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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뭔가를 쓰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타인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에 대해 어떤 것을 느꼈고 어떤 말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난 그저 뭔가를 써서 남의 인정을 받고 싶을뿐이지,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안으로부터 절절하게 나오기 때문은 아닌 것같다. 즉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멋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자기의 목소리로 뭔가를 서툴게라도 써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의 느낌을 나만의 목소리로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 관련 서평단 모집이 뜨면 바로 신청하는데 이번 책은 무려 '오늘부터, 詩作'이다.이 책은 영국 계관 시인인 테드 휴즈가 글쓰기를 몇 번에 나눠 가르친 내용이며 김승일 시인이 번역까지 맡아하면서 강력 추천한 책이다.
테드 휴즈는 글쓰기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시를 쓰기 위해 많은 준비는 필요 없고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귀 기울여 진짜 내 생각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글쓰기를 가르치려 할 때는 '쓰는 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뜻하는 바를 어떻게 말로 전달하는가'에 대한 것이어야 하며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를 비롯해 어떤 형태로든 문학적인 품격을 연마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글을 쓰려고 할 때는 일부러 시간제한을 둔다거나 조금은 몰아붙일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난 스스로를 항상 느슨하게 대하기 때문에 잘 쓰지 못하는 것도 같다. '인위적으로 제한선을 조성하면 긴장감이 생기고 각자의 소질을 깨우치는데 도움이 된다. 서두를 것을 강요하면 우리의 진부한 버릇들이 무너지게 되며 모든 것을 재빨리 표현하면서 평소에 잠재되어 있던 수많은 것이 저 스스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장벽을 부수고 죄수들을 탈옥시키자'
난 또한 어떤 것에 대해 오래 자세하게 관찰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많이 생각하지 못하기에 글을 쓸 수 없다. 생각은 찰나에 사라져버려서 상상한 것을 단단히 붙잡고 놓지 않으면 집중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쓰고 싶다고 하면서 못 쓰는 것을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결과에는 각각의 이유가 다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가 한 가지라면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수 십가지를 댈 수 있다. 수많은 핑계때문에 난 오늘도 갈 길을 잃고 만다.
누군가의 삶을 포착하기 위해 특정 디테일을 고르는 기술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말했다시피 누구나 새롭게 배워야만 하죠 그 사람이 평소 어떻게 보이는 지 단순히 묘사만 해서는 생생한 인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스스로 몇가지 이상한 은유나 비유를 만들어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여러분의 상상력을 작동하는 지 알아보세요. 사람들은 언어 속 삶으로 데려오는 일에는 비유가 도움이 됩니다
과격하고도 짧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섬광처럼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기에 여러분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잠깐 망설였다가 길을 건너가게 되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자기 생각을 능숙하게 글을 써내는 것은 아주 실용적입니다. 생각을 글로 써내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것들은 차례차례 자발적으로 자기자신을 드러내게 됩니다. 생각을 글로 써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그것들은 자기들끼리 주위를 서성거릴겁니다. 여러분이 앉아서 종이 위에 뭐라도 써보려 할 때 보게 되는 것은 생각의 꼬리나 머리뿐일 것이에요
글쓰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한 가지는 우리가 대상을 필요한만큼 자세히 보고 있지 않으며 필요한만큼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거든요
실제적인 내용, 물질적인 사실은 말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꽤 간단해 보이는 경험을 말로 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우리 주변과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우리가 가진 말과 구사력과는 거대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언어는 도구입니다 늦게 힘들여 배웠고 잊어버리기 쉽죠 우리는 경험의 일부를 우리 바깥에서 영구적인 형태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사실은 부자연스럽고 어떤 면에서 보면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한 단어에는 확실한 뜻이 있습니다. 언어는 의미들로 이루어진 작은 태양계와 같죠. 우리는 언어가 우리의 의미와 우리 경험의 의미를 전달해주기를 바라지만 우리 경험의 의미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합니다. 의미는 막연한 그림자 같은 형태로, 계속 변화하는 모습으로, 우리의 발끝까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원자상태에까지 미칩니다. 어떤 종류의 표현으로도 잡아낼 수 없는 요소들로 도달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테드 휴즈가 말하는 시란 무엇일까? 절대적으로 중요하면서도 완전히 무의미한 것, 언어가 이런 것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그 순간을 잡아낼 때, 인간의 호흡과 체온과 심장박동을 만들어내는 그 순간을 시라고 말한다.
경험이라는 내면의 우주를 모른 채 산다는 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진정한 삶을 모르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으로 뇌용량을 진화시킨 이래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진정한 자신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 인간의 일이었습니다. 이를 대신할 종교를 발명하기도 했구요 그러나 대신하지 않고 스스로 찾기 위해 발명한 것이 예술이었지요 음악, 그림, 무용, 조각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것이 시이지요
왜냐하면 아주 잠시라 할지라도 머릿속 저택의 문을 열고 무엇인가 표현할 말을 찾는 것이 가능한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까마귀가 날아가는 방식, 한사람의 걷는 방식, 거리의 모습, 10년도 전에 우리가 했던 일들에 대한 정보의 조각들이 잡히는 순간말이에요. 바로미터의 순간적인 효과에서부터 인간을 나무와 구별되게 이르는 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우리답게 만드는 심오하고 복잡한 것을 표현하는 단어, 강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순간순간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들리지 않는 음악, 강물에 떨어진 눈송이의 영혼, 이중성과 상대성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덧없음, 절대적으로 중요하면서도 완전히 무의미한 것...언어가 이런 것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그 순간을 잡아낼 때, 원자나 기하학 모형이나 렌즈가 아니라 인간의 호흡과 체온과 심장박동을 만들어내는 그 순간을 우리는 시라고 부릅니다.
이 책의 사용법을 김승일 시인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남이 쓴 시를 많이 읽어야 하고 내가 쓴 글 또한 다른 사람의 것인야 읽어야 한다. 시는, 글은, 내가 나를 밖에 내보이는 또는 자백하는 유일한 것이지만 결국은 타인과 소통을 통한 관계의 확장이다. 다른 삶의 진짜 속살을 보는 방법은 글을, 책을 읽는 방법 밖에는 없다. 시를 쓰는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글은 읽어줄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쓴 시를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은 펜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쓰고 있는 글을 계속해서 스스로 읽어보면서 글을 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듯이 자기가 쓴 글을 읽어나가면서 글을 쓴다. 어디가 이상한지, 좋은지, 내 글을 읽을 사람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글을 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혼자 독점하기보다는 타인과 함께 읽고, 쓰기 위한 연결고리로 활용하기 바란다.
이제부터 멋진 모범을 흉내 내는 미사여구가 아니라 가장 솔직한 나만의 목소리로 시를 쓰고, 귀와 눈을 열어 타인의 삶에 기울이자. 이제부터 詩作 해보자. 결국은 실패일 수밖에 없을지라도 노력한 그 마음은 시 비슷한 것으로 남겠지, 만약에 혹시, 내가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은 테드 휴즈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그때는 조금은 내가 생각한 바, 뜻한 바를 말로 전달 할 수 있겠지, 내 자신의 솔직한 말로!!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