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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그러나 서로 다른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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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편집하고 심지어는 왜곡하기조차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기억은 머리 깊숙이 자리한다. 이전의 기억은 이어질듯 하면서도 군데군데 빈틈을 남기고 그 틈 사이로 왜곡되고 편집된 기억이 진실인양 자리 잡는다. 그러기에 오래된 기억, 특히 이루지 못한 첫사랑과 같은 가슴시린 기억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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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편집하고 심지어는 왜곡하기조차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기억은 머리 깊숙이 자리한다. 이전의 기억은 이어질듯 하면서도 군데군데 빈틈을 남기고 그 틈 사이로 왜곡되고 편집된 기억이 진실인양 자리 잡는다. 그러기에 오래된 기억, 특히 이루지 못한 첫사랑과 같은 가슴시린 기억일수록 전후기억을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 아마 나 역시도 그렇게 왜곡되고 편집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 [빛의 과거]는 1977년 대학 새내기 시절의 기숙사생활을 2017년에 돌아보는 후일담 소설이다. 40년 전의 일인지라 서로의 기억은 차이를 보인다.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는 차치하고 그 기억이 어찌되었든 그것은 우리의 과거이다. 지금 우리 모두의 삶은 그런 과거의 시간 위에서 쌓여진 것들이다. 그러기에 과거의 기억이 조금쯤 편집되고 왜곡되었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화자인 김유경은 작가인 친구 김희진의 소설을 읽으면서 40년전 여자대학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떠올린다. 신입생 때 기숙사에서 처음 만나 친해진 그녀들은 김유경이 2학년 때 기숙사를 나오면서 멀어지고, 졸업식 날 강당에서 마주쳐 사진 한 장 찍고 헤어졌다. 그 후 10년쯤 지나 광고회사 출판부에 취직한 김유경은 그곳에서 김희진을 다시 만났지만 그녀가 회사를 관두고 몇 년 후 자신도 회사를 옮기면서 다시 연락이 끊어진 상태로 10여년 쯤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김희진은 작가가 되어있었고 어느 카페 개업식에서 우연히 만나 10여년 어울려 다니다보니 오랜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녀와 만나 낮술을 하고 헤어진 날, 몸살감기로 며칠을 누워 지내는 동안 김유경은 김희진의 대표작이자 첫 소설인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주문하여 읽는다. 같은 시절,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생활했지만 너무도 다르게 묘사된 소설 속 기숙사생활을 읽으며 김유경은 자신의 기억을 소환한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룸메이트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더군다나 기숙사와 같이 타의에 의해 임의로 배정된 룸메이트들은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크기만 하다. 작품 속에서도 322호의 김유경과 417호의 김희진 역시 룸메이트인 선배들의 친분에 의해 종종 같이 모이면서 기숙사의 추억을 공유한다. 각기 고향을 떠나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 다름을 느끼지만 또 함께 섞여간다. 말더듬증이라는 약점 때문에 말과 행동이 필요할 때 입을 다물고 회피를 무기삼아 자신을 세상의 중간쯤에 위치시키려는 김유경과, 남을 끌어내리면서까지 항상 중심에서 주인공이 되려하는 김희진의 기억은 어쩌면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욕망을 억누르고 또 누군가는 욕망에 충실하다. 322호와 417호의 룸메이트 여성들도 자신의 욕망에 맞추어 생활한다. 훗날 김희진이 자신의 소설 속에서 김유경을 세 번째 공주라 칭하고 소설 속 화자인 자신과의 대비를 위한 캐릭터로 설정한 것도 바로 욕망 때문일 게다. 거기에 김유경이 한때 만났던 남자가 바로 자신의 미팅파트너였다는 사실이 그녀의 욕망을 부채질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보는 관점에 따라, 내 이야기가 아닌 네 이야기는 서로의 기억 속에서 항상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다름을 통해 비로소 우리의 민낯을 만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작가가 말하는 작품 속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 또한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본다. 나는 기숙사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밤낮없이 기숙사를 드나들었다는 기억이 있다. ‘기숙사는 거대한 깔때기처럼 이야기가 모이고 섞인 뒤 흐름을 만드는 곳’이라는 작가의 말은 비단 여대기숙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다. 또한 미팅과 시험, 축제와 학생운동, 그리고 음악감상실과 찻집의 풍경 역시도 정겹게 다가온다. 당시에는 고통과 절망도 함께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는 그 시절은 아름답기만 하다. 아마 김유경이 소환하는 그 시절 언저리쯤에 나의 대학시절 또한 놓여있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떠난 빛이 기억과 기억사이를 떠돌다가 이제야 도착한 것 같다. 마치 어떤 행성에서 수천 년 전에 출발한 빛이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은희경 작가의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이 친숙하게 들리기에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줄 알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읽은 기억이 없다. 아마 어느 계간지나 혹은 수상작품집에 실린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어서 헷갈리는 것일 수도 있을게다. 새삼스레 그녀의 작품에 마음이 끌린다. 저자소개를 읽으며 그녀의 작품집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있다. 다음엔 어떤 작품을 읽을까 고민을 하는 시간이 그리 싫지 않다.

k*****1 2019.10.15. 신고 공감 13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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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 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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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을 읽었다. 쌓인 책 중에 이 책을 먼저 펼친 이유는 적어도 독서 중간에 그만 둘 것 같지는 않아서다. 최근에 세계문학책을 여러 권 펼치다 말다하고 있는 중이어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별로 어렵지 않게 이 책을 다 읽었다.  책의 내용은 후일담이다. 1977년에 대학에 입학한 김유경이 2017년에 40년 전의 그해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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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을 읽었다. 쌓인 책 중에 이 책을 먼저 펼친 이유는 적어도 독서 중간에 그만 둘 것 같지는 않아서다. 최근에 세계문학책을 여러 권 펼치다 말다하고 있는 중이어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별로 어렵지 않게 이 책을 다 읽었다.

 

책의 내용은 후일담이다. 1977년에 대학에 입학한 김유경이 2017년에 40년 전의 그해를 회상한다. 기억은 스스로 왜곡한다. 몸을 지키기 위해서다. 김유경이 기억하는 1977년과 친구인 김희진이 소설에 적은 1977년은 달랐다. 엮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가장 오랜 친구가 돼버린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별스러울 게 없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미래를 위한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김유정이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대신 드러내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어땠을까.  2017년 서른 권쯤의 책을 번역한 번역가로 살고 있는 현재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지만 조금 덜 긴장하며 살지는 않았을까 싶었다.  첫사랑과 애매모호한 이별을 하고 자신이 알지못하는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쯤은 우리 삶에서 다반사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뭔가 그 시대를 대표할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소설은 같은 기숙사에서 한해동안 생활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살짝살짝 엮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외적으로 큰 사건이 없는 대신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상황과 행동을 통해  그 시대를 이야기해준 것이다.

 

읽다가 보면 무척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나무 장대를 휘두르는 완장 찬 남자들 이야기다. 추성 귀성표를 예매하기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에 간 김유경은 질서를 잡는다며 장대를 마구 휘두르는 폭력 앞에 엎드려야했다. 시민들은 허리를 굽힌 채 무릎 걸음으로 움직였고, 완장을 찬 이들은 가지고 있던 장대가 다 부러질 만큼 사람들을 향해 폭행을 가했다. 이렇게 완력에 무방비로 두들겨 맞는 이유가 귀성표를 구하기위해서였지만 그나마 표를 얻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런 것 마저  힘있는 사람들이 빼돌렸기 때문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눈에 보이는 폭력은 줄어들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보이지 않는 폭력은 더욱 지능화되어 보통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한 대목이었다.

 

한 해 동안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등장인물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과거를 떠올리기보다 미래를 생각했다. 십년 뒤 올 해를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365일 중에 단 몇 시간이라도 기억나는 것이 있을까. 올 한 해 스치고 간 만남 중에 10년 뒤에 생각해보면 무척 안타까운 순간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독서의 여운을 즐겼다.

 

 

 

 

 

 

 

 

 

 

 

 

 

 

 

 

 

 

t******e 2019.09.28. 신고 공감 1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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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글빨,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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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게을러서인지 무수한 책을 구매해 읽었지만, 평을 쓴 적은 거의 없었다.그러나, '빛은 과거'는 나의 그같은 게으름을 분쇄해 버렸다.'새의 선물'을 읽은 지 20년이 흘렀고, 이후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나오는 족족 읽어봤지만, 그 때의 글맛은 맛 볼 수 없었다.그녀에게 '데뷔작이 대표작인 작가'란 당사자가 들으면 언짢을 네임 밸류를 붙여 버렸고, 기억에서 맑은 실개울에서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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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게을러서인지 무수한 책을 구매해 읽었지만, 평을 쓴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빛은 과거'는 나의 그같은 게으름을 분쇄해 버렸다.
'새의 선물'을 읽은 지 20년이 흘렀고, 이후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나오는 족족 읽어봤지만, 그 때의 글맛은 맛 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 '데뷔작이 대표작인 작가'란 당사자가 들으면 언짢을 네임 밸류를 붙여 버렸고, 기억에서 맑은 실개울에서 은빛 물고기 마냥 파닥이던 새의 선물 속 문장들에 하는 블러 처리의 영역이 점차로 넓어져 가고 있던 차 였다.

역시 그녀!

좋게 말하면 레트로풍인 표지 디자인의 책을 3분의 1정도 읽어 나갔을 때 터져나온 감탄사였다.
문학작품의 기근으로 우울감까지 느껴졌는데,
세상에, 다시 살아난 은희경 문장의 맛깔스러움은 축 처져있던 내면의 촉수들이 저마다 톡톡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르듯 고개들게 했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가을 낮이다. 간절하게.
YES마니아 : 로얄 s*********2 2019.10.22.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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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너무 기대를 한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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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은희경 작가의 작품이라기서보다 추천책리스트에 있어서 보게되었는데...정말 ...실망했네요. 개인적으로 저하고는 안맞았던것 같아요.여학생들의 어린시절.학창시절을 얘기하는데...책의 중반부 이상이 넘어갈때까지 무슨 내용인지 뭐를 말하고자하는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되었구요. 문체도 전혀 독특하다거나 흥미를 끌거나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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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은희경 작가의 작품이라기서보다 추천책리스트에 있어서 보게되었는데...정말 ...실망했네요. 개인적으로 저하고는 안맞았던것 같아요.
여학생들의 어린시절.학창시절을 얘기하는데...책의 중반부 이상이 넘어갈때까지 무슨 내용인지 뭐를 말하고자하는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되었구요. 문체도 전혀 독특하다거나 흥미를 끌거나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었어요. 중반부 읽다가 도저히 못읽어서 안읽었는데...추천책 읽으면서 이런적이 처음이라.... 저의 개인적인 문학적 소양과 안맞았던 이유가 크겠지만...추천책리스트에 있던 다른책들과 비교해볼때..좀 실망스런 책이었습니다
i****7 2021.01.15.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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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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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 우리 학교 배경이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가는 소설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1970년대의 이야기라 과거를 톺아보는 기분도 들고 여러모로 재밌었던 작품.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구성도 재밌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오현수라는 인물이 가장 마음에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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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희경 작가님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 우리 학교 배경이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가는 소설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1970년대의 이야기라 과거를 톺아보는 기분도 들고 여러모로 재밌었던 작품.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구성도 재밌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오현수라는 인물이 가장 마음에 남음.

 

s*******4 2023.08.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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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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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의 빛의 과거를 읽고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70년대 어느 대학교 기숙사 생활에 대한 회상으로 단순히 과거를 비추는 것만 아니라 많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어요. 작가님의 독특한 문체가 좋았고 동시대 대학생들의 실제 삶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특히 인상 깊었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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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의 빛의 과거를 읽고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70년대 어느 대학교 기숙사 생활에 대한 회상으로 단순히 과거를 비추는 것만 아니라 많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어요. 작가님의 독특한 문체가 좋았고 동시대 대학생들의 실제 삶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특히 인상 깊었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분노와 불안한 감정도 스쳐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상으로 제작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0 2023.05.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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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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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라는 단편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다 외롭다고 느꼈었다. 이번 장편의 여러 색의 사람들이 섞인 시끌벅적한 여대 기숙사라는 배경에서도 어쩐지 은희경 작가님스러운 외로움을 가진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전에 본 단편보다 이 <빛의 과거>에서 작가님의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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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라는 단편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다 외롭다고 느꼈었다. 이번 장편의 여러 색의 사람들이 섞인 시끌벅적한 여대 기숙사라는 배경에서도 어쩐지 은희경 작가님스러운 외로움을 가진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전에 본 단편보다 이 <빛의 과거>에서 작가님의 매력을 더 느꼈다.

2017년의 현재의 주인공이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오래 알아온 친구의 소설을 읽음으로 딱 40년 전인 1977년의 여대 기숙사에 살던 시절의 주인공으로 전환되며 본격적으로 책이 시작된다. 나도 여자기숙사에서 몇 달을 보내본 적이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했다. 출신도, 학과도 나이도 다른, 어쩌면 대학교를 4년 다니면서 한 번 마주칠 일도 없던 여학생 4명이 기숙사를 통해서 만나서 같은 시간을 보냈던 그때가 말이다.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존재하기 때문에 1977년의 기숙사와 내가 겪은 기숙사가 다른 점도 많았는데, 1970년대의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가는 여학생들의 삶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책 속 김유경과 김희진이 같은 시공간을 살고, 같은 일을 경험했음에도 서로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어쩐지 나도 자연스럽게 내 추억 한편에 존재하는 과거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소환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그들에 대한 오해가 있지 않았을까,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시간은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적힌다. 나는 그들의 시간 속에서 김유경일까, 김희진일까 혹은 다른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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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과 공유한 시간이므로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만약 내 인생이 시간이라는 물속에 잠겨 있는 커다란 그물이라면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기억들은 가장 밑바닥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무력하고 방어적인 회색 지대에 갇혀 있었다. 나 자신이 실망스럽고 그러다 보니 의욕이 없어 방치하게 되고, 결국 해야 할 것을 제대로 못 해 무력감에 빠지고, 무력감은 쫓김과 불안을 낳고, 그래서 자신감을 잃은 끝에 제풀에 외로워지고, 그 외로움 위에 생존 의지인 자존심이 더해지니 남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고, 그러자 바로 소외감이 찾아오고, 그것이 또 부당하게 느껴지고, 이 모든 감정이 시간 낭비인 것 같아 회의와 비관에 빠지는 것, 그 궤도를 통과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른바 청춘의 방황만이 아니었다.

약자는 위로받기보다 차별이 없는 존중을 원한다. 결점이 있는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게 아니라, 다수와는 다른 조건을 가졌을 뿐 동등한 존재로서의 권리를 누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맞은편 대열에서 응원을 보내기보다는 내 곁으로 와서 서는 것.

원하는 게 새로 생겼을 때는 그 변심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이미 갖고 있는 것의 흠을 찾아내는 데에 적극적이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 시절 우리에게는 수많은 벽이 있었다. 그 벽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의 명암도 뚜렷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바위에 부딪쳐 다른 지점에서 구부러지는 계곡물처럼 모두의 시간은 여울을 이루며 함께 흘러갔다. 어디엔가 도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 우리 모두는 막연하나마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지금과 다를 거라고 믿었다.

시간이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곁을 스쳐 가며 갖가지 슬픔과 기쁨의 무늬를 새기지만 결국은 모두 소멸로 이끄니까.

비관은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나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적게 소모되므로 심신이 약한 사람일수록 쉽게 빠져든다. 신체의 운동이 중력을 거스르는 일인 것처럼, 낙관적이고 능동적인 생각에도 힘이 필요하다. 힘내라고 할 때 그 말은 낙관적이되라는 뜻인 것이다.

우리 둘 중 누군가의 기억이 틀린 것일까. 아닐지도 모른다. 기억이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만나 차이라는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한 사람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차이 나는 것만이 반복되어 돌아온다.”라는 말처럼.



j*********3 2021.01.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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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관점에서 편집된 과거를 가진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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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일하고 있던 평일 오전,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내 이름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못만난지 20년이 가까워오는 대학 남자 동기의 목소리를 나는 단박 알아챘다.핸드폰에 남겨진 번호들을 정리하다가 혹시나 하면서 걸어보았다며아직도 그 직장에 잘 다니냐고 했다.대기업에 입사했던 것이 기억나 너도 거기에 다니냐고 물었더니나는 이제 자영업자라며, 조만간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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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일하고 있던 평일 오전,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 이름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

못만난지 20년이 가까워오는 대학 남자 동기의 목소리를 나는 단박 알아챘다.

핸드폰에 남겨진 번호들을 정리하다가 혹시나 하면서 걸어보았다며

아직도 그 직장에 잘 다니냐고 했다.

대기업에 입사했던 것이 기억나 너도 거기에 다니냐고 물었더니

나는 이제 자영업자라며, 조만간 한번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꽤 심각했던 이중 삼중의 연예사건에

나는 늘 주인공이지 못하고 조연을 맡았던 것 같다.

"위로하는 친구 1" 또는 "중재자2" 뭐 그런 역할로 기억될텐데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다고 온다는걸까.

잊고 살았던 대학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전화 한통을 받고나니

읽고 있던 책 빛의 과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이젠 내용조차 흐릿하게 기억나는 책이지만

은희경의 최고작으로 새의 선물을 주저없이 꼽을 수 있다.

다시 읽으면 감동이 예전만 못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시절 읽었던 새의 선물은 굉장한 작품이었다.

그런 그녀의 후기작은 항상 나의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래도 그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왔던 것 같다.

 

한국 소설을 읽는 것이 점점 힘겨워진다.

작가가 옛날을 배경으로 해서 쓰면 동어반복처럼 느껴졌고,

지금의 이야기를 쓰면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렇게 소설을 읽는 것이 버겁다가 최근 다시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반해 읽기 시작했다.

은희경 작가의 최신작은 빛의 과거.

제목부터 뭔가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될 것 같은 느낌.

소설은 1977년과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그리고 화자의 시점과 김희진이 쓴 소설의 이야기가 함께 소개되며

다소 혼란스러운, 또는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1977년이라....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아득한 시절이다.

많은 젊은 독자들이 이 시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그 시절의 분위기를 되살려 보며 읽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다 걱정이 됐다.

 

70년대라고 하는데 분위기는 어쩐지 60년대.

게다가 여대 기숙사가 배경이다.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가 너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고,

이제 대학에 들어온 그녀들의 주 관심사는 "이성"이다.

1977년과 2017년의 간극만큼 실제 인물과 김희진 소설 속의 인물들은 동일인이라 보기 힘들다.

우연히 기숙사 동기 김희진의 소설을 읽으며 비로소 ",김유경"40년 전에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고 김희진의 소설 속에서 재배열된 그들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977년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는 어쩐지 흑백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인물들만큼은 컬러로 인식되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성격 묘사로 그들의 컬러가 결정되었고,

어떤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다르게 기억되었다.

자기 위주로 기숙사 친구들을 묘사해놓은 김희진을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자신의 관점에서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가.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듯,

40년 전의 이야기는 누가 말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작가는 1977년 그 시절의 그들이 어리석었다고도, 마냥 아름답고 그리운 시절이었다고도 말하지 않고 다양한 여성들을 각각의 주인공처럼 그려냈다.

처음엔 그런 다양한 인물의 등장이 혼란스러웠지만 책을 읽어가다보니 자꾸 내 이야기가 겹쳐졌다.

행복한 시절에 행복한 줄 모르고 살았던 나.

한치 앞도 모르고 먼 미래를 섣불리 예측했던 나.

쉽게 사람을 좋아했던 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해 슬펐던 나까지.

그들의 이야기와 김희진의 소설, 내 이야기까지 섞여

나는 꽤 복잡한 심정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젊은 시절을 뒤돌아본다는 것은 내 나이가 몇살인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30대에는 20대를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40대가 되니 내 20대가 참 예뻤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대가 되면 또 어떤 기억으로 떠오를까 

내가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는 내 기억의 어디메쯤

어떤 친구는 상처를 받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오르는 생각들이었다.

 

자신의 관점에서 편집된 과거를 가진 그들의 이야기,

은희경 작가의 신작 빛의 과거이다.

YES마니아 : 골드 s****b 2019.10.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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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작가 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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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 특유의 빛나는 감성, 완전한 문장력은 이번에도 어김 없이 드러난다. 문장이 쉽지는 않아서 오래 오래 사색하며 읽어야 한다. 이 가을 은희경 작가님의 소설, 그리고 그 안의 문장들을 하나 하나 곱씹으며 작가님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읽어 나가고 싶다. 빛의 과거, 혹은 과거의 빛. 과거라는 역사가 주는 빛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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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 특유의 빛나는 감성, 완전한 문장력은 이번에도 어김 없이 드러난다. 문장이 쉽지는 않아서 오래 오래 사색하며 읽어야 한다. 이 가을 은희경 작가님의 소설, 그리고 그 안의 문장들을 하나 하나 곱씹으며 작가님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읽어 나가고 싶다.
빛의 과거, 혹은 과거의 빛. 과거라는 역사가 주는 빛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n******7 2019.09.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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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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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은희경   가깝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알아온 친구와 재회하고 그 인연을 이어가던 주인공이 친구의 작품을 읽게 되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보여주는 은희경 작가님의 빛의 과거입니다. 과거의 순간을 함께했지만 두 사람의 기억과 감정은 서로 다른 형태로 그려져 있었고 잔잔하면서도 담담한 서술이 마치 유경과 희진이라는 아는 이의 이야기 같다는 감상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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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은희경

 

가깝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알아온 친구와 재회하고 그 인연을 이어가던 주인공이 친구의 작품을 읽게 되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보여주는 은희경 작가님의 빛의 과거입니다. 과거의 순간을 함께했지만 두 사람의 기억과 감정은 서로 다른 형태로 그려져 있었고 잔잔하면서도 담담한 서술이 마치 유경과 희진이라는 아는 이의 이야기 같다는 감상을 주기도 합니다. 이토록 각자의 입장에서 남겨진 기억이 다르다 해도 제목과 같이 빛나는 과거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겠지요. 둘의 이야기를 보며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7**2 2022.03.2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