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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상속받지 않는다, [삐에르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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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자매는 친한 친구이자 종종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와 환경을 공유하고 있으니 누구보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인 반면,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두고 다투니 영원한 라이벌 관계다. 그 사이에 사랑과 유산상속 문제가 끼어들고 더구나 그 상속이 공정하지 못하다면 불화는 피할 수 없다. 모파상의 중편소설 <삐에르와 장>은 부모의 친구가 물려준 막대한 유산에서 비롯된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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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자매는 친한 친구이자 종종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와 환경을 공유하고 있으니 누구보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인 반면,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두고 다투니 영원한 라이벌 관계다. 그 사이에 사랑과 유산상속 문제가 끼어들고 더구나 그 상속이 공정하지 못하다면 불화는 피할 수 없다. 모파상의 중편소설 <삐에르와 장>은 부모의 친구가 물려준 막대한 유산에서 비롯된 의심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아름답고 날카로운 심리소설이다.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 로제미유 씨 부인이 롤랑 씨네 집에 드나들며 삐에르와 장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의사로서 개원을 앞두고 있는 삐에르는 롤랑 씨의 장남이자 서른살 가량의 청년이다. 예민하고 흥분하기 쉬운 기질에다 집념이 강한 그는 흑발 머리를 가졌다. 삐에르보다 다섯 살 어린 장은 법학부를 마치고 변호사 개업을 앞둔 청년으로 금발 머리에 키가 크고 온화한 성품이다. 로제미유 씨 부인이 장에게 더 호감을 보이는 가운데 부모의 친구 마레샬 씨가 장에게 2만 프랑의 연금을 유산으로 남기고 죽었다는 소식은 삐에르의 질투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 들어있는 타자의 모습을'을 발견하면서 삐에르의 질투심은 곧 사라지는 듯했다.

 

 자기 안의 감정이 동생에 대한 질투일 뿐이라고 믿고 털어버리려는 삐에르가 찾아간 친구 마로브스꼬 영감의 말은 거슬리는 데가 있다. "그리 되면 좋지 않은 인상을 줄 텐데." 영감은 그 이유를 묻는 삐에르에게 대답을 교묘하게 피하고 삐에르는 혼자 생각한다. '왜 그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될까? 동생이 집안의 친구분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다는데, 그 사실로부터 어떤 나쁜 인상이 발생할 수 있을까?'

 

  개원해서 한재산 모아야겠다는 야심에 들뜬 삐에르는 르아브르의 부유한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호화로운 아파트를 둘러보고 장에게 돈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에 붙어있기 불편해진 그가 찾아간 맥주집 여종원에게 장의 유산 소식을 전하고 들은 말은 마로브스꼬 영감의 말과 하나의 울림으로 와 닿으며 삐에르의 가슴속에 떨칠 수 없는 의심으로 자리잡는다. "어째, 동생이 자기하고 거의 닮지 않았다고 놀랄 일이 아니구나!" 그러고 보니 장과 삐에르는 외모와 성격, 머리 색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날 이후 삐에르는 마레샬 씨와 함께 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고, 어머니의 불륜에 대한 의심을, 장의 아버지가 마레샬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어머니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가벼운 질문들을 던지고 어머니의 행동을 관찰하며 확신을 굳혀가는 삐에르는 잔인하기조차 하다. 마침내 장에게 어머니의 비밀을 밝힌 삐에르는 가족 간에 돌이킬 수 없는 벽을 만든다. 궁지에 몰린 롤랑 부인은 장에게 자신의 과거를, 진정한 사랑을 털어놓고 흐느끼고 어머니의 수치심과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아들인 장은 어머니를 정성껏 위로한다. 다음날 얼마 후면 출항할 여객선에 의사 자리가 비었다는 정보를 알아온 장은 삐에르에게 알려주고 삐에르는 흔쾌히 승선하기로 승낙한다. 르아브르의 항구를 보며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했던 그가 아닌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유산 상속에 대해 하나의 의심이 자리잡고 또 다른 의심이 가세하며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조마조마하게 가슴에 파고드는 매력 있고 섬세한 소설이다. 지금껏 읽어온 모파상의 단편소설들 속에서 의심했던 여성혐오를 삐에르의 시선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의 시선 속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과 따스함이 물씬 풍겨와 위로가 된다. 결혼이 사랑과 신뢰가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로 출발했을 때 피할 수 없는 모순이 있음을 삐에르와 장을 통해 깨닫게 한다. 

a*******5 2018.02.13. 신고 공감 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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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삐에르와 장
"(창비) 삐에르와 장" 내용보기
"그는 어머니가 이처럼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이고 그러한 고통이 자신의 원한을 덜어주고 어머니의 타락으로 생긴 빚을 줄여준다고 여겼다.그는 자신의 사명에 만족한 판사처럼 어머니를 응시했다."/155쪽 모파상의 소설을 열심히 찾아 읽던 때, <삐에르와 장>도 구입했던 것 같다.그러나 언제 구입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다만,모파상의 다른 작품과 달리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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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머니가 이처럼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이고 그러한 고통이 자신의 원한을 덜어주고 어머니의 타락으로 생긴 빚을 줄여준다고 여겼다.그는 자신의 사명에 만족한 판사처럼 어머니를 응시했다."/155쪽

 

모파상의 소설을 열심히 찾아 읽던 때, <삐에르와 장>도 구입했던 것 같다.그러나 언제 구입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다만,모파상의 다른 작품과 달리 잘 읽혀지지 않아 읽다 포기했던 건 기억 하고 있다.그렇게 긴 소설도 아닌데 그때는 이상하게 집중이 되질 않았던 모양이다.유산을 놓고 벌이는 싸움 정도의 이야기 인 줄 알았다. 그런데 툭 까놓고 말하자면,거의 '막장'에 가까운 스토리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우리나라 드라마를 보게 되지 않는 것도,이런류의 주제가 너무 많아서다.그런데,모파상 소설에서도 어김없이...그러나,고전이 아니던가..막장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고,무심한 듯 인생철학 한 조각..툭 던져 놓는 것으로 막장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힘, 오히려 이렇게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다니..라는 생각을 했다.

 

롤랑에게는 삐에르와 장이라는 아들이 있다. 형제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을 묘사하는 설명으로 시작되는 소설에서 성급한 독자는, 카인과 아벨을 떠올렸다.그러나 저들은 누군가 일부러 경쟁을 부추기지도 않았다.삐에르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사건의 축이다.질투 라는 단어가 소설에 종종 언급되지만,나는 삐에르의 문제는 자존감이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며 읽었다.물론 자존감이란 문제는 다른 대척점에서 다시 해석해 볼 여지가 있을 텐데...자신의 내면에서 자신을 복는 모습과 망상,지나친 비약,스스로 질문하고,답하는 과정들이 불편하고 힘들었다.결과적으로 장에게 유산을 남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질투의 감정이 아니라,왜?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인데, 예민함을 가진 청년은 그 상황을 또 어떻게 하지 못하다가.결국 폭발시키게 된다. 질투로 보일수 있는 상황을 수없이 넘기고,간혹 자신을 자학하기도 하는 모습...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은 한켠 측은하게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워낙 그의 예민함 보다 자존감에 대한 시선으로 삐에르를 따라 가다 보니,그에게 상처를 준 롤랑의 부인이 더 안쓰럽게 보였다.그녀가 먼저 아들에게 고백할 수 없음을 삐에르가 이해한다는 것도 무리,반대로 그가 어머니에게 따져 물어 볼 수도...그럼에도 한가지. 삐에르에게  자존감이 충만했다면 상황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롤랑부인의 고백처럼,롤랑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장의 행동처럼 고통도 나의 것으로 어떻게든 받아들이려는..삐에르의 시선에서 보면 저들은 모두 잔인한 사람들이지만..반대의 입장에서 삐에르를 보고 있는 것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삐에르가 안스러우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못한 건 아마 그래서였을 지도 모르겠다.다시 읽게 된다면 삐에르의 시선에서 읽어보고 싶다.

 "참 고약하지 삶이란 건! 어쩌다가 거기에서 약간의 달콤함을 발견하면 거기에 빠져드는 죄를 범하고 훗날 호된 댓가를 치르쟎니"/212쪽
w*******i 2020.03.1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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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나도 조금은 아는데 『삐에르와 장』
"그 마음, 나도 조금은 아는데 『삐에르와 장』" 내용보기
그 마음이 뭔지 정말 궁금하긴 하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곤 하는데, 분명 축하할 일에 기쁜 것 맞는데, 그 축하와 함께 찾아오는 질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 상황의 질투는 비단 가족에게서만 생기는 건 아니다. 친구나 동료,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감정이라 더 궁금하다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며칠 전에 이 지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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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이 뭔지 정말 궁금하긴 하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곤 하는데, 분명 축하할 일에 기쁜 것 맞는데, 그 축하와 함께 찾아오는 질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 상황의 질투는 비단 가족에게서만 생기는 건 아니다. 친구나 동료,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감정이라 더 궁금하다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며칠 전에 이 지역에서 정말 뜨거운 경쟁률의 아파트 청약이 있었는데, 주변에 당첨된 사람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남편의 직장 동료가 당첨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짜? 잘 됐다, 식구도 많은데 작은 집에서 고생하더니, 이제 3년만 참으면 넓은 새집으로 이사하네? 근데 부럽다. ㅠㅠ 너무 좋은 일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면서 축하의 말을 남겼는데, 축하하는 내 마음도 진심인데, 부러운 건도 진심이라서 말이다. 이상하게도 이런 마음은 일상의 곳곳에서, 특히 인생의 중요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되면 더 속상하다. 나의 진심이 전하면서도 부러움 역시 소화해야만 하니까.

 

막연한 질투, 형제나 자매 사이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거의 눈에 보이지 않게 점점 자라나다가 결혼식이나 상대방에게 우연처럼 찾아온 행복을 계기로 터져 나오고 마는 질투, 그처럼 가라앉아 있는 질투 때문에 두 형제는 우애와 뒤섞인 무해한 반감의 불씨를 서로에게 품고 있었다. 물론 둘은 서로 좋아하면서도 서로를 탐색했다. (37페이지)

 

롤랑의 두 아들, 삐에르는 의사이고 장은 법을 공부한다. 곧 변호사가 되겠지. 둘 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인 것 같은데, 이 가족의 삶은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 어느 날 아버지의 오래된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 친구는 가족이 없이 사망했는데, 그가 유언으로 장에게 이만 프랑의 돈을 남긴다. 왜 콕 찍어서 장일까? 가족이 없어서 롤랑에게 유산을 남길 정도면 그냥 롤랑 가족에게 남기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롤랑도 아니고, 롤랑의 두 아들도 아니고, 두 아들 중 하나인 장에게 유산을 남기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싶다. 하지만 롤랑은 자기 아들에게 갑자기 뚝 떨어진 돈에 흥분한 나머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죽은 친구를 잠깐 기억하는, 오래전에 만나고 못 봤는데 자기를 기억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그와의 인연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하는 감탄 정도가 전부였다.

 

이때부터 각자의 생각에 바빠진 장의 가족이다. 장은 이 돈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돈을 받으면서 피어날 자기 인생을 생각한다. 롤랑은 자기 돈은 아니지만 자기 가족에게 생긴 돈에 같이 부자가 된 기분을 즐긴다. 자식이 부자가 되었는데 아버지가 나쁠 일은 없겠지. 장의 어머니는 아들의 미래를 꿈꾸며 그 돈으로 변호사로 살아갈 장의 집 꾸미기에 푹 빠졌다. 단 한 사람 삐에르만이 이 상황을 마냥 즐길 수 없었다. 동생에게 질투도 났지만, 이 가족의 분위기가 한 번에 변한 게 더 화가 났다. 아름다운 미망인 로제미유 부인이 장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짜증이 난다. 장에게 돈이 생겼으니 더 매력적으로 보이겠지? 무엇보다 이 유산 상속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뭔가 꺼림칙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부자연스럽고, ‘?’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의문은 점점 의심으로 짙어지면서 삐에르는 이 유산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게 된다. 사실은 엄마의 정부가 장에게 유산을 물려준 것은 물론이고, 장은 그 정부의 아들이었던 거다.

 

그는 어머니가 이처럼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이고, 그러한 고통이 자신의 원한을 덜어주고 어머니의 타락으로 생긴 빚을 줄여준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의 사명에 만족한 판사처럼 어머니를 응시했다. (155페이지)

 

막장드라마는 한국에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프랑스에도 있었네그려. 이 모든 상황을 알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에게 따질까? 세상에 폭로하고 장의 유산이 더러운 돈이라고 떠벌릴까? 아버지에게 먼저 말하고 어머니와 장을 내칠까? 삐에르가 이 사건의 내막을 알아가기까지 굉장히 흥분하면서 읽었다. 이거 훤히 보이는구먼, 수상하다 수상해. 그 과정에서 조금씩 비치는 삐에르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 소설이 막장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라는 걸 말한다. 상황이 만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장에게 어머니의 비밀을 터트렸지만, 삐에르가 이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점점 어머니의 목을 죄어오듯 하는 삐에르의 태도는 잔인하게 보이면서도 이해가 된다. 어머니의 불륜을 알고 난 후에 어머니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아무것도 모르고 새집을 구하고 꾸미기에 바쁜 장이 얼마나 미웠을까, 혼자 돈벼락 맞은 듯이 즐거워하는 아버지를 보는 마음은 또 어떻고. 잔잔하게 흐르면서 이 가족에게 떨어진 유산이 초반부의 흥분을 고조시켰다면, 소설의 중반 이후로는 삐에르가 느끼는 혼란을 중심으로 인간의 모든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 묘한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슴 속에서 들끓는 것을 꺼낼 수도 없는데, 이걸 또 담아둘 수도 없다. , 나는 이럴 때가 가장 싫더라. 나쁜 결정을 했을 때보다 더 정신이 피폐해지곤 하는 이유가 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떤 선택과 결정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때 말이다. 그것도 가족을 상대로 끊임없이 이 상황에 휘둘리고 있으니 어쩌면 좋은가. 문제는 롤랑을 제외한 이 가족 모두가 괴롭다는 거다. 아들이 알아버린 어머니의 불륜을 서로가 수면 위로 올리지 못하고 받아들이고야 마는 결정 앞에서, 그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완벽한 해결은 아니니까.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나기 마련이고,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그 해결의 주체가 장이 된다는 게 예상 밖의 흐름이었다. 순둥순둥해보이던 장에게도 인간의 본성이 있긴 했구나 싶다. 가진 것을 놓칠 수도 없고, 어머니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 뭐라도 해야 했겠지.

 

참 고약하지, 삶이란 건! 어쩌다가 거기에서 약간의 달콤함을 발견하면, 거기에 빠져드는 죄를 범하고 훗날 호된 댓가를 치르잖니.” (212페이지)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던 건 등장인물 모두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벼락 맞고 좋아하는 것도, 사랑을 선택하는 것도, 지켜야 할 것을 먼저 계산하는 것도. 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음을 또 한 번 확인한다.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다. 여담이지만, 차라리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돈벼락이 즐거운 롤랑이 되고 싶기도 하더라.

 

#삐에르와장 #모빠상 #문학 #창비세계문학 #소설 #막장드라마 #불륜

#인간심리 ##책추천 #인간의마음 #가족 #형제

 
n******i 2022.02.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막장의 향기 - 『삐에르와 장』(스포 有)
"막장의 향기 - 『삐에르와 장』(스포 有)" 내용보기
친구가 보내 준 구호물품(?) 안에서 제일 먼저 이 책을 집어 든 건 '모파상'이라는 작가 때문이었을 거다.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뭔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물론 읽는 내내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파리에서 보석상을 하다가 정리하고 작은 항구도시 르아브르에 정착한 롤랑 일가. 술과 낚시를 좋아하는 롤랑 씨와 그 부인, 그리고 두 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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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내 준 구호물품(?) 안에서 제일 먼저 이 책을 집어 든 건 '모파상'이라는 작가 때문이었을 거다.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뭔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물론 읽는 내내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파리에서 보석상을 하다가 정리하고 작은 항구도시 르아브르에 정착한 롤랑 일가. 술과 낚시를 좋아하는 롤랑 씨와 그 부인, 그리고 두 아들은 어느 날 파리에서 알고 지냈던 친구 마레샬이 죽으면서 막내아들 장에게 전 재산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유산 덕에 변호사로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된 장에게 느낀 축하와 질투, 두 감정 사이에서 방황하던 큰아들 삐에르는 절친한 약사 마로브스꼬와 맥주홀 여종업원의 은근한 암시에 자신의 가족에 대한 예상치 못한 의혹에 휩싸이게 된다.

읽으면서 설마설마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 순간, 결국 모파상이 쓴 <사랑과 전쟁>을 읽은 것인가 싶었다. 롤랑 부인이 장에게 진실, 진심이라고 늘어놓는 얘기들은 아무도 배려하지 않은 몹쓸 고백이었고, 그나마도 철저하게 자기 합리화된 것이어서 나는 장과 삐에르가 너무 불쌍했다. 사랑하는 어머니니까 용서하고 무마하고 이해하고 지나갈 수 있다고 해도 삐에르는 왜 떠나야 하는가. 사실 가장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삐에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전반부를 이끌어가는 삐에르의 심경과 행동들을 따라가면서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이 긴장하면서 읽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상했던 반전이 그대로 맞아서 약간 김이 샜고, 이 난장극 주역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뻔뻔하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물론 개개인이 느끼는 괴로움과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 안에서 이해되는 지점은 괴리가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라는 입장과 '오죽하면 그랬겠냐'라는 입장으로 나뉘기도 하는데 나는 사건이 일어난 과거는 제쳐두고 일단 모든 사실이 밝혀졌을 때 상처 입힌 입장이 있는 사람의 태도는 우선적으로는 무조건적인 사죄가 먼저여야 한다고 믿는다. 아마도 내가 짜증 났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을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롤랑 씨는 상관없다고 해도 롤랑 부인은 삐에르에게는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중편과 장편의 경계선에 있다는 이 작품은 모파상의 네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는 모파상,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j****9 2020.03.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