙쇄빙선 가린코호(ガリンコ?) 일본의 북동부에 위치한 오호츠크해의 겨울이면 유빙을 볼 수 있다. 몬베쓰항에서 출항하는 빨간색 쇄빙선 ‘가린코호II’의 유빙 투어는 호황을 이룬다고. 아유미 말대로 내륙 지방에서 자란 우리 같은 사람들은 거리 감각이 부족했다. 전국 지도로 보면 또 다르겠지만 홋카이도 도내 지도에서는 엔가루와 소야 곶 사이가 기껏해야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듯 보였다. 그러나 차로 여덟 시간이라면 필시 두 배 이상은 먼 거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p.66 확실히 지도상으로 보는 거리는 의외로 가까울 때도 있고, 생각보다 훨씬 먼 경우도 있다. 땅의 크기 때문일까, 착시 효과로 인한 것일까. 물론 공간 감각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여행을 가면 시행착오를 겪는 경험을 자주 한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이 다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홋카이도 하면 주로 삿포로와 하코다테, 오타루 같은 아래쪽 유명관광지만 떠오르는데 북해도의 광활한 여백을 맛볼 수 있는 북쪽 지방이야말로 지역 특유의 분위기를 듬뿍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싶다. 아버지가 황홀경에 젖은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다. 꿈에서 계시를 받아 지금 천천히 북쪽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나. p.113 일찍이 쓰가루해협을 건너서 남쪽으로 갔을 때에 품었던 야망, 오만, 희망은 내륙 지방에서 잃어버린 지 오래다. 아버지가 이 땅의 경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지는 않을 것이다. 아유미나 나나 내륙 태생들은 이 북쪽 땅과의 인연을 언젠가 완전히 잃어버리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나는 조각조각 흩어져서 두서없는 아버지의 기억을 물려받아 어딘가로 향한다. p.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