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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오키나와만을 다룬 책은 별로 없지만, 생각해보면 각종 여행기에서 나도 모르게 오키나와를 접해왔다. 배낭을 메고 자신의 발로 걸으며 현지인을 만나곤 하는 여행 작가들은 어떤 여행지가 유행을 타기 전에 그곳을 여행하고 '핫한 여행지'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2012년에 출간한 이 책은 지진과 원전 폭발 이후 이제 막 일본 사람들이 오키나와 이주를 선호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제주도처럼 따뜻해서 겨울에 가기 좋긴 하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아직은 오키나와 여행을 고민해보게 되었던 때에 나온 책이다.
그리고 지금 유행하는 여행작가들의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축축한 사진을 실은 여행기들과는 달리 이 책은 1. 일주일의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2. 정직한 사진(저자가 필카를 찍을 만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듯한데 책에 실린 사진이 컬러가 아니어서 참 아쉬웠음), 3. 일본 영화, 일드 덕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영화와 드라마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촬영지들을 밟아 나가기, 4. 배를 이용해 섬들을 둘러보기, 5. 발로 '산책'하기 와 같은 나름의 원칙과 색깔을 지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나도 연애 이야기 덜 나오는 일드를 참 좋아하고, 느리고 차분하지만 공감 되는 일본 영화도 헐리우드 영화보다 훨씬 좋아해서 종종 찾아보기 때문에 작품들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방식이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바다색 아름다운 휴양지라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되곤 하는 오키나와에 여행 가기 전에 이 책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꼭 찾아보고 가고 싶어졌다. 여행 가기 전에 관련 서적을 섭렵하는 일 만큼이나 재미있는 일이다.
대중교통이 좋지 않다고 해서 차로 이동하려고 렌트를 해두었기에 모노레일을 탈 일도 없을 테고, 일정이 워낙 짧아 배를 타고 섬을 돌아다니는 일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저자가 했던 고쿠사이도리 산책하기는 꼭 해보고 싶다. 골목 골목 연결된 크고 작은 시장들을 직접 보고 듣고 싶다. '초등학생이 한 명 밖에 없어 폐교 위기'라는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 정도로 고령화 되어버린 작은 섬들에 한국인이 여행갔을 때 동네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반가워하며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겠지만 앞으로 또 기회가 있겠지. 아무튼 작품을 감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 천천히 휘적휘적 다니는 저자의 여행법이 재미있었다. 팟캐스트 "그것이 알기 싫다"에서 태평양 전쟁 때 오키나와가 겪은 슬픈 역사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여기 실린 영화들을 더욱 찾아보고 싶어졌다. 하이비스커스도 눈으로 보고 싶고 소바도 꼭 먹고 싶다. 조만간 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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