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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를 많이 읽은 편은 아니라서 다른 책들과의 비교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있고 이해하는데 많은 애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전개된다. 소위 주류 경제학이 제공하는 내용 중심으로 경제학을 접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야 맑스 및 자본에 관한 몇 가지 책을 읽으면서 경제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헌트의 경제사상사에 마음이 가던 중 분량 때문에 망설이다가 같은 저자에 양도 적어 먼저 읽어보자고 선택한 책인데 잘 선택했다 싶다.
각 장(Lesson이라고 붙여져 있다.)에 경제학자의 이름이 나오기는 마르크스(지금부터는 책의 번역 명을 따른다.), 베블런과 케인스 세 사람뿐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저자인 E. K. 헌트의 저술이 어느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원서에서도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자본주의의 등장에서부터 교묘하기까지 한 자본주의의 여러 변화 과정을 다루면서 그 대척점으로서의 사회주의가 어떻게 변천하면서 대응하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맞서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국에 나와있는 경제사 서적 중에 로자 룩셈부르크나 레닌의 사상을 이 책만큼이라도 건드리는 게 얼마나 있을까? (Lesson 11 제국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에서 일부 나온다.) 따라서 경제학원론 정도 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사 교재로 쓰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게 말해서 자본주의가 지닌 소수를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타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케인스 이후 2000년대 초까지 경제 상황을 다루면서 사회의 변화 방향을 보여주어 현재에 대한 이해를 강화시켜주는 점 역시 그 나름의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생각의 편린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도 이 책이 준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에 대해 드는 아쉬움은 번역자의 후기에 언급한 것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라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하일브로너가 쓴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좀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헌트의 ‘경제사상사’에 도전해보아야겠다. 이 책을 통해서 경험한 헌트의 글 쓰기가 마음에 들어 빨리 그의 경제사상사를 읽어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두 책 다 홍기빈 씨의 번역이다.) 다만 이 책이 2012년 9월에 처음 나온 후 4년 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처음 쇄로 사게 된 것은 안타깝다. 더 많이 구입해서 읽어도 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재생지로 만든 점도 마음에 든다. 한국어 제목은 너무 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