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조금은 창백한 보라색이 밝은 느낌보다는 파리한, 혹은 새파랗게 질린 느낌이 연상되었다. 게다가 실루엣도 완전한게 아닌 부분만 그려진 뒷모습이라 무얼 말함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데, 제목은 코란다. 책은 약간 작은 사이즈인데, 속지는 매우 좋다. 비교적 작은 책임에도 무게감이 있는데, 읽어보니 내용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이책은> 달봄출판사의 선물 도서. 이메일로 서평 제의를 받았다. 좀 늦게 쓸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그 시간보다도 훨씬 늦어졌다. 지난달에 지독한 감기부터, 복통, 방광염 까지 그 시간들이, 이 책보다 먼저였던 서평들마저 줄줄이 밀렸다. 읽어놓기는 지난주에 다 읽고선 이번주에 글을 못 썼다. 죄송한 마음 한번 더. <저자는>
<책 내용 맛보기>
<책 읽은 소감> 글쎄! 사랑의 시작을 위한 판타지 라는 글자만 보고는 난 어떤 판타지를 생각한 건지. 몇 편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정독을 했건만, 그 내용이 조금은 난해했다. 분명 짧은 단락 혹은 조금은 긴 단락의 글을 읽었건만 내용을 떠올리면 얘기를 해 줄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결말은 아닌 것 같은 결말. 모호한 결말이고 난해한 결론이 대다수였다. 이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싶은데, 책 표지 뒷장에 그 말을 대변해 주는 말이 여럿 있는데, 그 중 내 느낌을 적중시킨 건 두 분이다.
'코' 이 책 39편의 초단편 글 중 첫 시작은 '코'였다. 이 이야기를 읽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는 참신한 발상하며 은근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이야기라면...허나, 이렇게 은근 미소를 짓게 한 건 고작 몇 편이었다니. 코는 병원 의사에게 여자가 만나자고 한다. 그 자리에 남친인지 애인인지를 달고 나온 그녀를 곱게 볼 수 없는건, 그녀는 결혼했다. 더구나 상대방 남편이라 불리는 사람은 자신도 잘 아는 사람. 그녀는 대뜸 한다는 그 남자의 '코'가 멋졌어요. '코'만 멋졌어요. 그렇게 '코'가 적당히 높고...그 외는 볼 게 없었어요. '코' 때문에 결혼했는데...
남자에게 어렵사리 연락해 만나니 그런다. 그 여자의 '코'가 그렇게 멋졌어요. 그렇게 오똑하고 멋진 '코'는 처음이라고. 기막히게 아름다운 '코'였다고. '코'만 볼 만 했는데...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은 병원 의사는 대략난감에 혼자서 벙어리 냉가슴한다. 사연인즉슨, 둘 다 비밀리에 자신이 '코'를 멋지게 혹은 오똑하게 만들어 줬다는 사실을 밝힐 수가 없나니. 이런 식의 유머는 은근하면서 큰 웃음이 아닌 빙그레 웃음을 자아내더라. 하여 다음편을 기꺼이 보게 하는데, 갈수록이 어려워!
이불 시인 Q씨 부부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이불을 지녔다. 이 이불은 어찌나 풍성하고 질긴지 남편인 Q씨가 열심히 모아서 책상이건 뜰이건 가리지 않고 놓아 두고 보면서 좋아하는 기백 개의 수석을 한꺼번에 싸 들어도 찢어지지 않고, 겨울 장독대 곁으로 뼈만 남아 둘려 있는 탱자 울타리를 열두 번이나 감아도 몇 자락이 더 남을 것 같다. ---182페이지
시인네 이불은 평범한 이불였으나, 안주인이 시장 간 사이 넝마장수 리어카에 있던 돌과 교환이 되었다. 넝마장수네 판자집 마문지 지붕을 눌러 두려고 주운걸 시인은 홀딱 반해 버린 것. 돌덩이를 탐내는 남자가 이상도 하건만 진심인 모양은 통해, 꽃이불이 눈에 띄자 운을 떼었는데 곧바로 교환이 되었다. 돌덩이와 꽃이불이라 ㅋㅋㅋㅋ. 안주인이 노발대발한 것은 당연한데, 여기에 맞서는 시인의 대답이 걸작이다. 면도를 하다 말고 마당으로 뛰어나와 손을 쳐들고 썩썩 하늘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남의 집 하늘까지 자를 수는 없다. 자기 집의 꼭 그만한 넓이로 네모 반듯하게 잘라 낸 그 짙푸른 이불은 과연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게다가 금빛 별 일곱 개 까지가 이불 속에 잠겨 있었다. 밤손님이 들었어도 문제가 없다. 뒤뜰에 쭈그리고 앉아 볼 일을 보다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다 놀란다. 예리하게 베어 사각으로 움푹 함몰한 하늘을 보곤 기겁을 해 볼일도 못 끝내고 도망친다.
이거이 제 정신인 사람으로 봐야는 건지. 이불을 썩썩 베어 낸다는 발상은 무지 참신하다. 그 누구도 생각 못할 것이다. 혹여, 동시에서나 이쁜 표현으로 화할지. 그런데, 돌덩이와 꽃이불을 교환하는 시인의 시심을 나는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늘 이불이 얼마나 요긴하고 쓸모가 많은지는 따져보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겠다.
뻐꾹아씨, 뻐꾹귀신 내가 어렵다 하는건 가령 꽃례 이야기가 나온다. 꽃례 라는 이미지에서 아리땁거나 혹은 조금은 살짝 미친 여인네를 떠올렸다. 허나, 얘가 누군지를 금방 밝히지 않았다. 꽃례를 보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분명 보지 말 것을 본 것이다. 꽃례는 자신이 아끼고 귀여워하던 개의 이름. 우리 나이로 30대의 여인네인데 어느날 눈이 맞은 걸 못봤는데, 배가 불러왔다. 기막혀 하는 주인장. 그런 꽃례를 다른 개가 물었다. 것도 배부분을 말이다. 첫 번 동물병원선 고개를 절래절래. 다음 번 동물병원서 수술을 했지만 모양은 안 예뻐도 목숨은 살렸지만 치료비는 받았다. 그런 꽃례를 또 다른 개가 물었는데 연거푸 두 번을 물리고 죽었다. 개값도 못받는 것도 복장 터지는데, 문제는 개주인이 사과는커녕 개 목줄을 안했으니 당신도 걸린다 식. 환장할 노릇이지만 어쩌누.
그렇게 떠나 보낸 꽃례가 꼬리를 치며 눈앞에서 보이다가 도망치듯 가버린다. 환영을 본 게 아닌 것 같아, 꽃례를 아는 몇몇에게 물으나 정신나간 취급을 당할 밖에. 그러다 또 나타나는데, 이번엔 자신과 앙숙인 부부가 봤단다. 하물며, 꽃례를 미모의 젊은 아낙이 안고서 가더란다. 헐! 자신의 오래전 죽은 아내를 지칭해 어디서 냄새맡고는 흠집내려 한다고 내심 벼른다. 곰곰 생각하니, 버스가 떠오르고, 그 안에 여인이 있던 것에 미친다. 버스를 타니 여인네가 앉아 있기에 수작을 걸 요량은 아니고 미행을 붙는데, 어느결에 동행같이 되버린다. 즉, 자신이 시인인 것을 알아본 여인. 누굴 만나러 간다는데 자신의 고향이다.
같이 가던중 조심하라는 여인의 비명과 함께 버스가 구른다. 5중추돌이다. 간신히 아수라장을 헤치고 여인을 찾으나 간 곳이 없고, 본 사람도 없다. 여기 부분이 이해가 안간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는데 문제는 장모님은 주무신다는 처제의 말. 아내는 죽은 지 십 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처가에서 사는 건지. 처제는 눈을 흘겼다는데 그건 방 안의 뭐를 보고서란다. 다음 글이 혜영이를 끌어안고...그러자 못 이기는 듯 안겨왔다나. 이 대목서 그럼 처제=혜영인지. 그렇담 처제와 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건 비교적 이런 추리라도 가능하니 다행. 나의 상상력 빈약 내지는 추리력 빈곤을 탓할지어다. |
|
환상적 리얼리즘에 홀리다 - 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_ 스토리매니악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김탁환' 작가가 '이제하' 작가의 책에 대해 이야기한 걸 본 기억이 있다. 그는 이제하 작가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읽고 난 감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그때는 '추상화를 구경하는 듯한'이란 의미를 깊게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이 얼마나 와 닿는지 모르겠다. 정체를 규정할 수 없는 낯섦, 명징하게 집어낼 수 없는 모호함이 정말 추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
이 소설집은 작가가 세상에 선보인 적 없는 새로운 소설들과, 작가가 몰입했던 주제의 대표작들, 그리고 직접 그린 그림들을 한데 묶어 놓은 책이다. 인간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 보고 이를 작가만의 통찰로 구성한, 시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 39개가 담겨 있다.
이제하 작가는 동양의 '보르헤스'라고 불린다 한다. 내가 보르헤스에 대해 지식이 짧아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환상적 사실주의'에 기반한 단편으로 유명한 보르헤스를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그 말에 수긍이 간다. 어떤 인물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리얼리즘에 종잡을 수 없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더해진 39개의 단편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말에 더욱 공감이 간다.
어떻게 보면 참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다. 곰이 심부름을 다니지 않나, 죽은 애완견이 여자로 분해 나타나질 않나.. 전체적인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서 소설 같지 않을 정도인데 묘한 부분에서 현실과 어긋난 것들이 존재하고 이것이 이야기 자체를 요상하게 일그러져 보이게 한다. 엉뚱하기도 하고, 익살맞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날카롭고 신랄하기도 한, 이런 건가 싶으면 저렇게 보이고 저런 건가 싶으면 이렇게 보이는, 문장과 설정 속에서 농락당하고 있는 기분마저 느껴진다.
재미난 것은 이런 느낌이 나게 하는 글이 아주 짧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단편소설에 비해서도 상당히 짧은 글이 다수인데, 그 글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어떤 이야기는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당혹스럽기도 하고, 갑작스런 맺음에 뭔가 찝찝한 여운이 남아 답답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대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슬프기도 우습기도 즐겁기도 예쁘기도 한 인간의 행태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어 괜한 실소를 흘리며 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우리 일상에 이렇게도 다양한 모습들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살면서 나로 인해 혹은 상대로 인해 접하게 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이 글 속에 알맞게 배어 있다. 참 그 속성을 잘도 짚어 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인데, 그 안에 이렇듯 다양한 인간의 내면이 들어 있었다니 새삼 다시 보게 된다.
이 책을 들었을 때 살짝 편견도 있었다. 으레 우리 소설이 가지고 있는, 우리 위세대의 작가들이 갖고 있는 고리타분함이나 정형화 된 이야기에 대한 편견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집은 그런 편견을 무참히 깨뜨려 버렸다. 젊은 작가들이 과감히 도전하는 듯한 시원시원함이 있다. 장르에 대한 편견도 없는 것 같고, 무엇보다 무질서 하게 늘어 놓은 듯한 자유로움이 마음에 든다.
다만, 이야기에 난해함은 있다. 김탁환 작가의 말처럼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었고, 이야기에서 인물이나 설정을 명확히 하기 힘든 것도 있었다. 과연 사랑과 어떤 연관일까 싶은 것도 있고, 이렇게 해석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 혼란스러운 것도 있다. 그런데, 묘한 건 이 부분이다. 그런 난해함 속에서도 끈적끈적 묻어나는 여운이 있다. 그 여운을 절묘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
이제하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초기 작품을 '환상적 리얼리즘'이라 일컬었다 한다. 이 책과도 상당히 부합하는 정의다. 너무나 생생한 리얼리즘에 판타지의 마법가루를 휙 한 번 뿌려 놓은 듯 하다.
소설가로, 시인으로, 가수이자 화가로, 등단 후 56년 동안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을 해온 '이제하'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초판에는 작가의 노래모음 CD가 덧붙여져 있는데, 에피소드 몇 개를 읽고 노래를 한 곡 곁들여 들으니 더 몽환적 리얼리즘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 경험을 권해 본다.
|
|
이제하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이야기가 매우 단편적이므로 39편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기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과 삶에 애착이 많은 사람인거 같았다.
그의 56년 기념작품이라고 한 <코>. |
|
가끔씩은 하느님도 편애를 하시는가 싶게, 혼자서 여러 가지 재주를 지닌 사람들을 보게 된다. 글이면 글, 음악이면 음악, 그림이면 그림... 그 모든 재주를 한 몸에 다 지닌 사람! 이제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소설가인 동시에 시인 겸 화가 거기에 노래와 연주까지... 그래서 “전방위 예술가”로 불리우는 그를 누군가는 소설가로 알고 있고, 누군가는 작곡자로 알고 있는 등 제각각이다.
나로서는 전공이 문학이다보니 당연히 그를 소설가로 알고 있었다.(그의 시보다는 소설을 먼저 알았기에.) 그렇게 문학사적인 위치 외에 더 보태자면 영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원작자 정도였을까. 그러던 중 그의 작품을 깊이있게 읽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CD와 함께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책을 읽기에 앞서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사랑은 때론 아픈 현실이거나 환상의 판타지거나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읽기에 앞서 CD를 먼저 들었다. 나직이 읊조리는 듯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알들말듯한 그의 그림과 함께 책을 읽었다. 책과 음악과 그림, 세 가지가 서로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번 소설집의 제목이 <코>이다보니 자연스레 196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선작인 그의 소설 <손>의 내용도 궁금해진다. 또한 그의 전작 <사라의 눈물(1991)>도 있지만, 이번 책에 수록된 “사라의 문”을 읽고 나니 “이제하의 사라”에 대해 새삼 호기심이 생긴다. 분명 “마광수의 사라”와는 또다른 “사라”이니 말이다. 기존의 소설 읽기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그의 소설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 허를 찌르는듯한 끝의 반전이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는 막연한 느낌도 들고. 보통의 소설이 구상화에 가깝다면 이제하의 소설은 좀더 추상화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차츰차츰 읽다보니 읽는 중간, 뜻밖에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도 연상이 된다. 아마도 “환상적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작가의 표현처럼 그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이 그런 연상을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인듯 꿈인듯 그려지는 이제하의 작품세계.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혹은 그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추상화의 느낌이 보는 이의 시각에 다라 천차만별로 해석되듯, 이제하의 소설도 그와 비슷할 듯하다. 한 번 읽었어도 나중에 다시 읽으면 또다른 느낌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코>는 소설가이자 시인, 음악가 그리고 화가 등 다양한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이제하님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입니다. 미니픽션이라고 해서 그냥 단편소설 서른아홉 편을 묶어 놓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짧아도 너무나 짧은 초단편 소설부터 우리들이 보통 부르는 단편소설에 이르기까지를 골고루 담아놓은 종합선물세트같은 묶음집이였습니다.
판타스틱 미니픽션집이라고 했지만 모두가 판타스틱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안에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는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은 짧은데도 불구하고 내가 읽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읽다보면 눈은 단어와 단어, 줄과 줄바꿈을 지나 나도 모르게 다른 이야기를 읽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엔가 홀린듯한 기분이 들기도하고, 이해가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 이상야릇한 기분을 만끽했다고 하면 더욱 이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하려고하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읽으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것이 앞에 읽었던 다른 글과 연계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정말 이런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과 사람에 대한 시선, 사람과 사회와의 관점을 가까이서 그리고 다시 멀리서 혹은 중첩되게 바라보는 서른아홉 개의 이야기를 제대로 읽으려면 공백 혹은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무작정 읽는 것보다 쉼을 두고 읽어나간다면 좀 더 근사한 판타스틱 픽션을 만날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
이제하, 그는 어떤 사람일까? 소설가, 시인, 음악가, 화가 등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활동하는 각 분야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온 사람이라면 그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에 대한 낯선 느낌을 조금이라도 좁혀보려는 마음으로 책 ‘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과 함께 있는 이제하 노래모음 CD를 들었다. 목소리에 묻어나는 깊은 어둠, 슬픔 등 호소력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노랫말 역시 심상치 않다. 일주일을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코’는 한국 문단에서 50년 이상 꾸준한 활동을 펼친 이제하의 단편소설집이다. 새로운 소설들과 작가의 대표작들을 다듬어 수록한 것으로 한마디로 쉽지 않다. 그렇기에 어느 단편들 하나하나가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극히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긴 호흡이 필요한 작품들이다.
순전히 코 하나만의 매력 때문에 결혼하고 또 그 코 때문에 이혼한 사람들에 집중하다 보면 코를 성형해 준 의사, 우둔하기 마련인 곰에게 마음을 전해 우체국에 보내기도 하고, 각방 선언을 당한 아내의 마지막 말에 헛웃음이 터지기도 하고,10년 전 죽은 아내와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도 하고, 하늘을 잘라내 이불로 삼았다는 부부 이야기, 미래도시 신시에 도착해 과거 여자를 만나 총살하고 깊은 산골에서 쓰러져 있는 남자 등 서른아홉 가지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모든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겠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안 작가만의 특별한 맛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쉽게 읽히지 않음만큼 놀라운 반전이 미소 짓게 하기에 다른 작품으로 눈을 돌릴 힘을 주고 있다. 현실의 삶과는 다소 동떨어진 세계를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는 작가의 상상력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판타스틱이라는 말이 주는 상상력의 세상은 때론 분홍빛의 환상을 넘어 우울함이나 암담함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제하의 작품 속에서 느끼는 황당함이 때론 현실에서는 이뤄갈 수 없는 꿈이 환상 속에서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문학이 가진 속성 중 하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제하의 작품에 담긴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어쩜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본성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소설은 서른아홉 명의 이제하 뿐 아니라 지금 내 모습도 이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
|
![]()
글 : 이제하 출판사 : 달봄 / 484P 소장 / 독서완료
난..집에 도착한 책을 한번 훑으며 냄새를 맡아보는 버릇이 있다.
내게 있어..책냄새는 좋은 기억과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긍정의 방향성을 갖게 해주는 책들은 대체로 낡고 오래 묵은 책인 경우가 많은듯..ㅋㅋ
암튼..책장을 넘기는데.. 참 기분이 좋았었다.. 부드럽고 좋은 종이질..에서 한번.. 책에서 나는 냄새에서 ~~또 한번.. 요즘 책에서도 요런.. 향수에 젖게 하는 냄새가 날 수 있구나^^
이 책은 한권인데..독자에게 많은 선물을 주는 듯하다..
종이의 좋은 질감.. 그리고 책냄새..또 책과 함께 증정되는.CD..
요 CD케이스를 열었더니.. 아래와 같은 모습..
이 작품의 작가가 소설가, 시인, 음악가, 화가 였었구나..
가수 조영남이 부른 ‘모란동백’의 원곡자인 가수이자 화가, 시인, 소설가로서 등단.. 56년 동안 음악, 미술, 문학 등 전 방위 예술의 중심에서 활발한 예술활동을 펼쳐온 장인이라니^^
역시..진정한 예술인이셨어^^
39개의 단편을 읽다보면..각 제목을 대표하는 이분의 그림도 감상 할 수 있다. 그림에 있어서도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계신다..와우.. 대충 그림들은..요런 분위기^^
![]() 그리고 이 분의 작품..
난..판타지 소설이라 해서..내 정서와 안 맞음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왠걸 ~~ 리더스 다이제스트 유머를 읽는듯한 느낌 ㅋㅋ
마지막 한 문장에 반전이 있고..작가의 철학까지 담겨 있는거다..
어린시절..오헨리, 모파상, 알퐁스도테 등의 단편을 읽으며 잠이 들곤 했었는데..우리나라 사람의 정서가 담겨 있어선지..훨씬 공감도 되고 흥미로웠다.
한 권의 책에서 많은 선물 받기를 원하시는 분.. 유머감각을 키우길 바라는 분.. 짜임새 있는 구성의 단편 소설을 원하는 분, 상상력이 부족 하신 분 기타등등 분에게 요 책..강추해 드리고 싶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
아직도 한 권의 책이 남아 있었다. 아무 이야기도 쓰여있지 않고 저자의 서명도 없는, 오직 텅 비고 그냥 하얀 종이일 따름인 한 권의 책..... 온몸을 옥죄고 줄이면서 그는 조용히 그 책갈피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181
처음으로 만나는 작가이기에 우선 그의 이력부터 살펴보아야 했다. 소설가, 시인, 음악가, 화가까지 다방면으로 뛰어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팔방미인 이제하 작가와의 첫 만남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순간이다.'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라는 부제와 표지 그림이 시선을 먼저 끌었던 책이다. 요 작고 아담한 책 속에 아롱다롱 새콤달콤한 사랑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뜻이 리라.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책을 펼쳐 들고 한 편 한 편 다양한 세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해 본다. 우리는 매일매일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즐겁게 지내기도 하고 때론 너무 감당하기 힘들어 버거워하며 살아간다. 우리를 울게 웃게 하는 평범한 그 일상들이 당연하고 보잘것 없어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엔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물이나 공기처럼. 그러면서도 왜 자꾸 잊게 되는지 모르겠다.
모래틈이라는 이름의 오소리 구멍만하다는 카페가 어떻게 생겼을지 가보고 싶다. 그 다음 싯구절이 어떻게 완성 되었을지도 궁금하니까... 새끼 곰을 훈련시켜서 심부름부터 집안 일까지 집사처러 부리는 친구가 있었단다. 처음 훈련시킬땐 힘들었다지만 서로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니 그 다음부터는 쉽더라는 간단한 진리이자 비법으로 편안한 생활을 지내던 그 친구의 곰이 갑자기 자기 나라로 영영 도망가 버렸단다. 그 이유를 듣고 보니 그의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곰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다. 또 여기 심한 재채기를 하다가 회오리에 휘말려 공중으로 붕~ 떠오른 사나이는 어떻는지. 덕분에 감기에 걸려서 나오는 재채기에 내게도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괜시리 마음을 졸이게 된다. '분서'는 나도 책을 좋아하는 때문인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야기였다. 다른 에피소드들이야 어쩌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일지 몰라도 분서는 내게도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란 뜻이다. 갑자기 성큼 다가온 겨울을 맞아 종종 거리고 당황하고 있는 우리들의 허허로운 마음에 저자이자 화가인 그가 쓰고 그린 그림들, 꿈인듯 상상인듯 펼쳐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창에다 손가락으로 무얼 끄적거려 본적이 있니? 그래 그 희뿌연 자신의 입김 속에 무슨 그림을 그려 넣었었어? 샌가? 꽃인가? 칼인가? 이름이나 몇 번 써 보다가 말았 는가? 한 번도 그런 짓을 안 해본 놈이 있다면, 그놈이야말로 정말로 바보다. -330 |
|
코(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 아홉개의 판타지) - (이제하/달봄)
판타지 픽션... 작가 이제하씨가 그동안 좀 더 관심이 갔던 주제, 보다 골몰했던 메모와 노트들 중에서 비교적 미니픽션의 속성에 가까운 서른아홉 개의 에피소드들을 골라 묶은 것이라 한다. 책에 중간 중간 들어간 그림과 표지도 모두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곰을 훈련시켜 자잘한 심부름부터 일상의 일들을 모두 맡겨버린 게으른 친구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쉬운것은 아니였다. 친구는 간단한 것에도 2년이 넘게 걸리는 곰을 훈련시킨 비법은 바로 마음이 통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진심으로 빨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곰도 따라서 빨래가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하는건대 내가 하는거나 다름없어' 라며 빙그레 웃는 친구 하지만 기어이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 곰은 5월 대통령선거에 주인의 마음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고 괴로웠던 나머지 자기나라로 영영 도망치고 말았다. - 곰의 나라
곰을 훈련시켜 일상을 잡일을 모두 시킨다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 마음이 통한 곰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준다. 결국 도망치긴 했지만... 곰은 누구일까? 왜 묵묵히 모든 일을 했을까. 친구와 곰은 모든 것을 다 통하는 사이였지만, 정치만은 안되나보다. 사랑보다 더 위대한 것은 정치란 말이냐...
서른다섯살 노총각 K, 동아리 회원중에 노처녀 두명과 붙여주려고 기를 쓰는 남편과 아내 왠지 잘 어울리는 그들은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를 않았다. '그치만 전기가 오지 않는단 말야...' K는 감응이 오지 않는다며 풀죽어 한다. 그러던 어느날 정원이라는 이름의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그만치 7년씩이나 만난 사이, 그러나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둘은 없으면 못 산다고 한다. 결국 아내는 손이라도 잡고 오라며 윽박 지르고 K도 이런식은 안되겠다며 자취를 감추고 ... 넉달 후 모습을 다시 드러낸 K는 드디어 손목을 잡아봤어요. 극장에서 큰 결심을 하고 불이 꺼졌길래 용기를 내어 잡아보았다고 한다. 더구나 완벽한 절정까지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원씨는 집으로 가서 손을 백번쯤 씻고 , 그것도 성이 안차는지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 유기농의 사랑
아마 정원씨 또한 유기농 사랑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K의 손으로 더렵혀지지 않은 완전 무결한 유기농 사랑을... K가 다른 동아리회원들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응을 정원씨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처럼 유기농 사랑만을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의 코를 보고 결혼한 부부 그러나 3년후 이혼 - 코 향 내음 후 찾아오는 화재. 808호실에서 향 내음이 나기 시작한다. 그는 방을 나오고 3년 사귀어온 자신의 까이가 올라오고...- 향이외에도 여러 픽션들은 사랑을 주제로 한 인간들에 대한 여러 모습들을 담고 있다. 허구라고 하기에 너무도 일상에 접했음직한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실소를 머금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알 듯 모를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은 갸웃거리면서도 무언가 삶의 일부와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근래에 나오는 친절한 많은 책들에 비해 궁금하고 더욱 생각하며 묘한 여운을 남기게 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