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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바로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이 그림입니다.
소년의 뒷모습입니다. 오도카니 앉아 있네요.
소년이 바라보고 있는 건 커다란 캔버스 같기도 하고 창 같기도 합니다. 발가락 보이시나요? 저는 저 발가락을 보고 저 소년에게 빠지고 말았어요. 단 3초만에.
뭔가 이야기가 많은 뒷모습입니다. 소년에겐 과연 어떤 이야기가 있는 걸까요?
이것이 이 소년과 저의 운명적인 조우이자, 에린 E. 스테드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소년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저건 캔버스일까요? 창문일까요?
아이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무언가를 응시합니다. 아이의 발 모양이 달라졌지요? 뭔가 신나고 즐거운 듯 다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콧노래라도 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 아이를 작은 새 한 마리가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아이가 들여다보는 저 바다는 곧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실제로 아이가 있는 저 곳을 가득 채울 것 같습니다.
아이는 왜 바다를 응시하는 걸까요? 저는 그게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그리고, 저 소년이 너무 궁금했어요. 소년에 대해서도, 그 소년이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것들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퍼블리셔스위클리는 “여린 선과 절제된 색,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진 에린 E. 스테드의 그림은 줄리 폴리아노의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평가에 걸맞을 만큼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들이 책을 더욱 풍요롭고 고 신비롭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뒷표지에 있는 고래 그림도 참 좋았어요. 화면을 꽉 채우는 깊은 바닷속의 고래.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감과 역동성, 그리고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아, 저런 고래라서 아이가 오랫동안 기다린 거구나, 이해가 가는 신화처럼 숨을 쉬는 멋진 고래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꼭 책으로 확인하시라고, 마지막 뒷표지의 고래는 일부러 싣지 않았습니다.)
지난 번 리뷰에서 소개해드린 <and then it's spring!>에 이어 줄리 폴리아노와 에린 E. 스테드가 두번째로 작업한 책인데, 첫 번째 책만큼이나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책입니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첫 번째 책과 이 책 모두 책 제목을 소문자로 시작합니다. 무엇도 강요하지 않겠다는 듯, 작고 아름다운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듯, 그렇게 말이죠. 그리고 소문자로 시작하는 소박하고 정겨운 제목만큼이나, 내용과 그림들도 그렇게 섬세하고 온화하고 생명력으로 충만합니다.
이런 소박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합니다. 이 세계가 상처받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은 그런 마음도 생기구요.
소년과 고래 사이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걸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창문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창문 하나면 족해요.
if you want to see a whale you will need a window
if you want to see a whale, you will need to know what not to look at.
pink roese pelicans possible pirates
if you want to see a whale, you have to keep your eyes on the sea, and wait... and wait... and wait...
[덧.] 존 클라센도 단 하나의 그림으로 인연이 시작됐었는데(그 그림도 저를 불렀죠), 에린 E. 스테드도 그래요. 존 클라센이 그랬던 것처럼 에린 E. 스테드와 만나게 해준 내 친구 'ㅂ'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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