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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작가가 동일한 제목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방식의 소설이어서인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그 제목이 [광장]이라고 하니, 당연히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일곱 명의 소설가들은 [광장]에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기대를 안고 읽게 만들었다. 소설집에 작품을 쓴 일곱 명의 소설가는 윤이형, 김혜진, 이장욱, 김초엽, 박솔뫼, 이상우, 김사과이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작가도 있고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작가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그들의 작품을 만나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중 동시대 파트에 해당하는 3부 전시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전시 도록은 한 번 열리고 사라지는 전시를 기록하는 성격이 짙은 반면에, 이 책은 소설집으로 전시에 참여하는 형태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어떻게 전시에 참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시이고 소설집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의 기대감과는 달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작가들이 쓴 광장이 어떤 광장을 의미하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머릿속에 그려진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먼저 윤이형의 [광장]은 연대형태를 놓고 등장하는 각기 다른 언어와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폐쇄하고 지상8층 지하3층으로 이루어진 복합집회문화공간으로 재구조화 하겠다는 정부에 맞서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각계 인사가 성명을 내고 항의한다. 만화가들도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단톡방을 개설하고 의견을 모은다. 연대방식을 놓고 어떤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 만화가들의 다채로운 관점과 그로 인한 갈등을 통해 행동과 예술 사이, 신인과 저명한 작가, 그리고 세대 차이에 따른 괴리에 대해 말한다.
이장욱은 도시이름을 딴 N광장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광장에 면해있는 광장맨션과 프라자맨션 사이의 화단에서 촉발된 이웃 간의 갈등을 기본 축으로 하여, 버려진 화단을 가꾸어온 명 노인, 광장맨션에 사는 회사원 연우, 프라자맨션에 집이 네 채라는 오조를 통해 재개발을 앞두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벌어지는 사람들의 욕망을 광장에서 일어나는 시위와 연결 짓는다. 광장에서는 매일같이 시위가 열리지만 그들의 요구는 서로 다르기만 하다. 광장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공간이 된다.
김혜진은 주거하던 집 창밖으로 보이던 광장예정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집단 주거단지 안에 있는 공용공간으로서의 조그만 광장이 아직은 낯설기만 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본다. 반면 이상우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유럽 어느 도시의 광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가 광장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김초엽은 확장된 감각을 소통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시스템이 광장을 통해 전파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새로운 감각보조 장치인 플루이드로 서로를 인식하는 시지각 이상증을 가진 모그들은 광장에서 벌어지는 페스티벌 공연 중에 전환물질이라는 시지각 이상 유발물질을 뿌린다. 자신들의 요구나 사상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할 때 광장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 것으로 읽었지만 제대로 읽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박솔뫼와 김사과는 최인훈의 [광장]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읽어낸다. 박솔뫼는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밀항을 했던 사람들을 명훈과 대비시키고, 김사과는 코카인가루를 흡입하는 사내의 이야기 속에 명준의 애인이었던 은혜의 말을 인용하지만, 최인훈의 소설에서 나온 인물들을 등장시킨 것을 빼면 딱히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기 힘들다.
광장은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우리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을 때 광장은 그렇게 다가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광장은 연대와 분열과 혼란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촛불이 물러난 광장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보면서 우리는 그렇게 느낀다. 아니 그 반대도 존재한다. 일곱 명의 소설가들은 각기 자신이 생각하는 광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광장은 낯설기만 하다. 그들은 광장이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선뜻 다가오지는 않는다.
<전시>에 참여하는 형태로서의 이 책이 당초 기획했던 목표를 이루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집으로의 기획은 참신했지만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마 나는 서사가 명확하지 않은 소설을 읽는 것에는 난독증이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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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떤 기획에 의해서든 이런 책이 나오면 반갑다. 최인훈의 <광장>을 떠올려보는 계기도, 우리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는 기쁨도 다 얻을 수 있으니까. 촌사람이 미술관에 들러 얻었던 성과물 중 가장 컸던 보람이 아닐까 싶다.
참여한 작가는 7명이다. 7편의 작품에 모두 설레었더라면 더할 수 없이 좋았을 텐데, 내 취향은 여기서 끝까지 타협하지는 않았다. 글이 실린 순서대로 앞의 네 작품과 뒤의 세 작품이 나뉜다. 윤이형, 김혜진, 이장욱, 김초엽은 내 쪽으로. 박솔뫼, 이상우, 김사과는 아닌 쪽으로. 같은 소재로 저마다 다른 빛깔로 만든 글들을 읽으면서 어째 주제는 한곳으로 모이는 것 같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광장이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하나의 자리라는 것, 결국은 모여야 한다는 것, 모일 수밖에 없다는 것, 벗어나려 해 보았자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 어떤 광장 안에서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바라는 모습의 광장이 있다면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
재미있었다. 이런 기획에서 나온 책들이 언젠가부터 흥미로워졌다. 실린 글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고, 다르게 말하는 듯하지만 결국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도 기쁘다. 내가 어떤 작가와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은 더없이 반갑고 마음이 놓이는 일이다. 생각이 굳어버린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니까.
최근에 우리 작가들의 글을 의도적으로 자주 읽으려고 하는 중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기특하다. 글을 쓰는 것보다 강연을 하는 것에 더 몰두하는 작가가 보이는 듯도 하여 약간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나의 이 염려가 어서 빨리 편견이었음을 깨우쳐 주었으면 좋겠다. 강연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는구나 생각하게 되도록.
문화의 힘이 정치를 바른 길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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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러 갔다가 발견하게 된 소설집입니다. 전시와 연계되어 기획된 것 같았지만 막상 전시에서 이 작품집의 역할이 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 쪽 구석에 몇 권이 쌓여 있었던 게 전부였으니까요. 동시대 젊은 작가분들이 쓰신 소설을 많이 읽으려고 하는데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작가분들이 쓴 소설을 모아 놓은 것 같습니다. SF, 서사가 강한 소설, 실험적인 소설 등 최근 트렌드를 느끼기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