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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비 기록으로 만나다 - 이현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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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비 여러 분을 책 한 권에 담았기에 고르기 전 처음 가졌던 생각보다 두꺼웠습니다. 모두 열 세 분의 왕후에 대한 기록이 실려 있습니다. 열 세 분의 저자가 한 아티클씩을 맡아 집필했습니다. 이 중 장렬왕후 편을 쓴 지두환 교수는 19기 19주차, 21기 2주차에 제가 고른 책들을 쓴 저자이기도 합니다. 장렬왕후는 자의대비로도 잘 알려졌는데, 양주 조씨이며 인조의 후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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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비 여러 분을 책 한 권에 담았기에 고르기 전 처음 가졌던 생각보다 두꺼웠습니다. 모두 열 세 분의 왕후에 대한 기록이 실려 있습니다. 열 세 분의 저자가 한 아티클씩을 맡아 집필했습니다. 이 중 장렬왕후 편을 쓴 지두환 교수는 19기 19주차, 21기 2주차에 제가 고른 책들을 쓴 저자이기도 합니다. 


장렬왕후는 자의대비로도 잘 알려졌는데, 양주 조씨이며 인조의 후궁입니다. 이분은 숙종 대를 다룬 사극에서 주로 "무기력한 늙은 대왕대비"로 자주 등장하죠. 그도 그럴 것이 형식상으로는 며느리이나 대궐 안에서 강력한 권세를 휘둘렀던 청풍 김씨 명성왕후(명성"황"후가 아닙니다)에 기가 눌려 자기 목소리를 못 내었기 때문입니다. 숙종의 부왕인 현종 대에 일어났던 예송은, 바로 이분이 상복을 몇 년 입어야는지를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기도 하죠. 


자의대비는 사극에서 주로 장희빈을 편 드는 쪽으로 나오지만 장옥정을 죽일 듯 미워했던 명성왕후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고, 명성왕후 사후에는 장옥정과 대립하는 모습도 자주 비춥니다. 드라마에서 보통 장옥정을 궁 안에 들이는 과정에서 후원자 역할을 하는 이들은 숭선군부인과 그의 아들 동평군인데, 이들은 의심의 여지 없는 남인 당색입니다. 이들이 남인에 동조적으로 된 이유는 숭선군의 모후, 즉 동평군의 할머니가 순창 조씨 가문 출신으로서 남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숭선군부인 신씨의 부친인 신익전, 조부인 신흠(교과서에서 우리가 조선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으로 배우는) 등은 그 당색이 서인입니다. 


원경왕후는 <추XX마X>에서 김영란씨가 연기했고, <용의 눈물>에서는 전 국회의원 김한길씨의 배우자인 최명길씨가 맡았습니다. 1981년 드라마에서 "추XX마X"는, 개성 추동에 위치했던 이성계의 잠저를 가리키는 데서 유래했는데, 구체적으로는 바로 이 원경왕후에 대한 극중 호칭입니다. 정안군의 처로서 여걸 같은 행세를 하는 이 괄괄한 부인을 놓고 뭐라고 부를지 아랫사람들이 고민하다 호칭을 이렇게 정한다는 건데, 극작가 신봉승씨의 상상력 소산입니다. 


저 드라마에서 하나 문제점을 들자면 방원의 심복 이숙번을 두고 어디서 근본 없이 초가집에서 빈궁한 생활을 하는 머슴 비슷한 존재, 게다가 불학무식한 위인으로 묘사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용의 눈물>에서 하륜의 대사 "자네 알고 보니 대단한 명문가 출신이었네그려?"로 나오는 것처럼 어엿한 사대부 출신에 과거 급제자였습니다. 그래서 아마 후배 작가 이환경씨가 극중에 특별히 저 대사를 넣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알고 보니...")


책의 맨처음에 나오는 신덕왕후는 이현진 시립대 교수의 평가에 의하면 "왕후로 인정받지 못한 왕비"였습니다. 정안군의 즉위 이후 호된 평가 절하를 겪었고, 저 드라마 "추XX마X"에서는 "첩"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데 <용의 눈물>에서는 그 정도로 비하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성계의 개성 시절에는 곡산 강씨 가문(즉 친정)의 막강한 휘광을 업고 사실상 전주 이씨 가문의 전략가 구실을 하며, 방원 역시 신덕왕후 생전에는 그 위세에 눌려 끽소리도 못한 편에 가깝습니다(<용의 눈물>에서의 묘사는 꼭 이렇지 않아서 생노루를 잡아와선 왕후 앞에 갖다메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는 사료에 근거가 없는 픽션입니다). 방원이 배다른 두 동생을 죽이고 정권을 잡는 건 신덕왕후 강씨가 죽은 후였으며, 따라서 그에게는 천하의 정도전, 정몽주보다 더 무서운 상대가 바로 강비였다는 뜻입니다. 

v*****7 2020.02.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