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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 초등학교 시절부터 쭉 울보에다, 사회성 떨어지고, 공부 못하고, 세상을 왜 사나 싶을 정도로 바보스럽기는 하나 아이들은 한편으로 나를 짠하게 생각하고 착한 놈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맞아도 이르지 않고 묵묵히 견디는 미련스러움을 착하다고 했다. 맞으면서도 달려들지 못하고 선생님이 물어보면 때린 놈을 변호했던 것은 오로지 뒤탈이 무서워서 그랬던 거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분노의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것을 다들 몰랐다. 하긴 나도 몰랐으니까. 주인공인 서일이는 이랬다. 당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많이 당하고 살았고,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어서 가만히 있다보니 다들.. 그 가만히 있음을 착.하.다.고 여기는 그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그저 가만히만 있던 나서일. 이 아이를 보면서 화도 나고 분통도 터지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그들의 악함에 대응할 힘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만일 이런 아이가 내 조카였다면 나는.. 나는.. 휴... 하지만 한편으로 회사에서 상사에게 가만히 당하는 나를 보고도 사람들은 묵묵히 견디라고도 했고 토달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착하다고도 했다. 일적으로는 상사의 논리에 나는 아직까지 대응이 부족할 수 밖에 없어서.. 어줍짢게 대응했다가 돌아오는 반응이 더 피곤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뿐인데.. 사람들은 내게 착해서 그렇다고 했다. 나는 나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화를 품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서 말이다..
p.80 -쾅! 여자가 나를 밀어내고 현관문이 닫혔다. 밀려나오며 우연히 옆집을 보았고 황급히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는 머리를 봤다. 혹시 영준이는 아니겠지, 설마! 하지만 어쩐지 그 머리가 낯익었다. 영준일지도 모른다. '영준이도 여자가 나에게 바보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까?' 이상했다. 영준이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그런 대접 받는 것도 모자라 학교 밖에서도 그런 모습으로 사는구나! 영준이에게는 새로운 모습일 수도 있다. 배 안에 있던 모든 내장들이 한데 섞여 일렁이는 듯 어지럼증이 나면서 부끄러움이 정수리에 쏟아졌다. 정수리에서 쏟아진 그 느낌은 뒤통수를 타고 목으로, 목을 타고 등으로, 그리고 등을 타고 엉덩이로 허벅지로 종아리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끝내는 발을 점령했다. 나는 현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동안 숱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다. 아이들에게 무수히 맞았고 시달림을 당하면서 나에게는 자존심이나 자존감은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모멸감쯤이야 나에게는 낯설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왜 이럴까. 영준이는 서일이를 대신해서 서일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때려줬다. 서일이를 보호했다. 무조건적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무엇을 주고받던 간에.. 서일이는 영준이가 든든했다. 그래서 영준이가 시키는 일은 뭐든 했다. 얼핏 보면 상하대등하지 않는 짱과 그 똘마니와 같은 관계같아 보였는데.. 이 부분을 읽는데 좀..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서일이와는 다른 서일이가 보였다. 많은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폭력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미 떨어질 때로 떨어진 자존감이라.. 맞는 내가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들었다. 그런데 서일이는 여기서 모멸감을 느꼈다. 모멸감을 느낀 자신을 인지했다. 그게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서일이에게 영준이는 과연.. 짱과 같은 존재가 아닐지도..라는 생각이 스쳤다.
p.161 서지호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는가 싶더니 바로 주먹이 날아왔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는 서지호의 센 주먹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알이 빠져나갈 듯 아팠다. "왜 맞는지 궁금하냐?" 서지호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늘 맞고 살면서 왜 맞아야 하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때리던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생략했다. 그냥 때렸고 나는 그냥 맞았다. 오랜만에 맞아서인지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싫다. 하지만 맞았다면 그 맞은 만큼 되돌려줘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늘 맞고 살면서 왜 맞아야 하는지 궁금해한 적도 없는 서일이, 아이들이 그냥 때렸다고 그대로 그냥 맞기만한 서일이를 보면서.. 그렇게 맞는 것밖에 할 수 없었는가.. 답답해졌다. 맞아죽을 때 죽더라도..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어라, 얘 왜 이래?'라고 놀랄 만큼만이라도 덤빌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그래도 지는 기분은 안 들던데..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맞기만 했던 서일이가 안타까우면서도 화가 났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면, 그리고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 않으면.. 그 상황과 그 순간의 아이의 마음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럴 자격이 없다. 그냥 다만.. 그렇게 연약한 초식동물인 채로 계속 먹이사슬 맨 아래에서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그 반응이 답답했다. 어른인 나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그러고 싶지 않은데.. 상황이 자꾸 그랬었으니까.. 그래서 더 답답하고 마음이 쓰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진짜는 그 다음부터였다. 서일이와 영준이의 관계.. 그 둘만의 이야기..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한겹 덮어쓰고 있었던 편견..
청소년 소설이라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근데 그 해피엔딩이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너무 급 마무리하는 것 같은 전개라.. 그게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별을 하나씩 빼긴 했는데.. 조만간 도서관에 기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보다는 좀더 많은 아이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므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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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 작가님의 이름이 익숙했다. 책제목이 마음에 들고 작가님의 이름이 익숙해서 따로 더 확인해보지도 않고 책을 대여했다. 알고보니 내가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던 작가님의 책이었다.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는건 별로니까 그냥 읽어봤다. 책의 재미는 보통의 다른 청소년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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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이 긴 시간은 어떤 시간을 의미할까 생각했는데 책에서 그 답을 찾았다. '6만 시간'은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청소년기를 어림잡아 계산한 시간이라고 한다. 이 '6만 시간'은 길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겐 아주 힘들고 긴 시간일 수도 있다.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이 흔히 고민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다보면 어쩌면 그 긴 6만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될 수도 있다. 소설 <6만 시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각자 자신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건물주 3호'로 불리는 서일은 치킨집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다. 공부를 잘해 서울대에 가고 유학을 간 첫째 누나와 일찍 결혼한 둘째 누나를 두고 있지만 서일은 공부에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가게 일이라도 도우면 나중에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서일은 한때 일진들에게 두들겨 맞는 왕따였다. 그런데 어느날 영준이 전학을 오게 되면서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었다. 영준은 모든 것이 뛰어나 아무것도 부족해 보이지 않았고 기승이와 준이라는 친구까지 영준이를 따른다. 그리고 서일이까지 넷은 단체톡방을 만들어 뭔가를 한다. 영준이 중심이 되어 일을 처리하는데 목걸리는 훔쳤다는 수경이, 시험 시간에 커닝 페이퍼를 책상 밑에 붙였다는 설아, 원조 교제를 했다는 소문이 나 아이돌 연습생을 그만두게 된 오미진 등의 사건들이 있다. 서일은 왜 영준이 이런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알고 싶어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영준이 유학갔다 돌아온 첫째 누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 영준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영준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치킨 배달을 갔는데 우연하게도 영준이 살고 있다는 35층이었다. 영준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주 인상이 나쁜 아줌마를 만나게 되고 며칠 뒤 서일이 배달을 왔다 아줌마의 외제차를 긁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서일이 하지 않은 일에 큰 돈을 물어주게 생기자 서일의 아빠는 CCTV를 확인하지만 서일이 차를 긁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무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영준이 갑자기 전화해 서일의 일이 해결되었다는 말만 남기는데 서일은 영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영준이 첫째 누나와 결혼할 뻔 했던 신 의원의 조카였던 것이다. 서일은 영준의 비밀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런데 <6만 시간>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자신들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각자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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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부터 열아홉까지. 누구나 어림잡아 6만 시간의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6만 시간의 중요성울 보물찾기 하듯 이곳 저곳에 숨겼다. 겉으로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이 보이는 영준 초등학교 때부터 맞기만 하던 서일과 그런 그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치킨집 아르바이생 짱구형 이들을 둘러싼 대화와 사건이 6만 시간 의 수수께기를 푸는 내용이다. 흥미와 재미있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