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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뉴스를 듣는데 데이비드 개로우가 쓴 오바마 '전기'가 곧 출간된다는 소식이었다. 이게 지금 명색이 '전기(傳記)'라고 이름이 붙었으니(책 제목은 <라이징 스타>. 1400여 페이지 분량이라고 함) 인물의 생애 전(全) 시기, 혹은 특정 시기 전체에 대한 균형 있는 설명과 조감을 다룬 구성이겠으며(대통령 되기 전까지를 커버했다고 함), 어떤 특정 스캔들이나 특정인의 시점에서 이뤄진 고발에 초점을 둔 폭로성 저서들과는 크게 구별되는 성격이겠다. 또 데이비드 개로우 역시 여태 그런 식으로 자기 책들을 써 온 사람이다. 따라서, 오바마가 청년기 특정 시점에 만나 상당 기간 교제했다는 그 여성(대중이 처음 접하는 이름이 아니며, 지금까지 작은 비중, 낮은 빈도로나마 그 존재가 알려졌던 사람이다)에만 초점을 둔 책이 아님이 일단 기대된다(안 읽어 봐서 모르겠고, 구입 후 읽고 나서 리뷰를 남기겠음).
영어권에선 구태여 '평전'이란 말을 안 쓰는 게, 어차피 모든 전기에는 저자의 주관과 평가가 다 들어가게 마련이므로, 한국이나 아시아권에서처럼 '만인이 수용할 만한 맹숭맹숭한 공인 행적 정리'란 의미에서의 '전기'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동용 책이라고 해도 그렇다. 어떤 위인의 생애를 놓고 과연 만인이 동의할 만한 분명한 의미를 모범적으로 확정하는 게 가능한지는, 대놓고 이를 거부하며 획일화에의 부질없는, 불건강한 시도라 비판해야 마땅하며, 이런 사이비 공인 어카운트가 자주 부각되며 '강매'되는 사회일수록 다양성이 부족하고 급조된 다수의 횡포가 만연한 후진성을 버리지 못하게 마련이다. 또, '공인'을 강조할수록 그 실상은 '입맛대로 꿰어맞춰진 왜곡'에 가까워지는 이상한 역설이 발생한다.
'그 아득한 예전, 그처럼이나 열린 마음을 갖고 고결한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다 있었을까? 아마도 사람이 아니라 어떤 초인적 존재에 가까웠을 듯.' 어느 정도는 이런 나이브한 환상과 열광을 품고 지어진 판타지가 이 작품의 원작이고, 이 영화판에도 그와 죽이 잘 맞았던 팀 버튼, 아마도 그와 죽이 잘 맞을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의 평소 스타일대로(전자보다는 후자의) 원작의 주제가 잘 구현되었다. 물론 정신없는 원작의 진행이나 캐릭터들을 다 데려 올 수는 없고, 원작의 희생이나 축약을 최소로 줄이면서 작품의 개성, 세계관은 그것대로 잘 추려낸 편이다. 원작의 잔혹함, 혹은 정신없는 타 작품들에 대한 패러디, 파스타쥬를 다 살릴 수는 없고(가능은 한데 그걸 영화식으로 구현하면 작품이 너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제작이 너무 어려워짐), 신비화한 링컨(물론 캐릭터)의 개성이 스크린상에 제대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장르에 충성하는 팬들의 기호를 온전히 만족시키는 건 누구의 손에 의해서도 불가능하다. 셋 그레이엄스미스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온전한 자기 버전으로 영화를 찍으려면 좀 수련을 더 해야 남들 앞에 '이게 내 작품이요'하고 내놓을 만한 게 나올 것이다. 아직 그는 화제성 장르 작가에 불과할 뿐 감독이 못 된다.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의 기발하고 발랄한 상상력은 이미 9년 전 작품 <원티드>에서 우리 관객들이 유감없이 진가를 확인한 바 있다(뿐만 아니라 대략 1년 전쯤 내가 리뷰를 쓴 <아폴로 18> 같은 것도 있음). 어째 그 후로 더 크지를 못하고, 어쩌면 그게 능력치의 최대가 아닌가 싶은 정체상태에 빠진 것도 같고, 이 영화도 가만 보면 더 화끈하게 대담한 발걸음(뱀파이어물로서나, 순수 판타지로서나, 심지어 대체역사물로서나)을 디딜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뭔가 '더 끔찍한 진실이 나올 것만 같아 무서워 어느 시점부터는 덮고 얼른 마무리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사실 이런 기발한 스토리는 그 출발점부터가 남보다 탁월하게 유리한 것이므로, 왜 더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안 생길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원티드>도, 판타지가 허용한 범위에서 마음껏 질주를 하지 않고 판타지의 안온한 둥지가 혹시 깨어질까 두려워 지레 멈춘 느낌이 없지 않다.
작품의 전개 전반도 그렇지만, 왜 저기 서두에 '고딕 선글라스를 낀 노예상인 잭 바츠가 야밤에 그의 모친을 습격해 옮긴 병은 무엇이었는지 애매하게 처리하고 넘어가는 품도 그렇다. 판타지는 본래 모호한 구름 속에 진상의 해석 여지를 남겨 두어야지, 분석을 하려 들면 그릇 전체가 깨지는 법이다(혹은, 티무르 이 사람은 그리 생각하는가 보다). 어른의 눈으로 냉혹하게 파고들면, 그날 밤 그 사건은 그저 성폭행이 아니었겠나 말이다. 사실 이런 해석의 틀을 일관되게 적용하면, 아이는 그때부터 현실과는 다른 갈래를 친 '판타지 평행 우주'에 편입되어, 도덕과 선의를 더럽히는 악의 무리가 일괄적으로 '뱀파이어 사단'으로 분류된 세상에서 자기만의 정의를 실현하고 다닌다는 환상에 빠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실의 우주에선, 윌리엄 존슨(앤서니 마키 扮)이나 자기 부모 등은 이미 그 인근 시점에서 다 죽었거나 비참한 노예의 처지에서 연명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이처럼, 우리 티무르 선생의 모든 작품은 '이거 통째 지 환각이 아님?' 같은, 어딘가 불안정한 크랙이 우주 곳곳에 눈에 띄는 게 공통점이다. <원티드>도, 현실은 그 자그마한 회사에서 돼지 같은여자 상사와 내내 갈등을 빚으며 저녁에 마트에서 이것저것 찬거리를 챙기며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딱 거기까지인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이거 너무 예리해서, 티무르 선생이 내 리뷰를 읽으면 마음을 들킨 듯 너무 놀라지 않을지ㅋ).
뱀파이어물에서 동성애 관계는 기본적으로 깔고들어가는 알레고리일 뿐 아니라 너무 흔히들 하는 말이므로 언급하지 않는 게 맞겠으나, 이상하게도 여기서 지미 심슨(조슈아 스피드 역)하고 헨리 스터지스(도미닉 쿠퍼 역), 그리고 링컨 세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데도, 관객들 중 아무도 그런 혐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 같다(최소한 영화 버전을 놓고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했지 그런 해석이 가장 그럴싸하다는 게 아니며, 별로 그렇게 보고 싶지도 않으므로(그러고 싶고 안 싶고를 떠나 말을 하라면 할 수 있음. 길게), 이 리뷰에서는 생략하겠다.
이 작은 세피아톤으로 계속 찍혔기에 몽롱한 내러티브가 최대의 설득력을 갖는 듯하며, 이런 세피아 톤이 유행으로서는 십 년 전에 이미 지나갔었기에 더욱 대담한 선택으로 존중해 주고 싶다(내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었다는 소리). 여튼 우리의 주인공 링컨의 맹활약으로, 사악한 뱀파이어 무리는 미국 남부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간 후, 대략 반 세기 후 히틀러 등에 빙의하여 또다시 세계 제패를 노린다는(ㅋㅋ) 설정인데, 이처럼 티없이 순진한 어린이의 시선이 일관되게 작품 전체를 감싸고 도는 것(물론 원작은 셋 그레이엄스미스의 솜씨지만)도 우리 티무르 감독님(나이도 많으신데)의 매력적인 스타일이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모델(역사상 실존 인물로서의)에 비해 너무 미인이고 지혜롭고 선량한 모습이며, 작년 10월 밥 딜런 죽었을 때 리뷰를 쓴 <팩토리 걸>에서도 단역으로 나온 적 있다(며칠 전 언급한 헤이든 크리스텐슨도 나옴). 내가 갑자기 이 영화와 링컨이 생각난 건, 이 리뷰 맨 위에 쓴 것처럼 '아주 이상형은 아니었던 여성과 결혼하여 모범적인(혹은,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결혼 생활을 한, 흑인과 밀접한 관련 있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뉴스 때문이었다. '오피셜 스토리'란 공산주의, 혹은 미개한 사회에서나 횡행하는 폐습일 뿐이며, 우리는 누구나 우리 버전의 역사와 진실을 간직할 권리가 있다. 그게 설사 미숙하기 짝이 없는 판타지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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