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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지만 다양한 결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을 두루 맛볼 수 있는 단편 모음집이다. 소리높여 외치는 구호는 없지만 귀에 쏙쏙 박히고 마음에 오래 머무는 대목들이 빼곡하다. 읽는 속도를 올릴 수 없다. 음미할 대목 몇 가지를 남겨본다. 먼저 "체스의 모든 것'에 국화가 사귀는 남자의 꼴이 이렇다.
알고 보면 선배가 굉장히 유아적이라고 했다. 자기 말만 떠드는 것, 타인을 박하게 평가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 애정을 갈구하는 것, 오토바이를 샀다가 중고로 팔고 또다른 오토바이를 타는 것, 소비에 열을 올리는 것, 거기에는 돈부터 사람까지 다 해당하는 것. 그리고 국화가 가장 못 견뎌한 건 함께 무언가를 먹고 더치페이할 때 잔돈을 돌려주지 않는 선배의 습관이었다. (21쪽) 그 모든 것을 참아내는 것이란 안 그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절박함에서야 가능한데 그렇다면 그 감정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2쪽)
악조건의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 절박함의 끝에서 기어이 사랑을 이어가는 국화같은 이의 간곡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에는 따뜻한 얘기와 결연한 의지가 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은수가 연신내에 산다는 것, 연신내의 그 집은 겨울이면 비탈길이 꽝꽝 얼어서 차는 물론이고 사람도 올라가기 힘든 곳에 있는데 해마다 누군가가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 밧줄을 백 미터도 넘게 묶어놓아서 그것을 잡고 사람들이 오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은수는 그 광경이 좋아서 어쩐지 겨울을 기다리게 되지만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으므로 지금은 매어놓지 않았다는 것도. (중략) 붙들 것이 있다는 게 누나는 재미있지 않아요? (48쪽) 그렇게 해서 나는 밧줄도 잡을 것도 없는 비탈길을 엉거주춤 균형을 잡아가며 내려왔다. 눈발은 전보다 더 세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젖은 눈이라 앞사람이 밟고 지나간 뒤에는 그 발자국만큼 눈이 녹아 있었다. 그렇게 눈을 녹이는 것이었다. 붙들 것이 없다면 그냥 자기가 걸어서. 이만하면 그래도 나쁘지 않고 무사한 안녕이 아닌가. 골목을 다 내려온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찢었고 꽃가루처럼 공중으로 뿌렸다. (59쪽)
은수에게 본심이 읽힌 두 사람, 모자 쓴 사장과 주인공. 사장은 종적을 감춰버리고 주인공은 종이를 찢는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하는 은수, 은수가 읽으라고 골라준 대목을 읽다가 속내가 들켜버린 사장은 어땠을까? 그것으로 사랑의 방향은 바뀌어버렸다. 아니 끝났다는 게 맞겠다. 전지적 시점으로 모든 걸 꿰뚫고 있는 은수 앞에 모든 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새 보러 간다"와 "모리와 무라"엔 주옥 같은 잠언이 점점이 박혀 있다. 앞 문장은 "새 보러 간다"에 들어있다.
수집은 목록의 작성이고 애호는 취향의 드러냄인데 그런 걸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기란 어려웠다. 무엇보다 길어지지 않았다. 취향은 물질이 되기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책은 물질이고 원고지 매수로 카운트되고 가격으로 치환된다. (176쪽)
남자는 오천원을 가져가고 천원을 거슬러주지 않았지만 뭔가를 일깨워놓기는 했다. 어떤 관계의 최종에서도 우리가 남겨야 하는 일말의 자비 같은 것을. (200쪽)
"모리와 무라"의 뒤끝을 음매해본다. 나쁜 결말에도 한 가닥 선한 의지를 심어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 강렬할 패배감이 연애의 실패에서 오는지, 경제적 몰락에서 오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중략) 운주는 머리에 닿을락 말락 내려와 있는 벚꽃 가지를 살짝 걷어올리며 돌아섰다. 곧 리스 업체에 회수될 승용차와, 회수하러 올 사람도 없는 나를 남겨두고. (201쪽)
"누구 친구의 류"에서는 계급문제를 제기한다. 돈이 사람의 내면을 지배하고 행동의 우아함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런 권리를 요구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경과 윤은 이 도시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태에 알맞은 옳고 당연한 매뉴얼들을 자연스럽게 갖추고 있었다. 윤은 내가 마음이 약해 그렇다고 했지만 나는 내심으로 계급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돈을 가진다는 건 세련되어진다는 것이고 세상의 많은 일들에 대한 분명한 지침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라는 생각. (231쪽)
이런 얘기들을 읽으니 생각의 결이 정리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혼란스레 꼬이는 것 같기도 하다. 맞는 얘기지만 너무 아프게도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금희는 이런 얘기들을 가득 모아 두었다. 구색만 다양하게 갖춘 게 아니라 하나하나 메인 요리 같은 정찬의 세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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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 서점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이 김금희 작가님의 오직 한사람의 차지라는 책을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첫인상은 표지가 너무 예뻐서 눈에 띄었던 것도 없지않아 있지만 ㅎㅎㅎ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고민없이 구매했습니다.... 읽고 복잡한 마음 정리되었으면 좋겠네요.... 김금희 작가님 좋은 글 많이 많이 오래 오래 써주세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 잘읽겠습니다 :) !!! |
| 김금희 작가 이름만으로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얼른 찾아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네이*에서 출간 전 연재 이벤트로,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 단편은 미리 읽었습니다.아르바이트생을 짝사랑하는 여자 사장 이야기인데 섬세하고 따뜻한 눈길로 사람의 감정을 짚어내는 방식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많은 설명을 해주지않아도 그랬을 것 같은 공감도 잘 되었구요.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현재 일코 있는 중인데 역시나 참 좋습니다.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지만 내 주변에서 쉽게 볼 수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과 마음들을 가만가만히 그러면서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합니다.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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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딸아이의 독서 논술 교재로 구입하게 되었어요. 단편으로 이루어진 구성된 책이에요 책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오직 한 사람의 차지도 재밌게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책을 좋아하는데 "오직 한 사람의 차지"도 읽어 나가면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참 좋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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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있는 단편 중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가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책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다.
"뭐야 저 차들을 좀 봐, 저렇게 다들 안개등을 켜고 가니까 꼭 별빛 같잖아.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집까지 두 시간은 걸릴 것 같은데 이 곡예운전이 대체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는데 기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동면을 지속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은 다 잊은 봄날의 곰처럼, 아니면 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버린 세상의 흔한 아이들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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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줄 평 <새 보러 간다> 칙칙한 회색 빛 도시의 일상을 당신이라면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기상 출근 회사 집 ‘ ‘기상 출근 회사 미팅 약속 집’ ‘기상 출근 회사 미팅 귀사 야근 집’ 올해도 어느새 반년이 흘렀다. 어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머릿속을 헤집어보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바빴고, 분주했다는 사실은 어느 광고의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냬 이야기이다. 이런 빤한 일상을 시큰둥한 어투로 그러나 마음속은 정말 따뜻한 김수정을 통해 달리 말한다. 177 “이렇게 비싼 도시에 주차장을 가지고 있다는 건 무얼 말하는가. 뭘 짓거나 한 게 아니라 그냥 땅을 빌려줌으로써 그 ‘빌림’의 대가를 받는 일은……” 김수정, 실은 작가의 이야기를 하며, 작금의 현실을 말하는 모습이 꽤나 천진하다. 179 “돈을 벌려고 하면 붕어빵 장사를 하지 뭣하러 돈도 안되는 책을 만들어, 나는 책이 안 팔려도 절대 고물상에 폐지로 넘기지 않는다, 차라리 작두로 잘라서 불사르고 말지,….” 우리는(적어도 나는) 늘 반듯한 사장을 꿈꾸지만 책임을 지려하지는 않는다. 저런 대표가 있는 회사로 내가 옮기는 게 빠른가, 아니면 내가 대표가 되는 게 빠른가 손가락을 셈을 해보지만, 언제나처럼 돌고 도는 안주꺼리일뿐이다. 183 “하지만 윤은 멀어졌다가도 다시 다가와 착 하고 요요처럼 감겼다. 착, 자기, 콜록, 그래서 내가 오르세미술관에서, 착, 고흐를, 착, 그런 건 나만 알고 콜록콜록콜록, (중략) 그렇게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멋대가리 없는 콜록콜록콜록 흉물 같은 걸. 김수정은 인상을 썼다.” 짤막한 문장으로 빠르게 묘사하는 이 장면, 거의 한 페이지의 분량의 서점을 나온 뒤의 모습, 빠르게 전개되는 둘 사이의 묘한 기류를 탐지하게 된다. 185 “글은 모르겠고,” (중략) 글은 모르겠다니? 그러면 대체 뭣에 감동받았다는 말인가. 충실한 아카이빙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정작,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나야말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아카이빙’일세. 떠올리는 것만으로 전율이 흐른다. 190 “눈을 감자 이 거대한 도시에는 김수정과 윤밖에 없는 것 같았다” 178 페이지의 문장과 대구를 이루는 위 문장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백미이다. “윤은 언제 어디로 떨어져나갔는지 없고, 어둠이 내리면서 도시의 거리는 아주 개성이 없어졌다. 납작해졌다.” 늘 ‘납작하거나’, ‘검거나’, ‘회색이거나’, ‘대중의 힘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시기가 지났거나’ 하던 것들이 윤을 만난 이후로 빛난다. ‘거리의 검은 코트들 속에서 윤의 무지갯빛 점퍼는 눈에 띄었다.’ OO 하나 없는 그림, <운디드 버드>를 떠올리며 ‘새 보러 간다’던 ‘윤’이 있다면 ‘이윽고 다시 걷는 김수정’ 같은 삶이 내게도 오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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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봅니다. sns에서 많이 보이던 책 표지라 호기심에 읽게 되었구요. 작가는 우리가 삶을 살아내기 위해 묻어두어야만 했던 지난 시절의 상처를 골똘하게 바라보며 때때로 모질고 비겁해야 했던 우리의 흉한 일면, 삶의 부산물처럼 딸려오는 괴롭고 버거운 감정들을 되살려냅니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풍부하고 또 아릿한 감정을 느끼게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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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은 단순히 굿즈 때문이었다. 책갈피가 너무 예뻐서 홀린 듯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게되었다. 정말 쉽게 읽히는 책이라 금방 읽었지만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책이다. 말끝을 올리고 내리는 것은 누군가는 남겨지고 누군가는 옮겨지는 사람이 된다는 것, 어쩌면 세상의 많은 일들은 그런 사소한 변별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에 대해 그후로도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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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요즘은 한국소설도 정말 좋은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김금희 작가의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나에게 생각을 많게 하고 나의 삶에 영감을 불어넣어주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전 작품들도 괜찮아서 기대가 많이 됐었는데, 이 책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가 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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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작가 김금희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책 " 오직 한 사람의 차지"를 읽게 되었으며 그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떠한 삶을 살기 원하는 지 궁금해져간다. 책은 나에게 물처럼 흘러가면 어렵지 않게 읽어나가게 한다. 그러하기에 바로 책을 한 권을 읽어버리게 만들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그녀의 책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