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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 새 이름을 받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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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이들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토피가 있다는 것을 핑계로 대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은 강아지를 좋아한다. 딸아이는 용돈을 아껴 사료를 사서 길에서 살아가는 강아지에게 먹이기도 했다. 이름을 지어 주기도 하고 오랜 동안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아들 녀석은 다른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만나면 금방 친해져 한참 동안 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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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이들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토피가 있다는 것을 핑계로 대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은 강아지를 좋아한다. 딸아이는 용돈을 아껴 사료를 사서 길에서 살아가는 강아지에게 먹이기도 했다. 이름을 지어 주기도 하고 오랜 동안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아들 녀석은 다른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만나면 금방 친해져 한참 동안 뛰어놀았다. 펄쩍펄쩍 뛰어노는 강아지와 아들 녀석 사이에는 종을 뛰어넘어 나누는 활달함이 있었다. 두 아이 모두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 살지 못한 까닭에 더 애정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딸아이는 처녀가 되었고 아들은 소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강아지를 좋아한다. 길에서 만나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손을 준다. 급한 일이 없으면 한참 놀아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강아지를 버리지 않을 테다. 자기가 키우던 강아지가 늙고 병들더라도 같이 아파할망정 버릴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다. 그런데 강아지가 버려지기도 한다. 즐거움과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슬픔과 괴로움도 함께하는 것이 함께 살아온 강아지에 대한 도리일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겠지만 어쨌거나 강아지가 버려진다. 화이트도 버려진 강아지다. 캠핑장이 있는 바닷가 마을에 버려졌다. 캠핑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찾으러 온다는 성준이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기다리고 있다. 고장 난 트럭 밑에 숨어들어 주인이 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에게 찾아온 사람은 성준이가 아니라 아이들이다. 통통한 아이, 곱슬머리, 마스크 쓴 아이, 그리고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할아버지가 전부다.

 

화이트는 너무 배가 고프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괴물이라며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너구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스크 쓴 아이, 솔이는 노려볼 뿐 말이 없다. 할아버지가 “일루 와, 밥 먹자!” 손을 내민다. 솔이는 “오늘부터 얘 이름은 일루와야! 알았지?” 친구들한테 말한다. 화이트는 자기 이름 대신 새롭게 붙여진 이름 일루와가 마땅치 않다. 시간이 흘러도 성준이는 오지 않고 아이들은 자꾸 자기를 찾아온다.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을 피해 쓰레기통에 뛰어들기도 한다. 쓰레기와 하나가 되어버린 강아지. 일루와는 성준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편의점 앞에서 아이들이 먹다 흘린 아이스크림을 핥다가 아이들에게 쫓기기도 한다. 솔이는 발등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는 일루와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리기도 한다.

 

솔이는 기침이 나와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지 못했어.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살그머니 핥았더니 솔이가 히히 웃으며 간지럽대.

“너 아이스크림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럼 이제부터 네 이름은 아이스크림!

일루와는 성이고 이름은 아이스크림이야!

알았지? 일루와 아이스크림!”

그래, 알았어, 알았어. 네 맘대로 불러.

 

강아지는 화이트였다가 일루와가 되었다가 일루와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화이트로 지낸 시절 성준이랑 함께했다. 성준이가 함께한 세월이 좋았기에 버려졌을 때도 버려졌다고 여기지 않고 성준이를 기다렸다. 그때 솔이가 나타나 일루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아직 성준이를 포기하지 않던 때라 일루와라는 이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성준이를 기다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안 뒤로도 솔이는 계속 찾아오고 마침내 성은 일루와이고 이름은 아이스크림이라고 완결된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솔이의 사랑이 완전해졌다는 의미이다. 그러기에 강아지는 새로운 성과 이름을 받아들인다. 이들이 굳게 맺어지는 장면은 솔이와 일루와 아이스크림의 몸이 손가락을 매개로 연결된다. 축복처럼 노란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가 배경으로 빛난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9.08.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