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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나 좀 쐬어 줄까 싶어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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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개   개가 죽고 감나무 밑에 빈 개집 빈 개집 앞에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바닥이 반질반질한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빈 개집을 들여다보던 할머니가 개밥 그릇에 떨어진 땡감을 주워 듭니다 할머니가 빈 개집 안을 들여다봅니다  꼭 꼬리 치며 나올 것 같아서 컹컹 짖으며 드러누울 것 같아서  없는 개는 없는 개지만 없는 채로도 아직 개집 안에 삽니다   지금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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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개

 

개가 죽고

감나무 밑에 빈 개집

빈 개집 앞에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바닥이 반질반질한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빈 개집을 들여다보던 할머니가

개밥 그릇에 떨어진 땡감을 주워 듭니다

할머니가 빈 개집 안을 들여다봅니다

 

꼭 꼬리 치며 나올 것 같아서

컹컹 짖으며 드러누울 것 같아서

 

없는 개는

없는 개지만

없는 채로도

아직 개집 안에 삽니다

 

 

지금은 개가 반려견으로 신분상승을 하여 집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 아이라거나 하며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에는 개는 그저 개일 따름이었다. 아니, 마당에서 지내는 개일 따름이었다. 그렇더라도 함께하는 집 식구이었다. 그렇다 보니 개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개집을 보면 개집 안에서 쉬고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개집을 들여다보게 되고, 꼭 꼬리 치며 나올 것 같기도 하며, 컹컹 짖으며 드러누울 것 같기도 하다. 죽은 개가 돌아올 리는 만무하다. 하릴없이 개밥 그릇에 떨어진 땡감을 주워 올 수밖에. 할머니의 개에 대한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없는 개는 없는 개지만 없는 채로도 아직 개집 안에 살아가고 있게 한다.

 

송진권은 농촌 마을의 식구들과 그들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인이다. 없는 개를 있게 만드는 할머니 같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번 시집에서는 개와 할머니의 인연을 다룬 4편의 시가 연달에 실려 주목하게 된다. 개는 “감나무에 싹 트기 전 얻어 온 강아지”였는데 “감이 익어 홍시가 되었을 때 /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개(「감나무와 개」)가 되었다. 할머니는 장에 갔다 오는 날이면 “개 준다고 생선 대가리며 내장 얻어 오셨다”. 그러면 “멀리서도 주인을 알아본 / 놓아먹이는 개가 물을 건너와 / 부르르 머리부터 꼬리까지 털자 / 사방으로 물이 튄다 / 우스꽝스러운 개가 / 땅바닥에 드러누워 질금질금 오줌까지 싼다”. 그러면 할머니는 “알았다니께 그랴 / 알았어(「물 건너온 개」) 말하고 집에 함께 간다.

 

반갑다고 물을 건너 달려와서 땅바닥에 드러누워 질금질금 오줌까지 싸는 개. 반가워하면서도 “알았다니께 그랴” 심상하게 말하는 할머니. 이들이 집에 함께 돌아가는 풍경은 깊은 정을 나누는 식구의 모습 그대로다. 이 다정한 식구는 이제 다 늙었다. 누가 더 늙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늙었다. 마치 오늘의 우리 농촌이 늙어버렸듯이 아주 늙어버렸다. 그렇더라도 삶은 이어간다. “유모차에 듬성듬성 털 빠지고 깡마른 늙은 개가 / 바들바들 떨며 쪼그려 앉아 있”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할머니의 독백을 읽을라치면 가슴 뭉쿨하다. “바람이나 좀 쐬어 줄까 싶어 나왔어 / 햇볕이라두 좀 쬐라구 / 이젠 눈두 잘 안 보이는가 벼 / 여기 가 툭 부닥치구 / 저기 가서 고꾸리지구 그랴 / 닭이해도 한 마리 고아 먹일까 싶어(「유모차 탄 개」).

YES마니아 : 골드 g*******g 2020.02.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