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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라고 했는데, 이 표현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부인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다만, 책이 오랫동안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쳐온 물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로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책에 대한 책이다.
책에 대한 책인데, 어떤 제목을 갖는 책들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그 책들을 있게 한 재료와 방식, 아이디어 등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 활자, 삽화를 비롯한 인쇄의 방법, 책 만듦새에 관한 얘기들이다. 종이를 만들거나, 인쇄 방법, 제본 방식에 대해서 조금 깊게, 자세히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종종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다른 책에 대한 책들과 방향을 달리 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책의 저자들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책을 만드는 기술자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파피루스에서 시작하여, 양피지, 종이로 이어진 책의 재료와 쉽게 쓸 수 있으면서도 잘 지워지지 않는(또는 지워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잘 지울 수 있는) 글쓰기의 도구 등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구텐베르크에서 비롯된,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된 인쇄의 역사가 단선적인 역사가 아니라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었던 대목이 아니다. 제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과 주변에 널려져 있는 책들을 한번씩 쓰다듬어 보게 되었다. 매끄러운 종의 질이 그냥 아무렇게나 얻어진 게 아니란 걸 깨닫기도 하고,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본문의 글자의 촉감도 느껴보고, 제본했을 때의 위쪽 아래쪽의 장식도 매만지면 이게 생겨난 의미도 생각해 보았다. 책을 느껴보았다. 책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란 확신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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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자체에 대한 여러 저서들을 보면 내부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른다. 흔히 독서 에세이라 불리우는 저서들은 작가의 의도, 흥미로움, 세세한 분석 등에 대한 고찰이 주를 이루며, 나 같은 독자들은 그 내용에 얼마나 감동하느냐에 따라 새 책을 구입하기도 하고 고전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책의 책"은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인체해부도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구텐베르크 이전의 고문서의 주된 재료인 파피루스, 양피지에서 출발한 내용은 인쇄시대에 이르러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책의 형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한장 한장 설명해 준다. 흔히 말하는 장인들의 손맛이 담긴, 그래서 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고도서들은 이제 무선 제본을 거쳐 전자책에 이르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자책은 한 번 시도해 본 이후 그 애정도가 심히 떨어져 고집스럽게 종이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장소의 제약만 풀 수 있다면 나만의 서재는 꼭 가져보고 싶은 소망이다. 예전의 독서가들은 수집한 책 한권마다 버릴 수 없는 애정을 투여했을 것이다. 그 땐 구입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지금처럼 쉽게 버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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