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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 베티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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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 베티 스미스한줄평 : 군인들에게 한 줄의 희망과 따스한 행복을 건네는 소설이 책을 알게 된 건  <전쟁터로 간 책들>을 읽으면서 미군이 한국전쟁 때 가장 많이 찾은 책, 즉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을 알고나서였다.전쟁터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 뒷주머니에 질러 넣은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라는 책이라는 사실은 내게 호기심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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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 베티 스미스


한줄평 : 군인들에게 한 줄의 희망과 따스한 행복을 건네는 소설

이 책을 알게 된 건  <전쟁터로 간 책들>을 읽으면서 미군이 한국전쟁 때 가장 많이 찾은 책, 즉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을 알고나서였다.

전쟁터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 뒷주머니에 질러 넣은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라는 책이라는 사실은 내게 호기심이 일게 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쓰여져 있길래 군인들을 사로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품절되지 않고 지금까지도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였다. 

프랜시에게 토요일은 넝마를 팔러 가는 일로 시작된다. 프랜시는 남동생 릴리와 함께 다른 브루클린 아이들처럼 옷가지나 휴지, 고무, 못 따위의 잡동사니들을 주어서 상자 안에 넣어 지하실이나 침대 밑에 숨겨놓았다. 프랜시는 평일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아주 천천히 걸으면서 담배포장지나 껌종이에 붙은 은박지 따위가 길바닥이나 하수구에 떨어져 있지나 않은지 살피곤 했다. (8)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이 책에서, 주인공 프랜시의 어린 시절은 가난이 일상이었고 흉이 되지 않던 때였다. 물론 서로 '넝마주의야!' 하며 놀려댔지만 그들의 일상도 쓰레기를 줍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저자는 이야기는 1920년대 대공황시절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자라난 온갖 시시콜콜한 것들로 채워진다.  1943년도에 이 소설을 발표했는데 발표하자마자 100만 부 이상 팔리고,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국전쟁에 참가하여 목숨을 내어놓고 전투에 임하던 청년들의 마음이 바로 프랜시가 동생과 함께 길거리에서 주워 모은 넝마를 팔러 가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프랜시가 겪는 가난의 고통이 추운 겨울 멀리 이국 땅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적을 향해 총을 겨누어야 하는 그런 마음을 조금 따뜻하게 위로해 준 것일까.

소설은 자그마한 이야기로 채워지지만 그 속에서 프랜시가 조금씩 자기 자신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주인공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울고 웃는다. 프랜시는 가난이 지겹고 희망도 보이지 않아 어머니 세대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아니라고, 너희는 엄마 세대보다 훨씬 낫다고. 이미 희망을 가진 세대라고 선언한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들은 엄마보다 더 나아진 게 없어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이미 시작된 거야. 더 나아지는 과정이."
엄마는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소한 이 아기는 읽고 쓸 줄 아는 부모에게서 태어났잖아. 나에겐 그 자체가 굉장한 기적이다." (71)

가족들은 사기를 당하고 실패를 하고 무너진다. 그렇지만 조금씩 일어나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은 가난한 중에도 커피를 즐겼고, (아, 커피 마시고 싶다.) 밖에서 본 노인 이야기를 하며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토론했다.

닐리와 프랜시도 커피를 좋아했지만 진짜로 마시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닐리는 커피를 그냥 놔둔 채 달콤한 연유를 빵에 발라먹었다. 프랜시는 커피 냄새와 커피잔의 따뜻함을 좋아했다. 그래서 빵과 고기를 먹으면서 한 손으로 컵을 만지며 커피의 온기를 즐겼다. 커피의 달콤하면서도 쓴 냄새를 즐길 때도 있었다. 그러면 마실 때보다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17)

더러운 집 아이라고 학교에서 차별을 맛보며 배우고, 깡통에 돈을 모으며 자본주의와 경제 개념을 익혔다.

미국은 커지고 있었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로 바뀌고 있었다. 프랜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 해오던 그대로 책을 읽고 피아노를 연습하고 동전을 저금하고, 고물상도 그대로 있었는데,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갑자기 A에서 B로 바뀌었다. 

모든 게 변하고 있었다. 프랜시는 공포에 휩싸였다. 예전의 세계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세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프랜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매일 저녁 성경과 세익스피어를 읽었다. 그리고 매일 한 시간 동안 피아노를 연습했다. 양철저금통에 동전도 집어넣었다. 고물상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다른 상점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변하는 건 바로 프랜시 자신이었다. (165)

책을 다 읽고 덮었는데도 특별히 감동이 된다거나, 가슴이 뛴다거나, 흥분되거나 하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조용했다. 무얼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거나 좋지 않은 책을 읽었다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책을 읽은 느낌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시종일관 프랜시와 함께 가난한 시절을 거쳐 왔고 어른으로 성장했다. 나도 프랜시만큼이나 가난하고 차별을 받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더 되는지도 몰랐다. 아무 생각없이 읽다보니 책이 끝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비가 내릴 때 피할 집이 있다는 것, 우울할 때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있다는 것, 외로울 때 읽을 책 한 권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 프랜시가 행복이라고 정의한 모든 것을 나는 이미 소유하고 있었다. 그랬다. 이미 나는 프랜시가 그렇게 갈망하던 것들을 가지고 누리고 있었다. 그래서 감동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거나 해일처럼 밀려오지 않은 것이었다. 잔잔한 물결, 은은한 별빛, 익숙한 풍경처럼 그렇게 나와 함께 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행복이란 게 저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어떤 복잡하고 얻기 힘든 걸로. 하지만 얼마나 작은 일들이 행복을 만들어주는 걸까. 비가 내릴 때 피할 수 있는 곳, 우울할 때 아주 뜨겁고 진한 커피 한 잔, 남자라면 위안을 주는 담배 한 개피, 외로울 때 읽을 책 한 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행복을 만들어주는 거야.'
프랜시는 그 빗속에서 생각했다. (318)

아마 전쟁터에서 군인들도 이런 따뜻한 행복을 생각하며 버텨냈을 것이다. 찬송 중에 '모든 것이 은혜'라는 곡이 있다. 내가 여기에 지금 이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물론 내 노력도 많이 포함되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감사이고 은혜라는 것이다. 지금의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책 제목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처럼 나를 나로 존재케 한 모든 것들은 감사함이고 은혜다. 오늘도 감사함으로 완독하고, 감동으로 인생을 반추한다. 독자들도 '지금의 나'가 있도록 도와 준 주변의 모든 사람, 환경, 시간, 공간을 한번 떠올려보면 좋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4.11.2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