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잘 나가던 <누들로드, 2008> PD가 갑자기 생업을 접고 요리수업에 인생을 던지게 되었는지 설명함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이 <누들로드>는
세계적인 피버디상까지 수상한 작품이었고, 이욱정PD는 KBS에서 주요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다.
이욱정 PD는 런던에 있는 <르 꼬르동 블뢰> 요리학교 초급에 무사히 입학한다. 아마, 그의 피디로서의 화려한 경력과 음식문화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실제 요리 만드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그를 전문요리사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입학생으로 받아들인 이유였을
것이다.
런던은 열린 도시이다.
문화와 음식과 사람들에 열린 도시이다. 나는 해외
여러나라를 여행할 기회가 참 많았었는데 런던이나 독일의 도시들은 미국이나 다른 유럽의 도시들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편견이 적었다.
살인적인 물가와 불편한 교통수단을 빼면 외국인들이 살 때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덜 경험하며
살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르 꼬르동 블뢰> 런던도 다른 지역에 있는 분교보다 더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재미있다.
그가 만들었던 프로그램들이 ‘스토리 텔링’ 방식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리 출판사가 도움을 주었다 해도 이 책은 쉽게 잘 읽히는 책이다. 일단, 요리에 별 관심이 없다 해도 그가 까칠한 프랑스요리를 먹는
것도 어려운 우리나라 40대 남자인 그가, 버터와 후추와
소금과 와인으로 대변되는 프랑스 요리 만들기에 나서서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생존기는 그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게다가 그는 프랑스 요리나, 요리학교를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읽어도 이해가 될 만큼 일반독자가 잘 모를 단어나 요리에는 간단하고 친절한 설명을 꼭 덧붙여서 책은 거부감 없이 이해하며 읽기에 적당하다.
<르 꼬르동 블뢰 (Le
Cordon Bleu)> 런던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그는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피디였다. 그의
석사논문은 <국내에 불법 취업한 방글라데시 무슬림 노동자들의 음식 금기>였는데, 이욱정 피디는 논문을 책상에 앉아서 쓴 것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무슬림 불법 취업자들이 많던 포천의 한 공장으로 내려가 6개월 가까이 그들과 숙식을 함께
하면서 직접 체험을 통한 생생한 논문이었고, 그로 하여금 음식전문 프로듀서의 길을 걷게 한 것 같다.
<르 꼬르동 블뢰>는
세계 여러 곳에 분교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숙명여대에 그 분교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요리사를 지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학교에서 요리 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런던분교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유럽과 세계에서 전문 요리사가 되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 책에서 이 피디와 학기를 같이 한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학생들의 배경과 출신은
참으로 다양하다. 변호사 출신 호세, 주방장 출신 엘리트
실력파 아틸라, 컴퓨터회사 출신의 튜사 등 유럽출신이 반을 차지하지만 남미나 아시아 출신 학생들도 꽤
많다. <르 꼬르동 블뢰>는 쉐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저자가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학교였던 것 같다.
이 책은 이욱정 피디의 좌충우돌 요리사 되기 체험기 말고도 요리나 음식문화에 대한 친절하고도
폭 넓은 설명을 포함한다.
특히 방송의 요리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타 쉐프인 ‘고든 램지’의 <헬스 키친(Hell’s
Kitchen)>, ‘제이미 올리버’, ‘릭 스타인’
등의 프로그램은 언제 보아도 흥미진진하며, 내 자신은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고, 언젠가는 내 손으로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내게는 참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었다. 특히, 나는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의 강력한 팬이었다. 물론 그들이 쓴 요리책도 몇 권 갖고 있다. 언젠가 요리할 날을
꿈꾸면서..ㅎㅎ
이 책에서 저자는 ‘고든 램지’가 TV 프로그램에서 거친 욕설을 품어대면서 악마적인 카리스마로 프로그램과
키친을 장악하지만 오히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 사업에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으며, 오히려 요리를 잘
못 하면서도 시대의 트렌드를 잘 읽고 자연과 편안함, 휴식을 강조한 ‘올리버’나 ‘릭 스타인’의 경우는
승승장구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즉, 사람들이 음식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편안함과 휴식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켄
홈’이라는 중국출신 미국계 BBC 방송국의 스타 쉐프와의
인연을 소개하는데 열악한 방송환경에도 불구하고 <누들로드>
촬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켄 홈은 결국 저자가 요리유학을 떠나는 데 도움이 되어주는 백만장자 스타 쉐프이나 잔돈도 아끼는 정말 검소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쉐프의 꿈을 이루어가는 다른 멋진 쉐프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은 <콩투아르>에서 레바논 음식을 만드는 토니이다. 그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결국 자극성이 강한 레바논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런던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되고 이는 저자의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과 연결된다.
특히 저자의 런던에 있는 식당들에 대한 생각이나 묘사들은 나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특히 런던에 있는 한국식당 중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는 곳들은 많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런던에서 싸지 않은 가격에 한식을 팔고 있음에도 친절, 서비스 맛들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런더너들을 한식당으로 초대하는
것은 많이 망설여지는 일이었고, 특히 런더너 뿐만 아니라 고국에서 오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지
않으며 서비스의 질은 떨어져서, 꼭 한식을 먹고 싶을 때는 런던의 외곽까지 멀리 차를 달려서 갔다. 시내에 있을 때는 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곤 했었다.
저자는 르 꼬르등 블뢰에서 요리 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철학과 음식문화에 대한 생각을 배우게
되고 KBS로 돌아와서 런던에서 생각했던 <KBS 스페셜
– 쉐프의 탄생>을 완성하고, 그가 인생의 가장 역작으로 생각했던 <요리인류>를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은 참 재미있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이틀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요리를 잘 못하고 요리를 자주 하지도 않지만, 요리에
큰 관심이 있는 내게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
|
겨울철 밥상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이 맛있는 것들을 외국사람들은 왜 싫어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족속들이야. 정말 이상한 푸아그라와 곰팡이 풀풀 핀 치즈는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 심지어 독이 있는 복어는 왜 먹을까? 각 지역의 먹을 거리를 마주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 왜 인간은 배를 채우기 위해서보다 맛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재료를 들일까?
요리는 보통 자신을 위한 요리와 남을 위한 요리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나 가족을 위한 요리는 사랑을 담뿍 담고, 좋은 재료와 정성이 가득한 밥상이 아닐까?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상업적 요리는 오직 맛만을 추구하는 것 아닌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들과 요리사들은 새로운 요리들을 계속 만들어 나간다. 요리사들은 왜 요리를 만드는지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요리하면 떠오르는 프랑스요리와 이탈리아요리. 한마디로 프랑스요리는 귀족은 위한 요리에서 파생된 것 같다. 프랑스에서 정찬을 먹을 때 육,해, 공군에다 에피타이져니 디저트니 한 마디로 진수성찬이다. “바베르의 만찬”이란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한끼의 식사(물론 프랑스 정찬)를 고마운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무엇보다 넓은 국토로 다양한 먹거리가 생산되는 것이 프랑스의 강점이 아닐까? 이탈리아요리는 우리에게는 요리보다는 간편한 피자나 스파케티로 인식되는 것도 주요 요인인 것 같다. 무엇보다 버터와 크림 대 올리버오일의 대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아서, 누들로드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언론에서 소개하는 글을 보고 우리나라도 이제 괜찮은 다큐멘트리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만을 위한 프로그램도 좋겠지만, 지구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누들로드를 제작한 PD(이욱정)의 요리학교(르 코르동 블뢰) 체험기에 요리에 대한 일상들을 엮은 글이다. 먼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부분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요리는 여자의 일이요 남자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류 레스토랑에 가면 대부분 남자주방장이지 여자주방장을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 정도로 요리는 힘이 필요한 일이다. 배움은 끝이 없다. 그리고 배울수록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요리도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요리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자신이 가기로 정한 길에 배움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요리학교로 떠난 그의 용기에, 아 부럽다와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래야 좋은 요리프로그램이 만들어 질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뜻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남을 위한 요리는 물론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다. 그러기 위해서 돈의 가치 이상의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과 창의성이 뛰어나야 할 것 같다. 남을 위한 요리를 하기 위해서 대부분 도제식 교육을 받았었는데,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한 곳이 르 코르동 블뢰(요리학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좌충우돌은 아니지만, 요리학교에서도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자신의 노력과 친구들 동기생들과의 어울림이 그를 무사히 졸업으로 이끈 것 같다. 보통 주방은 어두운 곳, 식당에서 제일 안 좋은 곳에 위치한다. 요리야 멋지고, 맛있지만 그것은 준비하는 과정은 중노동이 아닐까 그러기에 숨겨야 하는 곳이다. 요리학교 이야기이지만, 우리 음식이 나아가야 할 바와 유럽의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 요리의 숨겨진 비밀, 엄청난 버터, 티져트에는 엄청난 설탕이 과연 맛과 건강이 양립하는 힘든 일인가? 점점 지중해식사가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아도, 아직까지 프랑스요리는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물론 프랑스요리는 먹는 재료나 양에 비해 성인병에 걸리는 비율이 낮다고 하니 나름 건강한 식사인지도 모르겠다. 소스의 가치, 사진으로 나오는 요리들, 이런 요리를 일상으로 먹을 수 있을까? 푸짐하다. 하지만, 요리를 배운다는 것은 “요리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요리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술보다는 정신이다. 인간의 삶이란 이런 것이 “가난하던 시절, 내가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먹을 수 없었던 음식들, 갖고 싶었던 물건들, 살고 싶었던 공간의 꿈을 모아놓았을 뿐이지요.” 아닐까? 얼마 전에 추억을 떠올리며 큰 선홍 빛의 어묵 소시지를 사서 먹었는데, 추억이 맛이 아니라, 이 맛 없는 것을 어떻게 먹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우리의 꿈이요 추억이 아닐까? 요리책이 엄청나게 팔릴 수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영국이나 유럽에서 셰프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다니. 그러기에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꾸며 도전하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MSG나 저질 재료가 범람하는 시대, 우리의 입맛만을 고려한 요리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우리의 음식이 세계화 될 수 있을까? 불고기나 김밥, 잡채 등은 비교적 외국인들에게 호평을 받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식만을 고집한다면 절대 우리의 음식은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 요리이야기만 있다면 큰 재미가 없었겠지만, 요리학교의 인간의 이야기라 더 친근하고 쉽게 요리가 다가오는 것 같다. 더 나은 그의 다큐멘터리를 기다리며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
음식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솔깃한 소재임이 분명하다. 거기에 역사적 시각을 버무려 만든 다큐멘터리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KBS의 '누들로드', 그것을 제작한 PD가 파리 요리학교에서 수학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 책이다. 직접 그 유명한 '르 꼬르동 블뢰'에서 2년간 수학했던 이야기를 썼다는데, 문화인류학을 공부했고 음식과 역사에 꽂혀사는 그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읽기 전부터 자못 기대가 되었다. 그저 단순한 요리공부 이야기는 아닐테지..?
"내 인생접시에 담아내고픈 한 가지는 요리사가 되어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500일 요리유학의 시작이다. 그리고 '누들로드'의 진행자였던 유명 셰프 켄 홈의 "... 가장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요리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라는 당부로 마음의 준비까지 마치고 전세금을 털어 학비를 마련한 후 그는 KBS 사옥을 떠나 '르 꼬르동 블뢰' 런던 캠퍼스로 떠난다.
이렇게 시작된 셰프의 길은 물론 쉽지 않다. 그 가감없는 수업스토리에 때로는 눈물나게 웃기도 하고 때로는 그 좁은 교실 안에서 감동을 만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며 그렇게 훌훌 책장이 넘어간다. 그런 가운데 날카로운 칼맛, 뜨거운 불맛을 겪으며 작가는 조금씩 셰프의 꼴을 갖추어 간다. 다채로운 요리 이야기, 때론 눈앞에서 펼쳐지듯 자세하게 묘사되는 조리이야기와 함께 조금식 셰프로 성장해가는 초보 요리사를 따라가는 일은 즐거웠다.
또 책을 읽어가면서 '요리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단지 요리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걸 알게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제 입부터 챙기는 이기적이고 게으른 사람이 남을 위해 음식 만드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는 어려울테니 말이다."
"다른 이를 위해 귀찮은 일, 허드렛일을 선뜻 하는 것은 내 시간을 낭비하는게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멋진 프랑스 요리와 멋진 영국의 스타 셰프들의 향연을 펼쳐보이고, 감각적인 사진들과 낯선 풍광들이 작가의 재미난 입담과 어우러져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과 함께 복잡한 사유나 묵직한 주제의식을 요구하는 책들이 주는 독서의 즐거움과는 다른 캐쥬얼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
|
내가 배운 것은 한 접시의 요리를 앞에 놓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는 법이었고, 음식을 만드는 일과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었다. 또한 그것은 타인의 요리, 다른 문화의 음식에 감탄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었고, 좋은 음식과 그것을 우리에게 준 자연에 감사하는 법이었다. (p. 317 에필로그)
<누들로드>를 들어본 적 있는가? C에게 <쿡쿡>의 저자 이욱정에 대해 설명하며 물었더니 대뜸 "에로만화영화 '누들누드'?" 잘 알고있노라며 자신만만했다. 그렇다. 일부의 사람들은 '누들누드'와 혼동할 수 있다. 저자도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조연출을 모집했더니 '누들누드'와 혼동한 지원자가 19금 소재를 공중파에서 방송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들누드>는 KBS에서 제작한 국수를 통해 본 인류 음식 문명사로 실크로드마냥 세계 국수의 역사를 추적하는 유명 다큐멘터리다.
다채로운 음식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먹거리에 있어 진정한 올림픽 레이스가 펼쳐지는 런던에서 그의 말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런던에 모여 있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은 거듭되는 이종교배로 진화해왔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런더너들은 요리에 관해 철저한 코즈모폴리턴, 지독한 잡식성이 되었다. 내가 런던에 매혹된 것도 바로 이 ‘문화적 믹스 앤 매치’였다. (p. 296-297)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론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이지만 더 나아가선 요리를 통한 세계인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요리학교가 위치한 영국 런던의 도시에 대한,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과 스타 셰프들에 대한, 서점 빽빽하게 들어찬 수많은 요리책에 대한, 요리학교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동기들에 대한, 진정한 한식세계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가 르 코르동 블뢰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2년, 그것도 엄청 바쁜 2년이었지만 그 2년동안 그는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에 걸맞은 만큼의 배움을 얻은 것 같다.
일단 남미나 포르투갈, 스페인 같은 라틴문화권 친구들은 떠들썩하고 화끈하다. 요리하는 스타일도 거침없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옆자리에 앉게 되면 좀 시끄럽지만 그들과 어울리면 항상 유쾌하다. 서유럽 국가 출신들은 자기주장과 요구가 분명하고 논리적이다. 시연수업 중 셰프가 교과서의 레시피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요리를 하면 대충 넘어가지 않고 바로 따져 묻는다. 깍쟁이들이 많은 편이다. 아시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손들고 질문하는 법이 없는 반면, 교실 맨 앞자리에 앉는 공부벌레들이 많다. 손놀림이 서양인들에 비해 날렵해서인지 요리 테크닉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섬세하다. 담배인심도 좋고 노트도 잘 빌려주는 등 정이 많은 편이다. (p. 277)
서양친구들은 논쟁에 능하고 자기주장에 거침없다. 한국에서 촬영하다 보면 말 잘하는 셰프 찾기가 갈치살에서 잔가시 골라내는 것만큼 어려운데, 유럽에서는 학생들조차도 자기 요리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고 표현이 유창했다. 나는 좋은 요리사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말하기’라고 생각한다. 셰프의 언어능력은 자신의 요리를 타인에게 설명한다는 뜻을 넘어서, 레스토랑의 격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셰프가 식탁에 멋지게 나타나 “전남 신안에서 막 잡아온 신선한 병어로 만든 이 요리는 이러저러한 화이트와인에 곁들여 드시면 기막힌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 화이트와인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하고 설명하는 순간, 손님은 그 요리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된다. 요리에 담긴 스토리를 들려주는 셰프의 달변은 식탁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p. 301)
<쿡쿡>은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PD답게 시종일관 요리학교와 요리사와 요리에 관해 객관적이고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나 역시 책의 소재에 앞서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이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책 앞날개의 저자소개 '음식을 제대로 알아야 좋은 음식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전 재산을 털어 2년간의 요리유학을 떠난다.'는 철저한 프로의식에 입각한 요리학교 입문이란 용기에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것도 직장 10년차 40대란 나이에. … 몇 개월 전 온갖 짐을 걸머쥐고 히스로 공항에 내리던 날이 새삼스러웠다. 날씨는 추웠고 하늘은 우중충했다. 그러나 나는 우울에 침잠되지도, 비관에 사로잡히지도 않았다. 영국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p. 198)
그리고 르 코르동 블뢰에서의 요리유학을 <셰프의 탄생 - 500일의 레시피>란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유학에서 돌아온 후 고은 시인의 <만인보>('시대'와 '사람'에 대해 30여년에 걸쳐 완성한 시집. 4001편, 주조연급 정도만 포함해도 등장인물 5,600여명이 등장한다.)같은 음식 전문 PD를 꿈꾸며 <요리인류>(2014년 방영) 8부작을 준비중이다.
결국 그가 하고픈 말은 인간은 요리를 통해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는 건 코스요리와 비슷하다. 세상맛을 배우는 애피타이저(전채요리)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 목표를 성취해야 하는 메인요리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는 달콤한 디저트가 있다. 식당에서야 전채-메인-디저트가 순서대로 이어지지만 우리 인생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떤 이의 인생은 달콤한 디저트부터 먼저 즐기다가 메인요리라는 도전의 시간을 영원히 맛보지 못하고 끝나기도 한다. 반면에, 일에 미쳐 버둥거리다가 달콤향긋한 디저트를 아예 맛보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평생 자기 길을 못 찾고 변죽만 울리다가 끝나는 전채요리 인생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코스요리는 어찌 보면 공평하지도 않고 사람마다 순서도 제각각이다. (p. 8-9)
인생은 퀴진인가, 파티세리인가? 내 멋대로 살아도 인생 후반전에 되살아날 가능성이 존재하는 열린 세계일까? 아니면 뿌린 대로 거둘 수밖에 없어 결국 정해진 법칙에 따라 결말이 나는 닫힌 세계일까? (p. 245)
* KBS스페셜 <셰프의 탄생 - 500일의 레시피> 다시보기 http://www.tudou.com/programs/view/ZTMb6ghhe9Y/?resourceId=0_06_02_99?fr=2
좋은 레스토랑이, 그것도 수많은 좋은 레스토랑이 나오려면 50년, 아니 100년은 족히 걸린다. 뛰어난 눈과 귀와 입을 가진 오너 셰프가 몇만 명을 넘어 몇백만 명이 있어야 하고, 그걸 알아보는 안목을 갖춘 고객이 몇백만 명 혹은 몇천만 명은 있어야 비로소 그 나라의 음식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다. (p. 291)
|
|
누들로드 프로듀서가 쓰신 이 책, 애들만 아니였으면 단숨에 읽어 버렸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난 다큐를 좋아하고 먹는프로 좋아하고 여행프로를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좋아 하는 3박자가 딱 들어 맞는 이 책을 만난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눈여겨 보았던 프로였기에 기억하는데, 연세 지긋하신 분이 찍었겠거니 생각 했었는데 이게 왠걸.. 젊디 젊고 재치 넘치시는 분이셨다.. 뿐만 아니라 글재주도 뛰어나신..
작가분의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마치 한 편의 잘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 듯도 하고 기분 좋은 여행 블로거가 수십장의 그림을 첨부 하여 작성한 여행기를 읽은것도 같은 것이 기분이 상쾌 해 진다..
단 한가지 단점을 꼽자면, 너무 겸손하게 쓰신 나머지 누구나 노력만 하면 르꼬동블뢰를 졸업 할 수 있을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신점!!
마치 평생의 식단이 짜여진 것 처럼 무엇을 먹을지 오래 고민 해 본적 없고 다른 선택들도 마찬가지였다는 그 분이 너무 부럽다..
10년 직장생활을 잠시 멈추고 선택하신 그 길을, 내 짧은 직장 생활과 비길 데는 없겠지만, 한 때 정체를 느꼈을 때 훌쩍 무언가 배우러 떠나고 싶다는 생각 해 보았던 나 였고, 많은 직장인 한 번 쯤 품어 볼 수 있을 법한 생각 아닐까.. 차이가 있다면 새파랗게 어렸던 그 때의 나는 '이제 와서 무슨..' 이라는 마음으로 망설였고.. 조금 더 지나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아무 생각 하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
나태하지 않으면서도 나태하고 이유가 있으면서도 정체되어 있는 내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 나중에라도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의 메세지를 읽어 낸 듯한 기분..
직장에 복귀해서 지난 2년간 직장 동료들의 시계는 잘 돌아 가고 있었으나 본인의 시계는 멈춰 있더라는 그 분.. 그러나 2년의 세월과 비길데 없는 경험을 쌓고 오셨으니 그 무엇으로도 상쇄 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였을터..
2014년에 계획중이라는 "500일, 셰프의 탄생" 이라는 프로가 몹시 기대 된다.. 방송 일을 잘 모르는 나로써는, 이미 가지고 있는 영상 방영하는데 지금으로 부터 무려 2년이나 더 기다려야 하나? 하는 조바심이 몹시 들지만 기다려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분명 나올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과 꼭 앞당겨졌으면 하는 이 마음..
좋은 작품 많이 부탁 드립니다!!
|
|
[강추] 요리를 배우려고 맘먹고 있는 청춘들에게, 요리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인생들에게, 재밌는 읽을 거리가 필요한 한가한 사람 누구나에게~
이 책의 저자 이욱정은 몰라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누들로드"는 한번 쯤 본기억이 날거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국수를 전세계적으로 풀어낸 나름 규모와 깊이를 자랑한 다큐멘터리. 괜찮은 상도 탓던걸로 기억한다. 내용은 책의 작은 제목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욱정 PD의 쉐프 도전기이다. 한참 나름 잘나가던 현직 40대 PD가 좋은 다큐를 만들기 위해서 요리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유명하다는 르 코르동 블뢰에 들어가서 참석자중 거의 꼴찌의 실력으로도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을 모두 단번에 수료하기까지 2년 여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사람의 목표는 분명했다. 요리에 대해 더 알고 더 좋은 요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되는것. 과감하게 선택을 했고 어떻게 보면 손해볼 수 있는 외도, 남들의 시선이 뭐라건 본인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PD가 아니라 작가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글을 어찌나 맛깔나게 잘쓰는지 책을 읽다가 혼자 킥킥대기를 여러번 저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눈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소신이 뚜렷한 인생 용감하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같이 사는 아내가 있다면 정말 고생좀 하겠다. ^^;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계최고의 요리학교를 졸업해도 은퇴할때까지 요리를 하는 사람은 20명중 1명정도 라고한다. 요리라는 직업이 만들어진 최종 작품이나 하얀 옷으로 도배한 복장을 폼나지만, 근무여건이나 대우나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도 더 어렵고 열정과 정성 인내가 없으면 함부로 할일이 아니라는 것.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요리사를 원한다면 양보다 질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당근을 같은 크기로 신속하게 자르는건 일정 시간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당근이 들어간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고, 그래서 요리사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한다.
요리 자체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리 자체를 만드는 현란한 기술보다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남을 밟고 올라서는 치열한 경쟁보다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요리가 인정받기를 원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고 싶다.
전세계 사람들이 다 배우러 오는데 유독 이탈리아 사람들이 프랑스 요리를 배우러 오지 않는 이유는 ? 이탈리아 요리가 더 맛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요리가 서양요리의 기본인건 ? 요리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과 요리사에 대한 존중 요리에 대한 주변 환경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 아무리 요리 자체가 좋아도 알리려는 노력이 없다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누들로드를 만들때 기꺼이 도와줬던 중국계 요리사 켄홈이 한권의 책으로 싸구려 배달음식일 뿐이라는 중국음식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더불어 본인도 스타 쉐프의 자리에 올랐듯이, 우리나라 요리사들이 유명한 호텔에서 주방장이되서 인정받는 단계가 아니라. 자신이 한국요리를 소개하는 책을 내고, 한국요리 레스토랑을 현지에 열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이런 일들이 한식의 세계화에 초석이 될 것 같다. 그 넓은 요리코너에 변변한 한국요리책 한권 없다는 말이 부끄럽다. |
|
누들로드의 PD가 요리학교에 간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르 코르동 블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요리학교 생존기라고 해서 단순하게 르 코르동 블뢰의 수업 방식과 그 수업에 등장한 요리들은 무엇인지 사진과 함께 맛깔나게 써있는 그야말로 음식에 대한 책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업에 대한 얘기 뿐만이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난 예비 셰프들과의 이야기, 런던에서 찾은 멋진 음식점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셰프들과 그들의 요리책, 런던 생활기, 한식의 세계화 방향까지 유쾌하게 풀어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방송국을 휴직하고 요리 유학을 떠나게 된, 이 책의 첫 시작부분이었다.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로 상도 타고, 입지도 탄탄해진 PD가 음식 다큐멘터리 연출자가 제대로 된 요리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평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유로 요리 유학을 결심하고, 그것을 실천했다는 점이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경력 10년차에! 전직을 위해서도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떠나 기반도 없는 외국에, 배워본 적도 없는 것을 하러 간다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힘든 결심 끝에 떠난 요리 유학이지만, 그 길이 쉬울 리가 없다. 퀴진의 초급반에서 칼에 베이고, 화상을 입고, 선생님들에게 혼나고 심지어는 제일 요리를 못한다는 그룹 C에서도 뒤에서 두 번째^_T. 거기다 고물가의 런던 생활은 또 어찌나 쉽지 않은지. 그런 상황에서도 이욱정 PD의 신세가 아, 나 불쌍하죠? 로 보이는게 아니라 힘들어, 짜증나, 그래도 신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재밌어ㅓㅓㅓㅓㅓㅓㅓㅓ로 보이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정말 책 전반에서 위트가 넘친다. 미슐랭 쓰리스타 셰프나 자기만의 멋진 음식점을 가진 셰프들, 멋진 요리책을 써낸 셰프들의 얘기도 흥미로웠지만,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의 얘기도 굉장히 재밌었다. 아무래도 이 책에 등장한 셰프들 중에 내가 TV에서 제일 많이 본 셰프들이니만큼 집중해서 읽게 되었는데 실제 셰프들이 저 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볼 수 있었던 게 흥미로웠다. 역시 무슨 분야든 대중과 전문가의 의견은 다를 수가 있구나. + 셰프들이 등장하는 요리 프로그램에 대한 비밀(ㅋㅋㅋ)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특히나 누가 셰프의 앞에서 그 요리가 맛이 없다고 하겠냐는 말에선 빵 터졌다. 그것도 그런게 가끔 유명한 스타 셰프들의 요리프로그램들을 보면 계량이.... 없어? 칼질은 빠르고, 나머지는 뭐... 대충 대충? 학교에서 정확한 움직임과 정확한 양으로 음식을 만드는 예비 셰프들이 도끼눈을 뜨고 그런 방송들을 보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확실히 시청자의 입장에선 호쾌한 칼질! 도마에서 나는 타다다다닥 소리가 신나긴 하지:D 이욱정 PD는 프랑스 요리의 전반을 가르치는 퀴진의 초, 중, 고급과정을 마치고 파티세리(제과제빵)의 초급과정까지 수료한다. 같은 요리 학교의 학생이지만 퀴진과 파티세리의 수강생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장면들부터 어마어마한 설탕의 얘기까지 전부 재밌다. 퀴진 수업을 읽을 땐 버터와 소금양에 헉하고, 파티세리 수업에서는 설탕양에 헉 했지만 그래도 참 글로만 읽어도 맛있을 것 같아서 저녁에 읽을 때는 좀 고생했다. '스튜던트 이벤트'가 확실히 큰 행사인만큼 상대적으로 고급반 졸업시험 이야기가 묻힌 것 같아서 좀 아쉬웠지만 에필로그와 Q&A까지 빠짐없이 재밌었다. ...그나저나 재밌었다라는 말을 엄청 많이 쓴 것 같은데... 뭐 상관없잖아. 이 책 진짜 재밌으니까! |
|
르 코르동 블뢰...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라고는 하지만 이 분야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이름이다. 이 책은 이 학교에 들어간 다큐멘터리 PD인 저자의 이야기다. 지난 봄쯤 우연히 이 책에도 나오는 <셰프의 탄생>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았다. PD라는 직업을 잠시 뒤로하고 요리를 배우러 멀리 런던까지 날아간 주인공과 런던에 있는 프랑스 요리학교의 풍경이 매우 흥미로웠다. 다큐의 내용은 이 책과 비슷한 구성이었는데, 완전 초보인 주인공이 좌충우돌하는 모습, 정신없이 돌아가는 조리실(실습실)의 열기, 인종, 국적, 나이, 전직이 다양한 학생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어 더욱 반가웠다.
책을 통해 주인공의 요리에 대한 열정, 또는 좋은 음식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젊지 않은 나이에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전세금을 빼서 유학길에 오르는 첫 모습부터 뭔가 두근두근거리는 설렘이 있다. 테스트와 시험과 셰프의 평가가 이어지는 학교 생활, 시간을 다투는 요리 실습 과정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고, 인도네시아, 인도, 헝가리, 포루투갈 등지에서 온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경쟁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특히 초급반 기말시험의 뿔닭 요리 과정, 허무하게 끝나버린 라이벌(?) 디토와의 관계 등 글쓴이의 재치 있는 글솜씨가 그 상황들을 더욱 재미있게 묘사해 내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은 이런 부분이었다. 즉, 요리학교 실기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 아니라 모방 능력이다. 요리의 전 과정은 모방한 것을 반복해서 습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남의 요리를 베끼는 것은 표절이 아니라 재현이다. 르 코르동 블뢰 셰프들의 말대로 "요리란 모방과 반복 학습을 통한 근육과 혀의 기억이다." 이제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라서 신선하게 다가왔고, 요리에 대해서 뭔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또 나처럼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분명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관심 없던 사람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이 책을 보면 '프랑스 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뭐라도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르 코르동 블뢰'에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
|
잘나가는 방송 프로듀서. 남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내려와 다른 곳에 발을 들여 놓는 기분은 분명 다를 것이다. 두려움보다 또다른 시작에 대한 더 큰 기대감. 하지만 기대감을 보며 스스로 내려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음식 다큐멘터리를 찍는 피디로서 음식을 못하는 게 말이 되? 이 화두에 꽂혔다. 무언가에 꽂혀서 계획하고 실천한다. 멋있다.
인생은 코스요리요. 세상맛을 배우는 애피타이저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 목표를 성취해야 하는 메인 요리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는 달콤한 디저트가 있다.
그의 인생에서 새로운 미션이 펼쳐진다. 그에겐 진정한 셰프 엄마가 있었다. 그것은 그를 요리 세계로 이끌어 주었나보다.
요리는 자유이용권같다. 불법체류 노동자들과의 경계선을 허물게 해주었고 요리사가 되는 것은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티켓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에 입학한다. 학교야 할 만큼 작고 허름해보이는 그곳에서는 국방부시계만큼이나 혹독하고 느린 세계다. 각국에서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각자 요리에 대한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인 그들의 일상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다.
2년의 시간을 쫒아가면서 요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일류 요리사의 조건은 기교가 아닌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요리에서는 모방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그런가? 그런 것 같다. 그렇다. 다양한 일류 요리사가 언급된다. 다양한 나라의 요리가 언급된다. 그것만으로 식도락 여행을 한 것 같다.
제이미가 성공한 것은 요리에서 아늑함과 편안함, 즐거움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해석도 얻었다. 퓨전요리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방대한 식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요리 하는 것이란다. 뭐든 섞어 놓으면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의 이력과 능력은 요리학교에서 그만의 특별한 빛을 발한다. 도둑질 빼고 뭐든 배워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요리란 참 묘한 가 보다. 설탕의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더 많은 것을 알지만 죽어도 좋을 만큼 설탕가득한 음식에 푸욱 빠지고 매료되게 하는 것이 바로 요리의 세계인가보다.
늘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밥준비라고 떳떳하게 했다. 미안하고 창피하다.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요리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심어주고 있었다. 이제 나도 요리에 대한 달콤하고 푸근한 기억을 심어주어야 겠다.
|
|
음식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요리 과정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런던으로 요리 유학을 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다. 한창 전성기를 누리는 그 시점에, 자신의 돈과 시간을 쏟아 붓는 유학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실행하는데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서문에 '내 밥상은, 내 인생은 나만의 레시피에 따라 요리하고 싶었다.'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 앞으로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요리학원에 입학하면서 사전에 <셰프의 탄생>이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구상했고 기어이 그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연출자로서의 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요리를 배우겠다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생각이 아니었겠는가? 정말 욕심 많은 이욱정 PD가 아닐 수 없다.
읽으면서 저자는 분명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교생활을 이렇게 재미있게 그려낼 수가 있을까? 얼간이 클럽 멤버부터 버터, 소스, 설탕 등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생활은 생활대로 열심히 하면서, 런던 구석구석 식당들을 둘러보다 들어가서 인터뷰도 하고, 음식 문화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도 하면서 요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오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영국의 스타 셰프인 제이미 올리버와 고든 램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예전에 헬스 키친을 열심히 봐온 시청자로서 고든 램지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보았다. 고든 램지가 요즘 여러 사정 때문에 열세라니 안타까웠다. 그리고 스타 셰프들이 모두 요리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뜻밖이었다. 스타 셰프라면 현란한 칼 놀림과 뛰어난 후라이팬 신공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실제로는 요리사보다 엔터테이너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말솜씨가 훌륭하다거나 요리책을 잘 만든다거나 하는 것도 스타 셰프의 자질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일인 것 같다. 아직 이런 부분들은 우리나라에는 정착되지 않은 측면이 있으니깐.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인의 이목을 끌만한 멋진 요리책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뒷부분에 한식의 세계화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우리나라의 물냉면이 그렇게 특별한 음식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차가운 육수에 먹는 면 요리가 그리도 특이한 음식일 줄이야. 아직 한식이 많이 열세이기는 하지만 여러 다양한 시도와 착오 과정을 겪으면서 언젠가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음식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식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문화를 인정하는 포용력을 갖춘다면 언젠가 세계인에게 친숙한 요리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