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이 우리 몸에도 좋다는 말이 있다. 흔히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표현하지만 일본에서 만든 말이기 때문에 그닥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뜻이 좋으니 '우리 말'로 풀어 쓰면 더 좋을 듯 싶다. '야생 동물의 생태'를 볼 수 있는 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외국의 책'을 잘 뒤친다고 해도 우리 땅에 서식하지 않는 동물들이 실려 있을 테니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쓴 '야생 동물 생태책'이 절실한 셈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책이다.
한편, 나는 논술쌤이기 때문에 이런 책을 찾고 또 찾는다. 특히 초등생에게는 '우리의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줄 필요성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제철 과일'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비닐하우스 재배'가 보편화되면서 한 겨울이 오히려 '딸기철'이 되었고, 포도나 수박 같은 과일도 언제나 가까운 마트에서 사다 먹을 수 있는 시절이다. 또 일찍부터 '영어'를 배우고 일상생활에서도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쓰다보니 '순우리말'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한글'로 표기된 것은 무조건 '우리 것'이라고 착각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다시 말해, 'Ga-su'로 써있으면 영어, '歌手'로 써있으면 한자어, '가수'로 써있으면 '순우리말'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것'에 대해 적절하게 선보여줄 수 있는 책을 찾아 아이들에게 읽혀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있는 열두 종의 '야생 동물'을 선보여주고 있다. 크게 '새'와 '젖먹이동물'로 나누어 각각 6마리씩 모두 12마리를 선보여주고 있는데, 순서대로 '황조롱이', '참새', '까치', '직박구리', '멧비둘기', '흰뺨검둥오리', '쥐', '족제비', '너구리', '고라니', '산양', '수달'이다. 현재 경기도 구리에 살고 있는 나도 '너구리'와 '산양', '수달'만 빼고 모두 우리 동네에서 보며 지내고 있다. 이 책에는 안 나왔지만 얼마전에는 황금빛 털을 가진 '담비'도 실제 목격을 했더랬다. 다큐에서나 보았던 담비를 실물로 영접한 순간은 정말 짜릿했다.
암튼, 열두 동물에 대한 자세한 생태와 관련 이야기를 읽으면서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참 많았다. 그중에는 '동물과 함께 생각해'라는 야생동물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줄 토막지식이 각각의 꼭지마다 달려 있어서 참 유용했다. 그 꼭지의 내용이 참신해서 '논술수업'의 주제로 삼고 싶을 정도로 참 좋았는데, 여기에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으니 간단히 제목만 나열해보려 한다. <유리창이 새를 죽인다고?>, <'새대가리'라는 누명>, <사람의 기준으로 동물을 판단하는 게 옳을까?>, <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주어도 괜찮을까?>, <비둘기는 유해 동물일까?>, <새끼 새를 발견했다면?>, <청설모가 정말 다람쥐를 잡아먹을까?>, <반려동물의 사냥, 인간의 잘못일까? 동물의 잘못일까?>, <놀이와 패션을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어도 괜찮을까?>, <새끼 동물을 발견했다면?>, <도로에서 다친 동물을 만난다면?> 와 같은 내용들이다. 제목만 보아도 참 유익해보이지 않은가?
그 가운데 <반려동물의 사냥, 인간의 잘못일까? 동물의 잘못일까?>에 대해서 풀어보겠다. 고양이를 길러보신 분들은 종종 마주하는 일이 바로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하는 '선물'을 받는 일이다. 고양이가 작은 새나 쥐를 잡아다 주인방에 갖다 놓는 일인데, 이것 자체만으로도 잘 했다고 칭찬하는 주인이 있는 반면에 기겁을 하며 질색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그만큼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라 할지라도 '사냥본능'이 충실하며 그것도 상당한 양을 사냥하는 '포식자'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도시나 마을에서 하는 사냥은 그닥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섬에 살면서 고양이를 기르다가는 그 섬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들이 순식간에 '멸종위기'에 빠질 수 있단다. 섬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하늘에서 공격하는 포식자에 대한 대비는 잘 되어 있지만 땅에서 공격하는 포식자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시피 하단다. 그래서 사람이 데리고 온 고양이 몇 마리가 섬에 사는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멸종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단다. 가까운 일례로 일본에 있는 '고양이섬'에 사는 야생동물은 이미 모두 멸종했다는 보고가 올라와 있단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을 '섬'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 풀어놓을 때는 이러한 일들을 고려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꺼리가 풍부한 꼭지들이라서 이 책에 대한 점수를 더 많이 주고 싶을 지경이다. 앞으로도 훌륭한 '우리 책'을 찾아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