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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사블랑카>(1942)를 보는 동안 느꼈던 감정, 카사블랑카를 보고나서 정리한 감상, 카사블랑카를 생각하면서 탐색했던 것들과 일상 속에서 문득 카사블랑카를 떠올리게 한 순간들까지, 한 편의 영화에 얽혀있는 저자의 기억이 불쑥불쑥 소환되어 소개된다. 한 시점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이 한 편의 영화감상문은 저자가 오랜시간 마음에 품어온 영화임을 방증한다. 감상문 속 기억들은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으며 영화를 제외하면 서로를 잇는 연결고리는 아주 희미하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꼭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난(p.29)” 영화의 “몽타주 기법(p.27)” 같다. 저자에게 카사블랑카가 있다면 나에게는 <러브레터>(1995)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여러 번 감상했다는 기록을 넘어서 영화가 지금 나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내가 영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컨대 불친절한 서술로 이루어진 창작물들을 찾아보는 취미가 생겼다. 위시리스트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늘었다. 음악을 풍부하게 쓰는 영상물에 좋은 평을 남기게 되었다. 취미와 취향의 변화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변화시켰다. “한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 말할 때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은 기억의 집까지 함께 논해야 한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물론 계속 변해가지만, 이 정체성의 변화는 무엇보다 우리의 현재가 소환하는 기억의 내용과 성격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억으로 지은 집은 정지해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해간다.(p.132)” 언젠가 <러브레터>에 대한 글을 쓴다면 그 영화를 탐구한 시간을 밀도있게 압축한 장문의 해설을 완성하고 싶었다. 그런데 더이상 <러브레터>를 인생영화라고 소개하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그밖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해보인다. 저자의 기록물을 통해 ‘인생영화’ 자리를 공란으로 두었다고 해서, 기억의 집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것이 내 정체성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억의 집에 생긴 변화가 영화를 다시 꺼내보게했음에도 한때는 기억의 집이 달라지는 것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두려워한 만큼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찍은 사진이, 내가 듣는 음악이, 하물며 내가 소리내는 말들이나 상처받는 순간들이 여전히 <러브레터>에 의한 시간을 불쑥불쑥 소환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로 다른 시간선에 존재하는 사건들이 영화 제목 하나로 묶여 나를 이룰 것이다. 내 기억의 집으로의 초대장을 기꺼이 건네게 될 날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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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어떤 이야기였는지를 생각하다보면 영화를 봤던 장소와 시간, 함께 했던 사람, 당시의 상황 같은 걸 함께 떠올리게 된다. 영화의 이미지와 나의 기억은 동시에 흐릿하다. 그러다 뒤섞여버리기도 한다. 그 영화가 나의 경험과 일정 부분 겹쳐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영화에서 본 장면인지, 현실의 풍경이었는지 알 수 없어지는 순간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책 《카사블랑카》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가 자신의 유년시절 겪은 전쟁과 피난, 그리고 그 기억과 대응되는 영화 <카사블랑카>를 되짚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옮긴이의 '해제'에서 이런 설명이 나오는데, "이 책에는 사실상 독자에게 어떤 쓸모 있는 정보나 지식은 거의 없다. 물론 여기에는 오제 자신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절박한 기억들이 나오지만, 이 모두는 기본적으로 사적인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느껴지겠지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출판되는 책들에서 볼 수 없는 성격(자전적 에세이, 자기 민족지적 분석과 같은 특성)을 띄고 있어 처음엔 낯설기도 했다. 특히 영화 <카사블랑카>의 장면들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이나 등장하기 때문에 아직 그 영화를 보지 못한 나로썬 저자의 맥락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책을 읽다보면 그가 왜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확인하고자 하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몇몇 이미지에 대해 어머니에게 질문하면서 과거를 채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어머니의 기억이 자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또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를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저자가 기억 자체에 관해 던지는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독자에게도 향하게 된다. 영화에서 시작하여 결국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데, 그러한 과정을 이끌어내는게 이 책의 매력이라고도 느꼈다. 책의 도입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라 몇몇 기억의 '몽타주'다. 아마도 나는 다른 기억으로, 다른 몽타주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익한 정보를 꽉꽉 채워 전달해주는 책은 많다. 그런 독서 경험에서(특히 문학이 아닐수록) 독자인 우리는 종종 뒷전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개인적 경험으로 시작했을지라도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을 들추어보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되짚어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은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우연히 모인 사람들이 내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고 또 이를 말로 정돈해내는 일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당신이 《카사블랑카》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영화 카사블랑카를 보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꼭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보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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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오제의 《카사블랑카》는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명작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영화를 둘러싼 우리의 기억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지적인 '기억 여행'이다. 오제에게 영화는 어린 시절의 탈출구이자, 기대와 추억이라는 두 가지 즐거움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경험의 장이다. (P.13) 초반에 언급된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은 흥미를 확 이끌어 내었다. 그곳은 현실과 분리되어 몰입을 유발하며, 다른 관객과의 공유된 기억을 통해 그 존재 가치를 이어간다. 영화관은 단순히 스크린을 보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발화하는 사적인 몽타주가 상영되는 장소이다. 책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다시 보기에 대한 통찰이다. 영화가 수년 후에도 '길 프레임'처럼 똑같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 영화에 눈물 흘리는 것은 등장인물뿐 아니라 우리 삶의 불확실성에 공감하기 때문이며(P.48), 영화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변한 것은 관객 자신이라는 통찰은 일상에 젖은 우리의 감각을 날카롭게 만든다. (P.71) 이 짧은 책은 영화 《카사블랑카》를 매개로 우리의 기억의 불확실성과 삶의 진실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건드린다. 오래된 명작이 주는 감동 너머, 영화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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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라는 책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인간 '마르크 오제'의 사적인 기억 더듬어 정리하기"다. 2차 세계대전의 경험이 수록된 자신의 기억과, 어린 시절의 향수가 잔뜩 묻은 <카사블랑카>라는 영화를 병렬적으로 되짚어가며 문학적 형식을 빌려 자유롭게 쓴 에세이다. 이 책은 거시적으로 인간을 바라봐야 하는 인류학자가, 평범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아이가 된 듯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기억을 절박하게 추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독자를 동승시킨다. 그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인생길을 되돌아보고, 사람을 구성하고 좌우하는 성질을 지닌 '영화'와 '기억'의 마법을 새삼 떠올려볼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