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영화감독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제이' 사실 책의 내용보다 저자 김응수 감독님에 대한 호기심으로 선택 한 책이다. 사실 처음에는 영화배우 김응수란 분과 살짝 헷갈리기도 했다. 중후한 매력의 사못 엉뚱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그 분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영화감독 김응수란 분이 따로 계시며 그 분이 완성한 영화가 무려 11편이나 되는데도 영화를 좋아하는 나도 아직까지 김응수 감독님이 감독하신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는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감독님들이 자신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하는 경우는 흔하다. 김응수 감독님도 혹시 '제이'를 영화로 만들 생각으로 쓰신 장편 소설은 아닌지 싶은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했으며 '제이 1편 힉스, 존재의 무게'이란 제목이 왜 붙었는지 궁금증을 알고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에 무게를 부여해주는 입자지만 정작 자신은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 '힉스' 제이란 책의 주인공인 J... 그녀에게 힉스처럼 자신의 존재하지 존재로 남아 있는 대상이 있는데 바로 아버지다. 자신이 부모님이란 여기고 자랐던 사람들은 정작 이모, 이모부라고 불리우는 아버지의 친구분들... 이들은 정숙 아니 J의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J를 키우게 된 사람들이다. 허나 자신의 아버지가 '김현우'란 이름을 가진 존재로 그녀에게 자리를 잡게되자 그녀를 둘러싼 주위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감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여자 뭐야? 그녀 주위에 맴돌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이러는거야? 하는 의구심과 함께 종잡을 수 없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J로 인해서 불편한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J란 여자는 어쩌면 피해망상증 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다. 의사를 찾아가서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한 상담을 받기 보다는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거짓말을 하는 여자... 의사는 첫인상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준 그녀에게 왠지 모를 불안함과 두려움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모든 여자들이 재수없어 하지만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동창인 방송작가 지원... J는 자신의 남편 은수와 지원이 서로를 사랑하고 자신을 배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만이 알고 있는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드라마 속에 삽입해서 사용할 정도로 둘 사이가 깊다는 확신하에...
J는 남편과의 이별을 위해 사랑하는 남자의 산소에 다녀오다 우연히 피아노를 치는 남자 건우를 태워주게 된다. 남자가 놓고 간 가방으로 인해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 J에게 느낀 이상하고 거북한 여자란 생각도 잠시 진짜 그녀 말대로 자신에게 위험이 다가오자 남자는 놀라게 된다.
지원을 통해 은수 역시 아내가 그동안 이야기 했던 위험이 현실성 있게 다가오자 지원에게 아내를 부탁하지만 정작 지원은 은수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묻어둔채 J를 은수에게 데리고 가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았다가 정숙이 써 놓은 메모를 보게 된다.
명확한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자꾸만 떠도는 이야기에 불편하고 심란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지만 2편에서는 한꺼번에 진실이 쏟아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였던 J의 행동들이 서서히 이해가 되면서 그녀를 둘러싸고 움직이고 있는 알 수 없는 정체의 사람들의 모습이 누구인지 짐작만 하는 상태로 1권이 끝이난다. 2권에서는 J와 그녀의 아버지를 비롯해서 진실이 드러나기를....
|
|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존재한다고 가정되어 지는 것. 영화 <아버지 없는 삶>을 통해 떠나간 것들이 현재에 어떻게 간섭하는지, 그리고 남겨진 것들의 현재 좌표가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보여주었던 감독은 이제 작가로서 시대의 아들들이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J에게 있어서의 아버지라는 존재는 힉스(Higgs)와 같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언급한 힉스(Higgs)라는 신의 입자, 존재한다고 가정되고, 여러 사람들에 의해 믿어지지만, 누구도 실존을 증명할 수 없는 것. 소설 속의 J의 아버지, 그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흔들거리는, 희미한 등불이다. 그리고 등불의 파장아래 놓여있는 J란 인물. 또한, 그 희미한 빛을 찾아 날아온 수많은 벌레들. 등불의 파장아래 놓여있는 J의 상황과 심리는 주변의 서성거리는 벌레들의 감시 속에서 흔들거린다.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희미한 등불, 빛이 지나간 자리의 남겨진 그림자. J.. 시대의 불안, 감시와 통제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주인공 J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진실로부터의 도피처는 자신 혹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만든 망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시대의 아들들이다. 계급, 사상, 돈 이라는 보이지 않는 전근대적인 흔적들이 여전히 우리 시대에 유효하게 영향을 주는 시대. 시대의 아들들의 굴레 속에 허우적대는 J.. J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차라리 죽음을..
지금 소설 <J (제이) 1권 - 힉스, 존재의 무게> 읽기를 마친 지금, 어느 샌가 <J (제이) 2권 - 알람브라 궁전의 석주>가 들려있다. 그리고 그 존재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떨리고 설레며 책장을 넘긴다. "우연과 우연이 우연히 만나 의도된 것처럼 보일 때, 결코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할 방법이 없어. 혹시 나를 지배하는 것은 나도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일까? 아니면 나는 이것을 원했나?"
- 주인공 J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이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