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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를 도구답게 활용하는 사람이 되게 도울 수 있도록
"매체를 도구답게 활용하는 사람이 되게 도울 수 있도록" 내용보기
지난 2년 간은 고3 수업만 담당하면서 EBS교재를 푸는 데만 골몰했었다. 올해도 3학년 3개 반을 맡지만, 2학년도 모처럼 일부 수업을 나눠 맡게 되었다. 과목은 <언어와 매체>. 언어는 기존의 문법 영역이라 부담이 덜한데, '매체'는 제대로 수업해본 적이 없어 부담스러웠다. 물론, 나는 수업에서 '매체'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수업 도입에 다양한 영상과 그림 자료, 음악 등을 수
"매체를 도구답게 활용하는 사람이 되게 도울 수 있도록" 내용보기

지난 2년 간은 고3 수업만 담당하면서 EBS교재를 푸는 데만 골몰했었다. 올해도 3학년 3개 반을 맡지만, 2학년도 모처럼 일부 수업을 나눠 맡게 되었다. 과목은 <언어와 매체>. 언어는 기존의 문법 영역이라 부담이 덜한데, '매체'는 제대로 수업해본 적이 없어 부담스러웠다. 물론, 나는 수업에서 '매체'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수업 도입에 다양한 영상과 그림 자료, 음악 등을 수업 내용과 연관짓는다. 또 문학 시간에는 작품의 내용을 사진 파일로 정리해서 한편의 이야기로 구성해내는 식의 수업을 즐겨 한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내용의 인과관계를 선명한 이미지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친숙하고 재미있어서 아이들도 오래 기억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는 교사가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물론 기본이 되겠으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배우는 학생들이 매체를 올바르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수업 철학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나는 배우는 내용이 자신의 삶과 유리되는 것은 특히 학교에서는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 '매체' 수업의 의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두달 간 전국을 휩쓰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를 두고 우리를 둘러싼 매체는 과연 어떻게 전개되고 활용되고 있는가를 한번쯤 바라볼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카톡방에 도는 메시지 역시 의사소통의 도구이므로 넓은 범위에서 매체라고 할 수 있는데, 워낙에 엄중하고 예민한 시국이니 그 메시지의 내용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특정한 사람들에게 쉽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또 엄한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이미 특정 기독교 종파(이단이라고 일컬어지는)에 대해 죽음까지 입에 올리며 엄청난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고, 마스크를 집집마다 방문해 나눠주시던 통장 아주머니가 카톡방에서는 그 종파의 스파이로 매도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도 자기 나름의 가치를 갖고, 또 적합한 기준을 통해 매체의 신뢰성과 타당성, 유용성과 적절성을 판단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도움을 받은 것이 바로 이 <미디어 수업 이야기>이다. 전국 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회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수업에서 직접 실천한 수업의 목적, 방법, 과정, 결과 그리고 후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나도 전국모 정회원이지만, 전체 연구회는 커녕 우리 동네에는 무슨 모임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자료만 날름날름 받아먹는 나이롱이라서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좀 부끄럽기도, 부럽기도 하고 경외감마저 들기도 한다. 같은 국어교사이면서도 나는 이렇게 치열하게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했는가.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그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노력하는 교사인가에 대해. 


뉴스, 광고, 게임, 웹툰, 영화, 유튜브, SNS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또 학생들이 직접 때로는 그 매체의 생산자로서 활약할 수 있게 진행된 수업 사례들 가운데 내가 이번에 아이디어를 얻어 활용해보고자 하는 것은 '뉴스로 세상 보기, 뉴스로 내 삶 읽기'(p43~70)였다. 여섯 차시 정도로 구성해서 수업을 해 보고자 하는데 그에 착안한 아이디어들은 이런 것들이 있다. 특정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신문 기사 고르기(예를 들면 코로나 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기사),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검색한 신문 기사들을 비교해서 관점에 따른 논조와 표현의 차이점 찾기, 예상 독자를 상정하고 그에게 기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사가 좋은 기사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 세우기, 뉴스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가지고 실제 기사 분석하는 글쓰기 등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소셜포비아>같은 영화를 보고 인터넷 매체가 어떻게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야기나눠보는 시간도 갖고 싶다. 


그렇게 수업을 한 후 과정을 잘 정리하고 보완해서 내년에도 쓸 수 있도록 모아둬야겠다. 아이들이 생산한 결과물도 함께. 책을 읽으며 메모하고 떠올렸던 아이디어들이 글로 정리하니 차분하게 가라앉아 수업 계획의 윤곽이 선다. 개학이 3주나 밀린 덕분에 원래의 일상이 참 멀어졌지만, 덕분에 다양한 생각을 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고 공부도 할 수 있으니 내게도 아이들에게도(아마 그렇겠지?) 유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고맙다.

s*************k 2020.03.05.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