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군의 맛 현대문학 명지현 장편소설
교군의 맛의 끌림이었다. 어떤 책인가 잠깐 훑터 봐야 겠다라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가 몇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읽었다. 무엇이 이렇게 나를 이끌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덕은여사가 생각났다. 검은입술에 검은혀 나는 그저 느낌적인 표현인줄 알았다. 독에 검은독에 중독된 이덕은 여사의 모습이다. 전형적인 음식에 관련된 책인줄 알았다. 평소에 만화 식객을 좋아하고 초밥왕을 좋아하고 영하도 좋아하다보니 당연히 음식여행 같은 아니면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전해내려왔다라는 식의 책인줄 알았다. 처음의 살인장면을 봤을때는 정말 섬뜩하다. 명지현 그는 누구이길래 이렇게 흡인력있게 글을 썼나 싶을 정도 또 그전에는 어떤 그를 썼는지도 궁금할정도로 현란한 글솜씨라 할만하다. 교군의 서태후 이덕은여사, 양딸인 배미란, 그의 자식 손김이... 처음에 참 이름이 특이하다 싶었다. 그리고 배미란이 재벌김가와 이가와 만났을때도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손김이라. 한사람에 세사람의 성이 붙은 특이한 상상력. 삼대의 무안한 이야기속에 빠져 보고 싶다면 교균의 맛에 빠져 보고 싶다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만한 책이다. 읽어봐라 읽어봐라 하고 유혹하는 느낌의 책이다.
"그럼 좀 물러나 있어. 나도 그런 편이거든, 냄비를 한번 태운 다음부터는 조바심이 나서 불도 줄이고 냄비만 들여다봐, 오버베이킹 할까봐 오븐만 들여다보고, 그런데 오븐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절대로 익지 않는 다는 속설이 있어. 냄비만 줄곧 보고 있으면 결코 끓지 않아 음식들은 우리를 경계하고 몰래몰래 옴직이지. 뭉근한 맛이란 우리의 시야 밖에서 이루어지는 거야. 그러니까 김이도 정도껏 관망해. 계속 집중해서 들여다 보고 있으면 지레 지쳐서 아무것도 못해" P212
음식을 하다보면 겁이 날때가 있다. 불날뻔 했던 적이라든다. 아니면 아침에 얼른 밥을 해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서 보내고 싶은때 더군다나 내가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라면 더 더욱. 반찬을 차리고 밥솥은 보면 5분을 남았다. 국을 뜨면 아직도 4분이나 남았다. 안되겠다. 옷이라도 먼저 입고 있자 하면은 어느새 보온느로 넘어가 이미 5분을 넘기고 있다. 기다리면 지친다. 멀찍감히 물러나서 지켜 봤을때 무엇이 빠졌는지 알수 있고 또 빨리 시간을 보낼수 있다. 가끔 시간이 좀 있네 하고 책을 봤을때는 밥을 굶어갈수 있으니 조심하길 바란다. |
|
매움은 혀의 미뢰에서 감지하는 맛이 아니라 통점에서 느끼는 고통이라고 한다. 달거나 짠 것을 팔에 떨어뜨린다고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지만, 매운 것을 그렇게 하면 닿은 자리가 후끈거리며 따가움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교군의 맛> (2012, 명지현 지음, 현대문학 펴냄)은 '교군'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덕은 여사를 필두로 하여 배다른 딸인 배미란, 배미란의 딸인 손김이라는 3대의 삶과 함께, 시종일관 매운맛의 요리들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제목에 나오는 '교군'은 가마를 메고 가는 가마꾼을 뜻하는 한자어이며, 이 책에서의 '교군'은 조선 시대부터 가마를 만들던 장소였고 가마꾼들이 가마를 내려놓고 밥을 먹거나 낮잠을 자던 곳 근처여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식당이다.
이덕은은 자라면서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 일화를 이해할 정도로 지긋지긋한 가난을 겪었고, 교군 주인의 두 번째 부인의 몸종으로 들어왔다가 세 번째 부인이 되어 교군을 운영하고 있다. 배미란은 서구적인 아름다움 덕분에 가수가 되었으나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성적인 노리개로 전락했고, 그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지적으로 모자란 남편을 선택해 오손도손 살다가 살해당하고 만다. 손김이는 어려서 그렇게 어머니를 잃고 고아원에 보내져 자랐으며, 지금은 내부고발 때문에 회사를 나와 백수로 지내다가 교군의 문서를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역사를 알게 된다. 이 삼대의 여자는 누구 하나 여자로서 편안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맛깔스러운 매운맛을 지닌 교군의 음식 묘사가 워낙 화려해서, 그 삶의 절박함은 희석되고,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인지 혼동될 정도까지 나아간다.
사람이나 사건은 소멸하고 음식만이 지고의 가치가 되는 곳, 이 교군에서 일어나는 짜릿하고 아픈 매운맛을 읽다 보면 어느새 삶도 죽음도 매워서 아픈 그런 맛임을 깨닫게 된다. |
|
'교군의 맛'은 어떤 맛일까? 한마디로 지독한 죽음의 맛이라고 한다. 죽음을 느끼게 하는 고통이 수반되는 맛으로 인해 사람들은 중독되고 자꾸만 먹고 싶어 다시 교군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맛... 사람들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 있다. TV이를 통해서 다양한 맛에 중독되어 다른 사람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아도 자신은 꿋꿋하게 그 맛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짜거나 달거나 아님 맵고, 신맛에 중독되어 있다. 나역시도 다른 것은 다 싫지만 매운 맛에는 중독되어 있어 가끔씩 청량고추로 거의 도배하다시피한 계란부침을 해서 먹으며 매운맛이 주는 고통에 희열아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교군의 맛은 백문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란 표현을 했을 정도이니 나도 그 맛이 궁금해 책을 읽어내려갔다.
교군의 맛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교군의 버팀목이자 디딤돌이며 사령관이며 김이가 서태후라고 불리우는 주인마님ㄹ은 이덕은 여사다. 그녀가 자기 배 아파 낳지도 않은 딸 배미란의 딸이자 손녀인 김이에게 독설과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끔찍이도 아끼는 김이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알고보면 입방정이 불러온 불행과 선의로 한 행동이지만 보통사람은 엄두도 내기 힘든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가 가진 아픈 진실이 밝혀지는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다.
이덕은 여사의 딸 배미란은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버리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소녀였다. 노래 실력보다는 타고난 용모로 인해서 험난한 짧은 인생을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자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순간부터 익숙하게 되어 버린 일반인들의 눈에는 타락해 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지만 모든 것을 잃게 되었을때 순수하게 자신을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남자에게 마음을 열고 그와의 달콤한 결혼생활을 꿈꾸었던 여자다. 허나 인생이 생각처럼 굴러가는 것이 아니듯 그녀에게 매운맛을 보여주려는 높으신 양반의 마나님의 심부름을 하는 남자로 인해서 굴곡 많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배미란의 딸이자 의문의 남자 두명의 성씨를 딴 딸 손김이... 그녀는 남들보다 과한 불의에 대한 신고정신으로 인해 스스로 직장을 나오며 독설을 일삼는 할머니가 계시는 교군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자신이 예전에 마음을 두었던 남자 가지가 아직도 있다는 것에 놀라지만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다.
하숙집에서 고급 요리집 이제는 회원제 게스트하우스라고 불리우는 교군..여전히 이덕은 여사를 빼고는 아무도 모른 교군의 맛에 길들여지고 그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교군을 들락거린다. 손님들 중에는 엄마 배미란의 노래를 알아듣는 나이지긋한 남자가 있고 그의 존재는 곧 이덕은 여사에 의해서 들어나게 되는데...
특히 책의 중간중간 작은 소제목의 시작부분 앞에 '이딴 얘기 받아 적어서 뭐하려고' '교군 이덕은 여사 채록본'이란 이름으로 쓰여있는 글도 인상적이다. 배미란의 죽음과 교군을 이끌고 있는 이덕은 여사, 손김이의 이야기까지 맛깔스러우면서 매운맛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이 맛의 풍미만큼 풍성하게 쓰여진 책이라 생각한다. 교군의 맛... 죽을만큼 고통을 주면서도 잊지 못할 맛인 이 맛을 나역시도 맛보고 싶어졌다. |
|
교군의 맛은 어떤 맛일까? 요리나 음식과 관련된 소설은 처음이라서 이책띠지의 내용처럼 말깔지고 거침없고 야멸차고 시원한 이야기가 기대를 불어 일으킨다,,
어릴적에 어렴풋이 엿들은 기억속의 말 " 얘를 어쩌려고 낳은 거야! 쟤 때문에 우리가 다 죽게 생겼어!" 때문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손김이...엄마의 죽음에 대해 모두 쉿쉿하는 이야기, 어릴적몇년간 고아원으로 버려졌던 상처, 손씨라는 성을 물려준 모자란 아버지때문에 복잡한 인생을 살고 있는 김이의 현실은 팀원들의 부정을 폭로한 고발(죄)로 자의반,타의반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신세다.
각장마다 시점(화자)를 달리하며 펼쳐지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통해 처음 가졌던 의문이 풀어지고 어떻게 복수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교군의 맛은 한마디로 매운맛이다. 이덕은 여사만의 그냥 흔한 매운맛이 아닌 강렬하고 독특한 매운맛이 너무 궁금하다. 점차 몸이 더워지면서 신경이 찌릿찌릿 곤두서로 몽롱해지는 마약과 비슷해서 한번 맛을 본 사람은 헤어나질 못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고추 얘기가 나온다.
교군이라는 음식점답게 등장하는 수많은 음식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군침돌게 만든다.
|
|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독특한 느낌으로 와 닿은 책이 교군의 맛입니다. 음식이라는 소재는 인간 본연의 가장 원초적인 식(食)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합니다. 소설에서는 음식에 대한 표현 또한 일품이어서 마치 직접 그 현장에서 보고, 먹고, 느끼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끔 합니다. 요리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 각종 매체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매운 것을 맛보는 듯한 느낌과 입 속에서 침이 고이게끔 묘사하는 장면은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며 교군을 만든 장본인인 이덕은 여사가 어렵게 키운 양딸 배미란이 죽음으로서 새로운 전개를 맞게 됩니다. 양딸의 죽음 이후 교군의 맛은 극에 달할 정도로 매워지며 이러한 맛은 음식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원초적인 감정은 맞닿아있다는 말이 있듯이 삶과 죽음, 살기위해 먹는다는 음식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인생이라는 커다란 바다를 표현해내는 작가의 역량이 묘하게 잘 버무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먹어야만 이 생명이 지속될 수 있고,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는 먹는 다는 행위도 있을 수 없습니다.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맛을 넘어서 삶과 죽음을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작가는 교군이라는 음식점을 통해서 삶과 죽음을 표현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격변의 시기였던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현대사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맛이라는 매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음식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인생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재라는 생각을 이 소설을 통해 하게 되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특히 죽음은 누구에게나 뜻밖에 올 수 있는 것이며 그 의미를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작가의 역량에 따라 재미있으면서도 인생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
|
『교군의 맛』을 읽고 우리 인간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바로 의식주이다. 의복은 계절에 따라 수시로 바꿀 수 있지만 거주하는 집은 쉽게 바꿀 수가 없다. 그리고 먹는 음식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매일매밀 매 끼니마다 독특한 맛으로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는 것은 바로 건강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그렇게 보면 의식주 세 가지 중에서 역시 으뜸은 음식이다. 맛으로 평가되면서 즉시 자신의 몸에 영향을 주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의 멋진 삶에 도전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첫 번 깨 요소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가장 눈에 많이 띠는 장소는 음식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기에 맞는 좋은 음식을 통해서 생활의 활력과 튼튼한 건강으로 가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내 자신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면서 잘 먹는 식성을 갖고 있다. 육십의 나이가 되었어도 젊었을 때의 식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지금도 먹는 순간순간이 그렇게 맛있고 행복한지를 매 식사 때마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런 내 자신에게 이 소설은 많은 음식의 뿌리와 함께 음식과 함께 하는 교군 삼대에 걸쳐 전개되는 인생의 맛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나름 음식을 대해온 지 오래되었지만 음식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의 소홀히 해왔음을 고백하면서 이 독서를 기점으로 음식을 먹을 때는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소설가는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단순히 먹는 것 자체로 끝나버리지만 작가는 이 먹는 것을 가지고 마치 하나의 예술로 창작하여서 새로운 삶과 함께 열정과 즐거움을 갖게 하고, 교군 삼대에 걸친 꽤 오랜 기간인데도 가장 맛이 있고 기름지도록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독자들은 이런 작가들 덕분에 더 살 맛 나는 인생을 살면서 더 큰 뜻을 향해 적극 도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후기 표현처럼 순수하게 즐거운 작업으로 여기면서 만들어 낸 이 책을 마냥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좋은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많은 고통과 질곡이 있었지만 말이다. 음식도 똑같은 것 같다. 음식이 탄생하기까지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려워도 탄생한 음식의 맛이 좋으면 모든 것을 잊고 즐겁게 맛있게 먹는 것으로 위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람의 습성 중에는 음식을 한번 맛보아 정말 맛있게 되면 주변에 선전도 하면서 계속 찾게 된다는 점이다.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한 작품을 통해서 멋진 맛을 보여주면 그 이상의 맛을 기대하면서 계속 씹는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교군의 통해서 음식과 인간사를 결합시킨 멋진 작품으로 독자로 하여금 미소를 띠게 만들고 있다. |
|
언제부터인가 매운 맛을 즐긴다. 원래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기도 했지만 매운 음식만 고집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되었다. 매운 음식과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는 잘 알려진 상식이다. 내가 언제부터 매운 것만 찾게 되었더라? 3년 전 어떤 일을 겪으면서 우울증이 깊어졌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매운 것에 집착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것은 상식을 결과론적으로 끼워 맞춘 조작된 알리바이일지 모른다. 어쨌든 이제 나는 맵지 않은 것은 먹지 않게 되었다. 매 끼니마다 김치 대신 청양고추를 날 것으로 서너 개씩 먹고,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맛집에 가서는 최고 매운 레벨을 주문하고, 매운 짬뽕으로 유명해진 짬뽕 집에 가서는 ‘더 맵게’ 만들어주기를 부탁한다. 그러다 보니 혀의 통점이 닳아버렸는지, 남들이 기겁을 하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더 맵게는 안 되나?’ 구시렁거리곤 한다. 암울하고 불행했던 한국 근대사. 일제 강점기와 독재 정권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쳐 지나온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은 어떠했을까. 개인의 불행과 개인의 우울에도 혀를 마비시킬 정도의 매운 것을 찾게 되는데 집단의 불행, 집단의 우울에는 얼마나 더 지독한 맛을 먹어야 위로가 될까. 그 시절 우리는 ‘독한 년’이 되어야 했다. 세상은 독한 것들이 만들었고 그것들이 맘대로 주물러서 모두 이 지경이 되었다는 덕은의 말처럼, 밍밍한 것들은 사라지고 독한 것들과 더 독한 것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세상에서, 그들은 독한 것이 되기 위해 독한 것만을 먹어야 했을 것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교군의 맛’에 담긴 방대한 서사는 몇 마디로 간추려 설명한다고 전달될 것 같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가 느낀 몇 가지 감상에 대해서는 적어놓고 싶다. 첫째는 이야기다. 이토록 풍부한 서사로 이루어진 소설을 읽는 것은 꽤 오랜만이다. 책을 덮는 순간 머릿속에 남는 것은 멋진 아포리즘 같은 문장 한두 개가 아니라 그 모든 문장이 만들어낸 덩어리로서의 이야기라는 것. 둘째로, 음식에 대한 작가의 박식과 한 시대에 대한 통찰이 결합된 결과, 나는 소설을 읽는 동안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닫혀 있던 땀구멍이 활짝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매운 음식을 먹은 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혀를 혹사시킨 뒤에 찾아오는 개운함이 오래 갔다. 또 하나, 나는 ‘교군의 맛’을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다. 문장이 읽히지 않거나 서사의 흐름이 느려서가 아니라, 꼭꼭 씹어 읽어야 소화를 시킬 수 있는 아픈 이야기라서 그랬다.
|
|
교군의 맛은 도대체 어떻 맛일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드는 나의 생각은 교군이란 맛이 어떤 맛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으로 하여금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책의 맛은 또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에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편다. 교군의 맛이란 무엇일까? 사실 나는 교군의 맛이라는 제목을 끝나는 그 순간 까지 알아 내지 못했다. 내가 무능력한 것인가?? 아니면 이해를 늦나??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느낌은 있다. 책표지의 붉은 색깔은 물감처럼 교군의 맛은 인생의 매운맛을 나태나고자 한다는 것을. 인생에 있어 가장 매운 맛은 또 무엇일까?? 아마 인생에 있어 가장 매운 맛은 크게 남에게 당하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인생의 매운 맛을 나타내고자 했다면, 붉은 글자의 교군이라는 단어가 어울린지도 모른다. 이 책의 매력이 무엇인가? 이 책의 줄거리나 소재는 여느 소설과는 다르다. 모든 줄거리와 그 장면의 인물들의 심리적인 감정과 배경을 맛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 그 맛의 표현력은 어떨까?? 나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맛으로 또는 우리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 가지 각색의 맛에 대한 표현은 굳이 우리가 그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어떤 맛인지를 알 수 있게끔 표현이 되어 있으며 , 또한 그에 빗댄 인물들의 감정들은 글로 읽더라도 충분히 감정 이입이 될 수 있도록 잘 표현되어 있다. 어쩌면 맛깔진 표현력이 이 책의 가장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줄거리를 한문장으로 표현 한다며? 사회 지도층의 권력와 힘에 우리는 개미일 뿐이다. 소설의 제목과는 어쩌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은 정말 맨앞의 한문장이 가장 잘 표현된 문장일 듯 싶다. 사회 지도층 권력과 힘에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애환이 절절히 소설에 묻어 난다. 이 책 맛깔지게 추천해주자. 맛보지 않아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음식이 있다. 보지 않더라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책이 있다. 2012년 올해가 가기전에 모든 이들이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일 것이다. 추운 겨울 입이 얼얼해 지도록 매운 책 한권 추천한다. |
|
요즘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목이 따끔 거려 저녁에 엄마께 매콤한 오징어 볶음을 해먹자고 했다. 평소에는 매운 고추에는 손도 안대지만 요 며칠 매운것이 입에 땡긴다. 아주 매운 음식은 못 먹지만 기분좋게 매운, 이마에 땀이 보송보송나고 콧물이 훌쩍나는 그런 매운 맛이 때론 그립기도 했다. 맛있게 오징어 볶음을 먹고 명지현 작가의 <교군의 맛>을 떠올려보니 그녀의 소설은 '중독되는 맛'처럼 매운 고추를 와삭 씹는 것처럼 주인공들의 눈물과 야망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김정환 시인이 이야기 한것처럼 그녀의 소설은 동전의 양면을 뒤집듯 음식과 사람의 욕망을 야멸차게, 강렬하게 그려낸다. 먹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사람의 욕망이 활화산처럼 쏟아내는 것처럼 보여 먹는 행위가 그리 날것으로 보이니 <교군의 맛>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동화 되었다. 그들이 보여지는 행위는 마치 우리가 자연스럽게 배고프면 음식을 먹는 것처럼 거칠 것 없이 남녀의 행위가 오간다. 군더더기 없이 지나가다 보니 빨간색의 색소가 진하게 퍼져나오다가 그 색채의 빛이 검은 빛을 드러내는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근현대사에서 보여지는 어두운 그림자들이 동시에 보였다가 다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추악한지, 맛으로 보여지는 그 행위가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를 그녀의 필치로 휘두르고 있다.
그녀의 소설은 내가 먹었던 맛있게 매운 오징어 볶음이 아니라 중독성이 강하지만 텁텁한 매운 맛이 가미된다. 먹는 행위가 욕망으로 느껴지는 소설. 온 몸이 화끈 거리다가도 교군 삼대에 걸친 인생의 맛은 그들이 빛어내는 맛과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인생의 행로를 살았고, 다시 그 맛으로 인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들 주변에 걸친 인생의 맛들이 조금씩 가미되어 있다.
강하고 중독성 있는 맛이라면 분명 맵고 차디찬 맛이라고 하겠지만 미란의 죽음으로 보여지는 새빨간 피는 인간의 욕망과 일맥상통한 색채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파멸과 불행의 씨앗을 감추려는 검은 망또이기도 하다. 교군의 맛은 맛으로 보여지는 것 만큼이나 먹는 사람의 맛과 취향, 향취로 인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동전의 양면만큼이나 다양한 해석들이 궁금하다. 텁텁하지만 강한 매운 맛으로 사로잡는 그녀의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해서 읽어보고 싶다. 오랜만에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면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즐겁게 책을 읽었다.
|
|
김이 안녕. 처음 네 이름을 들었을 때 성은 김씨에 이름이 외자인 이인줄 알았어. 하지만 너는 손이라는 어엿한 성을 갖고 있었지. 이름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네 이름에는 네 어머니의 슬픈 사연이 있더구나. 내 이름은 김진희야. 金珍姬. 보배공주라는 뜻이야. 우리 어머니는 흔한 이름이라 처음에는 싫었다 하시지만 나는 우리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 이름이 참으로 좋단다. 보배같은 공주로 자라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야. 비록 지금은 나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름이나마 공주라니 위안이 된다. 너는 네 이름의 연유를 알았다면 개명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저주했겠지. 네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니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듯 싶다. 화려한 외모로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었던 네 어미 배미란은 어떻게 그런 삶을 계속 선택하게 되었을까,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몇번은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의 기로가 있었음에도 그리 비참히 생을 맞은 건 어쩌면 아주머니(배미란)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단다. 아주머니를 그렇게 죽인 건 분명 그 사람의 잘못이야. 하지만 그토록 남자들에게 유린당하고 이용당하면서도 허망한 사다리에 올라서려는 그 욕심이 끝내는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너를 길러준 양아버지를 만나 아주머니는 비로소 사랑을 받고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몰라. 그렇지만 정말 네 아버지가 어머니를 진실로 사랑한걸까. 그저 백치이기에 아름다웠던 아주머니의 외양에 다른 남자들처럼 끌렸던 거였는데 그동안 똑똑하고 돈 많은 남자들에게 비참히 버림받았기에 백치인 너의 양아버지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사랑받고 있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르겠어. 손씨 아저씨가 아주머니의 과거를 알았다면 그렇게 아주머니를 예뻐할 수 있었을지는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꽃피웠던 시기가 그 때라니 착각이었대도 그걸로 된거지 뭐. 아주머니와 너는 어찌 헛되게 도망침을 반복하는 게야.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결국엔 교군의 이덕은 여사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텐데 말야.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치다가 교군을 떠나면 그리워하는 건 네 말대로 음식 때문일까. 피로는 엮이지 않은 이덕은 여사가 밉다밉다 하지만 사실은 너와 아주머니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음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거야. 이덕은 할머니는 내 생각에는 좀 억울 할 것 같아. 주변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전처와 아주머니를 할머니가 잡아먹었다고 쑥덕거리잖아. 그런 걸 알면서도 사람들에게 퍼주는 걸 보면 할머니의 독설은 자신의 여린 내면을 감추기 위한 무기일거야. 자신의 입방정으로 아주머니가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으로 너를 맘껏 사랑하기 전에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네게 그렇게 모질게 굴었는지도 모르지. 나는 매운 음식을 못먹었어. 매운 걸 먹다보면 몸 안팎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땀과 노폐물이 줄줄나오는 느낌이야. 그렇게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끝을 보면 뭔가 허탈해지고 기운이 쏙 빠지는 거지. 요즘은 가끔 매운 음식이 당길 때가 있는데 달은 음식만 좋아하는 내가 이제는 좀 세상의 매운 맛을 깨달아서가 아닐까 싶어. 세상의 매운 고초를 아주머니와 너는 심하게 겪어지만 진짜 매운 맛은 교군에 있었구나. 교군의 매운음식의 묘사를 볼 때마다 모공이 후끈거리는 게 입안에 침이 고였단다. 캡사이신으로 내는 싸구려 매운 맛이 아닌 깊은 매운 맛을 나도 교군에가서 맛보고 싶어졌어. 교군의 회상할 때 너처럼 나도 나만의 기억이 있어. 내 고향은 제주도인데 잔치가 있으면 집에서 돼지를 잡고 잔치 음식을 만들었어. 곁방에서 피어오르는 마른 장작 타는 냄새나 회를 치기 위해 뚝딱거리던 도마소리와 시끌거렸던 고향집 앞마당의 전경이 떠올라. 늙은 호박을 숭덩숭덩 잘라내어 갈치와 함께 끓인 은빛 비늘이 둥둥 떠 있는 갈치국이나 쾌쾌한 냄새가 나서 손으로 콧구멍을 막았는데 어른들은 맛있게 먹던 자리돔젓갈.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고 한 소쿠리 채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소라. 제주도 음식은 투박하고도 거칠어 육지 음식에 길들어진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은 한번은 그때로 돌아가 그날 음식을 맛있게 먹어보고 싶어져. 그날 음식 맛을 지금은 알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나는 네가 교군의 역사와 음식, 아울러 이덕은 할머니의 모든 것을 파일로 정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부러워. 음식 만드는 건 좋아해도 손맛이 없는 나로서는 훔쳐서라도 그 파일을 가지고 싶은 열망이 있다. 너는 엄청나게 귀하고 큰 선물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이딴 이야기 받아 적어서 뭐하려고' 라는 교군 이덕은 여사의 채록본은 모든 이야기 보다 내 마음을 울렸어. 그 말씀에는 인생에 대한 교훈이 절절하게 녹아있었어. 언젠가 교군에 놀러가 할머니와 너와 함께 뒷끝이 얼얼하다는 고추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창피하게도 내 모든 걸 내어 보이겠지. 내가 그러했듯이 너도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니.
Copyright ⓒ 팔미호羊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