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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의 힘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똥이라는 글자만 봐도 코를 막고 킥킥거리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밥이라는 글자만 봐도 뱃속에서 꼬르륵하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책이라는 글자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네.
윤일호 선생은 시인이다. 꾸준하게 시를 쓰며 달을 걸러 내는 동시 잡지나 어린이문학 계간지에 시를 발표한다. ‘글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다. 시의 화자는 어린이다. 방귀나 똥에 유독 열광하면서도 똥이라는 글자에 킥킥거리는 어린이, 밥이라는 글자에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부터 나는 어린이, 책이라는 글자에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어린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시인의 눈이 어디에 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시다.
윤일호 선생은 교사다. 단지 밥벌이로 교사를 하지 않는다. 선생의 모습은 장승초등학교를 살려나간 데서 잘 드러난다. 장승초등학교는 2011년 2월이면 전교생이 9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될 운명이었다. 10년 가까이 시설 투자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학교를 살리는 일에 선생은 뛰어들었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반대하는 말이 많았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혁신학교로 지정되게 하니 지역 언론이 뭇매를 때렸다. 굴복하지 않았다. 지금은 혁신학교의 성공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시련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꿋꿋하게 밀고나간 열매다.
윤일호 선생은 시인이다. 교사로 살아가면서 어린이한테 기준을 맞췄다. 흔히 학교의 주체를 교사, 학부모, 학생으로 말하지만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학생을 제쳐두고 있는가. 그렇지만 선생은 그렇지 않았다. 학생을 학교의 주체로 분명하게 내세웠다. 어린이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그들의 의견을 학교에 반영하려 애썼다. 이를테면 학교 건물을 지을 때도 “교실에 다락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닥이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문을 열면 바로 운동장으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숲처럼 나무 향이 나면 좋겠어요.” 같은 어린이들 의견을 교실에 실현했다. 뿐만 아니라 교실 수업에서, 학교생활에서 어린이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어린이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썼다. 마치 ‘잠수함의 토끼’처럼, 어린이 삶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상춘원 민진홍(송풍초 6학년)
학교 옆에 상춘원이라는 공장에 개가 두 마리 있었는데 한 마리는 머리와 뼈만 집 앞에 있고 다른 한 마리 개는 있지도 않다. 어떤 사람은 잡아먹었다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죽었다고 한다. 만약 잡아먹었다면 그 집 앞으로 다니지도 않을 거고 아저씨를 봐도 인사도 안 할 거다. 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래도 싸다.
윤일호 선생의 교사다. 6학년 선생을 자주 하다 보니 말버릇이 하나 생겼다. “야, 니들 6학년인데 이 정도밖에 못해? 내년에 중학생이잖아. 어떻게 동생들하고 하는 짓이 똑같아?” 짜증스러운 말투로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소곤댄다. “지는, 지는 경력도 많으면서, 후배 샘들하고 뭐가 달라? 그 정도 경력이면 뭔가 달라야 하는 거 아녀? 맨날 하는 말이 다른 어른들하고 똑같아.” 비판한다. 보통의 선생이라면 선생을 욕하는 버릇없는 놈들이라고, 망할 놈들이라고, 화를 내며 혼을 냈을 것이다. 선생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로 삼는다. 당신한테 보내는 어린이들의 경고장으로 여긴다. 아이들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 더 들어주고, 더 살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진짜 참교사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윤일호 선생은 시인이다. 어린이들이 시를 쓰고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가꾸도록 이끈다. 어린이들이 쓴 시가 어른 흉내를 내거나 말장난에 있지 않다. 오롯이 자신들의 삶을 가꾸는 데 닿아 있다. 진짜 시인 교사와 함께하는 어린이들도 한 명 한 명이 멋진 시인인 것이다. 이를테면 장승초 3학년 배소영은 「벚꽃 비」를 쓰고, 장승초 6학년 이예진은 「닦아주지 못하는 눈물」을 쓰며, 장승초 3학년 유승민은 「젓가락 콩 집기 대회」를 썼다. 한 편 한 편이 저마다 다른 울림을 준다. 이렇듯 어린이 시인들의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겨울에도 반팔에 반바지를 자주 입고 다니며 목수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 오지헌을 만나는 즐거움은 덤이다. 윤일호 시인이 어린이 시인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누리지 못했을 즐거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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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어쩌다 교대에 가서 졸업을 했고 매일 아침 아이들을 만납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예쁘고 귀엽습니다. 이 귀여운 아이들과 나 사이에 놓일 징검다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나도 아이들도 좋아하고 즐기며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다리, 윤일호 선생님의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을 통해 글쓰기라 확신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어서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어른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이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글을 곧잘 쓰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글로 쓰지 못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면 적지 못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아이들의 글에 우리가 감동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여러분 교실에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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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도발적이라 내용이 궁금했었는데 제목과 다르게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던 책입니다. 뭉클함과 부끄러움, 경각심, 순수한 마음에 대한 감동이 어우러져 정화되는 기분이었고 이런 아이들을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결심을 해 봤습니다. 아이들만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고 그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싶네요. 그게 힘들더라도 적어도 '망할 선생'은 되지 말아야겠어요. 문득 아이들에게 킹콩샘으로 불리우는 윤일호 샘이 부러워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글을 당당히 쓸 수 있도록 신뢰를 주다니 그리고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선물처럼 주어졌던 정화된 마음으로 앞으로는 식상하게 여겨질 정도록 많이 나왔던 눈높이 교육 ... 아이들 눈으로 보고, 아이들 수준으로 생각하고...을 조금씩 실천해 가겠습니다. 어른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하는 또 반성하게 하는 동화 같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