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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게 재미없으신가요? 요즘은 웃을 일도 별로 없지요? 160쪽밖에 안 되는 얄팍한 책 한 권 소개합니다.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천천히 새겨 읽으면 두 시간이구요. 『살아 보니 그런 대로 괜찮다』
교사인 #홍정욱 작가가 시골에 살고 계신 어머니의 말씀을 묶은 겁니다. 여든다섯 어머니의 말씀 곳곳에 촌철살인의 인생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읽으면서 혼자 제 무릎을 치기도 하고 바보같이 빙그레 웃기도 했습니다. 사는 거 그거 별거 아닙니다. 허허 웃고 사세요! --------
(홍정욱)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문득 끝없이 너른 들판을 건너온 사람의 말인 듯하다가, 또 어떤 날에는 높은 산에서 아래를 멀겋게 내려다보며 던지는 말 같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삶의 껍질 하나를 벗어 버린 듯합니다.
어머니는 종종, “내가 글을 알아서 살아온 이야기를 쓴다면, 아무리 빽빽하게 쓰고, 매매 짜매도 베개 몇 개 쌓은 높이는 될 끼다.“라고 하십니다. 정말 어머니의 이야기는 한여름의 바깥마당처럼 풍성합니다. 수십 년 전의 사람들이 뚝뚝 걸어 나오기도 하고, 풀꽃의 아슴한 향기가 올올이 풍기기도 합니다. -----
* 세수
뜨신 물은 잘 나와요? 전기세 아깝다 생각 말고 보일러 틀어요.
그라고 있다. 그걸 아껴서 뭐 하겠노.
말만 그러지 말고 추우면 꼭 트시오.
그란다. 근데 나이가 든께 씻기도 싫다.
글쵸. 그럼 매일 씻지 말고 사나흘에 한 번만 씻으시오.
그래도 사람이 그라몬 되는가.
볼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요.
남 보라고 씻는가?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기 사람 마음이다. 그기 얼마나 가겠노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라꼬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 거 아이가.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낯을 왜 만날 씻겠노?
* 제 길
요새 아아들은 똑똑하고 말도 잘 듣제?
흐흐. 아아들이야 언제나 그렇지요 뭐.
니는 아아들이 말 안 들어도 넘 아아들을 니 맘대로 할라고 하지 마라이.
내 맘대로 안 하요.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요.
내 말 함 들어봐라. 나도 들은 이야기다만.
무슨 이야기를 하실라꼬?
예전에 책만 펴면 조불고* 깨면 항칠** 하는 아아가 있더란다. 선생이 불러내서 궁디를 때리고 벌을 안 세웠겠나. 그 아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자세히 보니 손꾸락으로 눈물을 찍어서 그림을 그리더란다. 산도 그리고, 새도 그리고.
요새도 그런 아아들이 있소. 벌 세우기도 겁나요.
그래서 선생이 썽이 나서 멀캤단다. 에라이 망할 넘아. 니는 그림이나 그리서 묵고 살아라! 그카니, 세상에! 그 아아가 울음을 뚝 그치고 헤죽 웃음서, 예! 카더란다.
흐흐. 그래서 아아는 우찌 됐는고요?
그건 내사 모르지. 모르긴 해도 글로 벌어먹고 살았겠나? 꿩 새끼 제 길 간다고, 제 길이 다 있는 긴데.
그게 뭔 말이오?
모르는 것도 많다. 꿩 새끼를 데려다 닭장에서 키워 봐라. 틈만 나면 산으로 내빼지. 그게 닭장에서 살겠나? 죽지. 본디부터 다른 넘인데. (조불고*:졸고. 항칠**:낙서)
* 쓸데없는 게 어딨어
니는 넘의 아아들한테 씰데없는 넘, 이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마라이.
그 말 않고 살기 어렵소.
세상에 씰데없는 말은 있어도 씰데없는 사람은 없는 기다. 하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건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넘이 있고 작은 넘이 있는 것이나, 여문 넘이나 무른 기 다 이유가 있는 기다.
그래도 쓸데없는 사람은 있소.
아이다. 니 눈에 그리 보여도 안 그렇다. 사람도 한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나면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노? 밥 하는 놈 있고 묵는 놈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하는 사람 다 있어야 하는 기다. 하나라도 없어 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겠나.
요새 세상은 그런 사람 없어도 잘만 돌아가요.
내사 잘 모르지만 사람 사는 기 별 다르지 않다. 지 눈에 안 찬다고 괄시하는 기 아이라. 내사 살아 보니 짜다라 잘난 넘 없고, 못 볼 듯 못난 넘도 없더라. (하매*:하물며) -------
너무 많이 소개하면 읽을 게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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