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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을 읽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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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수호지]를 읽은 적이 있다. 아마 한권짜리로 된 책이었을 것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차치하고라도 아직도 송강이나 무송, 노지심과 같은 인물들이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손에 잡기가 어려웠다. 마음은 있는데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까닭이다. 그러다 일전에 원전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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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수호지]를 읽은 적이 있다. 아마 한권짜리로 된 책이었을 것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차치하고라도 아직도 송강이나 무송, 노지심과 같은 인물들이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손에 잡기가 어려웠다. 마음은 있는데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까닭이다. 그러다 일전에 원전 완역본이라 하기에 무작장 구매해놓고 보았다. 곁에 두고 있으면 그나마 읽기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쨌든 이렇게 읽기 시작했으니 일단 구매해놓고 보는 것, 그것이 마음속에 있는 책을 읽는 방법인 것도 같다.

 

명말의 학자 풍몽룡은 [수호전]을 나관중의 [삼국연의], 오승은의 [서유기] 왕세정의 [금병매]와 함께 ‘4대 기서’라 명명했다. 이후 청대에 조설근이 [홍루몽]을 쓰면서 [금병매]를 대체하고 오늘날 전해지는 ‘4대 명저’의 목록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굳이 ‘4대 기서’나 ‘4대 명저’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수호전]이 오랜 기간 마음먹은 ‘4대 명저’ 읽기의 마지막 책이란 사실이 조금은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수호전]은 갖가지 이유로 사회의 제도적,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는 여러 계층의 백성들이 무법자가 되어 자칭 의적의 소굴인 양산박으로 모여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에선 이렇게 양산박으로 모여드는 이들을 108명의 호한이라 부른다. 이들 중 중심인물인 송강은 송나라의 실존인물로 북송 말기인 1120년 하남성에서 30여명의 지도자를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키지만 1122년 관군에 사로잡힌 뒤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송사]에 어렴풋이 나타난 송강에 대한 적은 사료가 작가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가져다주었고, [수호전]이란 소설이 쓰인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천사에서 소설가 황석영은 말한다. 이런 [수호전]은 원말명초의 사람 시내암이 설화, 연극, 이야기의 형태로 전해 내려오던 것을 모아서 책으로 쓰고, 나관중이 보완한 것을, 후대에 이탁오와 김성탄이 편찬했다고 한다. 명대의 이탁오는 우두머리 송강이 조정에 귀순하여 오히려 반란을 진압하는 공을 세운 뒤 모함에 의해 패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고, 청대 초기의 김성탄은 전해오던 120회본을 잘라 70회본으로 만들면서 108 영웅이 양산박으로 모여드는 과정만을 그렸다. 이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수호전]이라고 한다.

 

[수호전]에서 다루는 내용은 백성들의 반란이다. 반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아무런 죄 없이 죽기를 거부하며, 자신들의 삶을 폭력으로 실현하고 있다. 108 영웅으로 호칭되는 두령들이 영웅이 아니라 호한인 까닭은 이들이 하는 일이 주로 살인, 방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농민반란의 배경이자 원인은 간신들이 국정을 장악하여 사익을 추구하면서 극도로 혼란스러운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방화와 살인을 저지르는 호한들의 활약에 백성들이 열광했던 것은 상층부의 부패와 잔혹성에 그들이 용감무쌍하게 반항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총 6권으로 된 [수호전]의 1권에서는 70회분 중 10회분이 실려 있는데 제목은 노지심전과 임충전이다.

 

천하의 파락호인 고구가 공차는 재주로 황제의 눈에 띄어 전수부 태위가 되고, 80만 금군 교두인 왕진과 엮인다. 왕진이 고태위를 피해 달아나다 사가촌 장주의 아들인 구문룡 사진의 봉술선생이 된다. 사진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인근 소화산에서 강도짓을 하는 주무, 진달, 양춘이란 세 두령과 우연치않게 엮이게 되는데, 결국 자신을 속인 장인들과 관군을 죽이고 도망길에 오른다. 연안부로 사부인 왕진을 찾아가다 그곳에서 경략부 제할로 있는 노달을 만나 의기투합한다. 노달이 고통을 당하는 김노인 부녀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살인을 하게되고 쫓기다가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오대산 문수원의 중이 되고 법명을 지심이라 했다. 술과 고기를 좋아하는 노지심인지라 술을 찾아 마시고, 술만 마시면 절에서 행패를 부린다. 그를 더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 장로는 동경 개봉의 대상국사로 가라고 하며 그곳에 장로로 있는 자신의 사제에게 편지를 써준다. 동경으로 가는 도중에 노지심은 도화산에 두령노릇을 하는 이충과 주통을 만나기도 하고, 와관지사라는 절에서는 절을 빼앗는 떠돌이 중과 도사를 죽이기도 한다. 그렇게 노지심은 동경의 대상국사를 찾아왔다. 대상사의 장로는 편지로 오대산에서 있었던 일을 알게 되지만 차마 내쫓지는 못하고 몰락한 파락호들이 사는 곳에 있는 채소밭을 관리하게 했다.

 

1회에서 5회까지 계속된 노지심전은 노지심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경로이다. 부패한 관리 고구가 나오고, 고태위와 얽힌 왕진이 나오고, 다시 왕진이 사진과 관계를 맺고, 사진은 도주 중에 노달을 만난다. 노지심이 나오기까지 고구, 왕진, 사진은 관계의 촉매자 역할을 하고 사라진다. 물론 뒤에 때가 되면 다시 나올지 모르지만 이렇게 이야기는 얽히고설키며 진행된다.

 

6회에서 10회까지는 임충전이다. 80만 금군의 창봉교두인 임충은 노지심이 파락호들에게 무술시범을 보여주는 것을 보다가 의기투합하여 의형제를 맺는다. 헌데 고태위의 양아들 고아내가 우연히 임충의 아내를 보고 반한다. 고태위까지 동원하여 온갖 술수와 계교로 임충을 궁지에 몰아넣은 그들은 임충에게 없는 죄를 씌워 창주로 유배를 보낸다. 도중에 호송관들이 임충을 죽이려 하자 뒤를 쫓아온 노지심에 의해 목숨을 구하고, 창주 인근에서는 유배객들에게 도움을 주는 소선풍 시진을 만나 대접을 받는다. 고태위는 창주로 사람을 보내 임충을 죽이려 한다. 초료장을 관리하던 임충은 어느 겨울날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초료장의 초가지붕이 무너지자 인근의 사당에서 잠을 잔다. 무언가 타는 소리에 눈을 깬 임충이 밖을 보니 초료장이 불타고 있다. 사당 밖에는 동경에서 온 고태위의 부하들과 창주관아의 관리가 임충을 죽이기 위해 불을 놓은 것이다. 임충은 이들을 죽이고 소선풍 시진은 양산박으로 가라며 편지를 써준다.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소설은 빠져들게 만든다. 읽다보니 어느 순간 마지막 페이지이다. 고구로 시작하여 임충에 이르기까지 소설은 이야기의 주인공에서 주인공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들 중 누가 108 호한에 들어가고, 누가 그저 108 호한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인지는 아직은 알지 못한다. 사진과 노지심, 임충은 분명한데 나머지 인물들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여기까지는 목적 없는 살인과 방화가 나오지는 않는다. 무고한 죄에서 벗어나 살기 위한 살인과 방화이다. [수호전]이 현대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계속 읽어나가면서 생각해봐야겠다.

k*****1 2020.07.07. 신고 공감 21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