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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재를 전공하신 김진영님의 <그리스 미학기행>을 손에 넣고서도 선뜻 읽기 시작하지 못한 것은 책갈피에 적힌 “시작은 니체의 책 한 권 이었다”는 저자의 집필의도 때문이었습니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이 바로 그 책이었는데, 서구 예술의 뿌리가 바로 ‘그리스 비극’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자신있게 설파한 니체의 해석은 청춘의 열망을 들끓게 만들어 “그리로 가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가의 그리스 여행은 여러 차례 이어졌고, 그는 그곳에서 미노아, 미케네, 고전 시기, 비잔틴의 미술과 신화, 철학, 문학, 종교 등에서 예술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읽지 않고서는 저자를 따라나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고명섭기자님의 <니체극장; http://blog.yes24.com/document/6912066>을 읽으면서 <비극의 탄생>을 먼저 읽어야 할 작품으로 점찍어두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고명섭기자가 인용한 박찬국님의 <니체극장> 해제를 다시 인용해보면, “<비극의 탄생>은 그리스 비극의 기원과 몰락에 대한 고전문헌학적 탐구를 넘어서, 음악과 비극이란 무엇이고,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예술철학적 탐구이고, 세계의 궁극적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한 형이상학적 탐구이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탐구이고, 논리적인 지성에 입각한 학문을 진리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로 내세우면서 비극적인 음악과 신화를 비하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이래의 서양 형이상학과 이러한 형이상학에 입각한 서양 역사와의 대결이기도 하다.(니체극장, 121쪽)”
<비극의 탄생>을 일독하면서 떠오른 느낌은 니체는 그리스 비극의 본질을 해부하고 그리스 비극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역할을 정리하고, 이어서 독일 음악과의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정신으로부터 나온 비극의 탄생’이라는 작은 제목의 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예술의 발전은 아폴론 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중성과 관련이 있다.(곽복록 옮김, 비극의 탄생 22쪽)” 그리스 예술의 하드웨어적인 면이 아폴론적이라고 하면 소프트웨어적인 면은 디오니소스적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스 비극에서 대사로 구성되는 부분을 아폴론적인 장치라고 한다면 디오니소스적인 장치는 바로 합창단을 통해서 구현되는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니체가 “그리스 비극의 아폴론적 대화부분에서 표현되는 것은 모두 단순하고 투명하며 아름답게 보인다.(곽복록 옮김, 비극의 탄생 58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그리스 비극이 비극다운 것은 바로 합창단의 음악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사실 대학시절 활동했던 연극동아리에서 소포클레스 원작을 장 아누이가 각색한 <안티고네> 공연에 스태프로 참여했습니다. 장 아누이의 희곡에서는 합창단을 대신하여 ‘코러스’라는 등장인물이 무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요소를 배제하였다는 점에서 본다면 소포클레스가 담아내려했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비극의 탄생>을 읽고 난 다음에야 제대로 저자와 함께 <그리스 미학기행>에 나섰습니다. 여행이라 하면 ‘관광’ 혹은 ‘유람’이라고 번역하는 ‘sightseeing’에 머물지 않고, 그 장소에 얽혀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여행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그곳에 가서 꼭 보아야 할 것들을 빠트리지 않도록 준비를 많이 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느낌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큰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김진영님과 함께 하는 <그리tm 미학기행>은 좋은 여행의 참고서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와 함께 하는 그리스 여행길은 아름다웠던 그리스 고전미술, 영웅의 땅 펠로폰네소스, 그리스 종교, 니코스 카잔차키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문학을 주제로 한 4부로 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엄청난 양의 사진은 구구절절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구석구석까지 읽어낼 수 있어 좋습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는 현재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코트라 현지 주재원은 그리스는 비효율적인 정부운용, 심각한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 때문에 주변 채권국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채권국의 요구에 따라 공공부문 인력감축과 연금 등 복지지출 삭감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회불안이 심화되어 대규모 파업 등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코트라 지음, 2013 세계, 기회와 도전, 175~176쪽; http://blog.yes24.com/document/7006859) 당장 그리스로 떠나기가 부답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과 부딪히게 됩니다. 따라서 그곳 사람들을 이해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그리스 남자들의 특징을 소개하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그리스 남자들은 능글맞으면서도 퉁명스러운데 호메로스의 서사사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영악한 오디세우스(Willy Odysseus)야 말로 그리스 남자를 설명하는데 가장 명쾌한 답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속임수를 써서라도 고난을 벗어나려는 영악함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 여행지에서 묘지를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웰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과 죽은 자를 경배하고 수호하는 근엄한 위병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 사람들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결코 잊지 않는 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듯했습니다. 갑자기 묘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자가 아테네에서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은 케라메이코스로 독자를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플라톤의 아카데미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죽은 자의 부활을 기원하는 종교행렬이 바로 케라메이코스에 있는 ‘히에라’문에서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죽은 자의 땅 케라메이코스는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59쪽)”고 적었습니다. 우리를 케라메이코스로 안내한 이유를 알듯 말듯 사뭇 철학적이기도 합니다.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고집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거나 걷게 됩니다. 지난해 보스턴에 갔을 적에 저도 시내에 흩어져 있는 볼거리를 걸어서 돌아보느라 무리한 탓인지 무릎에 부상을 입고 몇 개월째 고생하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굳이 걷기를 선택하는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생각하는 방법이다. 몸으로 생각하는 경험은 훨씬 직관적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 몸으로 생각하는 경험은 걸으면 닿는 길의 감촉, 목덜미를 감싸게 하는 바람, 등을 데우는 태양까지도 기억한다.(150쪽)” 역시 철학하시는 분은 다르다 싶습니다.
앞서 인용한 그리스사람들의 성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 하겠습니다. 저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고, 혹시 그리스를 찾게 되는 경우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15분 전에 떠난 버스를 타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누군가 뒤늦게 버스를 타려는 사람을 위하여 15분 이상 기다리는 차에 앉아 있었던 적은요? 메이데이날 올림피아로 가는 길에 막차를 놓친 작가에게 터미널의 티켓창구의 남자가 베풀어준 친절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미 떠난 버스의 운전사와 통화를 해서 기다리도록 한 다음에 택시를 타고서 버스를 따라가 탈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탔을 때 외국 여행자들은 수군거리는 듯했지만, 정작 그리스사람들은 그저 무심할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약간은 비아냥대는 투로 ‘적당히 무질서’한 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오히려 ‘모호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우리는 흔히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이중적 생각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사람들의 이러한 모호함은 남이 해도 그럴 수 있고 그러니 내가 해도 남들이 납득할 것이라 생각하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스식 절충주의가 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내면의 목소리 즉, ‘다이몬(daimōn)의 소리’라는 것입니다. 그리스어에서 다이몬(δαμων)은 영혼이나 작은 정령으로 ‘초자연적 존재’를 의미하는데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수호령을 말합니다. 인간에게 갑작스럽게 찾아드는 불가사의한 운명적 사건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든 나쁜 결과를 가져오든 모두 다이몬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저자는 메테오라에 있는 그리스정교의 수도원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이들 수도원은 그리스가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는 동안 그리스의 문화와 정신을 지켜온 보물창고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수도원들은 아슬아슬하게 솟은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어 가느다란 밧줄에 의지하여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폐쇄적인 곳입니다. 기억이 분명하지는 않습니다만, 달밤에 행글라이더로 바위 위에 있는 수도원으로 잠입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장소에서는 고독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수도자들의 수행과 그 공간이 여전히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은 바로 고난과 고독 속에서 빛나는 정갈한 감동(288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저자와 함께 하는 그리스 미학여행은 어느 덧 마지막 기착지 크레타섬으로 가는 여객선이 떠나는 피레우스의 선착장에 이르게 됩니다. “항구도시 피레우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 나는 그때 항구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시작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http://blog.yes24.com/document/6346670>에 나오는 바로 그곳입니다. 저자를 따라서 들어간 크레타 섬에서는 크노소스 궁전과 베네치아 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이클라리온의 부르치는 물론 묘소를 비롯한 카잔차키스의 흔적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토리니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테라섬에서는 카잔차키스가 “언덕 위로 올라 사위를 내려다보았다. 화강암과 단단한 석회암의 풍경이 펼쳐졌다. 짙은 콩나무, 올리브나무, 무화과와 포도넝쿨도 시야에 들어왔다. 어두운 계곡으로는 오렌지나무 숲, 레몬나무와 모과나무가 보였으며, 해변 가까이로는 채소밭도 보였다. 바다가 펼쳐지는 남쪽으로는 아프리카에서 달려온 듯 한 파도가 크레타 섬의 해안을 물어뜯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모래섬들은 막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에 장밋빛으로 반짝거렸다.(그리스인 조르바, 49쪽)”고 묘사한 크레타섬의 풍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는 책읽기를 통하여 저자의 마음에 남은 울림을 얼마나 전해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에필로그에 그리스 여행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남기고 있습니다. 앞서 ‘케라메이코스의 오래된 묘비가 주는 삶과 죽음에 관한 근원적 묵상’만을 인용하였습니다만, 저자는 여행지마다 느낀 점을 한 줄로 요약하면서 다음과 같이 종합하고 있습니다. “니체가 예술 탄생의 배경으로 지목한 그리스인의 이중성은 마치 기쁨과 슬픔 같이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것이었다. 다만 그들의 일상에서 날것처럼 살아 있다는 점이 달랐다.(382쪽)”
니체가 <비극의 탄생>을 통하여 갈라놓은 것처럼 그리스인들은 아폴론적인 면과 디오니소스적인 면을 같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둘 사이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모호함이 있는데, 이런 모호함은 예측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표정인 야누스가 서로 반대쪽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 비유하여 이러한 이중성의 파괴력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치 식물의 줄기나 잎이 태양을 향하는 향일성(向日性)을 보이는 것처럼 그리스인들의 이중성은 그 경계가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이상으로 연결되어 있어 빛나는 예술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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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컬러사진이 많고, 생각 외로 학술의 느낌이 물씬 풍겨 처음에는 낯익지 못한 문체와 내용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금세 반색했다. 단순히 그리스 로마 신화나 그리스의 푸르른 지중해를 동경하거나 고대와 중세, 동양과 서양의 모습을 다 가진 이중성과 양면성에 반해있던 독자에게는, 그리스의 지명과 역사, 인물과 문학, 철학과 예술이 관통해나가는 그리스 기행이 굉장히 반가울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학창시절 내가 접한 세계사적 지식은 중등교육의 사회 교과서가 마지막이다. 고등학교 때 이과반에서는 세계사 대신 한국사를, 세계사 대신 물리2나 화학2, 생물2나 지구과학2처럼 과학시간 아니면 수학2의 시간을 늘려 배웠다. 세계사가 교육과정에서 빠지면 안되는 과목이었는지 겉으로는 세계사 시간이라 해놓고 그 시간에 수학2를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공식적으로 세계사 시간, 비공식적으로 수학시간이었던 것이다. 커서 관심 갖게 된 더 넓고 오래된 사회를 향한 관심은 국제 섹션이나 외신 보도를 통해 접했다. 시리아의 유혈 사태와 콩고의 집단 살해를 영문판 신문으로 읽었다. 나는 내가 속한 세계 보다 훨씬 큰 세계의 소식과 사고방식을 꽤 궁금해하는 유형의 사람에 속했다. 요즈음 늦게 배운 도둑질마냥 띄엄띄엄 세계사 혹은 유럽사를 교양책으로 읽는다. 아프리카사나 아메리카사는 이후로 계획중이지만 쉬운 여정이 될 것같진 않고,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운 이들의 독서가 나와 다를 것같지도 않다. 정말이지 이 세계는 너무나 복잡다단해서 차라리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스 미학 기행>은 스무살 신입생 때 강의에서 들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 반해 그리스에 대한 꿈을 키운 저자의 그리스 사랑록이자 고백록 혹은 기행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음료 포카리스웨터 광고 속의 신인배우 손예진을 떠올리며 산토리니를 추억하지만 그리스의 매력은 산토리니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시작은 기원전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신과 인간 세계가 나뉘어졌던 매력의 땅 아테나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파르테논 신전은 오랜 로망이었다. 워낙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겨 읽기도 했지만 그곳에 가면 한낱 비루한 존재인 내가 천상의 신과 한순간 영접이라도 할 수 있을 듯해서였다. 하지만 로마에 딱 한 번 가본 후 그리스의 땅은 밟아보지도 못한 상태다.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철학은 늘상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에서 덮고, 신 이름이라곤 겨우 제우스와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 정도를 떠올릴 만큼 빈약한 수준이다. 거기다 유적지는커녕 도시 몇 개 외에는 지명조차 아는 게 없고, 유명한 조르바 할아버지에게조차 감정이입 못한 문학독자일 따름이다.
그리스는 분명 엄청난 역사와 이야기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나라임이 분명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아는 게 없다는 걸, 그나마 알던 지식조차 조각조각 흩어져 옅어져간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지중해는 카뮈와 지드, 니체와 미셸 투르니에, 장 그르니에를 데려다놓지만 그들의 작품조차 의무감에 몇 권 봤을 뿐이다. 내 안에 그곳은 유토피아로 존재한다. 유명한 성채와 신전이 주는 신비로움은 곧 그리스 이미지 전부가 되었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인간과 신의 대결, 고대 사회의 성소, 푸른 바람, 카잔차키스는 저자의 서술에 비하면 차라리 부수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가 이미지로만 기억하던 그리스를 고대,중세,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또렷해지도록 차근차근 서술한다. 주로 신화와 역사가 바탕이 되지만 그건 그리스의 존재 자체가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문체가 어느새 매끄러운 지식의 통로가 되었다. 감상에 치우친 여행기도 아니고 전문적 역사를 서술한 이론서도 아니다. 풍부한 컬러사진은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리스 어느 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신화와 역사와 철학과 문학. 이 세계의 지적 아름다움이 지중해의 중심 그리스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나는 무조건 믿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은 카뮈와 카잔차키스, 니체의 책을 몇 권 구입하겠다. 그리스의 영광과 아름다움에 감동할 기회를 다시 한 번 가지기 위해, 언급된 텍스트들을 당분간은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 열망을 이뤄낸 저자와는 달리, 환상에서만 꿈꿔온 내 안의 초라한 그리스를 생각하며 당장은 갈 수 없는 그곳이 그리웠다. 하지만 당분간은 괜찮을 것같다. 금빛 태양 아래 춤추듯 몸을 뒤집는 지중해 푸른 물결을 떠올리면 나 역시, 그곳의 태양에 시간을 맞추지 않고는 못견딜 것이다. 그러므로 괜찮아야 한다. 문득 가을볕 아래 이불을 탁탁 털어말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뽀송뽀송한 공기 속 나른함과 침묵, 평온이 그립다. 적어도 그리스 신화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모든 걸 제쳐두고 그리스 신화를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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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여행에세이하고는 느낌부터 확실히 다르다. 사실 유럽이나 터키에 비해 그리스는 그렇게 매력적인 나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예전부터 여행매니아로 지내는 친구 가족을 통해서 그리스는 별로 볼 것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몇 년 전에 터키로 여행을 떠났을때도 바로 옆 그리스로 배를 타면 갔다올 수 있었지만 굳이 신전을 보러 요금을 더 내면서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저자 김진영씨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쳇바퀴 돌아가는 생활을 이어가다가 스무살의 열정을 담아 떠난 그리스로 다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김진영씨가 다시 찾은 그리스의 모습을 이전의 다른 여행책에서 느꼈던 것과는 달리 미술, 철학, 종교, 문학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폭 넓은 지식을 선사해준다.
'그리스 미학 기행' 이 책은 술술 넘어가는 여행에세이하고는 달리 책을 읽으면서 자꾸 숨을 고르게 된다. 그만큼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리스의 모습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한 깊이 있는 이야기는 그리스를 더 잘 알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자꾸만 책의 내용을 읽고 난 뒤에는 사진에 눈길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된다.
저자는 그리스에 대해 많이 공부한 만큼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가 가려던 장소의 버스가 출발하고 난 이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버스를 잡아 타지만 그의 자리에 짐을 놓았던 부부의 당당한 모습과 저자와 이 부부의 시끄러운 소동을 보면서도 전혀 게의치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스 사람들이 정교회를 믿지만 그들의 뿌리이며 밑바닥에 남아 있는 토속신앙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어떤 한지 알게 되었다. 나중에 그리스에 간다면 그리스 사람들의 모습에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해야 좀 더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읽은 최고의 문학소설 중에 꼭 끼는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역시도 그리스 여행길에 이 책을 가지고 간다. 저자가 조르바를 어떻게 생각하는 책의 몇 문장만 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나 아내와의 여행을 떠올리는 저자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나의 희망 여행지 중에 그리스도 포함시켜야겠다. 특히 여행지의 사람과 낭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아테나와 광고에서도 보았던 장소지만 푸르다 못해 시린 파란색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바다와 에게 해의 태양이 축복이라고 불리우는 피라, 테라... 산토리니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저자처럼 태양인지 먼지인지 모를 것으로 눈이 고생하게되더라도 이런 곳을 놓치면 분명 후회할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로 떠난 미학 기행을 하면서 그리스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으며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그리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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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두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포카리스웨트의 광고에 나오던 파란 지붕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산토리니 섬의 모습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 친숙해진 여러 그리스 신들의 신전. 그래서 내 머릿속에 그리스는 막연히 아름다운 유적의 나라 정도로 멋대로 정의되어 있었다. 책 소개 글에 '그리스 비극'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대학시절 배웠던 그리스 비극과 윤리 시간에 스쳐갔던 철학에 대한 것들이 떠오르며 참 그리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숨을 가다듬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미학 기행'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그리스 여행서다. 어려운 제목에 겁먹던 것과는 달리 술술 읽힌다. 단지 여행을 다녀온 저자가 철학을 전공했고, 몇번의 그리스 여행을 거치면서 그리스의 이해가 다른 이들보다 깊어 그리스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다. 한동안 인도 여행기가 많이 나오면서 단순히 여행정보를 담는 것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저마다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인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에세이를 내놓았듯 그리스 여행기 중 단순히 여행정보를 담은 것이 아니라 그리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발작적으로 떠난 유럽 여행 중 들른 로마를 보면서 여행 전 공부의 중요성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비슷비슷한 건축물과 동상들을 무지몽매한 눈으로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도 그때 뿐. 돌아와서 사진을 보면서 다시 찾아봐야지 생각했지만 그 생각도 그 때 뿐이었다(심지어 도록들도 사왔지만 돌아와서 펴본 기억이 없다. 도록이 어디 꽂혀 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자의 그리스에 대한 다양한 이해는 무척이나 부러웠다. 역사와 신화를 넘나들면서 장소들을 설명하고(뭐, 물론 어느 정도는 책을 써내기 위해 공부했을 거라고 부질없는 의심도 품어보지만) 그리스 여행에서 만난 그리스인에 대한 에피소드로 그들의 성향을 알려준다. 그는 '적당한 무질서'라는 수식어로 그는 그리스인들을 표현하는데 뭔가 폐쇄적이면서도 멋대로인 그리스인은 고집쟁이 노인 같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었다. 아마 내가 그리스 여행 중 그런 현지인들의 대응을 보았다면 적잖히 당황하고 놀랐으리라. 그리스 여행은 좀처럼 만만하진 않을 것 같아서 그리스에 가보고 싶던 마음이 반쯤 반감되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아름다운 산토리니 섬의 모습을 책 말미에 풀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이렇게 아름답단다-하는 유혹이다. 물론 그 안에도 관광객이 장악해버린 산토리니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냉소도 살짝 풀어놓는다. 여러번 그리스를 다니면서 참 그곳에 애정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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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덕분에 우연한 기회에 받게 된, '그리스 미학 기행'. 우리들 책 읽고 나중에 같이 그리스 가는거야 하면서 이야기 나누던 떠들석한 기억으로 시작한 책이다. 나로서도 평소에 그리스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반갑게 맞이 했었다.
그리스, 하면 푸른 산토리니 부터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서양 문명의 한 축이었던 헬레니즘의 원산인 만큼 고대 문명을 중심으로 둘러볼 곳이 많은 곳이다. 책은 니체를 비롯한 니코스 카잔차키스,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등 젊은 시절의 저자가 마음에 둔 작가들의 텍스트를 만난 기억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자취는 책 곳곳에 있다. 나 또한 작년에 읽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나 <지중해 기행>의 흔적을 발견하며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조르바나 카잔차키스의 자유로움은 직접 가야 느낄 수 있는 걸까?
저자의 기행은 영광의 아테네에서부터 시작해 고대와 고전과 로마와 비잔틴 시대를 넘어 크레타 섬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기행을 하며 받은 도시의 인상과 대략적인 역사, 찾아간 루트나 도중에 만난 에피소드나 추억들이 담겨있어 가벼운 기분으로 읽었다. 조금 더 도시의 역사나 의미가 자세했으면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그곳은 분위기를 좀더 시각적으로 볼 수 있던 점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가득한 사진을 넘겨 보다 보면 가고 싶은 도시들이 자연히 잡힌다. 특히 황금도시 미케네나, 고대 그리스의 흔적이 있는 델피와 올림피아,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에 가보고 싶었다. 까마득한 옛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쯤한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눈 앞에서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하지만, 지금 내가 이곳에 간다해도 과연 '그곳의 고전적인 가치를, 그 근원이 된 이유를 잘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에 가기 전에도 로마와 르네상스에 대해서 한참을 뒤적거리고 갔는데도 막상 가선 반도 경험 못했다. 그리스도, 가면 아는만큼 보이겠구나, 우선 공부 부터 해야겠구나 하는. 책을 읽고 나니 그리스 지도를 가져다 놓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찍어가며 도시들을 다시 찾아보고 싶다. 언젠가는 그곳으로 떠날 그날을 위해, 하나하나 기억해 놓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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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최근들어 경제난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아름다움은 감출수가 없는 것 같다. 인간이 빚어낸 예술적 모습과 자연이 선물한 예술적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그리스라고 생각한다.
그리스하면 고대 건축물 중에서도 신화 속에 나옴직한 모습을 간직한 곳들이 상당수 있으며, 도시 곳곳에서 그러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이 높지 않은 산 꼭대기에 위치한 곳에 자리한 아크로폴리스가 이곳이 그리스임을 증명하는 것 같다. 마치 도시 전체를 내려다 보는 듯, 도시를 지키는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책속에는 각 도시마다 간직한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발견할 수가 있는데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신비로우며,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그중에서 '나프폴리온의 부르치'가 인상적이다. 부르치는 항구로 들어오는 길목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인을 이용해 앞바다를 폐쇄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감옥 역할을 하기도 했단다.(p.154)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의 울긋불긋한 지붕 뒤로 바다 가운데 떠있는 부르치가 왠지 외롭게 느껴지면서도 마을을 지키기 위한 고집스러운 단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산자락에 자리한 건물들이 많아서 왠지 위태해보이지만 더욱 경이로워 보이기도 한 것이 사실인데, 미스트라스 카스트로가 인상적이다. 빌라르두앵의 기욤 2세에 의해 1249년 고림된 요새로 지어졌다는데 마치 산위의 커다란 바위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곳과 동화된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요새 아래 위치한 판타나사 수도원 역시도 멋지다. 작은 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붕과 건물 표면의 색감이 아름답다.
그리고 그리스 미학 기행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바로 산토리니다. 개인적으로 그리스하면 왠지 모르게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와 조화가 떠오른다. 오래 전 유명 이온 음료 광고에서 맨처음 접한 파란색과 흰색의 공간이 그리스의 산토리니라는 것을 알고 그리스에 환상을 키워 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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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푸른색과 흰색 천지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바다의 푸르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동시에 알게 해주는 곳이 산토리니가 아닐까 싶다. 바다를 접한 산자락을 따라 아래로 쭉 이어진 집들은 흰색이여서 오히려 바다와 잘 어울리는 듯하면서 서로를 더욱 빛내주고 있는 것 같다.
미로같기도 하고, 모든 집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한 집들이 군락을 지어 모여있는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합심해서 만들어선 최고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그리스의 다른 곳들도 멋지다. 그건 현재 그리스가 겪는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영원불변할 진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산토리니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가 느껴지는 곳이여서 가장 끌리는 곳임에 틀림없다.
산토리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제법 수록되어 있어서 그리스 미학 기행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아름다고 예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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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 미학기행>은 향수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찾은 그리스는 밀란 쿤데라가 안타까워했던 <향수>의 의미와는 다르게 노스탤지어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과거.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그리스를 뒤덮는 따사로운 태양, 태양에 반사된 대리석의 황금빛, 그리고 파우스트에 등장했던 뿌연 안개, 그 외의 많은 유물과 유적지,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까지. 그곳은 작가가 기대했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점. 쿤데라의 <향수>와 김진영 작가가 느낀 향수의 차이점은 작가가 만난 대상에 인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그러니까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존재를 만난 것이 아니라는 것.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 즉, 나만이 그 존재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리스 소시민들의 풍경에 대해서도 그들을 사물화시켜 나의 시선으로 투영시킨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2. 기왕 쿤데라의 <향수>를 빌미로 삼천포로 빠진 김에 <그리스 미학 기행>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생각을 짚고 넘어간다면. 이 책은 아포리즘에 어울릴만한 문장을 실은. 어떠한 감상에 치우친. 그리고 해석에 치우친. 쉽게 말해서 쿤데라와 비슷한 색채의 글이 나열되었다고 느꼈다.
이를 좀 더 심층적으로 바라보자면. 책 속 그의 단상은 분절되어 있으며, 그 분절의 대상은 그가 공부한 모든 것들. 종교, 문학, 신화, 회화, 건축에 대한 지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가 나열하는 단상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지식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다시 찾은 그리스에서 느낀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3. 이중성. 나는 이 단어가 <그리스 미학기행>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읽어보니 이것을 에필로그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밝혀두고 있어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그리스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에 초점을 두고 찬찬히 살펴보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활절, 여인의 눈물과 아이들의 꽃에서 본 기독교와 신화의 공존, 케라메이코스의 오래된 묘비가 주는 삶과 죽음에 관한 근원적 묵상, 아이게우스 바다 앞에선 빛과 무력감, 그리스인의 두 개의 이름, 마리아와 오디세우스, 미케네와 미스트라스의 헐벗은 정오와 충반한 오후, 법과 다이몬의 소리, 신화적 세계와 이성적 세계의 공존, 뮈토스와 로고스, 예술탄생의 두 이름,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검은 태양과 하얀 고독, 메테오라에 올린 고난과 깨달음, 광기의 조르바와 지식인 카찬차키스, 크레타인의 얼굴에 남은 두 개의 얼굴, 테라의 빛나는 태양과 가난한 살림.
4. 더 손볼 것도 없이 완벽하다. 여기에서 조금 더 붙여서 말하자면 빛과 그림자.이중성에 대한 중용의 자세를 견지하자 정도랄까?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아폴론의 이성을 중시하는 딱딱한 세계관에서 조르바와 만남으로 디오니소스의 세계를 접하고, 좀 더 발전된 인간으로 성장하자는 것이다. 시야를 넓히고 이중성의 공존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조르바에 대하여도 좀 더 아폴로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실제 소설에서는 지식인이 주체가 되어 디오니소스의 환상을 이야기하는데 그쳤지만 말이다.
다이몬의 소리.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의 목소리에 솔직해지자는 메시지는 물론 당연한 말씀이지만 그래도 조르바도 지식인의 고행에서 비롯되는 감정쯤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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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진영 글ㆍ사진, 그리스 미학 기행 단순히 그리스 여행기 정도의 책일 것이라 생각하고 읽다가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미학이라는 주제의 범주는 확실히 넓은 것 같다. 그리스의 자연 환경과 문화에서 시작하여 신화, 역사, 문학, 건축, 예술 등 그리스에 관한 모든 주제를 다루는 내용이 나오다 보니 이 책의 보폭을 따라 잡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물론 글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 글을 공감하면서 읽기 위해서 필요한 배경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그 배경이 되는 지역이 우리나라라면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을 따라갈 터인데, 그 배경이 그리스가 되니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러니 책이 쉽지 않을 수밖에… 하지만 책을 어렵게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법. 그리스와 그리스 사람 그리고 그리스의 문화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와 그리스의 신화 그리고 비잔틴 제국까지 여러 범주를 뛰어 넘는 주제를 접하면서 그만큼 값어치 있는 독서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사진 속에 들어온 그리스의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는 보는 이의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문으로 쓰여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저자의 글은 마치 시를 읽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이 덕분에 문장을 짧게 쓰면 간결하고 압축된 느낌으로 시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좋은 책과 그렇지 못한 책을 구분하는 기준을 하나 가지고 있다. 책 속에 언급된 또 다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면 좋은 책으로 평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많은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 하나는 ‘그리스인 조르바’.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이 책을 예전에 읽었어야 했어야 할 테지만 그렇지 못한 탓에 번번이 책을 읽는 중에 맥락을 놓쳐버린다. 이번 기회로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름다운 글과 사진으로 마음을 평온케 한 좋은 책을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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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지의 낭만을 사랑하기에, 많은 여행 서적들이 나오면 분주히 눈길을 주게 된다. 이 책 그리스 미학 기행은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산토리니가 떠오르는 푸른 색, 그리스를 대표하는 듯한 하양과 파랑이 어우러진 그 표지의 선명한 색감이 읽기만 해도 시원하게 가슴을 뻥 뚫어줄 것만 같았다. 물론 이 책은 단순 기행문이 아닌, 미학 기행문, 그리스 문화재를 보여주고 그 예술의 의미를 찾아가는 서술방식이라서, 편하게 읽었던 기존의 여행 에세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저자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같은과 동문이었던 아내는 철학과에서 두드러진 장학생이자 지극히 현실적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달리 그는 지극히 이상적인 사람으로 주위의 평가를 받았다 한다. 그래서 그 둘의 결혼 소식이 알려졌을때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말이다. 철학과에서 배웠던 니체 한권으로, 그리스를 돌아보기로 결심한 그였기에 이후 그리스 여행은 쭉 이어졌다. 또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의 여행은 아내와 함께 돌아본 그리스에서 찾아졌다. 같은 과지만,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은 두 사람, 하지만 책에서는 아내의 이야기는 아주 드물게 등장할뿐 주로 저자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주 두툼한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추려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성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저자의 카메라를 통해 전해 받은 사진들은 그저 내게는 선물이라는 느낌이 한가득이었다. 멋진 여행 에세이를 많이 접해도 사실 사진에 있어선 큰 감명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그리스 국기가 하늘과 이렇게 멋스럽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었고, 가보지 못한 그리스에 대한 환상을, 산토리니 말고도 어디에서건 찾을 수 있다는 것. 뜨거운 태양 아래 그리스를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이야기를 사진으로 우선 보여주고 글로써 풀어내었다.
철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자연계열이었기에 교양 수업 또한 인문학 보다는 주로 실용적인 학문 위주로 선택해 수업을 들어야했다. 그래서 철학 관련 이야기들이 나오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 일쑤였는데 저자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백프로 내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담아낸 사진과 이야기들을 통해 조금씩 그 의미를 찾아가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시간에서의 해방감은 '순간순간'일 뿐이다. 시간을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을 서서히 채워가는 힘이다. 25p
서구 문명의 발상지이자 기원으로 알려진 그리스 문명, 그 화려한 막을 시작한 그리스의 요즘은 예전 번성기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세계 최강국이었던 로마인들의 후손인 이탈리아도 현재 고대 유물, 유적 들의 관광산업에 주로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면이었는데, 그리스에서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올림피아를 만들어내고, 세계 최강국이자, 서구 문명의 기원이 될 수많은 업적의 가운데에 서 있었지만 오늘날의 모습은 과거의 번성을 되돌아보기 어려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반짝반짝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산토리니 섬 또한 그리스인 대부분이 가난하지만 정겹게 살아가던 그 소박한 공간을, 관광객들과 함께 들어온 이방인들에게 대부분 팔게 되고, 자신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게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관광 산업의 발달로 지갑을 채우는 사람들은 현지 주민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란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하였다.
아테네의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그리스의 가장 중요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66p 제자리에 있어야할 유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다보니, 거기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함을 쿠로스를 통해 서술하고 있었다. 청년의 모습을 한 전신상을 일컫는 쿠로스는 인간이지만, 아폴론을 지향하고, 무표정한 모습을 하고 있음으로 인해 절제력과 침착함을 갖춘 완전한 존재에 정점을 찍었다 한다. 인간을 만들었으나 신과 가까워지려는 그 시도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에 모아놓은 쿠로스들로 인해, 각각의 위치에서 무뚝뚝한 모습을 보였어야할 쿠로스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어 개성없는 얼굴로 전락하였다 말을 한다. 아마 사전 지식 없이 박물관에 갔으면 몰랐을 그런 이야기들을 저자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점이 반가웠다.
읽어보지 못했던 그리스인 조르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에 또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이었는데,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카잔차키스가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였다.
오늘날 전세계 인들의 축제의 장이 된 올림피아의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발길 닿는대로의 하루하루의 여정만 담아낸 책이 아니라, 해박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풍성한 읽을 거리를 담아낸 책이라 인문서와 기행문의 만남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영국인 에번스에 의해 발굴된 크노소스 궁전으로 인해 유럽의 문명의 기원이 기원전 20세기까지 앞당겨졌다고 한다. 유럽인들의 문화적 자부심과 우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그들은 크노소스 궁전의 발견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전의 발굴자들과 달리 에번스는 발굴 그 자체에 멈추지 않고, 현대 재료인 시멘트로 일부를 복원하기까지 하였다 한다. 미숙한 방법으로 복원한 이미지들은 상상력에 의한 이미지 복원으로 인해 오늘날에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였다. 백합꽃 왕자라 알려진 벽화는 허벅지, 가슴, 머리의 관 세조각만으로 복원한 것으로 에번스와 동료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1960년에 프랑스 고고한자 미케네의 부조에서 이 왕자의 관과 동일한 도상을 발견하는데, 그 관은 스핑크스의 관이었다 한다. 현재도 이라클리온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 이 벽화는 수많은 논란을 낳은 화제의 유물이다. 331p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섣불리 시도했던 시도가, 유물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해버린게 되어버리다니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로 사진과 기행 일정 등에 초점을 맞추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았는데 다시 읽어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그리스 문화의 가치 등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좀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덕분에 예전 같았으면 그리스를 처음 방문하게 될때 산토리니 섬의 그림같은 풍광에만 입을 벌리고 감탄하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 곳에서 아직 남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을 좀더 배려해야하는 그의 생각을 듣고 나니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때문에 마치 구경거리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한번 읽고, 두번 읽고, 그 느낌이 새록새록 새로운, 그리스 미학 기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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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하면 아테네가 먼저 떠오르고 푸른 바다와 지붕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오래전 음료 광고에서 부터 친숙하게 다가왔던 나나라. 더불어 유럽권의 여행하면 빠지지 않는 단골처럼 언제나 소개가 되어지는데 오늘은 색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살면서 어느 계기로 인해 무엇인가를 깨닫는 시기가 있다. 저자는 '니체'로 인해 그리스를 찾게 되었다는데 , 관광지로 생각만 하던 독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여행 서적은 작가의 시각 또는 정보만을 알려주는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기에 같은 소재여도 느끼는 것은 다르다.
오늘 만난 그리슨 문화, 종교, 철학 등을 말하고 있으며 특히, 사진을 첨부했기에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여행 TV에서 보왔던 '루사누 수도원' 은 다시한번 보게 되었는데 돌 산주위 꼭대기에 지어진 곳. 층계도 없으며 오로지 사다리를 이용하는데 숨기위해 수도를 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곳이다. 건축 그 자체만으로 인간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나를 바라보면서 인간의 지혜와 왜 이곳에 올라가려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들에게 삶은 무엇이기에 좁은 세상으로 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그리스를 여행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나라의 깊숙이 파고들면서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최근에 접한 <송동훈의 그랜두 투어>에서는 긍지와 교훈을 말해주었다. 어렵지 않게 여행지와 그 곳의 지형을 설명했기에 쉽게 다가갔다. 줄줄이 외우는 세계사가 아닌 흥미를 느낄 수 있기에 학창시절보다 쉽게 기억이 되었다. 여행 서적은 어떻게 바라보면서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냥 여행지만을 소개한것이 아니기에 딱딱하고 어렵다 할 수 있지만 제3자로 저자가 떠난 그곳에서 느낀 것을 내것으로 느끼면 읽기도 하고 사진으로 바라본 그곳을 동경하면서 읽어내려갔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푸른 지붕을 바라보면서 그 아래 벤취에 앉아 바람을 느끼는 상상을 해본다.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수많은 역사속을 달려온 그리스 더불어 그안에 존재하는 신화가 있어 신비로움과 호기심은 끊이지 않는거 같다. 만약 이 곳을 간다면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은 비록 경제가 힘들어지고 있으나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고, 꼭 이곳을 가자 라고 다짐했다. 철학과 예술 그리고 문화에 대한 지식은 없으나 그곳에 가면 저절로 알게 될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