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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명의 여성들이 1인칭으로 전하는 서른 편의 시들
"서른 명의 여성들이 1인칭으로 전하는 서른 편의 시들" 내용보기
마이다스 부인, 티레시아스 부인, 시시포스 부인, 피그말리온의 신부, 이카로스의 부인. 우리는 이 여인들의 이름을 모른다. 다만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주변인이자 부속인으로 알 뿐이다. 아니, 우리는 이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테티스, 메두사, 키르케, 데메테르나 오르페우스의 부인이었던 에루리디케나 오디세우스의 부인이었던 페넬로페 역시 그들의 이름은 등장하나 역시
"서른 명의 여성들이 1인칭으로 전하는 서른 편의 시들" 내용보기
마이다스 부인, 티레시아스 부인, 시시포스 부인, 피그말리온의 신부, 이카로스의 부인. 우리는 이 여인들의 이름을 모른다. 다만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주변인이자 부속인으로 알 뿐이다. 아니, 우리는 이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테티스, 메두사, 키르케, 데메테르나 오르페우스의 부인이었던 에루리디케나 오디세우스의 부인이었던 페넬로페 역시 그들의 이름은 등장하나 역시나 이들은 중심적 인물이 아닌 주변인이자 부속적인 인물이었을 따름이다.
신화뿐 아니라 성경이나 동화, 문학작품,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삼손은 잘 알지만 데릴라는 그를 유혹했던 부정적인 인물로만 치부되고, 이솝이나 다윈이라는 역사적 인물은 잘 알지만 그들의 아내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마찬가지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파우스트의 부인도 콰지모도의 부인도 우리는 모른다.
캐롤 앤 더피는 『세상의 아내』에서 이 사람들을 소환해낸다.
그야말로 '세상의 아내'들을 불러내어 이들의 1인칭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기존 질서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전복적이며 위협적인 시도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더피는 이를 매우 유쾌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호명해낸 서른 명의 '아내'들의 이야기를 읽다(듣다) 보면 통쾌해진다. 이들은 남성들에 의해 이상화된 뮤즈도 아니며, 욕망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존재도, 자기애적 존재도 아니다.
자신의 욕망과 분노와 소망을 두렴없이, 거침없이 표출하는 한 인간일 따름이다.

늑대의 늙은 배를 가르고 돌로 채운 후 꽃을 들고 숲에서 노래하며 나오는 '빨간 모자'의 이야기로 열어서, 자신의 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의 지하 세계에 내려가 있는 동안 지속되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의 순간을 맞는 데메테르의 이야기로 시집을 마무리하는 이 시집이 다양한 인생과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에게 각자의 위로와 소망, 기쁨이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각자 지난하고 처절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 애쓰는 세상이 모든 여성들에게, 여성이자 동성애자로서 최초로 영국의 계관시인이 된 더피의 말을 전한다.
당신 자신이 이 세상임을 잊지 말길. 당신이 도끼로 남성적 세계를 가르는 사람이건, 다음 세대에게 봄의 따뜻함을 전해주려는 사람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나에게 이 시들은 언어, 관계, 인간되기를 찬양하는 것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쓴다는 것은 아무리 그 제재에 대해 비판적이라 할지라도 찬양하는 것이며,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 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첨가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인가를 주는 행위이다. 나는 『세상의 아내』를 쓰면서 남성성의 어떤 이령에 대해 불평하는 데 주력했다고 느꼈던 적은 없다. 무론 나는 이 시의 내용이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의 목적은 숨겨진 진실들, 혹은 여성적인 방식으로 익숙한 것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들을 찾는 것이었다.



[덧] 영한대역으로 시 원문을 함께 실었다. 이 또한 기쁨이었다.
c*****g 2025.03.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