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써 피해 다니던 길이 있다. 가능하면 그 길로 갈 일을 만들지 않았다. 부득이하게 그 길을 통과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서 갔다. 언제부터였나. 이상하게 그 길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 길을 굳이 돌아서 가야 했는지... 시간의 흐름이 참 허망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 일이 그때는 무엇을 그렇게 가로막고 있었는지 알 수 없어 헛웃음이 났다. 며칠 전, 오래전 그 길 끝에 있는 낡은 건물을 보러 갔다. 결국은 피할 수도 없게 그 길을 지나는 순간이 찾아온 거다. 없었다, 아무것도. 한때 내가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던 그 건물 5층의 공간이 사라졌다. 그 건물 자체가 사라지고 공터가 되어 있었다. 1층에 자리했던 스포츠센터, 2,3,4층에 살고 있던 원룸족, 5층에서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바(bar)의 주인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오랜 시간 그 낡은 바에서 쏟아냈던 내 눈물은 어디로 날아간 것인지. 이렇게 사라진 자리를 볼 줄 알았으면 애써 피해 다닐 게 아니라 오다가다 한 번쯤 쳐다보기라도 할 것을. 한때 내 마음을 위로해주던 공간이었는데... 왜 모든 것은 지나가고 사라진 뒤에야 더 기억나는 것일까. 힘들게 기억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저장되는 것, 저절로 떠오르는 공간과 시간. 참 얄궂다.
비는 순식간에 멈췄다. 사람들은 다시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터널의 끝은 어느덧 빛으로 환해졌다. 잠시 만들어졌던 완벽한 형태가 흩어지면서 내가 보던 그림도 눈앞에서 바로 지워졌다. 그렇게 잠깐의 풍경이 사라지고, 옆에 있던 남자가 먼저 계단을 올랐다. 그도 나와 같은 아름다움을 봤다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51페이지)
어떤 물건에 사연을 부여하고, 문득 떠오른 숫자 하나에 몇 년의 시간을 기억하기도 한다. 그가 흘러다녔을 공간과 여행과 추억을 담아낸 한 권의 이야기가 특별한 게 아닌 일상이었는데, 기억하고 기록하는 순간 그 일상은 특별해진다. 그만의 '특별한' 기억이 되는 순간을 나는 이 책으로 목격한다. 찰나일 수 있는 시간의 기록을 사진과 글로 이어가는 그의 단상을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기억을 그의 이야기에 붙여본다. 뜬금없이 대학 때 학번이 떠오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할머니 집에서 잤던 기억이 났다. 밤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던가, 어느 역에 도착해서는 일출을 보기에 딱 맞는 시간이었는데... 밤을 새우며 영화 세 편을 보고 새빨개진 눈으로 등교하고, 지하철역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툴러서 실수가 잦았던 많은 일. 익숙해질 만하니 개강이 되어 그만두었던 아르바이트가 아쉬웠었지. 허락 없이 친구집에서 자고 왔다고 엄청나게 맞았던 여중생의 종아리가 기억난다. 비만 오면 학교 가기가 싫어 어떻게 핑계를 댈까 머리 굴리던 기억들. 지금 생각해보면 익숙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아쉬움이 가장 크다. 돌아갈 수 없는, 굳이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도 없는 시간으로 남아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언제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불쑥 밀고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남겨진 마음의 공간이다. 그냥, 다,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를 이야기에 눈과 귀가 열리는 이유...
어느 공간이든 그 공간에 들어선 사람과의 관계에 따른 공간의 고유한 얼굴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계절과 시간과 날씨, 또 그 사람의 상태가 그 공간의 얼굴을 달리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을 주었던 곳들이 내게는 다른 인상으로 온 듯했다. 사람도 타이밍과 관계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게 되듯이. (97페이지)
그의 시나리오 그대로 옮겨진 부분에서는 또 하나의 장면을 떠올린다. 등장인물이 여럿도 아니고 남자와 여자 딱 두 사람만 등장하는 장면, 별것 아닌 듯한 대화, 그게 전부라는 듯 내려놓는 전화기.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할 의미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그들 사이에 부유하는 어떤 것을 보고 싶어 애가 탄다. 뭘 보고 있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묻고 또 묻고. 알 것 같아서 끄덕이고 모를 것 같아서 고개를 흔들고...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서 물음표를 지우고 공감의 느낌표를 채워 넣는다.
무수한 오늘들은 결국 어제가 됐다. (199페이지)
|
|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감성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사라지고 있는가를 묻는 제목. 무엇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삶의 한순간들이 하루가 저물어가듯 시간이 흘러 오늘이 어제가 되듯 사라짐을 말하는 것인지, 기록되지 않은 모든 것들이 결국 잊혀지고 옅어져 사라짐을 말하는 것인지, 결국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사라짐은 그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책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순간들은 사라지고 다시 쓰여지고, 흐려지고 기억되고, 옅어지고 읽히는 일들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와 같은 아름다움을 봤다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사진과 아름다운 문구가 들어간 책에 대한 불신을, 당신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을까? 감성의 과잉, 넘쳐나는 미사여구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이것은 마치 애증과도 같다. 좋아하나 싫은, 싫지 않으나 피하고 싶은. 눈물이 점점 없어지게 된 이후로 나는 말랑거리고 달콤하고 부드럽게 달라붙는 이야기들이 싫어졌다. 좀 더 단도직입적이고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들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그런 것들을 가까이하고 있으면 간지러움을 느끼거나, 싸구려 감성에 취하거나, 애써 아무 동요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태연자약한 모습을 위장할 필요가 없었다. 냉소적인 느낌의 블랙유머에 가끔 웃을지언정, 유치한 설정에 사사로이 마음 쓰는 일이 불필요하다 여겨졌던 것이다.
이 책에 대해 기대를 걸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신을 지울수가 없었다. 결국은 그렇고 그런 책처럼 여겨지게 될까봐 혹은 내가 너무 쉽게 부드러운 감성에 푹 빠져 동화되어 버릴까봐.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저 이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불현듯 궁금해져서였다. 처음에 이름만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다가, 중간에 날개에 실린 사진을 언뜻 보고 여자라고 생각했다가, 좋아했던 여자아이 이야기가 나와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남자였다. 그라면, 그녀라면 하고 몇번이나 이 글을 쓴 사람에 대해 떠올리면서 글을 읽었는데 그의 문체에 빠져들게 되어 좋았다. 감성적인 노름에 휩쓸려버렸다고 해도 아무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문체의 글을 쓰는 점이 좋았다.
어떤 부분은 비약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었지만, 작은 단어에서부터 풀려나오는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같은 빛깔의 유년과 닮아있는 도시의 한 켠을 걸어본 적 있는 것 같아 낯설지 않아 좋았다. 솔직한 부분도 있고 마치 프리즘이라도 거친 양 아름답게 재탄생한 것 같은 부분도 있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사실 그대로의 모습일 수가 있을까 결국은 내 필터로 묘사되는 것인데. 하고 이해되는 정도였다. 애정을 바탕으로 한 유년에 대한 아름다움이 녹아들어가서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한다. 지금, 한 계절이 사라지고 길었던 낮이 밤으로 사라지는 이 때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추운 거리에서 벗어나 어디고 노란 불빛을 밝힌 커피숍이 눈에 띈다면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 안에 들어앉아 밖의 성마름과 나는 상관없다는 듯이.
특히 공감했던 구절은, "어쩌면 그 후로도 내게 사랑의 방식은 같다. 아름다움을 보고, 부러진 날개를 보았을 때 사랑이 시작된다." 결국 이 에세이의 모든 시작은 사랑할 만한 대상의 가장 연약한 부분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의 시작 중 절반은, 바로 그 지점일지도 모른다. 혹은 내 부러진 날개를 보았을 때 이거나.
|
|
길을 걷다 마주친 풍경, 계절, 사람, 아름다움… 눈과 마음으로 기억한 그 모든 사라지는 순간들에 대하여
이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시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도시’, 여행과 관련된 기억을 자유롭게 떠올리는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와 위로를 이야기하는 ‘일루셔니스트’,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는 ‘흐르다’가 차례로 이어진다. 그리고 두 인물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세 편의 짧은 스토리가 장과 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중간에 자리해 독특한 재미를 준다. 이렇게 모인 60편의 에세이는 비교적 짧은 호흡의 글들이지만, 아마도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길은 꽤 여유로울 것이다. 한 편의 짧은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눈앞에 여전히 어른거리는 이미지와 감정의 여운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한 편 한 편의 이야기와 오래 만나게 될 것이다. 책에 실린 글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그래서 같이 나눌 수 있는 기억에 관한 것들이지만, 시각적 이미지로 정서를 전달하는 데 능숙한 영화감독 특유의 색다른 시선과 상상이 거기 얹혀있기에 조금은 더 새롭고 흥미로운, 그래서 신선한 에세이집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것이다.
아이폰의 사진 앨범을 펼치고 손가락을 몇 번 튕기면, 한 해 동안의 남겨진 사진들이 영사기 속 옛날 영화처럼 지나간다. 그 안에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가끔 그나 그녀가 아닌 ‘나’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폰이나 로모, 혹은 하프카메라로 찍은, 성격이 다른 사진을 모으고 몇 가지의 기억들을 메모했다. 비밀스런 재료들을 섞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작은 방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눈에 보이는 물건들만을 이용해, 소설을 쓰거나 혹은 영화를 찍는 기분이 들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드는 한기에 시린 발을 의자 위로 모아 올리고 나루세 미키오의 흑백 영화를 보던 어느 겨울밤, 처음으로 영화를 찍는 계기가 된 외대역 승강장에서의 또렷한 풍경 하나, 또는 아버지와 함께한 최초의 여행의 기억이자 누군가에게 최초로 뺨을 맞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날의 ‘어떤’ 사건에 관한 이야기 등이 눈앞에 이미지 하나씩을 띄우며 차례로 펼쳐지는 식이다. 영화를 전공하던 학생 시절 꽤나 황당한 아르바이트로 돈벌이를 한 에피소드를 들려줄 때면 킥킥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초등학생 시절 부끄러운 마음의 기억들을 회상할 때면 코끝이 싸해지기도 한다. 쓸쓸하고 아련했다가, 또 능청스럽게 유쾌하다가, 어느새 고요하게 잔잔해진다. ‘영사기 속 옛날 영화’처럼 스쳐가는 그런 여러 이야기들, 여러 그리움들을 슬그머니 불러 세워 곁에 두려는, 제목 그대로의 담담하지만 애틋한 속삭임. 사라지고 있습니까. 눈과 마음으로 기억한 그 목소리를 따라 읽으며 당신은, 당신의, 어떤 순간을 불러 세우고 싶어질까. |
|
사라지고 있습니까-김종관/우듬지
이 책은 저자가 일년동안 생활의 한순간, 한순간을 기록해서 모아둔 글이다.
사진과 기억, 사실과 이야기가 모여 책을 이루고 있다.
![]() < 김종관이 추천하고 나도 함께 추천하는 이 책과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
Holdin' On To Yesterday _ ambrosia 나도 이 음악을 들으면 책을 읽었다.
그가 추천해준 음악이기에...
노래 가사를 보니 왜 추천했는지 알것 같았다.
지는 벚꽃은 화려하지만 지는 목련은 좀 더 단순한 슬픔이 있다.
떨어지는 꽃의 무거운 중량감 때문일 것이다.
무거운 꽃송이가, 단두대 위에서 잘리는 무엇같이 툭, 하고 떨어진다
처음 목련의 매력을 느낀 것은 꽃을 피우는 모습을 봐서가 아니라
툭, 하고 덜어지고 뭉개지는 꽃잎을 보고 난 이후였다.
그 다음해에야 꽃을 피우는 목련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목련을 보며 이렇게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그가... 다소 소름 끼치면서도 뭔가 매력적이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요?
얻지 못할 세상이 아닌, 내가 읽어버릴 모든것에 대해 불안했습니다.
모든것은 내 마음에서 오는것이다.
문제의 모든 정답은 내 맘에 있다는것이 나의 생각이기도 하고 그의 생각이기도 한것 같다.
배란기의 그녀의 발언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던 그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
내가 책의 첫페이지를 열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까지 그가 상상했다고 하니 ㅋㅋ 우습다.
- 처음의 프롤로그 를 보고 괜히 나혼자 쑥쓰러워 질만큼 이 책의 그의 색깔이 진하다 그의 향기를 풍기는 이야기 속에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 그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다. 영화감독 답게 시나리오 쓰듯 그림 그리듯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책은 '김종관 인생'이란 제목이 어울리는 영화같다
이병률 작가의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어쩜 내맘을 이리 잘알까 싶어 그 작가의 달콤함이 좋아지는 책이라면
김종관 작가의 <사라지고 있습니까>는 그의 남성적인 모습의 매력이 매력적이어서 좋아지는 책이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도 보고 싶어진다.
|
|
이책은 영화감독이기도 한 작가가 찍은 사진과 자신이 쓴글로 이루어져있다 중간중간 시나리오같은 짤막한 씬이 나오는데 그저 앞뒤설명없는 단순한 장면인데도 뭔가 여운이 남았다 이 작가에 대한 영화를 본적도 글을 읽는것도 처음이지만 작가의 말처럼 이렇게 그의 책을 읽는것도 뭔가 인연이 아닐까싶다 이책은 작가자신이 지나던 길 기억의 모음이 아닐까싶다 오늘은 오늘일뿐 무수한 오늘이 모여 어제가 됐고 수많은 어제가 모여 나의 오늘을 움직인다 뒤돌아보며 후회하는것도 앞만보며 달려가는것도 의미는 없다 그저 우리는 오늘을 살아갈 뿐인것이다 그러한 작가의 지금은 사라졌지만 지나간 오늘의 모음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시간은 기억으로만 남게되는것은 당연하지만 사진을 찍어두면 그때를 떠올릴수있게되는것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 내가 걷는 이 거리와 풍경이 변할지라도 내가 지금 사진을 찍어둔다면 현실엔 존재하지않더라도 그날 그시간의 풍경은 사진으로 남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사진을 찍는건 싫어하지만 뭔가 기억하고싶다거나 아름다운풍경을 보면 사진으로 남기고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굳이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핸드폰으로도 손쉽게 찍을수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닥 나이가 많아보이지않았는데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것에 놀라고 그러한 경험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그가 영화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지않았을까싶어서 기회가 된다면 그의 영화도 보고싶어졌다 그리고 나도 대단한것이 아닌 지금이시간도 지나가고있는 사라지고 있는 나의 오늘을 기억하고싶다 |
|
사라지고 있습니까 :: 서평 :: 사라지고 있습니까 / 잊혀질지 모를 60가지 순간들을 이야기하다
글쓴이 : 김종관 사진 : 김종관 출판사 : 우듬지 장르 : 에세이 발매일 : 2012.10.20 가격 : 12,800\
![]()
인생에서 소중한 대부분의 시간들과 기억들을 잊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재.
분명 하나하나 돌아보면 지울수없는 소중한 기억들이 많을텐데도 그것을 기억하기조차 바쁜 현실.
일상의 어떤것들, 그리고 누군가와 나눈 이야기들, 또는 유년시절의 추억, 물건에 얽힌 사연
그 모든 이야기들이 단순한 '기억' 이 아닌 사라지고있는 추억이라는것을 알게되는 책.
바쁘게 살아가고있지만, 왜 바쁘게 살아가야하는지 모르는사람들을 위한.. 아름다운 일상의 기억들에대한 삶의 이유를 지표해주는 책.
적어도 나는 <사라지고 있습니까> 를 읽으며 이러한것들을 생각해보았다.
어떠한 화두(話頭)나, 사물, 특정 사건들을 접하지않는이상 떠올리기힘든 일상의 소중한 기억들.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여유없는 우리에게, 그 잔잔한 기억들은 잠시 되뇌이며 미소지을수있는 소중한 이야기거리며 생각거리이지 않을까.
따뜻한 느낌들의 사진.
딱딱한 건물숲이 아닌, 유년기의 기억들을 담은듯한 거리들, 그리고 사진에서 전해지는 온기들.
<사라지고 있습니까> 는 김종관의 일기를 읽는듯한 느낌에 더불어 감성적인 사진들로 시각적인 상상까지 가능하게끔했던
마치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듯한 기분이드는 책이었다.
각각의 주제들로 풀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또한 그 주제에대한 나의 기억까지 끄집어낼수있었던 책.
왜 이런 기억을 잊고 살았을까.
어? 나도 이럴때가 있었는데.
음. 이런 기억은 떠올리고싶지않았는데 하며 혼자서 <사라지고 있습니까> 를 읽으며 나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끄러워지기도하고.
또는 그때의 생각에 눈물이 고이기도,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다이어리를 살면서 써본건 20살때.
그전부터 '다이어리를 써야지' 라고 마음먹고서는 항상 그 다짐을 일주일,
또는 열흘만에 까맣게 잊어버리곤했다. 앞페이지들만 살짝 사용한 흔적이 있고, 뒤로갈수록 새 제품인 다이어리들.
그전에는 일기라는것을 학교숙제로, 또 그전에 미취학시절에는 친정엄마가
매일 일기를쓸때마다 붙여주는 스티커때문에.. 그 스티커를 100장 모으면 사고싶은 인형을 사주시던 친정엄마.
덕분에 줄공책하나를 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열심히 ..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살면서 돌아보니, 궂이 일기를 쓰지않아도 인상깊었던일들은 자연스레 뇌리에 남는다.
날씨가 어땠는지, 그날 무슨음악을 듣고있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무얼 먹었는지 .. 생각보다 디테일한 장면이 꽤 긴 시간동안 잊혀지지않고 머릿속에 담겨있다가 어느순간 떠오를때가 있다.
하지만, 왠지 기억하고싶었던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에 누구와 함께했는지, 어땠는지..
기분만이 기억에 남을뿐 자세한것들이 기억나지않아 아쉬울때가 많았던것같기도 하다.
때문에 나도, <사라지고 있습니까> 를 읽고난후,
가볍게 '일상의 스크랩' 같은것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들면 블로그에 나만의 비밀폴더 또는 공유할수있는 기억들은 공개인채로,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날은 그날의 사진이나 간단한 부연설명을 덧붙여 포스팅을 해보는것.
궂이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일이 아니라도 시간날때 틈틈히
오늘 있었던일들에대해 돌이켜보며 적는것도 나쁘지않을듯하다. 가끔, 기억이 가물가물.. 마치 안개낀 도로를 걷는듯한 느낌의 유년시절 기억이 떠오를때가 있다.
대충의 형태는 알겠는데, 어떤일이었는지 디테일한 기억이 떠오르지않아
친정엄마에게도 물어보고, 친언니에게도 물어보고.. 나혼자서도 낑낑거리며 그 기억을 되돌려보려고 애쓰게될때.
그런 자그마한 기억들의 조각들을 끼워맞추다보면 나도모르게 마음이 따스해지며 미소짓게될때가 있다.
그럴때 비로소 느끼는 지나간 일상의 소중함들.
절대 잊지 못할 순간들.
지나쳐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소중한 기억들을 우리는 사라지게하고있지는 않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