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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일본의 전국시대를 평정한 오다 노부나가, 시종에서 천하을 호령한 백관에 오른 도오토미 히데요시, 히데요시 사망 이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동군의 수장을 맡아 천하를 재패하고 3세기에 걸친 도쿠가와 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이에야쓰의 전기가 ‘ 패왕의 가문’이다.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를 재밌게 읽었다.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이다. 최근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기를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일본사에 관심이 많기에 검색을 통해 이 소설을 찾아 읽었다. 일본 사무라이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온다. 메모를 해가면서 읽어 도움이 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미카와 출신이다. 천하를 재패했지만 천재는 아니았다. 구두쇠였고 겁도 많았다.
스스로를 제3자의 시각으로 보았다고 한다. 때로는 영웅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으나 영웅은 아니었다고 한다. 미카와의 충성심있는 제후들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부하들을 철저히 신뢰한다. 질책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둘째, 부하들의 의견을 끝까지 듣는다. 부하들이 모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셋째,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 두리뭉실할 정도로 큰 틀만 지시한다. 나머지는 지시를 받은 부하가 알아서 해야 한다. 즉 부하들에게 직접 생각하게 만들었다. 때로 창의적인 발상을 해야 했을 것이다. 부하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넷째, 투항한 장수들도 부하로 삼으며 중용했다. 포상도 많이 주었다. 다섯째, 포상은 그 자리에서 시행했다. 구두쇠라 불평은 있었지만 질질 끄는 것은 없었다. 사기를 끌어올렸다.
대망을 읽어야 하는데 방대하여 선뜻 잡히지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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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100년 넘게 지속된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인물. 250년 에도 막부의 시대를 연 초대 쇼군. 통일 일본시대를 열어 체제의 안정을 바탕으로 일본의 사회, 경제, 문화 발달의 초석이 되었던 인물. 한마디로 말해 세상을 품었던 시대의 영웅. 그런 그가 유훈으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자기 분수를 알아라.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패왕의 가문』은 일본을 제패한 패왕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그가 거느렸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현대적으로 해석한 소설, 결국엔 소설입니다. 그런데 어떤 가식적인 영웅담을 통해 인물을 화려하게 치장하려는 모습의 글은 아닙니다. 한 역사의 이야기에서 한 인물의 이야기로, 그리고 다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글. 그리고 화자는 소설 밖에 서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며 해설에 주력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물의 장점과 함께 단점도 많이 지적해 보이고, 역사적 갈림길에서 저지른 중대한 실수 때문에 이후 어떤 상황이 만들어 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또한 가문의 부끄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쑤시기도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선 꽤 흥미진진한 글입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하는 이야기. 그렇다 할지라도 『패왕의 가문』은 재미있습니다. 그것은, 같은 상황을 묘사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재미의 정도가 다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면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역사소설을 전문적으로 썼다던 작가 시바 료타로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많은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또 배경이 되었던 지역에 대한 수많은 일화들이 함께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야기들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마치 세차게 흐르는 강물과 같아 보입니다. 땅을 판 자리에서 품어져 나와 졸졸 흐르기 시작한 샘터의 작은 물줄기처럼, 갑작스레 튀어나온 이야기들이 결국엔 하나의 큰 강을 이뤄 하나의 주요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중엔 이에야스 가문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전체의 이야기라는 큰 대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이야기들의 흐름이 장관입니다. 난세를 평정한 영웅의 이야기는 뭐가 되었든 기본적인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린 시절에 얻은 트라우마와 그가 다스렸던 지역적 특성 때문에 비교적 영웅적이지 않은 성품을 보였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 시대의 일본은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이 드물었고, 그래서 오히려 시대가 요구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심성 많고,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의 의견을 잘 따르는 인물. 영웅이 만들어지기 위한 환경이 좋았던 경우, 즉 시대를 잘 만난 경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에야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람을 잘 만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란의 시대였음에도 이에야스의 곁에는 한결같은 모습의 우직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인간이란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항상 관계를 중요시하며 원칙과 신념을 지켜서 얻은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것이 순간엔 어떤 교묘한 속셈으로 인해 조작된 인간관계와 외교관계였을 수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역사를 다시 되짚어보면 결국에 그 모든 것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반대로 도쿠가와 가문의 아랫사람들 또한 윗사람을 잘 만난 경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혼란의 세상을 평정해줄 영웅의 등장이 필요한 요즘의 시기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문 사람들의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며 진정한 믿음을 주었던 평범한 군주 도쿠가와 이에야스. 독창적이고 천재적 자질이 없던 이에야스에게는 어쩌면 그가 갖고 있던 수많은 단점들이 오히려 그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위엄과 배려. 이 두 가지는 옛날부터 일본에서 지도자가 꼭 갖추어야 할 요소였다. 뛰어난 지혜나 용맹한 자질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긴 하지만, 그것은 결코 지도자의 절대조건은 아니었다. 지혜나 용기 같은 건 수하들이 잘 갖추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20쪽)
젊은이는 흉내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독창과 창의, 기지 등을 세상 사람들은 지혜라고 일컫지만, 그런 것은 칼날처럼 위험하여 마침내 오만을 불러일으키고 몸을 망가뜨린다. 자기 나름의 지혜란 알고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자만인지도 모른다. 특히 전략의 경우는 고금을 통해 아무리 뛰어난 싸움꾼이라도 그 방식이래야 고작 두세 가지여서 어느 하나에 버릇이 들면 어떤 전장에서도 같은 방식을 쓰게 되어 결국 적의 시야에 노출되고 만다. 같은 방식으로 세 번을 이겼더라도 마지막 한 번을 크게 져버리면 그대로 망한다. (24쪽)
그렇다고 해서 이에야스는 ‘도대체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라고 자신에게 묻지 않는다. 이 사내는 회의주의자가 아니었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조그만 일에도 전율을 일으키는 문학청년도 아니었다. 그는 어려운 조건 아래서 살아간다는 데 대해 어떤 열정을 품은 존재였던 것 같다. 그는 선천적으로 집요한 성격을 타고난 생명체로 꼬리가 잘리건 다리가 잘리건 혀로 상처를 핥고 침을 질질 흘리며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열정, 아니 생물적인 본능 같은 것을 풍성하게 지닌 사람이었다. 이것이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사내가 가진 비상한 생리적 특성이 아니었을까. 그 복잡하고 살벌한 전국의 세상에서 이에야스나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결코 뛰어난 재능이라는 지엽적이고 사소한 품성 때문이 아니었다. 존재의 깊은 곳에 끈적끈적한 점막으로 감싸인 선천적인 열정과 생명력이 그로 하여금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123쪽)
그가 어떤 깨달음을 얻어서라기보다는 원래가 그런 사내였다.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젊은 시절부터 추상화하여 자연인이 아닌 일종의 법인처럼 규정했다.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떠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움직였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도 마치 객관적인 사물을 보는 듯이 관리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필요한 것을 처방했다. 그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밀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의 일생은 그것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좋다. 어디를 보나 영웅의 풍모란 찾아볼 수 없고, 외모도 일상도 그 재능도 극히 평범하기 짝이 없었던 인물에게 다른 사람에게 찾아보기 힘든 어떤 신비가 있다면 바로 이 하나였다. (5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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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역사에 있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국시대를 종결짓고(단순히 '전국시대를 통일했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제법 복잡한 역학관계들과 사연들이 많다) 이후 근 300년 가까이 지속된 에도 막부를 창시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패왕의 가문>은 일본역사소설의 거장인 시바 료타로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도쿠가와 이야기다. 마치 시오노 나나미가 팩트와 사견을 엮고 상상력을 보태 '로마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듯, 시바 료타로 역시 여러 기록들과 일화들을 바탕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과 역사를 조망하고, 여기에 개인적인 의견과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하듯 서술해 나간다. 그야말로 '도쿠가와 모노가타리(德川物語)'라 할 수 있겠다.
도쿠가와 가문, 이전의 마쓰다이라(松平, 도쿠가와로 성姓을 바꾸기 전의 성) 가문의 발원과 해당지역의 풍토, 기질에 대한 서술로 운을 떼는 시바 료타로. 이른바 '미카와 기질'로 명명한 이 성격과 풍토, 기질이 도쿠가와 이에야스 본인을 비롯, 도쿠가와 가문의 가신들과 나아가 에도 막부 270년간 치세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유전인자로 작용함을 역설한다. 질박하고 정이 많으며, 쉽게 남을 믿지 않고, 허례허식이나 허황된 것을 배척하고 기존의 가치와 인식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촌사람 특유의 음험함과 질퍽하면서도 끈끈함을 동시에 갖춘 미카와 사람들의 미카와 기질. 철저하게 낮추고 인내하고, 지키고 뭉치는 이 미카와 기질로 말미암아 전국시대 최후의 패자覇者로 군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야스 뿐만 아니라 향후 에도 막부의 성격, 아울러 근대 현대 일본인들의 성격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이 미카와 기질에 대해 시바 료타로는 무척 회의적인 표현을 여러번 하는데, 시대와 동떨어지고 안존하고 폐쇄적인 기질이 일본의 발전을 저해하고 왜곡되고 뒤틀린 일본인을 낳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시각과 작가의 생각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비판의 여지도 있고 논란의 여지도 있을 수 있으나 어쨌거나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 분석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인간 이에야스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들여다보고 짜내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이 '미카와 기질'에 대한 언급이 작품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고 있고, 이 '미카와 기질'이 전국시대 후반부터 에도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보는만큼 작품의 제목을 인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아니라 '패왕의 가문'으로 이름지었다 한다.
그렇게 미카와 기질로 서두를 뗀 뒤, 이에야스의 슨푸 인질 시절부터 미카타카하라, 장남 노부야스와 정실 츠키야마의 처형, 혼노사의 변, 혼노사의 변 후 고슈와 신슈 병합, 고마키-나가쿠테 전투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따라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미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었기 때문에 무척 익숙하게 다가왔던 이야기들인데, <패왕의 가문>만의 특징은 이 사건과 이야기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해설하듯 서술해 놓았다는 점이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듯 하다. 거기에 수많은 일화와 기록들을 군데군데 끌어와 해당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고(이를테면 노부나가가 이에야스에게 제철이 아닌 때에 복숭아를 선물했는데 이에야스는 하나도 먹지않고 가신들에게 나눠주었다라는 사실을 다케다 신겐이 듣고 이에야스가 천하에 야망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철이 아닌 음식을 먹고 탈이나서 목숨을 잃거나 하면 천하를 취할 수 없지 않겠느냐 하는 것 등등), 시바 료타로만의 시각으로 함께 들여다보며 이리저리 상상의 날개를 펼쳐볼 수 있었다는 점 등, 소설형식으로 읽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는 또다른 새로운 재미와 흥미를 느껴볼 수 있었다. 물론 부분부분 소설적인 서술과 묘사들도 함께 한다.
스토리 라인에 있어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고마키-나가쿠테 전투 이후 꽤 많은 세월을 뛰어넘어 곧바로 이에야스의 최후로 넘어간 점. 개인적으로 히데요시 사후 세키가하라 전투까지 이에야스가 혼란 정국을 휘어잡고 전국을 구워삶는 모습을 재미있게 풀어 보여주었으면 했는데 조금 아쉽다(이 부분은 작가가 쓴 '세키가하라전투'라는 작품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초반부 이에야스 독립부터 미카타카하라까지의 약 10여년간도 그대로 점프해버리는데 이 부분은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도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던 기간으로 기억하는 만큼(읽은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달게 자다가도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시대,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지도 모름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자식간에 반목하고 믿었던 친구나 충직한 가신이 칼을 들고 자신의 목을 노릴지도 모르는 그런 시대. 채 100년이 안되는 짧은 시간속에서 무수히 사그러져 간 수많은 인물들과 파격에 충격을 더하는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결국은 살아남아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 이에야스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치고 피로 눈물로 삼키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는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마음먹고 행동했는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까지 했는가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앞서 말한대로 천하쟁패의 결정적인 장면은 언급되지 않았으므로(이 말을 쓰고보니 작가가 의도적으로 쓰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에야스의 고난과 인고의 세월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질로 잡혀가 굴욕을 당하고 이웃 강대국들에게 계속 고개를 숙였던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시대의 보편적인 요구와 흐름, 거기에 특수한 미카와 기질이 합쳐져 인간 이에야스를 만들고, 미카와국을 만들고, 나아가 에도 막부를 만들어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에야스가 최후에 이르러서도 그답게 많은 것을 정하고 부탁하고 떠나는 모습을 끝으로 정말 담백하게 작품을 마무리 짓는다.
인간관계의 갈등과 갖가지 모략, 기구한 운명과 기괴한 인물들,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의외의 흐름과 역사 등 일본의 전국시대를 다룬 작품들 중에는 무척 흥미로운 것들이 제법 있다. 우리에게 있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감정, 전국시대 말기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꼴도 뵈기 싫은 인물이 있어 조금은 묘한 감정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할지라도 참 재미있게 잘 쓰여진 작품들이다. 결국은 스토리텔링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할 수도 있겠지만.
이 <패왕의 가문> 역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들어 읽어내릴 만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소설로 쓰여진 작품과 함께 읽으면 흥미와 깨달음이 배가倍加되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으리라. 인내의 화신 이에야스, 처세의 달인 이에야스지만 굳이 거기에서 배울점을 찾아내고 느껴도, 그렇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일단 재미있다는 것, 먼지쌓인 기록에서 튀어나온 인물답지 않게 생생하기 이를데 없다는 것, 어떤 형태로든 느끼는 바가 있어 한번쯤 자기와 비교도 해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이런 재미난 작품들은 계속 찾아 읽게 될 거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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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임진왜란으로 익숙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휘하 장수들... 그들은 오닌의 난 이후 100년 가까이 펼쳐진 피비린내나는 일본의 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생성되고 키워진 사무라이들이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사실상 평정한 최초의 패자는 오와리의 영주, 오다 노부나가였다. 하지만 그는 수하장수 아케치 미츠히데의 쿠데타로 천하평정을 코 앞에 두고 죽게되고, 그의 휘하 장수였던 하시바 히데요시가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으로 반란군 아케치 미츠히데를 제압하고, 오다 노부나가의 후계자로 부상하게 된다.
그 하시바 히데요시가 일본의 전국시대를 끝내고 전국통일을 이룩하고, 일본 천황 조정으로부터 도요토미라는 성을 하사받게 되는 것이다. 그 히데요시가 정유재란 막바지에 마침내 숨을 거두고, 일본 천하를 두고 다시 한번 사무라이들이 두 패거리로 자웅을 겨누게 되는 것이 그 유명한 세키가하라 전투이다. 여기에서 관동지역의 맹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리더로 한 동군이 승리를 거두게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자신의 근거지인 에도에 막부를 설치하면서 길고긴 전국시대가 막을 내리고 일본은 에도 시대로 접어 들게 된다.
이 책은 일본 근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의 한 명인 바로 그 인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일본 역사 소설의 거장 시바 료타로가 다룬 작품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책은, 우리에게는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더욱 알려진,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미 있다. 그러나 그 책은 방대한 분량 탓에 시작하기가 쉽지 않고, 일본 전국 시대 역사와 인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이 있어야 긴 호흡으로 따라가며 읽을 수가 있다.
그에 반해 이 책 [패왕의 가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70년이 넘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600페이지에 걸쳐서 한권의 책으로 요약해서 보여준다. 역사 소설이라기 보다는, 간략한 해설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읽으면 더욱 이해도나 몰입도가 높아지겠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역사소설의 거장, 시바 료타로가 날카롭게 짚어내는 전국시대 인물들의 특징들과 장단점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주인공인 이에야스의 캐릭터도, 그의 장점은 물론 단점 까지도 잘 드러내보여주고, 이에야스가 적으로 상대했던 다케다 신겐이나 하시바 히데요시에 대한 묘사도 훌륭하다.
초반부에 그의 생애와 이력을 조목조목 아주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요약하며 전개되던 서사가, 히데요시와의 코마키 나가쿠테 전투에서부터 대하소설처럼 분량이 늘어나며, 그 전투 이후의 이에야스 인생의 아주 중요한 후반부 모습들은 생략한체 갑자기 세키가하라 이후 은퇴한 이에야스의 일상 이야기로 넘어가는 마무리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
![]() 중간고사와, 유학 면접의 충격에 혼이 떠날 것 같은 느낌에, 지긋지긋한 학교생활에 일탈을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나로서는, 뭔가 비타 500같은 청량음료 같은 산뜻한 무언가가 필요 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항상 관심을 갖고 있던 시바 료타로의 책을 접할 수 있어서, 다른일들은 재쳐두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패왕의 가문]은 실의에 빠져있는 무기력한 이들에게 한번쯤 권해보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도쿠가와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전까지 일본의 정치에 가장 선두에 있는 가문으로써, 그 기틀을 마련한 초대 쇼군 도쿠가와의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 패왕의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거들먹 거리며 소개하기 보다는, 이에야스의 성격, 행동, 사고방식들을 작가의 상상을 더해 만들어낸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미카와라는 약소국의 이야기와 미카와 무사단의 이모저모를 살펴볼수 있다.
우선, 읽는데에는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재미가 넘친다. 다른 시바 료타로의 소설에 푹 빠졌던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인간 이에야스의 모습을 작가의 상상을 통해 잘 그려내었다. 시바 료타로는 책을 쓰기전에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글을 쓰는데,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일부 지명과, 직역한 표현들이 약간 거슬리기도 하지만, 아직 전국시대의 흥미를 가지고 있는 정도의 독자에게도 추천할만 하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이기 보다는 이 책은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소설이기 때문에 주의를 하면서 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이에야스의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미카와 무사단의 이런 저런 모습을 소개하는데, 도쿠가와 가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미카와 무사단의 활약하는 모습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메이지 유신까지 이어온 도쿠가와의 무사들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메이지 유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 보면 무능력하고 고지식했던 말기의 막부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야스의 여러 사건들과 인물들을 통해 이에야스와 미카와 무사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에야스가 천하를 통일하게 된 세키가하라 전투나 오사카 전투에 대한 모습이 없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시바 료타로가 쓴 세키가하라등에서 모습을 살펴 볼 수 있지만, 이에야스가 드디어 통일하는 모습을 이에야스적 관점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또한 일부 직역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의 인질생활에서 셋사이와 이에야스의 대화에서 고금동서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왔는데, 이해 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의 동서고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게 오히려 조금은 부드럽지 않았나 하고 생각이 든다. 책의 중반의 오토나라 쓰고 家老라는 한자를 썼는데, 이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일본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의미을 알수 없고 이 책의 일본책 원문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또한 일본어의 한글 표기법이 다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처음 책을 접하는 독자들은 그런 점을 많이 숙지하고 읽어 보아야 할 것 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에야스의 사건을 작가 개인의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책이기 때문에, 읽는데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천하 경영의 비법서나, 비결을 적은 책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흔히 생각하는 영웅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에야스의 모습은, 그가 살았던 독특한 생애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장 쉽게 생각하면, '왜 이에야스라는 사람은 일본에 자신의 막부를 세웠는가?' 간단히 말해 '인간 이에야스 이해 지침서'라고 생각하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에야스에게 본받을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생각해 보기에는 이에야스의 경영방식이란 현대사회에는 적용하기가 많은 무리가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자기 절제와, 타인의 장점을 본받는 점, 또한 자신의 부하들을 다루는 점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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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16세기 100년 이상 지속된 전국시대에 일본을 통일하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이어 최후의 주인이 된 인물입니다. 그가 설립한 에도 막부는 250여년간 체제 안정을 통해 오랫동안 평화를 누렸으며, 문화나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패왕의 가문은 이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입니다.
책은 서론부터 미카와 기질에 대해 설명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난 미카와는 산악지역에 인구가 적은 약소국입니다. 이책의 초반부터 설명하는 미카와는 지역과 사람의 의미에서 나아가 기질을 뜻하며 이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가신들의 관계와 성격을 설명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기질을 단결력과 충성심에 의한 통일의 원동력으로 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융통성이 없고 폐쇄적이라고 말합니다.
주인공은 어린시절부터 고난과 시련으로 단련된 인물입니다. 오다가문과 이마가와가문 사이에 치여 사는 약소국에서 태어나 인질로 떠나는 중 납치도 당하고 돈 몇푼에 팔리기도 합니다. 여러 타국에서의 인질생활을 하는동안 자신을 깔보고 무시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자신을 움추리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신중함을 배웠는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 인물입니다. 전장의 패전, 특히 전국시대의 최고의 군대를 가진 다케다 신겐과의 전투 이후 큰 경험과 교훈을 얻게 됩니다.
주인공은 성급하지 않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물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에서 시련을 준 인물들의 사후에는 그들의 영지며 장수 등이 이에야스의 품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야망패자'라는 책에 누구나 야망을 품지만 최후의 승자는 하늘이 결정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600여 페이지 정도로 꽤 두꺼운 책이지만 한 인물의 일대기와 관련된 많은 역사사건들을 한권의 책으로 담으려다 보니 진행이 빠르고 생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시대때 주요 영주들과 장수들, 역사적 흐름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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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1923~1996)에 대해서는 지한파이면서도 침략 전쟁을 부정하는 등 우익적인 사상으로 인해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한편으로, 당시 일본군의 무능함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까는 면도 있지만 막상 과거사 반성에 대해서는 소극적입니다. 사실 그의 역사관은 쇼와 시대를 살았던 대다수 일본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배웠기에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 사상을 떠나 적어도 작품만 본다면 "과연 료타로"라고 할 만큼 필력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단순히 서재에서 펜 하나만 들고 상상력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엄청난 사전 조사와 자료 수집, 철저한 고증을 거쳐 쓴다는 점. 따라서 그가 쓰는 역사소설들은 하나같이 매우 생생하면서 현장감이 넘칩니다. 인물이나 배경, 사건을 사실과 상상력을 적절히 섞어서 묘사하면서 뜬 구름 잡기 식으로 장황하지 않습니다. 또한 누가 읽더라도 이해하기 쉽죠. 그러니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무지 손을 떼지 못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심지어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조금 과장해서 트럭 한대 분의 자료를 모아서 공부한다고 하니 작가라면 누구라도 본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의 작품인《올빼미의 성》과 《료마가 간다》도 매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지만, 도서관에 갔더니 《패왕의 가문(覇王の家)》이 꼽혀 있길래 빌렸습니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단숨에 읽었네요. 전국시대의 패왕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오다 노부나가이지만, 의외로 이 책의 주인공은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도쿠가와 막부 300년을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왕도를 추구한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오다 노부나가의 패왕으로서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겠지요. 료타로 스스로도 책의 후기에서 "이에야스와 패왕은 그다지 매치가 되는 이미지가 아니지만 어쨌거나 도쿠가와 막부를 연 사람이기에 조금 거창한 제목을 붙인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가 되어 한 왕조의 창시자가 되었음에도 일본인들에게는 그다지 인기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에서는 이에야스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창작물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가려진 채, 능구렁이나 너구리로 불리며 교활하고 음침한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하물며 다케다 신겐, 우에스기 겐신보다도 인기가 없습니다. 이는 메이지 시절에 와서 이에야스를 격하시킨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이에야스한테서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처럼 어떤 영웅으로서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에야스에게 천재성은 없다거나 범재이지만 전형적인 노력형 수재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위의 두 사람과 비교했을 때의 얘기일 것입니다. 제아무리 ""오다가 반죽하고 하시바(도요토미)가 찐 떡을 기다리다 먹은자"라는 말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해도 이에야스에게 뛰어난 두뇌와 사람을 끌어모으는 매력, 혁신적인 면이 없었다면 미카와라는 한낱 좁은 벽촌에서 깃발을 들어 수많은 군웅들을 제압하고 전국시대를 통일했을 리 없겠지요. 이에야스는 결코 과소평가할 위인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료타로는 이에야스의 탄생부터 죽는 순간까지 그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사를 통해 그의 성격을 분석하고 이후 일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말합니다.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인질 생활부터 요시모토가 오케하자마에서 패사한 후 미카와에서 독립하고 오다 노부나가와의 동맹, 최강의 적이었던 다케다 신겐 앞에서 최악의 패배를 당했던 미카타카하라 전투, 히데요시와 벌였던 고마키 전투, 세키가하라 전투와 오사카 전투를 거쳐 천하 패자가 되는 순간까지 그의 칠십 평생은 그야말로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의 가문은 가난한 벽촌의 약소국으로 주변의 군웅들에게 휘둘려야 했고 늘 굽신거려야 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에게는 동맹자라기보다 이용하기 좋은 부하 취급을 당했습니다. 어쩌면 천하를 얻은 것은 고사하고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기라성 같은 수많은 군웅들 사이에서 전국시대 최강이라 불리었던 다케다 신겐이나 우에스기 겐신은 물론이고, 통일 직전까지 갔던 오다 노부나가, 실제로 일본의 지배자가 되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대신해 최후의 순간에 승자가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대해, 이에야스를 일방적으로 미화한 야마오카 소하치와는 달리, 료타로는 비교적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이에야스의 장점과 단점을 비평합니다. "그는 독창성은 없었다. 대신 특유의 극단적인 자기 보존 정신으로 어떻게든 난세에 살아남기 위해 자신보다 뛰어난 천재들을 철저하게 베꼈다. 하지만 무로마치 말기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서구의 대항해시대 조류에서 일본을 고립시켰다. 그로 인해 일본인들의 인간적 그릇은 좁아지고 비틀어지고 만 점이 가장 큰 불행이다." 일본 전국시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료타로는 작가이지 역사 학자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역사 소설에 가까우며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지만 료타로에 의해 재구성되었기에 상당 부분은 허구입니다. 실제 역사는 아니라는 것이죠. 말하자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가지고 실제의 조조와 유비의 삶을 논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1970년대이고 지금까지도 전국시대에 대한 상식들 태반은 에도 시절에 창작된 소설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재미만 있으면 되지 않을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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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는 260여년에 가까운 에도막부를 연 일본 역사상 가장 추앙받는 인물이다. 일본 중부의 소국 미카와 출신인 도쿠가와는 어린 시절 주변 강대국의 인질로 잡혀가는 비운과 고통속에서 약자의 설움을 철저하게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봉토로 돌아오나 주변의 강자들, 스루가의 이마가와 요시모토, 전국을 거의 통일하게 되는 오다 노부나가, 가이의 호랑이라 불리우며 전신(戰神)으로 추앙받던 다케다 신겐 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목숨 하나 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점차 자신을 키워나가며 세력을 불리우고 영토를 확장하며 재정상태를 늘 풍족하게 운용하면서 결국 전국의 패자로 우뚝서게 된다. 그 과정을 유명한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패왕의 가문>에서 이에야스의 인물됨과 가신집단의 특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시대를 조명하고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이에야스를 재능과 통찰력을 갖춘 지도자라고 평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에야스는 주변의 강자들 속에서 생존하는데 급급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복종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오다 노부나가나 다케다 신겐의 가신들과는 달리 거의 동등한 지위로 느껴질 만큼 강력한 가신들의 파워속에서 역학관계도 고민해야 하는 위치였다고 한다. 단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뭉쳐서 자신들의 생존을 꾀하지만 미카와 지역주민들의 충성도는 이해타산에 중점을 두는 타 지역 무사집단과 달리 강력한 충성심과 배타적인 보수성을 띠고 있었는데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이에야스라는 미카와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데 큰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생존방식을 찾아낸 이에야스가 패자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천재도 아니고 강력한 카리스마도 가지지 못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오다 노부나가와 동맹을 통해 다케다 신겐에 대항하고 다케다 가문이 망한 후에는 그 지역 무사집단에 신망을 얻음으로서 고스란히 전력을 배가시키고 전법을 전수 받음으로서 한단계 성장하였으며 혼노지의 변을 통해 위기상황을 겪으면서도 온전히 고향 미카와로 탈출할 수 있었던데는 늘 관계에 충실했던 그의 성향이 충성심 강한 가신들의 보필과 조력자들의 노력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미카타가하라 전투의 엄청난 패배와 자신의 아내와 장남을 죽이면서까지 오다의 의심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런 고난이 이에야스를 인내와 때를 기다리는 정국분석의 시각을 길러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고마키 나카구테 전투에서의 승리로 오다를 계승한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간담을 서늘케 한 동인이었다고 한다. 또한 도요토미 히에요시의 지배하에서도 자신의 세력을 온존히 보존함으로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에 세키가하라 전투와 오사카 진을 통해 도요토미가를 멸망시키고 전국을 통일시킨 이면에는 평범했던 이에야스가 인내를 통해 길러 온 리더로서의 내공과 가신들간 협력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야망은 가지지 않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혼란과 냉엄한 약육강식의 시대에서 패자로 거듭난 도쿠가와 이에야스. <패왕의 가문>은 소설 대망을 읽어 보려다 삼국지와 달리 실패했던 내 자신에게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이에야스가 패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한권으로 이해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단 아쉬운 것은 이에야스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세키가하라 전투와 오사카 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이 책이 가진 인간 이에야스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충분히 재미와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70년대 간행된 이 책이 시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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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공명의 갈림길(功名が辻)』에서 진지하고도 익살스러운 표정의 이에야스> (출처 : NHK 대하드라마 『공명의 갈림길(功名が辻)』 29화 中)
흔히 전국의 3대 영웅으로 꼽히는 오다 노부나가와 토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너무나도 유명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울지 않는 새를 이 세 명에게 가져다 주면 성미가 급한 노부나가는 가차없이 새를 베어버릴 것이고, 잔꾀가 많은 히데요시는 어떻게든 새가 울도록 만들 것이며, 느긋한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일본의 경영인들은 이 세 사람 중에서 누구를 닮고 싶은지, 그리고 누구를 부하직원으로 쓰면 좋겠는지에 대한 물음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항상 제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합니다. 아마도 센코쿠 시대의 난세를 특유의 느긋함으로 오랜 기다림을 통해 이겨내고 결국에는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번영하는 막부를 만들어 낸 사나이니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군요. 당대 최고의 센코쿠 다이묘들이었던 오다, 호조, 타케다, 우에스기, 토요토미 등의 틈바구니에 낀 미카와라는 지역의 현실, 그리고 이마가와와 오다의 인질로 이리저리 치였던 어린 시절의 불우한 삶을 이겨내고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린 끝에 결국 일본재패라는 열매를 거둘 수 있었던 그의 인생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지요.
일본의 대중적인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 역시 이 이에야스의 매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음을 이 『패왕의 가문(覇王の家)』을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에야스와 미츠나리의 대결인 『세키가하라(関ヶ原)』가 1966년에 나온 6년 뒤인 1973년에는 아예 단독으로 이에야스를 살펴보는 『패왕의 가문』이 나왔으니, 한 인물과 관련한 두 개의 이야기를 이렇듯 간극을 두고 써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이야기와 매력을 충분히 곱씹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에야스의 영웅이라는 포장지에 가려진 다양한 이에야스의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촌티도 이런 촌티가 없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에야스를 나타내는 말로 '미카와스러움'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바로 이웃인 오와리 사람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에야스의 그러한 기다림의 미학, 완고함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것과는 달리 작가는 그러한 '미카와스러움'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소설에서 나오는 세 인물, 사카이 타다츠구와 이시카와 카즈마사, 그리고 안도 나오츠구를 통해 이에야스의, 그리고 미카와 사람들의 '미카와스러움'을 꼬집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네요
<뭐 이를테면 패왕의 화려함은 요정도로...?> '미카와스러움'을 꼬집는 첫 번째 인물인 사카이 타다츠구는 도쿠가와 사천왕 · 도쿠가와 16신장 중에서도 제일의 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야스의 적장자인 마츠다이라 노부야스를 노부나가로 하여금 죽이게 만드는 장본인이 됩니다. 매우 신중하고 검소하며 매사에 조심스러운 아버지와는 달리, 오와리풍을 좋아하여 화려하고 혈기왕성한 아들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웃인 오와리에까지 그 용맹함이 널리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무사였고, 비록 일부 혈기가 지나친 면(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흉포한 짓이긴 하지요)이 있었다곤 하지만 어머니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신을 약간은 멀리하는 아버지에게도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며 별 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던 아들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에야스가 잘 다스려주기만 한다면 좋은 재목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이 뛰어난 젊은이를 타다츠구는 노부나가가 차려놓은 함정에 숟가락을 앉고 말지요. 마츠다이라 가문이 미카와에서 처음 들고 일어날 때부터 비록 그보다 더 큰 세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해준 사카이 가문의 자부심, 그리고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세적 분위기를 농후하게 간직한 미카와 사람(p.147)'이었던 그의 입장에서, 나를 싫어하는 노부야스가 후계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집안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의 정당방위, 그리고 나아가 도쿠가와 가문의 안위가 걱정된다며 노부야스를 처벌해야 한다는 타다츠구의의 생각을 서술하면서 작가는 '미카와스러운' 중세 무사의 극단적인 행동을 가감없이 드러냈습니다. 덕분에 이에야스는 눈물을 머금고 가문 최고의 공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야 했었고 이후에도 계속 노부야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이를 가지고 타다츠구를 비록 원망하긴 하겠으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가문을 위해 그를 계속해서 중하게 쓰는 장면을 볼 때 이에야스의 인내력과 용병술은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겠지요. 다만 이 장면만은 참 짠하더군요. 성내에서 고와카마이 공연을 보다가 왕자를 대신하여 신하가 자신의 자식의 목을 베어 바치는 이야기에서 타다츠구를 돌아보며, "저 춤을 봐라, 보란 말이다!(p.161)"고 외치던 모습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미카와스러운' 이에야스의 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카이 타다츠구의 초상> (출처 : 일본 위키 사카이 타다츠구)
'미카와스러움'을 꼬집는 두 번째 인물은 바로 '도쿠가와의 배신자' 이시카와 카즈마사입니다. 미카와 출생으로 어린시절 다케치요(이에야스의 아명)가 이마가와에 인질로 잡혀있을 때부터 함께 한, 이에야스로서는 그야말로 한 평생의 친구이자 전우, 최고의 가신인 카즈마사는 출신성분과 생애만 따져봐도 그 누구보다도 분명 '미카와스러워야' 하겠으나, 하필이면 세상의 정세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미카와 무사들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하게 세상의 물정에 관심이 있었던 죄로 결국 도쿠가와 가문을 등지게 됩니다. 물론 히데요시의 꼬드김이 크게 작용했겠으나 "미카와 놈들은 속이 좁아.(p.494)"를 입에 달고 다니고, 전장에서는 '미카와스럽지 않은' 오와리풍의 화려한 마표를 들고 다니며, 세상 돌아가는 꼴을 혼자만 알고 있던 '안쇼 이래로의 직속신하(p.511)'를 미카와 사람들은 히데요시와 놀아나서 주군을 배신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수군댔고, 그러한 등쌀에 이기지 못한 카즈마사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도쿠가와의 발원지인 미카와 오카자키성의 성주라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마키-나가쿠테 전투 직후 히데요시에게로 넘어가버리고 맙니다. 작가는 이 카즈마사의 이야기를 통해 '미카와스러움'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을 꼬집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장에서의 첩보활동은 그 누구보다 철저했으면서도 노부나가 사후에 히데요시의 천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식견도 없고 관심도 없던 이에야스라던가, 그저 화려한 오와리 풍을 추구한다고 윗사람인 카즈마사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던 혼다 시게츠구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폐쇄성은 결국 도쿠가와 막부 300년을 규정짓게 되고 나아가 현대 일본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그나마 폐쇄적인 미카와에서 유일하게 개방적이었던 그리고 정작 개방적인 분위기에 매혹되어 넘어갔지만 넘어가서는 다들 개방적인 분위기에 그다지 뛰어날 것이 없어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던 카즈마사의 모습을 보면서 작가는 '미카와스러운' 답답함에 대해서 토로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카와스러움'을 꼬집는 인물이 바로 안도 나오츠구입니다. 이에야스 일생에 가장 빛나는 전투였던 코마키 · 나가쿠테 전투에서 전투의 서장에서 활약했던 이 나오츠구가 없었다면 과연 도쿠가와군이 히데요시의 대군에게 잘 대처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에서 그의 비중은 크게 그려집니다. 나오츠구의 전투에서의 활약상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노부나가의 형제이자 노부나가 사후 오다 가문의 후계자 계승 문제를 놓고 개최한 키요스회의에 참석한 네 명의 중신 중의 한 명이었던 이케다 츠네오키와 그의 아들인 모토스케를 전사시킨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이에야스가 마치요(이이 나오마사)를 잘 봐달라는 명령을 고지식하게 지키면서 공을 그에게 양보하고 오로지 충성심으로만 행동하면서 당시의 전장에서 공을 세우는 법도인 적장의 목을 취하지 않는, 요샛말로 하자면 쏘쿨함을 보여주면서 노신들의 불만을 샀던 '미카와스러운' 완고함을 가진 이 사내의 모습에서 무언가 찝찝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더군다나 전투 이후의 논공행상에서 불과 500석 밖에 받지 못한 그의 모습을 보면 더더욱 좁디 좁은 도쿠가와의 '미카와스러움'에 대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지요. 나오츠구가 그저 이에야스에게 중요했던 코마키 · 나가쿠테 전투에서 반짝 활약한 무사라면 그나마 이해라도 하겠지만, 이 사람은 이후 막부의 초대 정치를 담당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오사카의 진 당시에는 비록 이에야스의 이야기를 엿듣기는 했으나 가장 먼저 전투의 준비를 마치고 달려올 정도로 기민한 면이 있었으며, 혼다 마사즈미가 이에야스와 그의 아들 도쿠가와 히데타다의 정권 하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에 유일하게 그의 몰락을 예견했던 정치적인 감각도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출처 : 일본 위키 안도 나오츠구).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이 전부 1만석 이상의 다이묘가 되는 와중에 이에야스 하에서는 5천석의 녹봉 밖에 받지 못하면서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던 이 우직한 '미카와스러운' 무사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작가는 '미카와스러운' 답답함에 대해서 논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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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거대한 강과 같다. 큰 강의 모습에서 웅장함과 위대함을 느끼는 것처럼 역사도 웅장하고 위대하다. 그러나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 근원이 되는 물줄기를 찾아보면 보잘 것 없다. 작은 물줄기 하나하나가 웅덩이를 이루고 그 웅덩이가 모여 천(川)을 이루고 천이 만나 강을 이루게 된다. 작은 기반 하나하나가 모여서 강을 이룬 것이다.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기반들이 모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라는 큰 강을 만드는 것이다. 그 기반은 사람 또는 사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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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에이야스> 출처 : 구글
일본의 전국시대, 이른바 군웅할거의 시대이다. 훗카이도, 규슈, 혼슈, 시코쿠로 이루어진 4개의 땅덩어리를 두고 수많은 가문과 인물들이 자신들의 명예 혹은 부귀영화를 위해 끊임없이 타존재와 경쟁을 해온 시대이다. 영웅은 난세일때 출현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 난세속에서도 불세출의 영웅 3인방이 탄생한다. 일본의 중세시대를 마감하고 근대시대를 연 오다노부나가, 최하층의 신분에서 단숨에 천하를 거머쥔 도요토미 히데요시, 전국시대의 종지부를 찍고 에도막부를 창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들이다.
'패왕의 가문'은 이 세사람 중 마지막 영웅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일본역사문학에 대해서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시바료타로이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일본인작가이기도 하다. 작가는 1996년에 이미 작고했지만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패왕의 가문 역시 작가의 그런 열정으로 인해 태어난 작품이다.
이야기는 미카와에서부터 시작된다. 미카와, 이에야스의 고향이며 그의 가문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미카와는 다른 의미로 이에야스와 그의 사람들의 기질을 표현하기도 한다. 화려함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주군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미카와라는 말로 빗대어 사용하는 것이다. 작가는 미카와를 유독 강조한다. 이에야스의 천하통일의 기반이 되고 나아가 에도막부 전체의 색깔이 되는 기질이였기 때문이다.
오와리와 스루가 사이의 끼어있는 형국의 땅 미카와, 마츠다이라라는 약소 가문에서 태어난 이에야스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난세의 약소국의 군주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그의 어린시절은 이미 불행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이에야스에게 천재일우의 만남이 생긴다. 바로 오다노부나가의 만남이다. 어린시절의 이 만남은 노부나가가 미츠히데에게 죽음을 당할때까지 노부나가-이에야스 동맹이라는 끈끈한 연결선의 고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신겐과의 미카타가하라, 히데요시와의 고마키-나카쿠테, 미츠나리와의 세키가하라 전투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스토리는 진행되고 이에야스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끝을 맺게 된다.
읽는 동안 역시 시바료타로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의 기록과 기록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하면서 이에야스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가면서도 독자들의 흥미를 잡기위해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난세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인물들의 내적갈등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읽는동안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오타들이 많다는 것이다. 재판인쇄에서는 보완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책 한권에 담으려다 보니 생략되는 부분들이 많다. 불우했던 어린시절에서 바로 미카타가하라로 이어지는 스토리, 일본 통일의 결정적 전투인 세키가하라의 빠른진행등을 예로 들수 있겠다. 물론 책한권에 담으려다 보니 작가의 인상에서 굵게 남은 사건들이 우선시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서는 충분히 수긍하지만 말이다. 마치 한권으로 읽는 삼국지라는 느낌이랄까?
재밌게 느낀것은 작가가 이에야스를 일본인들처럼 충분한 평가를 하지 않는 듯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에야스라는 인물을 일본통일에 있어서는 높게 평가하지만 그가 가지는 미카와의 색깔, 의학에 능통하면서도 자신의 일신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널리 보급시키지 못했다는점 등 일본이라는 나라의 관점에서 크게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작가의 이에야스의 평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세키가하라전투에서 그는 시마사콘의 생각을 빗대어 이에야스를 평가한다.
'히데요시는 긍정적인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모살이나 닌자의 사용을 꺼려한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와는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것은 역사에 있어 분명 이에야스의 인품에 그늘이 될 부분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세의 시대, 약소국의 군주의 아들이라는 불행의 배경을 안고 태어났지만 천하통일로써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이에야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또다른 난세이다. 보이지 않는 무한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건이 남들에 비해 약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에야스의 모습은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에도막부의 창시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 볼 수 있던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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