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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리듬과 하루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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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무리, 즉 잠이라는 타이틀의 약간 긴 하루키 단편에 독일의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곁들여진 이 작품은 작가의 1989년 작품을 약간의 손을 봐서 재출간한 소설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예를 들면서 이전 버전의 작품을 오리지널로 남겨두면서 새로운 판을 따로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해 문장가로서 자기 자신을 재점검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장편의 경우, 균형이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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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무리, 즉 잠이라는 타이틀의 약간 긴 하루키 단편에 독일의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곁들여진 이 작품은 작가의 1989년 작품을 약간의 손을 봐서 재출간한 소설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예를 들면서 이전 버전의 작품을 오리지널로 남겨두면서 새로운 판을 따로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해 문장가로서 자기 자신을 재점검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장편의 경우, 균형이 깨져 버릴 우려때문에 일절 손 대지 않지만 단편은 간혹 다시 쓸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용을 크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서 소위 '버전 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창작할 당시 [상실의 시대]와 [댄스댄스댄스]라는 장편 두편을 성공시킨 직후였지만 마음이 딱딱하게 얼어붙는 것을 작가 스스로도 알았다 한다. 로마 바티칸 근처에 아파트를 빌려 살면서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창가에 책상을 놓고 바깥의 북적거리는 길거리를 바라보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스 터키 여행기를 쓴 직후이면서 꽤 오랜만에 쓰기 시작한 이 소설은 작가의 내부에 고여 있던 것을 토해내듯이 단숨에 써낸 것이 이 작품과 [TV피플]이라고 한다. 작가는 평소 자신의 단편에 비하면 약간 텐션이 높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아마 그 당시 작가의 심경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 두편의 단편을 계기로 그 당시 다시 한번 소설가로서의 궤도에 오를 수 이었다고 한다. 두 단편은 [뉴요커]지에 번역 게재되어 평판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하면서 작가 스스로도 재출발로서 조짐이 괜찮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하루키 문학 도약기(?)의 단편으로서 비교적 쉽게 읽히지만 내포하고 있는 독특한 은유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열린문학이 아닌가 싶다. 의식의 흐름과도 같은 묘사들이 길게 이어지면서 불면증도 아닌 데 오랫토록 잠이 없는 상태의 주부에 대한 심리묘사가 시종 계속 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접하면서 작가 하루키 자신의 불면에 대한 심리적 내면 경험들이 오롯이 작품으로 승화되어 한편의 단편이 되지 않았나 유추되었다. 위에서도 언급한 저자후기의 소감중에 작가의 심경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확신하게 된 부분이다. 작가 하루키는 알다시피 마라톤 러닝맨이자 익스트림 스포츠로 알려진 철인 경기의 매니아였다. 요즘은 어떨런지 모르겠으나 말이다(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그런 만큼 육체적 바이오리듬에 아주 민감한 작가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 작품에 주 테마로 등장하는 잠, 아니 오랜 불면은 작가가 실제 체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 하루키 역시 이 작품의 불면주부처럼 그 불면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면 상황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나름의 과감성(병으로 받아들여 불안해 하거나 치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그리고 잠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그런 것과의 반대 개념으로서도 아닌 어쩌면 그 조차도 초월해 버린 어떤 경지라고나 할까)혹은 그런 불면의 바이오 리듬에 리드미컬하게 대처하는 성숙성을 느끼게 한다. 작가 하루키와 같이 극한의 육체적 운동을 한 이후에 찾아올 수도 있을 법한 불면에 대한 제 증상들 말이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후에 찾아오는 육체의 피로와 반대의 개념으로 생체 바이오 리듬의 변이적 현상의 하나로서 모든 세포들이 쉼없이 생생히 깨어있는 상태의 지속으로, 생체에서 잠이라는 휴면의 하나가 자연스럽고도 일반적인 그 휴면을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릴 정도의 각성 상태가 되어버리는 현상말이다. 

그것은 대개 어떤 두려움을 동반하리라 생각되지만 소설은 그 두려움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작가의 창조성, 창작세계의 문체를 통해 캐릭터에 반영됨을 보여준다.

 

한편, 이 작품에 등장하는 톨스토이의 소설[안나 카레니나]가 있다. 이 또한 작가 하루키의 학생시절 문학취향이었다. 러시아문학의 매니아였던 것이다. 하루키가 톨스토이, 토스토예프스키 등의 러시아 문학작가,혹은 작품을 그의 작품에 가끔 언급하는 이유이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로서 화자를 통해 [안나 카레니나]의 톨스토이가 어떻게 소설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지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는 그런 고전 문학의 경우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새로운 문학적 발견으로 경탄을 금치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작품 [안나 카레니나] 속에서도 죽음의 모습과 장면에 대해 화자를 통해 잠깐 언급하며 이 작품을 통해서도 잠으로 시작되어 죽음에 대한 사색에 이르는 독백이 등장한다.

 

-나는 그때까지 잠이라는 것을 이른바 죽음의 원형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즉 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서 죽음을 상정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한마디로 평소의 잠보다 훨씬 더 깊은, 의식이 없는 잠- 영원한 휴식, 블랙아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음이란 잠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건 어쩌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한없이 깊은, 각성한 암흑이 아닐까. 죽음이란 이런 암흑속에서 영원히 각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너무도 끔찍하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만일 죽음이라는 상황이 휴식이 아니라면 우리의 이 피폐로 가득한 불완전한 삶에 과연 어떤 구원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결국 죽음이 어떤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알 도리가 없다.                

                                                                                                                                 (P84~85) 

 

작가 하루키의 비교적 가볍고 쉽게 읽히는 단편이지만 내포한 의미들에 대해 무겁고도 깊은 사색의 단초가 되는 열린 문학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첨가된 독일의 카트 멘쉬크(1968~  ) 그림 일러스트는 작품과 잘 융화되어 문학향의 상승작용을 돕는다.   

j***5 2013.06.0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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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깨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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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중, 고등학생 때부터 밤늦게 잤어. 열두시가 넘으면 자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새벽 한시나 두시가 넘어서 자고는 했어. 예전에는 밤 열시나 열두시가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늦은 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그때 밖에 나가는 일은 없지만. 오랫동안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보니 잠 자는 게 힘들기도 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꼭 자려 해. 자려고 누워도 잠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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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중, 고등학생 때부터 밤늦게 잤어. 열두시가 넘으면 자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새벽 한시나 두시가 넘어서 자고는 했어. 예전에는 밤 열시나 열두시가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늦은 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그때 밖에 나가는 일은 없지만. 오랫동안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보니 잠 자는 게 힘들기도 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꼭 자려 해. 자려고 누워도 잠이 잘 들지 않고 작은 소리에 깨기도 해. 자다가 한번 깨면 라디오를 켜기도 하는데 라디오 방송과 꿈이 섞일 때도 있어.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야. 꿈을 꾸지만 한번 깼다 다시 자면 거의 잊어버려. 어떤 때는 밤에 꿈이 생각나기도 해. 긴 내용은 아니고 어느 한 장면만 떠올라. 별거 아닌 꿈만 꿔. 괜찮은 꿈을 꾸고 싶기도 한데. 꿈과 현실은 같지 않은 데 좋은 꿈 꾸고 싶다 생각하다니. 꿈이 들려주는 말이 듣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 책을 읽는 것도 꿈꾸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꿈속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설지도.

밤새 잠을 하나도 안 자고도 괜찮은 적 한번 있어. 겨우 한번이군. 여기에 나오는 ‘나’는 잠을 안 잔 지 어느새 십칠일째래. 대학생 때도 한달쯤 잠을 못 자고 잠 속에서 살았는데, 그때와 지금은 좀 다른 것 같아. ‘나’가 대학생 때는 잠을 거의 못 자면 정신이 흐릿했는데, 지금은 잠을 안 자도 아무렇지도 않았어. 대학생 때도 지금도 ‘나’가 잠을 안 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없어. 대학생 때는 어느 날 갑자기 잠이 왔대. 이번에도 다시 잘 날이 다가올까. ‘나’가 잠이 오지 않아서 한 건 책읽기야. 《안나 카레니나》를 세번이나 읽고 다음에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어. ‘나’가 책을 읽다가 예전에 자신이 책읽기를 좋아했다는 것을 깨달아. 많은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보면 그전에 자신이 좋아한 것을 잊고 살기도 하지. 《안나 카레니나》는 ‘나’가 고등학생 때 한번 읽은 책인데 다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돼. 예전에 나름대로 감동도 받았는데 그 시간은 대체 무엇인가 해. 이 마음 어떤지 알 것 같아. 시간은 언제나 흐르니 어쩔 수 없지. ‘나’는 결혼하고 조금씩 바뀐 삶도 생각해. 잠을 안 자니 여러 생각을 할 시간이 생긴 걸까.

잠을 못 자기 전날 ‘나’는 아주 안 좋은 꿈을 꾸고 깼어. 꿈에서 깼는데 발치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어. 노인은 ‘나’ 발에 주전자에 든 물을 뿌려. 그때 ‘나’는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못했어. 그건 가위눌림이야. 가위눌리고 나면 다시 자기 힘들기는 해. ‘나’는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잔 건 아니겠지만. ‘나’가 잠을 안 자고는 집안 일은 기계처럼 하고 새벽에는 혼자 깨어 책을 읽거나 차를 타고 나가기도 해. ‘나’는 낮에는 수영을 했어. 어느 날 ‘나’는 자신이 젊어졌다고 느껴. 그런 일 실제 있을까. ‘나’가 겪은 일은 현실인지 꿈인지 잘 모르겠어. 꿈과 현실이 섞인 것 같기도 하고, 다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안 좋은 꿈을 꾸고 가위눌린 다음부터 잠 못 자는 꿈을 꾸는 건 아닐지.

마지막에 ‘나’는 차를 타고 항구에 가. 얼마 뒤 검은 그림자 둘이 나타나서 차 문을 쾅쾅 치고 흔들어. 오른쪽 왼쪽에 있는 건 남편과 아들이 아닐지. 이건 무서운 일이 실제가 아니기를 바라는 거군. 어쩌면 잘 걸리지 않던 차 엔진이 시간이 흐른 뒤에 걸릴지도. 아무 일 없이 흐르는 일상이 좋지만, 그런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모르면 지루한 날이 되겠지. 단조로운 일상을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하려면 스스로 애써야 해.



희선



이달의 사락 n***8 2017.01.20. 신고 공감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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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삼탕은 그만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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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접한 작품이지만, 또 욕심이 생겨서 사들인 작품이다. 그러나 역시나 이미 접한 문장들은 참신함의 빛을 잃어 초라했다. 작중 인물이 겪는 불면증아닌 불면의 밤이 여전히 신기하고, 기이한 스토리로 와 닿지만, 역시나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니 실망할 따름.......   작가의 신작을 기대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사골로 치자면 우리고  우려서 재탕 삼탕으로 우린 이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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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접한 작품이지만, 또 욕심이 생겨서 사들인 작품이다. 그러나 역시나 이미 접한 문장들은 참신함의 빛을 잃어 초라했다. 작중 인물이 겪는 불면증아닌 불면의 밤이 여전히 신기하고, 기이한 스토리로 와 닿지만, 역시나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니 실망할 따름.......

  작가의 신작을 기대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사골로 치자면 우리고  우려서 재탕 삼탕으로 우린 이런 책들을 끈질기게 감상하면서 자신이 한심하단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삽화가 암만 근사하고, 양장 커버가 암만 거창해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참신한 신작을 원한다. 애초에 이미 접한 작품이란 것을 알고 사들인 작품이지만, 이렇게라도 투덜거리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

b***i 2012.11.0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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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우울하고 감성적인 소설, 그리고 일러스트!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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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잠>에 있다. <잠>은 하루키의 신작이 아니다. 아주~~옛날에 쓴 단편에 일러스트를 추가하여 다시 나온 것이다. 소설은 조금 다듬었다. 100페이지에 가격은 13,800원. 이런 깡은 어디서 나온지는 모르지만 팬들도 비싸다고 욕을 한다. 왜 자기 돈으로 산 책을 욕하는지 모르겠다. 싫으면 안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정보를 보니 100페이지라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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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잠>에 있다. <잠>은 하루키의 신작이 아니다. 아주~~옛날에 쓴 단편에 일러스트를 추가하여 다시 나온 것이다. 소설은 조금 다듬었다. 100페이지에 가격은 13,800원. 이런 깡은 어디서 나온지는 모르지만 팬들도 비싸다고 욕을 한다.

왜 자기 돈으로 산 책을 욕하는지 모르겠다. 싫으면 안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정보를 보니 100페이지라 나왔고 일러스트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보이는데 참.....근데 가격은 정말 비싸다. 그런데도 산 이유는 일러스트따위가 아니라 하루키 소설이 보고 싶어서다.

 

평범한 가정 주부에게 스르륵 불면증(소설에선 불면증이 아니라고 하는데 난 불면증이라 부르겠다)이 찾아온다. 잠은 오지 않지만 집중력이 생기고 평소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녀에게 불면증은 삶의 일탈이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만 경험을 하다 불면증으로 인해 삶의 균열이 생기고 그 속으로 다양한 공기들이 마신다. 책을 좋아하던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안나 카레니나>를 세 번이나 읽고 당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고 치과의사인 남편때문에 잊고 있었던 달디 단 초콜릿을 먹어본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불면증으로 그녀의 삶은 평범하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잠을 자야 되는 이유보다 안 자도 괜찮을 이유를 찾다보니 '잠'이란 건 그저 옷에 불과했다. 필요할 때 입을 수 있고 필요 없을 때 벗을 수 있는. 현실에서 '잠'은 지독하게 중요한 요소다. 인간이 밥은 안 먹어도 잠은 자야 산다. 물론 밥도 계속 못 먹으면 죽겠지만 굶어 죽는 것보다 못 자서 죽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십칠 일째 잠을 못자는 주부. 그녀에게 잠은 이제 필요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1989년 봄에 단편소설<잠>을 썼다. 당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 새출발하여 장편소설<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를 스며 연달아 히트를 쳤다. 폭발하듯 긴 장편을 연달아 쓰던 그는 이내 지쳐버렸다. 그래서 여행을 가서 집필을 하는데 도무지 소설이 써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작품들에 이미 짜내어버렸으니까.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고 다시 슬슬 글을 쓰던 그때에 나온게 바로 <잠>이다. 하루키 스타일치고는 조금 어두운 작품이다. 자신의 내면속에 있는 답답함이 불면증으로 나타낸 건 아닐까?

글이 써지지 않는 것과 잠이 오지 않는 것이 너무도 닮았다. 하루키도 그렇지만 주부도 잠이 안 온다고 괴로워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한다. 하루키 역시 글쓰기 이외에 달리기, 재즈듣기, 독서, 번역을 한다. <잠>을 읽으며 하루키의 기분을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냥 작가와 독자의 긴밀한 교감이라고나 할까?

 

4월 15일에 하루키 신간이 나온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새 작품이란 소식이야말로 독자로서의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는 노력하는 만큼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천재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만약 그가 노력없이 천재처럼 술술 소설을 썼다면 정내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나하고 같은 존재여야 한다. 그래야 배 안 아프게 응원할 수 있다. 바보같은 소리지만 말이다.^^

(하루키 팬이라면 이해할 것...아니면 말고...^^)

 

d*****1 2013.04.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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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문학과 일러스트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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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서 신간서적이기에 선뜻 구입한 책이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채로. 그만큼 하루키의 책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큰 기대를 하고 읽었던 <상실의 시대>를 읽고 '이게 뭐지?' 하는 그런 느낌은 그의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아도 '하루키답다 ' 하는 생각으로 바뀐 지 오래 되었다. <잠>은 하루키의 신작 소설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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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서 신간서적이기에 선뜻 구입한 책이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채로.

그만큼 하루키의 책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큰 기대를 하고 읽었던 <상실의 시대>를 읽고 '이게 뭐지?' 하는 그런 느낌은 그의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아도 '하루키답다 ' 하는 생각으로 바뀐 지 오래 되었다.

<잠>은 하루키의 신작 소설은 아니다.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긴 중편소설 정도의 분량의 소설이다.

책의 페이지 수는 100 쪽이지만, 일러스트, 작가후기까지 포함되니, 내용은 그 쪽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2편의 장편소설이 성공을 거두게 된 후에, 마음이 얼어 붙었다고 한다. 소설을 쓸 마음도 나지 않아서,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하루키 나이가 마흔을 맞았을 때이니, 성공후의 후속작에 대한 두려움과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마음의 경직, 나이가 가져다 주는 억압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당시 (1989년)  그는 로마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봄날 단숨에 2 편의 소설을 쓰게 되는데, 그것이 <잠>과 < TV피플>인 것이다.

그후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카트 멘쉬크'가 이 소설에 일러스트레이션을 하였다.

그래서 <잠>을 일컬어 '하루키 소설과 일러스트의 만남' 또는 '소설 ×아트'라고 말한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하루키는 다른 작품들도 단편소설일 경우에는 출간 후에 세월이 많이 흐르면 작품을 손보기도 하는데, 이 작품을 2010년에 '버전업'하였다.

그래서 지금 우리들의 책상 앞에 놓이게 된 <잠>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최소한 몇 번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 보았을 것이다. 그 보다도 더 심한 경우에는 불면증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옆에서 단잠을 자는데, 나홀로 깨어 있어야 하는 밤은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잠>의 주인공인 여자는 17일째나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병원에 가 보라고 하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불면증은 불면증이 아닌 불면증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타당한 것은,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밤이 아닌 낮에는 멍한 느낌이 들거나, 잠이 올 것 같은데, 그녀는 밤에 잠을 이루지 않고도 낮에는 일상 속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은 어느날 밤에 소위 말하는 '가위눌림'이라는 악몽을 꾼 후부터이다.

 

잠 안 오는 밤에 그녀는 무엇을 할까?

처음에는 곤히 잠든 남편곁을 나와서 브랜디를 마시게 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책장 속에 파묻혀 있던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를 꺼내 든다.

그 소설에서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정도일 뿐이다.

학창시절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결혼후에는 거의 책을 놓아 버렸던 그녀에게 <안나카레니나>는 학창시절 읽었던 그때의 그 느낌과는 다른 또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안나카레니나>를 읽고 또 읽으면서 소설의 매력에 빠져 버리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소설 속에는 다양한 수수께끼와 시사로 가득차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러시아 고전문학에까지 심취하게 된다.

이런 내용이 전개되면서 하루키는 <안나카레니나>의 소설 내용이나, 이 작품의 작가인 '톨스토이'에 대한 견해를 책 속에 비쳐준다.

 

평범하고 행복한 주부가 불면으로 인하여 자신의 세계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가 일상에 찌든 현시대의 주부의 모습과도 같음을 문득, 문득 느끼게 된다.

어제와 그제가 뒤바뀌어도 아무 지장이 없는 그런 날들.

이런 일상에서 탈출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녀의 불면증때문인 것이다. 이건 주부들이 편안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자아를 찾아가는 탈출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하루키는 분명 남성임에도 여자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1Q84/ 무라카미 하루키 ㅣ 문학동네>에서도 '아오마메'의 여성 심리를 잘 표현했듯이.

그런데, 여기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하루키' 문학이 아닌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밤마다 깨어서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 밤중에 차를 타고 집 밖으로까지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헤쳐 나가야만 하는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결말은 독자들의 상상 속으로~~

 

 

<잠>은 하루키의 소설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이 소설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일러스트라고 생각된다.

가장 강렬한 일러스트는 흑과 백의 조화가 아닐까. 거기에 은빛까지 첨가된다면.

동화책에 <눈 감으면 보이는 상상세상/ 조대연 글, 강현빈 그림 ㅣ 청어람주니어 ㅣ 2010>은 흑과 백, 그리고 금색이 첨가된 일레스트레이션이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다.

 

만화책인 <신 신 /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ㅣ 휴머니스트 ㅣ 2011>은 흑과 백의 농담만으로 그린 만화이다.

이런 책들이 컬러판 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데, <잠>의 일러스트도 그렇게 강렬하게 책 속의 내용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하루키가  자신의 성공 뒤에 온 무력감에서 소재를 얻어서 '하염없이 깨어 있는 여자의 일탈'을 소설로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오래전에 쓴 소설이지만, '버전업'을 해서 인지 오늘날의 일탈을 꿈꾸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이달의 사락 n******5 2012.12.03.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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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불안과 초조, 그리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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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평범한 주부다. 꽤 잘나가는 치과 의사 남편과 예쁜 아들이 있다. 아침에 둘을 보내고 나면 폐차 직전의 오래된 차를 끌고 나가 쇼핑을 하기도, 수영을 하기도 한다. 삶은 평화롭다 못해 단조롭다. 그런데 어느날 그 평화와 단조로움 속에서 뭔가가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는 걸 발견한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과 공포를 자아내는 성가신 움직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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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평범한 주부다. 꽤 잘나가는 치과 의사 남편과 예쁜 아들이 있다. 아침에 둘을 보내고 나면 폐차 직전의 오래된 차를 끌고 나가 쇼핑을 하기도, 수영을 하기도 한다. 삶은 평화롭다 못해 단조롭다. 그런데 어느날 그 평화와 단조로움 속에서 뭔가가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는 걸 발견한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과 공포를 자아내는 성가신 움직임. 그 움직임을 자각한 순간 문득 한 의문이 찾아든다. 나는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삶을 이끌어 나가는 게 아니라 어쩐지 삶에 내가 끼워 맞춰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커지는 불안과 공포. 그렇게 불면의 밤이 시작된다.


'나'는 십칠일 째 잠에 들지 못한다. 불면이라고는 하지만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더 생산적이 된 것이다. 일상에 묻혀 새카맣게 썩어가던 자아를 마주한 이후 그녀의 마음 속엔 두 번 다시 감지 않을 어떤 눈이 번뜩 떠졌다. 쉴새 없이 정신으로 쏟아지는 자각의 향연. 이제 나는 평화롭기만 한줄 알았던 일상에 숨은 오물들을 발견해 나간다. 이런 상황을 알지도 못한 채 남편은 고요히 잠들어 있다. 성실과 선함이 가면을 벗고 무심함을 드러낸다. 일어나 아들의 방에 들어간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서 미지의 불쾌함이 뿜어져 나온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 불쾌함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본다. 그것은 남편과 아이를 이어주는 저주 받은 피의 흔적이다. 아들과 남편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서로 닮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정녕 내가 사랑하고 지켜온 것들인가. 나는 이제 무엇과 함께,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결코 잠에 들 수 없다. 잠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하루키가 이 소설을 쓴 건 1989년 봄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라는 두 편의 장편 소설이 유례없이 큰 성공을 거둬 전업 작가로 뛰어든 상태였다. 하루 종일 위스키 바를 운영한 뒤 밤늦게 부엌에 앉아 소설을 쓰던 때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은행 잔고엔 터질듯이 많은 0이 새겨져 있다. 세상은 하루키 신드롬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부와 영광이 작가로서의 하루키가 가져왔던 타이트한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취미로 소설을 쓰던 시절과는 다르게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커지는 인기와 더불어 쓴소리도 늘어난다. 저주에 가까운 평을 듣다보면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해도 뒷골이 땡기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똑같은 저주를 퍼붓지 않고는 온 몸이 찢어져 죽어버릴 것만 같다. 시간이 흘러 분노와 흥분은 가라앉지만 마음 속엔 지워지지 않는 찌꺼기가 남게 된다. 이상한 회의와 불안도 찾아온다. 내 성공은 과연 나에게 합당한 것인가. 작가로서의 미래, 개인으로서의 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세상은 변함없이 똑같이 서 있는데 어쩐지 나만이 전혀 다른 세상에 내쳐져 홀로 걷는 것 같다. 


하루키는 <잠>을 썼을 때의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도무지 소설을 쓸 마음이 나지 않았다." 작가로서, 개인으로서 힘든 일이 연달아 일어났고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마음이 딱딱하게 얼어붙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잠>의 '나'가 불면의 밤을 보내듯 하루키도 침묵의 날을 보낸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하루키는 어느 따뜻한 봄날, 창 밖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마치 토해내듯,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잠>에는 그러한 작가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s*******r 2016.12.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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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3)의 소설『잠』이 20여년 만에『잠』으로 재출간됐다. 1989년 무라카미가 이탈리아 로마에 살았을 때 쓴 단편소설로 1993년 'TV피플'이라는 소설집에 묶였던 것을 발행했다. 십칠일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한 주부가 나온다. 불면증과는 다른 증상으로, 잠을 못 잤다고 피곤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 속의 '나(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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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3)의 소설『잠』이 20여년 만에『잠』으로 재출간됐다. 1989년 무라카미가 이탈리아 로마에 살았을 때 쓴 단편소설로 1993년 'TV피플'이라는 소설집에 묶였던 것을 발행했다.

십칠일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한 주부가 나온다. 불면증과는 다른 증상으로, 잠을 못 잤다고 피곤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 속의 '나(주인공)'는 치과의사인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어느 날 악몽을 꾼 이후부터 잠이 오지 않는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뜬 눈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 하지만 그녀에게 불면증이란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출구가 된다.

가족이 잠든 뒤 적막 속에서 브랜디를 홀짝인다거나, 러시아 고전 문학인 <톨스토이 안나까나 레나>에 심취한다거나,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다녀오는 그녀만의 일탈이 시작된다. 여기서 나오는 그녀는 왠지 일상의 지루함을 불면증으로 올 때 마다 일탈의 즐거움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예전에 불면증으로 괴로워 할 때 해보던 것들이기도 하다. 밖의 고요함이 좋아서 편의점이라도 다녀오고 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는 시간이면은 몰래 나갔다가 오기도 한다. 잠을 못 잔다고 일상이 엉망이 되지도 않는다. 밤이 되면 가족들은 다 잠이 들고, 나는 조용히 침실에서 빠져나와 커피나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서 책 읽기에 빠져든다. 나도 그랬다.

이 새로운 『잠』이 의미 있는 이유는 첫째, 하루키 월드의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트북 개념의 책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쉬크의 세련된 일러스트레이션과 하루키의 문학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둘째, 하루키가 21년 만에 예전의 작품을 다시 손봐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이다. 하루키는 후기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단편소설을 수정하여 새로운 느낌의 작품으로 만들곤 하는데, 이번의 『잠』역시 그와 같은 작업을 거친 것이다.

무라카미는 서양 고전문학을 학생 시절부터 아주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 속의 나도 결혼 전 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은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무라카미가 좋아하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나가 즐겨하는 운동 역시 수영으로, 무라카미는 여러 명이 함께하는 운동보다는 달리기나 수영 같은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고 고백했었다.

아마도 그의 실제 경험을 여기에다가 담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일의 출판사 듀몬트가 일러스트를 넣은 책으로 재 출간을 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OK했다. 독일에서 출간이 된 책이 맘에 들어서 일본에서 다시출간을 하였다고 한다. 나도 일거 나가면서 일러스트가 맘에 드러서 그림을 보면서 읽다보니… 글을 어디까지 읽었더라 하면서 깜빡하고는 했었다.


 

이달의 사락 m*****5 2012.11.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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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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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을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쓰여진 시기가 비슷한 것인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엔 <버스데이 걸>의 '그녀'가 이 책의 '그녀'다. 같은 일러스터가 그림을 그려서 그런 느낌을 강화한다. 어째 연작물을 읽는 느낌. <댄스 댄스 댄스> 이후 로마 체류 시절에 쓴 책이라고 하는데, 하루키는 다른 에세이에서 이 시절 피폐했던 마음을 얘기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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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을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쓰여진 시기가 비슷한 것인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엔 <버스데이 걸>의 '그녀'가 이 책의 '그녀'다. 같은 일러스터가 그림을 그려서 그런 느낌을 강화한다. 어째 연작물을 읽는 느낌. <댄스 댄스 댄스> 이후 로마 체류 시절에 쓴 책이라고 하는데, 하루키는 다른 에세이에서 이 시절 피폐했던 마음을 얘기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벌 두 마리가 나오는 부분이었는데. 찾아보니 맞다.


나는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신다. 창밖에서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가 들려온다. 호텔 건너편에 있는 유치원 뜰에서 수녀들이 뛰노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나는 포도주를 또 한 모금 마신다.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로마의 하늘을 보며 잠을 자고 싶지만 잘 수가 없다. 벌이 붕붕 시끄럽게 날아다니고 있고 가끔은 레코드 바늘도 안쪽으로 밀어주어야 한다. - <먼 북소리>


밤은, 대개 잠의 영역인 밤은, 대개 하루 중 유일하게 진정한 의미로 혼자가 되는 시간이다. 그 혼자가 되는 시간에, 무의식의 잠의 영역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을, 주변인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한 낯선 시선의 시간이 길어졌을 때 도달하게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집에 돌아오면 우선 침실에 들어가 남편이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남편은 항상 틀림없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아이 방을 들여다 보았다. 아이도 마찬가지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세계가 아무런 변화도 없이 지금까지 굴러왔던 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세계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변화하고 있었다. 다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까지.

YES마니아 : 로얄 s******i 2019.05.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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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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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 책값이 많이 오른다고 해서 급히 산 책들 중 한권이다. 십여 년 전쯤 읽었던 단편소설이지만 잠을 못 잔 지 십칠 일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특히 어쩌다 밤늦게 혼자 깨어있게 되면 이 책의 주인공이 생각났다.   주인공은 치과의사인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어느 날 자다가 가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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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 책값이 많이 오른다고 해서 급히 산 책들 중 한권이다. 십여 년 전쯤 읽었던 단편소설이지만 잠을 못 잔 지 십칠 일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특히 어쩌다 밤늦게 혼자 깨어있게 되면 이 책의 주인공이 생각났다.

 

주인공은 치과의사인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어느 날 자다가 가위에 눌린 이후부터 잠을 못잔다. 여자는 그날밤부터 어렸을 때 읽었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꺼내 다시 읽는다. 잠을 못 잔다고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지도 않는다.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낮엔 매일 수영도 한다. 잠을 못자도 에너지는 오히려 더 넘치고 몸매는 탄력있어지고 얼굴도 예뻐진다. 밤이 되면 남편과 아들은 잠이 들고 여자는 침실에서 나와 브랜디와 초콜릿을 먹으며 러시아 고전문학책을 읽는다.

 

여자는 잠을 자지 않게 된 것이 자신의 인생을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서 어떤 대가가 따르더라도 그 시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쓸 것이라 다짐한다.

 

 짧은 소설이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짧지만 가볍지 않은 소설인 것 같다. 독일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과 독특한 질감의 종이까지 이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느낌이었다.

m******4 2014.11.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