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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은 영화 <음식남녀>를 포함한 대만 가족드라마 삼부작, 영국의 제인 오스틴 원작 <센스 앤 센서빌리티>, 중국 무협 영화 <와호장룡>,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브로크백 마운틴>, 마블 코믹스 원작 <헐크>, 중국 스파이 멜로 <색, 계>, 인도 소년의 망망대해 표류기 <라이프 오브 파이>, <제미니 맨>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인간에 관해 다양한 감정을 뛰어난 작품으로 연출하는 감독이다. <이안>은 마음산책 출판사의 영화감독 인터뷰집 시리즈 열한 번째 책이다. 이 책은1994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이안 감독과의 총 스무 번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 이안 감독은 자신의 성장 배경과 삶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영화적 화두와 창작 방법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대만의 명문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의 권위에 주눅들고 맏아들인 자신을 향한 기대에 부담을 느꼈던 성장기,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연극, 영화에 발을 들였던 경험, 영화를 배우러 유학한 미국에서 문화적 아웃사이더로 적응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도 끝내 감독으로 데뷔한 일화를 들려준다. 억압적인 가정 분위기에 억눌린 채 자라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해서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다양한 장소에 가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경험이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능력을 주었다고 하는 부분에선 문화적 경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그의 창작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이안>은 아웃사이더가 장르를 불문한 영화 장인이 되기까지 경계를 넘는 스토리텔러로서의 감독 이안이 말하는 영화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안 감독은 <결혼 이야기>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많은 요소가 섞인 혼합물이고 많은 것이 섞인 혼란한 존재라고 말한다. "나는 대만 토박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대만 원주민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오늘날, 나는 대만에서 일종의 이방인입니다. 그런데 중국 본토에 가면 나는 대만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에 삽니다. 나는 세계 어디에서건 일종의 이방인입니다. 물론, 나는 중국 문화와 일체감을 느낍니다. 내가 양육된 문화가 중국 문화니까요. 그런데 그 점이 대단히 추상적으로 변해 갑니다. 중국이라는 관념 자체가 말입니다. 뉴욕에서 중국인으로 존재하는 데 따르는 감정은 대만이나 중국에 있을 때하고는 다릅니다. 중국인의 경우 출신지가 어디건, 중국이건 홍콩이건 대만이건, 뉴욕에서는 그저 중국인일 뿐입니다. 그게 일반화되고 융합된 방식에 속합니다. 사람들은 중국인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에 의해 서로에게 끌립니다. 그런 방식에 따라, 뉴욕시의 상이한 중국인들을 영화에 포함시키는 것은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언어와 캐릭터들이 혼합된 그것이 내 인생을 반영한 거니까요. 내게 그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안 감독은 홍콩부터 할리우드까지, 많은 영화에는 이른바 잘 된 촬영이 스토리를 장악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신은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다. 이안의 스토리텔인 재능은 근사한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캐릭터들을, 그리고 스토리를 추동해나가는 것을 강조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 책에서 이안 감독이 "영화 <아이스 스톰>은 할리우드 히어로들과는 정반대로 안티히어로들을 다루기 때문에 현실과 더 가깝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그릇된 해방 때문에 권태를 느끼고 길을 잃은 채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상실된 것은, 자연이 등장해서 그들에게 그토록 큰 피해를 입히게끔 허용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답하는 글이 흥미롭다. 이안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자신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그것이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나도 그 답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자신들이 불행한 이유를, 그들이 서로를 불신하는 이유를, 그리고 그들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이류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딱 꼬집어 지적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많은 이유가 과거에서 비롯됐고 또 미래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캐릭터들은 대중 심리학과 패션, 폴리에스테르, 개방결혼, 해방, 욕망, 욕구 실현 등에 열중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나는 모릅니다. 이 얼마나 혼란스럽습니까! 나는 캐릭터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삶의 본질입니다." 이안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우리 아버지의 전 가족은 중국에서 처형당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탈출하셨죠. 아버지 딱 한 분만요. 대만에 온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해서 나를 낳았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장이었습니다. 대만에서 최고 명문에 속하는 학교였죠. 교장의 아들로 사는 것은 항상 창피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맏아들이었기 때문에 양어깨에 세상 전부가 얹혀 있다고 느꼈스브니다. 우리 집안은 예술이나 창작 활동을 전혀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말할 나위도 없었죠. 아버지와 관련된 모든 것, 가족에게 느끼는 의무감, 그런 것들이 내가 숨 쉬는 것을, 내 진정한 자아를 대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나 자신을 부모로 보는 것은 내가 우리 아버지를 보는 방식하고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안 감독은 "우리는 항상 우리가 충분히 나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가식적으로 행동합니다. 그건 영화를 연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한테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데, 부모 노릇을 하는 것과 감독 노릇을 하는 것에는 모두 많은 행동이 필요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안 감독은 영화가 하는 일은 배우들이 관객의 사고와 감정을 유발해야 하는 것이지 관객들에게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영화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은 관객의 몫"이라는 이안 감독의 인터뷰에 깊이 공감한다. 이안 감독은 <아이스 스톰>에서 인물들이 비극을 겪지 않고도 모닝콜을 받을 수는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고통은 최상의 모닝콜입니다. 고통은 우리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닫게 만드는 증상으로서, 영적으로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리 신경계에서 통증을 들어낸다면, 우리는 무방비 상태가 되면서 뭐가 잘못됐는지를 모르게 됩니다. 진정한 통증은 우리를 성장시킵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영화 <헐크>의 주제 중 하나가 유전공학이라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다수 직면해 있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 이후로 과학에 대한 공포는 늘 존재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 그런 공포의 초기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달려들 무엇인가를,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무엇인가를 만들까봐 두려워합니다. 극적인 면에서, 그건 나한테 흥미로웠습니다. 인공적인 것이 순수와 공격성을, 진정한 자신을 끌어내니까요. 그런 요소들이 육체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지만 우리는 현재 우리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또 확장하기 위해 유전공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냐는 질문은 의미가 큰 질문입니다. 그건 당신인가요, 아니면 작은 기계인가요? 나는 우리 자신이 가진 유일한 의미는 기억이라고 봅니다. 그게 이 영화가 기억을 많이 다루는 이유입니다. 인류의 집단적인 기억을 다루죠. 우리는 우리가 누구냐에 대한 형이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대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때때로 나는 영화를 필름이라고 부르는 게 싫습니다. 옛날 이름인 무비가 좋습니다. 여기 있는 관객들을 저기 스크린 안으로 이동시키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그게 영화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안 감독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게이 남성에 초점을 맞춘 두 번째 영화입니다. 동성애에서 당신의 흥미를 끄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대만에서 중국적인 관념을 믿으면서 자랐습니다. 내가 받는 교육을 믿고, 국민당을 믿고, 부모님과 온갖 것을 믿었죠. 그중 다수가 허위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세상이 완전히 거꾸로 뒤집히는 것 같았습니다. 23세 때 미국에 처음 온 경험이, (내가 떠나온 곳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믿지 않지만) 미국에서 미국인이 아닌 존재가 된 경험이, 내가 이전에 그랬듯 앞으로도 평생 외부인이자 아웃사이더가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에 나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게, 솔직한 세상을 보는 게 대단히 쉬워졌습니다. 내 영화들에거 나는 늘 <라이드 위드 데블>의 토비 매과이어와 제프리 라이트 캐릭터 같은 아웃사이들에게 동질감을 느낍니다. 더불어, 나는 사건의 실상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미국과 남북전쟁, 70년대는 우리가 들은 얘기 그대로가 아닙니다. 따라서 소재가 내 눈에 대단히 생생히 보이고, 다른 관점을 갖고 있으며, 우리가 공공장소나 미디어에서 보는 것이 아니면 나는 그것을 대단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봅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색, 계>가 우리 자신을, 우리의 성적인 욕망이나 행동 동기뿐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더 자세히 검토하게끔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게 중국어의 '색'이 뜻하는 바입니다. '색'은 단순이 사랑이나 섹스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색상을 가진 모든 것, 우리가 실제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포함하는, 우리가 실체로서 보는 현상, 진실의 반영을 뜻합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미국인들은 히어로를 좋아합니다. 미국인들은 입장이 선명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건 나한테는 맞는 말이 아닙니다. 나는 절대적인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캐릭터들에, 상황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유지하려고 많은 것을 감내하는 캐릭터들에 동질감을 느낍니다. 이 캐릭터들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하지 못합니다. 그게 그들의 매력이자 약점입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나는 내 인생보다는 내가 만들고 있는 영화에 뿌리는 더 잘 내리고 동질감을 더 잘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 허구화된 세계는 실제 세계보다 더 사리에 맞는 듯 보입니다. 그 세계에는 발단과 전개와 결말이 있으니까요. 그 세계는 의미와 지혜를 줍니다. 따라서 내 입장에서는 실제 세계보다 거기에서 사는 게 더 쉽습니다. 그곳은 추상적인 세계라고 짐작하는데, 그게 그 세게의 존재 방식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안 감독은 "당신을 장르에서 장으로 건너뒤게 만드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한 곳에 머물 경우 내 모든 영화에 불어넣는 것을 좋아하는 신선함을 잃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한 장르에만 머물 경우 나는 덜 솔직해지게 될까 두렵습니다. 특정한 장르에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내가 나 자신이 속임수를 쓰는 것을 허용할지도 모르니까요. 최상의 작업을 하려면, 나 자신을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해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하는 곳에 세워야만 한다고 느낍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반복하는 중이라는, 또는 나 자신을 반복하는 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나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감수했을 때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낍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구체적인 특정 이미지들을 필요로 하는 <아이스 스톰>을 만들 때는 오늘날의 특수효과 도구들에 접근할 수 없었다는 점을 애석하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내가 만드는 종류의 영화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드라마입니다. 내 영화들은 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영화여야 합니다. 인간의 얼굴보다 관객의 관심을 더 오래 붙들어두는 것은 없고, 관객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도 없습니다. 스토리텔링과 드라마, 인간의 얼굴 이 모든 게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의 핵심을 이룹니다. 나는 앞서 만든 영화들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비주얼에 더 신경쓰면서 영화를 만들고 또 만듭니다. 앞선 작품들하고 차이나는 것을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당한 노력을 해야만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캐릭터들과 관련돼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이안 감독은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당신에게 어필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사실, 이 작품은 믿음이라는 관념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나는 스토리텔러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죠. 따라서 그 사실은 내가 하는 작업의 본질을, 내가 창조하는 환상들을 정말로 변화시킵니다. 믿음과 이야기는 우리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현실로 받아들이는가, 그것들이 어떤 면에서 현실보다 더 중요한가, 내게 있어서는 그게 진실입니다."라고 답한다. <이안>은 경계를 넘는 스토리텔러 이안 감독을 만든 영화와 삶의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인터뷰집으로 인상적이다.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이안 감독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영화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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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같은 영화를 보러 극장에 또 가지는 않는 나에게 몇 안 되는 예외 중 하나가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개봉 당시에 무려 3번이나 극장을 찾았고, 그 이후로도 오랫 동안 여운에 빠져 지냈고 원작 소설까지 찾아보았던, '내 인생의 영화'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이안의 책이 나왔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구입했다. 이안이 만든 거의 모든 영화가 등장하기 때문에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초기작 몇 편은 찾아서 보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에 '결혼 피로연'을 보았는데, 역시나.... 브로크백 마운틴보다는 어수선하지만 이안 특유의 이방인의 관점이 잘 녹아 있으면서도 등장 인물 하나 하나에 대해 애정을 감추지 못하는 따뜻함에 무척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의 작품 중에서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몇 편 있어서 곧 다 찾아볼 예정이다. 아마 이번주에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감상하게 될 것 같다. 책의 내용이나 만듦새를 떠나서 이안 감독에 대한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안의 팬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