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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두령의 순서와 할 일이 정해지다, [수호전 6]
"108두령의 순서와 할 일이 정해지다, [수호전 6]" 내용보기
어려서 읽은 [수호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다시금 완독을 하였다. 7월 초에 처음 [수호전] 1권을 읽기 시작하였으니 6권을 읽는데 두 달이 걸린 셈이다. 사실 [수호전]만 잡고서 읽으면 이삼일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도 있겠지만 한권 읽고 쉬고, 또 한권 읽고 머뭇거리다보니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이번에 읽은 김성탄 본은 총70회 분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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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은 [수호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다시금 완독을 하였다. 7월 초에 처음 [수호전] 1권을 읽기 시작하였으니 6권을 읽는데 두 달이 걸린 셈이다. 사실 [수호전]만 잡고서 읽으면 이삼일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도 있겠지만 한권 읽고 쉬고, 또 한권 읽고 머뭇거리다보니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이번에 읽은 김성탄 본은 총70회 분량으로 108두령들이 양산박에 모이는 과정까지 그리고 있다.

 

마지막 권인 6권은 58회에서 70회까지 13회분이 실려 있다. 증두시의 증가부에서 양산박의 두령들을 사로잡겠다고 맹세한다는 소리에 양산박에서는 그들을 치기로 한다. 매번 송강에게 양보했던 조개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출전하겠다며 군사를 이끌고 가지만 증가부의 매복에 걸려 대패하고 자신은 얼굴에 화살을 맞고 죽는다. 송강을 위시한 양산박 두령들은 조개의 복수를 뒤로 미루고 우선 하북 삼절로 이름난 북경성 노준의를 입산시키기 위해 계책을 세운다. 오용의 계책이 성공하여 우여곡절 끝에 노준의는 입산을 하게 되지만 말 못할 고초를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북경성이 함락되자 동경의 채태사는 양산박을 치기로 한다. 하지만 관군이 능주에서 출발도 하기 전에 관승이 이들을 대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준의는 증두시를 공격하여 함락시킨다. 양산박의 두령들은 증가부의 주인 증장자와 그의 다섯 아들 증가오호를 죽여 조개의 영정에 제사지낸다. 송강이 산채의 주인자리를 노준의에게 양보하려하자 여러 두령들이 만류한다. 이에 송강은 자신이 동평부를 치고 노준의가 동창부를 쳐서 먼저 깨뜨리는 사람이 주인이 되자고 제안하고 여러 두령들이 이를 받아들인다. 송강이 동평부를 함락하고 양산박으로 돌아가려 할 때 노준의가 동창부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가 노준의와 함께 동창부를 함락시킨 후 산채로 돌아온다.

 

산채에서 양산박의 108두령들이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7일째가 되는 날 하늘에서 돌비석이 떨어져 살펴보니 앞면에 천서 36행이 적혀있는데 모두 천강성이라 쓰여 있고 36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잇다. 첫 번째에 송강이, 두 번째에 노준의가 적혀있다. 뒷면에는 천서 72행이 적혀있는데 모두 지살성이라 쓰여 있고 72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이렇게 108두령들의 순서와 할 일이 정해지자 108두령들은 한날한시에 죽기를 맹세하고 삽혈한다. 그날 저녁 노준의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노준의는 대송 황제를 위해 도적들을 잡으러 왔다는 혜강한테 잡혀 끌려간다. 밖이 시끄러워 살펴보니 양산박 107두령들이 결박당한 채 들어오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잡힌 노준의를 구해낼 방법이 없어 고육책으로 귀순을 청했다고 오용이 대답한다. 혜강은 망나니를 불러 108명 모두를 그 자리에서 참수하라고 한다. 노준의가 꿈속에서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산채에 있는 자신의 집이었다. 집안 편액에는 푸른 글자로 천하태평이라 쓰여 있다.

 

 

[수호전]을 읽으면서 종종 불편한 감정이 생기곤 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되는 것이라 하지만 살인과 방화가 아무런 이유 없이 반복되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서이다. 물론 현대의 시선으로 당시의 시대상이나 생활상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분명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런 관점으로 고전들을 읽는다면 동양의 수많은 고전들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럼에도 [수호전]이 폭력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한 점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거부감이 들지 않았나 싶다. 하늘을 대신하여 정의를 행사한다는 논리아래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도 괜찮고, 무고한 사람을 아무리 많이 죽여도 정당하다는 논리로 귀결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전]의 이런 기본명제가 바로 결과만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삶의 태도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만의 지나친 기우일까? 예로부터 중국 민간에서는 ‘어려서는 [수호전]을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보지 말라’는 말이 전해온다고 한다. [삼국지]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치더라고 [수호전]의 지나친 폭력성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호전]은 원말명초에 시내암이 송원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던 전설, 설화, 연극, 이야기 등을 모아 가공하여 재창조한 소설이다. 시내암 사후 [수호전]의 판본은 100회본, 120회본 등 여러 형태로 전해 내려왔으며, 이들 판본에서 결말부분은 우두머리 송강이 조정에 귀순하여 오히려 반란을 진압하는 공을 세운 뒤 모함에 의해 패망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고 한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청대 초기의 사람 김성탄이 전해오던 판본에서 송강이 조정에 귀순하는 장면을 잘라내고 70회본으로 만들면서 108두령이 양산박으로 모여드는 장면까지만 그렸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판본의 [수호전]에 나오는 결말부분이 궁금해진다. 출판사에서는 결말부분을 따로 번역하여 2부를 펴낼 예정이라 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다른 판본으로 다시한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지만 언제가 될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k*****1 2020.08.23. 신고 공감 17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