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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되면서 끝나는 다른 이야기와 달리 사랑이 끝나면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미 이 책은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사랑 이후의 면을 보여준다. <다녀왔습니다> 책 제목만 보고 학교 다녀온 줄 알 정도로 책 유명세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읽었다. 검은색 표지와 붉은 손.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는 이야기인가? 알고 보니 인스타그램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화제작 단행본이었다. 웹툰은 좋아하지만 인스타그램 앱을 폰에 깔아두지 않으니 (부끄럽게도) 챙겨보는 인스타툰도 없고 소식도 몰랐네. 책 내용을 전혀 모르고 읽었지만, 첫 4장만 읽더라도 핵심 줄거리를 쉽사리 파악하게 된다. '아, 이게 학교 다녀온 게 아니구나.' 우아하게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여주인공(홍녀)에게 혼자 오셨냐며 말을 거는 남자. 대답 대신 손가락에 빛나는 결혼반지를 보여준다. 집에 돌아와 구두를 벗으며 이홍녀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혼자 산 지 딱 1년, 헤어지고 나서 떠안게 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혼녀를 발음 그대로 적은 여주인공, 이홍녀. "한 가정의 식사를 책임질 예정이었던 대용량 냉장고, 아이를 고려한 6인용 소파, 남편의 취향을 반영한 게임용 대형 TV 여전히 이혼이 남긴 것들 안에서 살고 있다." - 이미 끝난 관계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결혼 생활의 기록을 다시 봐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 자신의 결혼식 때 받았던 축의금 액수를 확인하며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이제는 빚처럼 되어버린 축하의 흔적들." - 매일 출근하는 회사에서는 한 번 갔다 왔다는 이유로 주변 동료들로부터 쉽게 눈에 띄고, 수위 높은 농담의 타깃이 된다. "갔다 온 사람이 뭐, 이런 농담도 못 받아치냐! 재미없게시리." - 결혼 준비하는 여동생 상견례 자리에서 대놓고 이혼 사실을 감추려는 가족들의 모습,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 자리에 참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첫째가 이혼하자 둘째 현금예단도 아까워서 못하겠다는 비난까지 온전히 홍녀의 몫이 된다. "이혼을 하고 나면 내 탓이 되는 일이 많아진다." - 친한 지인은 좋은 사람 소개해준다며 애가 둘 있는 돌싱을 소개하며 "돌싱끼리 만나야 편하고 잘 맞지. 안그래?" 라고 아무렇지 않게 묻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순수하게 서로 호감이 생겨서 만나지만 결국 풀리지 않는 질문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언제 이혼 사실을 말해야 할까..." 13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어져 있지만, 시작과 끝엔 180도 변하는 홍녀의 태도를 볼 수 있다. 바로 옆에서 담배 피우던 팀장이 자리를 옮겨 담배연기가 홍녀 얼굴 쪽으로 가게 하면서 "아~ 나 담배 냄새 배면 와이프가 싫어해서~ 이홍녀씨는 싫어할 남편 없으니까 좀 참아"라고 말해도 아무 말도 못 한 채 삭히던 홍녀는 "나 담배 한 대만 꿔주라. 나 이번 달 담뱃값 다 써서 더 쓰면 마누라가 잔소리한단 말이야"라는 팀장에게 "괜찮으시면 제 거 한 갑 사서 한 대만 피우시고 주세요. 저는 담뱃값에 얼마를 써도 싫어할 남편이 없어서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이혼녀라는 낙인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겠지만 하고 싶은 건 조금 더 해보고, 하기 싫은 건 싫다고 말하며 혼자여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된다.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되고 화가 나는 상황들. 누구나 행복한 결혼생활, 영원한 사랑을 꿈꾸기에 감히 상상해보지 못한 이혼 이후들의 일상. 이혼 후, 평범했던 일상은 주변 사람으로 인해 더는 평범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슬프거나 좌절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의 고정관념 같은 틀에 박힌 정사이즈 크기의 책, 사회에서 씌운 붉은 낙인을 뜻하는 붉은색 실을 노출제본으로 사용. 덤덤하면서 핵심을 날리는 펀치라인으로 하나라도 버릴 수 없는 에피소드로 폭풍공감을 끌어낸다. '이런 상황일 수도 있겠구나', '이럴 땐 정말 난감하겠구나'. 회사에서, 친구들 만남에서, 회식 자리에서, 미팅에서, 홍녀의 처지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특정한 상황들로 잘 설정했고, 곳곳에 고독함을 연출한 기법과 공허한 눈빛/표정 그림체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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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22살에 결혼하고 25살에 이혼녀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고, 겨우 3년 살고 이혼할 거 그렇게 요란하게 결혼했느냐고 사람들 입에 올랐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독립할 수 없던 친구는 이혼 후 친정에 와서 지냈다. 밖에 거의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지냈고, 혹시라도 나가야 할 일이 있으면 어두워진 후에 나갔다. 어느 날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근처 마트에 가는데 차를 가지고 가자고 하더라. 왜? 걸어서 5분이면 가는 거리를? 그때 친구의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혹시 자기가 지나가면 저기 누구네 첫째 딸 지나간다고, 이혼하고 와서 친정에서 지낸다고 수군거릴까봐 아예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무슨 피해의식인지,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왜 그런가 싶었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는지 다른 사람들 말에 신경 쓰고 살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세월이 흐른 후에 알았다. 사람들은 자기와 상관없는 남의 일에 참 관심이 많고, 남의 사정 다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한다. 특히 여자의 이혼에 주홍글씨를 새긴다. 여자라서 받는 차별에 이혼이라는 차별을 더한다.
이혼이 무슨 범죄인가? 그 사람의 이혼이 자기에게 무슨 피해를 줬나? 평소에 이혼제도를 환영하던 나는 이혼이라는 화두에 차별을 두는 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인스타그램에서 인기였던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나왔다기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공감했는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혼녀들의 고통과 상처가 몇 컷의 만화로 다 전달될 수 없겠지만, 이 몇 컷의 만화가 보여주는 효과는 컸다. 주인공 '이홍녀'가 들려주는 이혼 후의 일들이 생생하게 들려와서 마치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우리 가족에게도 있는 '이혼'이라는 이력을 보편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가까이서 듣는 기분이다.
스마트폰 앱 디자이너 이홍녀는 1년 전 이혼했다. 다시 일을 찾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일에 서투르거나 부족함 없이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혼 후 그녀의 일상은 이혼 전과 달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받는 차별에 이혼으로 받는 차별까지 더해졌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둘이 되었는데,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혼자인 삶을 택했다는 게 차별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이혼 후 집안은 썰렁하다. 결혼 이후의 일상을 생각하면서 산 혼수들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렇게 차지한 자리만큼의 냉기를 뿜는다. 식구가 늘어날 것으로 여겨 마련한 커다란 아파트, 대용량 냉장고, 6인용 소파. 대식구를 기준으로 마련한 집안의 온갖 것들에 이홍녀는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다. 가족들의 대소사에서도 이혼을 숨겨야 하거나 사람들 앞에 함께 나타나지 않게 한다. 여동생의 상견례에 아직 싱글인 언니로 소개되거나, 여동생의 결혼식에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언니가 되어야 했거나. 가족들에게 큰딸의 이혼은 감춰야 할 비밀이 된 거다. 어디 그것뿐인가. 회사의 동료들은 그녀에게 저급한 농담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갔다 온 사람'에게 이 정도의 농담(?)도 못 하냐는 식으로 받아친다. 친구는 또 어떻고. 마치 그녀를 위한다는 식으로 돌싱은 돌싱끼리 만나야 편하다면서 원하지도 않는 소개팅 자리를 주선한다.
왜 이혼한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방식을 강요하려 하는지 궁금하다. 결혼이나 이혼은 한 사람의 개인적인 선택이며 행복의 기준이고 방식이 된다. 아이가 한 명이거나 여러 명이거나 하는 것처럼, 그 개인과 가정의 다른 사정일 뿐이다. 그런데 왜 개인의 삶이 깊이 들어오려고 하면서 남의 인생을 설계해주려고 하느냔 말이다.
이홍녀는 퇴근 후 혼자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자주 가던 술집의 직원은 그녀에게 주문하지 않은 메뉴를 건네면서 거리를 좁힌다. 연하남이다. 군더더기 같은 많은 말 없이 조용히 그녀에게 건네는 위로 같았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고 호감을 키워가면서 그녀는 고민에 빠진다. 자기의 이혼 사실을 언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상대에게 솔직하고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정확한 자기 입장을 말해야 했겠지. 왜 이렇게 아프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호구 조사를 하고 경제력을 묻기도 하면서 불편했던 기억, 없는가? 나는 이런 거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드러내야 하고, 설명하기 애매한데 상대를 이해시켜야 하는 일들. 왜 한 사람으로 봐주지 않고 내 뒤에 있는 것들을 먼저 밝혀야 하는 게 되어버렸는지... 솔직히 아주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좀 더 진지한 미래를 바라보고 싶을 때, 우리는 그 사람 하나만을 보는 건 아니니까. 혹시 내가 만들고 싶은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을지 찾아보고 계산해보고 싶은 걸 안다. 하지만 한 개인의 아픔일 수도 있고, 행복을 설계하는 미래일 수도 있는 이혼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조건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답답해지기도 한다.
28살에 다시 결혼을 생각하던 친구는 지금의 남편에게 말했다고 한다. 자기는 한번 이혼한 적이 있으며, 이 사실을 숨기고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고. 당시 친구의 남편은 초혼이었으니까 당연히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생각해볼 시간을 주었단다. 당신이 이런 나와 결혼해도 좋을 것 같으면 그때 다시 결혼을 이야기하자고. 기꺼이 친구를 선택한 그는, 한 사람을 보는데 그 사람이 이혼했다고 해서 그동안 봐왔던 그 사람의 인격이 변하지는 않았다고, 그러니 이 여자와 결혼하는데 이혼했다는 사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여럿이 모여 있을 때 이 이야기를 듣는데, 그 친구 남편이 참 선하게 보이기까지 하더라. 사람이 살아가는데 명예나 돈이나 다른 것들이 최우선의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데 무엇보다 인간적인 모습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 배운 것 같았다.
우리는 여러 가지로 차별을 경험하며 산다. 싫다고 말하지 못해서 참고 견디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왜 참는지 생각해보면, 참고 있던 그 순간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막상 참아 보니 그 순간보다 더 나은 내일은 없었다. 이홍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이니까, 이혼했으니까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더는 없어야 했다. 이제는 혼자 걸어야 하는 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싫은 건 싫다고 말하면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걷고 싶으니까. 이홍녀도 우리도, 그동안 끌려가던 삶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인생으로 쓰기 위해 고민한다.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말이다. 혼자여도 충분히 괜찮고, 누구나 자기 삶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응원을 보내는 이야기에 괜히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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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작가님 인스타 @2redgirl 이홍녀가 이혼녀에서 따온 이름이었다니.책을 덮고 나서 알았다. 이혼이 요즘 세상에 흠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확실히 이혼녀에겐 아직 흠이 되는 세상이다. 이혼남은 한번 갔다와서 검증된 남자라 더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혼녀는 무슨 하자가 있길래? 왜? 아이는? 아이를 위해 참고 살 수는 없었나? 등등 여성을 탓하는 시선들이 많다. 이혼했다는 이유로 쉽고 가볍게 보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혼녀에게 성희롱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개저씨들에게 '내가 이혼했으니까'라는 이유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고 살아가는 홍녀.. 그러다 새로운 팀장이 들어왔다. 아이도 있는데 이혼했다고 구설수에 올랐지만 당당한 그녀 모습에 이홍녀도 달라진다. 할말은 하고 살자! 누굴 죽인 것도 아니고 누굴 강간한 것도 아닌데 왜 기죽어있어야하나?! 동생 이차녀가 결혼할 때 흠이 될까 봐 결혼 안 했다고 숨기는 친정엄마보니깐 아직 멀었다 싶다. 이혼이 흠이 되는 세상.. 전남편은 벌써 결혼해서 만삭사진을 찍었는데 말이다. 그만 만나자고 말하니 '누가 보면 내가 이혼한 줄 알겠네'라고 말하는 쓰레기 남자.아 이거 만화인데도 감정이입 제대로라 분노조절장치 고장이 나는 것 같다... 현실 제대로다. 마음 안 맞으면 이혼해야지, 참고 살 필요 없다. 여자든 남자든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서로가 변화할 의지가 없다면 한 쪽이 희생해서 지속되는 관계는 재앙이다. 자신을 갉아먹으며 소진하면서 지켜야 하는 관계라면 깨는 것이 맞다. 시즌2도 기대된다. 제발 사이다 홍녀가 되길. 무례한 사람들에게 화끈하게 일침을 쏴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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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혼율이 높고 결혼한 사람의 반이나 헤어지고 노령 이혼율이 높아져도 이혼녀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눈은 이전의 70780세대와 다름이 없다. 지인 중 이혼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이혼했다는 걸 아는 순간 주위의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 아무 쓸데도 없는 문자나 톡이 온다는 것. 남자 직원이. 이직하면서 이혼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전 직장의 남직원은 여전히 톡을 보내온다고 한다. 하!
이혼이라는 게 쉬운 것이 아닌 건 다 알 듯. 그 힘든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왜 주위 눈치가 보이고 움츠러들어야 하는지. 바로 주위 시선이 아닐까? 위해준답시고 남편과 잘 살고 있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라는 가면을 쓴 오지라퍼부터 성추행에 가까운 말도 서슴지 않는 직장 상사까지. 참 남 걱정 많은 사람들 많다. 한국 사회에는. 신경 꺼주고 엎어지든 넘어지든 알아서 일어나게 두면 될 텐데 말이다. 누구든 힘든 결정을 하고 끝낸 그녀들에게 기운을 보내고 싶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잘 해내고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