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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 찍힌 우주와 하버드 천문대 여성들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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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후반 미국은 아직도 여성 참정권이 허용되고 있지 않았다(미국만의 일은 아니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제한되고 있던 시기였고, 과학 분야는 더 차별이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프랑스의 마리 퀴리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그녀도 무척 차별에 시달렸다). 그 시기에 하버드 천문대는 매우 독특
"유리에 찍힌 우주와 하버드 천문대 여성들의 활약" 내용보기

1800년대 후반 미국은 아직도 여성 참정권이 허용되고 있지 않았다(미국만의 일은 아니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제한되고 있던 시기였고, 과학 분야는 더 차별이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프랑스의 마리 퀴리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그녀도 무척 차별에 시달렸다). 그 시기에 하버드 천문대는 매우 독특했다. 천문대장은 여성들을 고용해서 먼 하늘을 찍은 사진을 분석하고, 계산하도록 했다. 남성보다 적은 임금으로 여성을 고용할 수 있었던 잇점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매우 통찰력 있는 결정이었다. 중요한 그런 고용 관행이 어느 한 시점에만 이뤄졌던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점이고, 거기에 그곳의 여성이 천문학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데이바 소벨의 《유리우주》는 당시 하버드 천문대에 종사했던 여성 계산원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유리우주(Glass Universe)’는 당시에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사진을 유리 건판에 찍어서 보관하고 분석했다는 의미다. 데이바 소벨은 이미 최초로 해상에서도 쓸 수 있는 견고하고 정확한 시계를 제작하여 경도 문제를 해결한 존 해리슨을 다룬 《경도 이야기》, 갈릴레오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딸을 다룬 《갈릴레오의 딸》, 코페르티쿠스의 지동설 발표에 얽힌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다룬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로 이미 만난 바가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지만 그 인물에게서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을 찾아내 써온 그녀인데 이번에는 천문학 쪽에서는 어쩔지 모르지만 대중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하버드 천문대의 여성 계산원들에 대해 쓴 것은 그 동안 그녀의 성향으로 미루어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선택이다.

 

이 책에서는 그녀들의 활약을 전적으로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이 차별을 받으면서 저임금에 시달렸고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식으로만 쓰고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상시의 동일한 일을 하는 남성들에 비해 임금도 무척 적었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과 업적이 필요했지만 그게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그녀들이 얼마나 훌륭한 일을 했으며 어떻게 천문학 분의 주류로 인정받아 갔는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매일 밤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사진을 찍어야 하고, 낮이면 그 유리에 찍힌 우주를 비교하며 계산하고, 분석하고, 파악하고, 정리하는 일은 정말로 지루한 일이었다. 그녀들은 그 지루한 일을 하면서 변광성의 정체를 파악하고 별들을 분류하는 체계를 만들어 갔다. 드레이퍼 여사의 후원, 피커링과 섀플리 같은 하버드 천문대장의 통찰력과 지도력은 그녀들을 진짜 천문학자로 성장시켰고, 그녀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며 꾸준히 학계로 집입해 갔다. 월리아미나 플레밍, 안토이나 모라, 헤리에타, 스완 리비트, 예니 점프 캐넌, 세실리아 헬레나 페인이 그들이었고, 그녀들 말고도 수십 명이 그랬다.

 

이 책은 유리 천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때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단단했지만, 그녀들이 어떻게 그 유리 천장의 높이를 높이고, 균열이 가도록 만들었는지에 대해 담담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이 있을 수 있다.

 

영화히든 피겨스와 비교해 볼 수 있겠지만, <히든 피겨스 NASA에서의 여성들의 불편한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유리우주》는 하버드 천문대에서의 여성들의 활약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n*****m 2019.11.15.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