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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슬프고 괴로운 이야기는 보질 않았다. 굳이 더 아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도 사실 보고 싶지 않았다. 책을 대충 건너뛰거나 중간에 덮어버릴 줄 알았다. 열일곱, 성에 대한 여섯 가지 에피소드 '버진 신드롬' 읽기도 전에 어떤 이야기일지 충분히 짐작이 됐다. 중학생 딸을 둔 아빠이기에 읽어야만 했지만, 그래도 읽어야만 할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다. 그 하나하나 장면마다 담긴 의미와 복선들이 너무 섬세했고, 아프지만 아름답게 그려진 이야기들이 좋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좋을 것 같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숨은 의미를 찾으면 찾을수록 점점 더 아파지다가 나중에 진짜 몸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이후, 허진호 감독이 내놓은 '봄날은 간다'를 보고 나서는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영화를 만든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 아... 잔인한 사람. 잔인한 감독.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떠안으라고 이렇게 밀어버리다니... 이 책을 사놓고도 곧바로 읽을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그래도 박경희 작가를 믿고 책을 펼쳐 들었고, 거의 쉬지 않고 끝까지 내리읽어버렸다. 중간중간에 길게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아픔을 다 고스란히 펴놓지 않고, 작가의 펜에 반을 남긴 채 그만큼만 내어 보여줬다. 아마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했으리라... 혹여 같은 일을 겪은 이들이 다시 아파할까 봐 그리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마웠다. 마음을 꼬집고 헤집어 놓지 않아 고마웠다. 사랑의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해준 박경희 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