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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머니의 말씀만을 받아 적은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시'라고 불리기엔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삶의 지혜와 철학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 저자인 이정록 시인은 어느날 새벽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워 어머니의 말씀을 서른 편쯤 받아적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시인의 어머니는 말씀도 시처럼 하시는 걸까? 어떤 어머님일지 인자하게 미소를 짓고 계시는 모습이 담겨진 책표지에 있는 사진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시 한편한편이 다 생활 속에서 묻어난 인생 철학이 담겨져 있어 나도 모르게 감탄하며 읽게 된다. 책 속에 담긴 시 전부 좋았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이 눈길에 머물렸는데 대부분이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열 달을 품고서 낳은 새끼도 다 똑같이 이뼈하기 힘든게 사람이다.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마음이 더 가는 자식이 분명 있다. 이런 마음을 시로 쓴 '사랑'이란 시다. 편애할 수 밖에 없는 사랑에 대한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 또 다 큰 아들이 쉰 살이나 되었는데 맘 놓고 울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눈물뚝', 무심한 내 뱉은 한마디에 신경이 쓰여 자식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담은 '거울' 등등 시를 읽다보면 자꾸만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코 끝이 찡해져 왔다.
시와 함께 어머니의 일상이 담겨진 사진이 함께 들어 있어 시를 읽다가 어머님을 한번씩 보게 된다. 살아 온 세월이 고스란히 얼굴에 담겨져 있는 모습이 눈가의 자글자글한 주름마저도 이쁘고 인자하게 보이는 인상은 어머님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소탈하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정엄마에 대한 생각이 남달라진다.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일 들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혹시라도 아프실까봐 내심 걱정하는 말을 꺼내면 자식들 힘들고 불편하다며 아프지 않다며 손을 흔들 때 더 짠하고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자식은 결국 어머니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보다. 이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자꾸만 기대고 싶고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을 여전히 받아주시는 엄마란 존재... 엄마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곁에 계셔주시길 바라며... '어머니 학교'를 통해서 시인의 어머니를 통해 나의 어머니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라 읽는내내 행복했으며 즐거웠다. '어머니 학교'의 다음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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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 TV에서 섬진강 시인인 '김용택'의 삶의 모습이 담긴 이야기를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초등학교 교사였으니, 학생들과의 수업 장면들이 소개되었다. 대도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수업 방식으로 수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학생들에게 시를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학창시절에 시를 지어 보라고 하면 얼마나 당황했던가? 머리 속은 금방 하얗게 변해 버리고 말았었다. 시란 산문과는 달라서 시를 쓰는 형식도 생각해야 하고, 함축적인 시어도 생각해야 하고.... 그런데, 김용택 시인은 학생들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시를 쓰도록 했다. 학생들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시라고 말하곤 했다. 어찌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그런 시들이 시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일상 생활 속에서 시를 접하게 하고, 시를 써 보게 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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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정록 시인은 자신의 72살 어머니가 무심코 내뱉는 말들에서 시를 찾아 낸다. 시인이 이 책의 서문인 '시인의 말'에서 밝히듯이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다. 빙의는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어머니의 말에서 시를 찾아내게 되는 것이다. " 시의 품새와는 사뭇 다르니 시마(詩魔)도 아니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지않았으니 빙의(憑依)도 아니었다. 서른 편 쯤 쓰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를 낳으신 어머니가 수천수만임을. 아주 옛날에도 나를 낳으셨고 지금도 출산중임을 앞으로도 나는 계속 태어날 것임을" (p. 6)
이 시집에는 이정록 시인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쓴 <어머니학교>라는 시가 어머니의 나이만큼 72편이 실려 있다. 시들을 읽어 보면 어머니가 그저 말하는 것이 곧 시로 탄생된 것이다. 흔히, 어머니들이 말하는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몇 권이 될거야'라고 말씀하시듯이, 어머니들의 말은 때론 산전수전 다 겪은 삶의 연륜이 쌓인 말일 경우가 많듯이, 시인의 어머니도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쌓인 삶의 연륜이 그대로 말로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그 말 속에는 삶의 지혜가 있고, 철학이 있고, 해학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툭 뱉어낸 그 말들을 시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시인의 역량이 아닐까. 다듬어지지 않은 어머니의 말씨가 그대로 담겨 있다. 퉁명스러운 말씨이기도 하고, 무심히 건너는 말씨이기도 하고, 사투리가 듬뿍 담긴 말씨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받아 적는 것으로 한 편, 한 편의 시가 쓰여진다.
물 (어머니학교 12)
티브이 잘 나오라고 지붕에 삐딱하니 세워논 접시 있지 않니? 그것 좀 눕혀 놓으면 안 되냐? 빗물이라도 담고 있으면 새들 목도 축이고 좀 좋으냐? 그리고 누나가 놔준 에어컨 말이다. 여름 내내 잘금잘금 새던데 어디에다 물을 보태줘야 하는지 모르겄다. 뭐가 그리 슬퍼서 울어 쌓는다니? 남의 집 것도 그런다니? (p. 30)
이 시를 읽은 느낌이 어떤가? 일상의 체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새가 목 말라 할까봐 그걸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검은 눈물 (어머니학교 32)
타닥타닥 ! 튀기는 소리가 아니라 호호! 식히는 소리라야 해. 성난 새끼 추스를 때에는, 구름이 구름에 스미듯 촉촉이 젖어야지. 개펄을 치고 오르는 진흙범벅의 어깻짓이 아니라 슬며시 날개를 접는 품새라야지. 접은 날개깃 다시 한 번 추스르고느 먼 노을이나 바라봐야지. 가랑비 맞는 짚불처럼 검은 눈물 들이켜야지. 토닥토닥 ! 성난 새끼 추스릴 때에는. (p. 61)
![]() 눈물 비누 (어머니학교 47)
비누나 비누갑마냥 쉬이 더러워지는 게 삶이여. 처음부터 때가 껴 있던 게 아니라 골골 때가 탄 거지, 미움이나 원망이란 것도 무언가 다가와 몸 부리고 간 흔적 아니겄냐. 내가 끌어들인 거품이 가슴 속 어둔 골짜기에 둥지를 튼 거지, 다음 몸이 들어와 살 부빌 것 생각해서 사금파리나 면도날은 어떻게든 파내야지. 주름살은 날카로운 게 빠져 나간 자리여. 그 마음 골짜기 다스리는데는 눈물만 한 비누가 없어야. 모든 강물의 원천은 눈물샘이여. 남몰래 넘치는 눈물 한 방울. (p. 81)
<어머니학교>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지 않다면, 아들이 이런 시들을 쓸 수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시들을 읽으면서 어머니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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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인문학강좌에서 처음 뵙게 된 이정록시인의 첫인상은 두 번 놀라게 했다. 첫번째는 시인이라면 왠지 진지하고 감성적일 것 같은 데 비해 정말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지니셨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내가 사는 바로 멀지 않은 곳에서 한문선생님을 하고 계셨다는 것이다. 뭐 멀리 사셨다고 해도 나와 무슨 상관일까마는 그래도 이렇게 지척에 사신다니 왠지 같은 고향사람같은 친근감이랄까.
<의자>라는 시가 워낙 유명해서 지하철 문에도 적혀 있을 만큼 하다는데 나는 이번에야 읽어보았다. 세상 모든 것이 다 의자로 보인다는 어머니,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어머니의 깨알같은 말씀이 바로 시가 되었다.
어머니 학교- 우리는 모두 어머니학교 동창생입니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코끝이 찡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를 낳고 나니 저절로 어머니가 되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 내가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생각하게 되고 더욱 말조심하자 싶다.
어느날 자고 일어나니 자신과 어머니가 하나가 되어 써내려가 탄생한 시집 <어머니 학교>(2012.10 열림원)은 말씀이 자연스러운 데도 불구하고 꾸미지 않은 순수한 시다 되었다 한다.
칠순 천사
남자나 여자나 한때 천사였기에 날갯죽지에 아직도 깃털이 솟는다만, 새는 외려 훨훨 날기 때문에 겨드랑이에 솜털뿐인 거여 여자들이 겨드랑이 깃털을 다듬는 것은 사내들보다 더 천사에 가깝기 때문이지. 여자는 죽을 때가지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단다. 아파트든지 백화점이든지 높은 층수만 보면 날아오르려는 아내를 나무라지 말거라. 죽지는 꺾었다만 이 어미도 칠순 천사다.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가 시가 되고, 돌려 말하는 듯 보여도 실은 하시고자 하는 뜻은 지나칠 수 없는 어머니의 말씀은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가슴 우물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겄냐? 내 잘못이라고 혼잣말 되뇌며 살아야 한다. (중략) 가슴팍에다 근심곳간 들인 지 오래다 보니 사람한테나 허공한테나 걱정거리만 내뱉게 되여.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리지 못하니께. 가슴 밑바닥에 어둠만 출렁거리는 거지. 샘을 덮은 우덜거지를 열고 들여다봐라. 하늘 넓은 거 , 그게 다 먹구름 쌓았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어.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
자주 찾아보지 않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깊은 우물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가 되어 혼자 되뇌인다는 어머니, 홀로 계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저리게 만드는 시가 되는 어머니는 바로 시인입니다.
모진 말로 눈물을 훔치게 했던 어머니가 거친 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비벼준 국수한 그릇에 녹아내렸던 어린 시절 어느 초겨울이 생각난다. 매서운 바람만큼 혼쭐이 나고도 맛있게 먹었던 국수 한그룻,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더라고 그 때 그맛을 잊을 수 없는 것은 자식을 혼내고 말로 다 하진 못한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리라.
삶의 지혜가 담긴 시 한구절, 구수한 사투리에 묻어나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에 콕 밝히는 어머니가 그리운 이들에게 위로가 될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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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읽다 한구절의 소개에 이 책에 실린 시에 대해 보게 되었다. 시인의 어머니가 시인에게 이야기한 것을 하나의 책으로 묵어 출판한 것이다. 투박한듯한 어머니의 말투지만, 따스함이 같이 느껴지는 글 들이었다. 그래서 바로 이 책을 구매하여 읽었다. 역시 후회는 없었다. 책이 얇기에 한권을 읽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었는데, 읽으면서 흐뭇해하는 모습에 괜스리 뿌듯함이 느껴졌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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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란 존재, 존재 그 자체 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하며, 마음에 안식처가 됩니다. <어머니 학교>은 시집인데, 그냥 단수한 시집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가난한 아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을 녹록지 않은 삶의 파편을 떠올립니다. 주옥같다는 말은 참으로 진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머니 학교>의 글 하나하나는 정말 주옥같다는 말로 밖에 표현방법이 없습니다. 개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이상하게 시를 읽는다는 것을 참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학교>는 제목이 참 눈에 들어 왔습니다. 어머니의 말씀만을 담아놓았더니 이렇게 멋진 시가 되었다는 이정록시인이 이 시집을 정리하면서 엄마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가 이제껏 살아오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사셨는지에 대해 짐작하며 얼마나 존경심이 커졌을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따뜻한, 가식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모든이들의 어머니의 언어로 표현된 글에, 편안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을 함께 볼수 있는 멋진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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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학교’의 철학이 곧 시학이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학교의 동창생입니다
채 어머니로 변하지 않은 나의 오른손이 쏟아지는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어머니로 부화하려던 어리둥절한 내 눈망울이 허둥지둥 읽어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시인의 말 중에서
어머니의 말씀은 받아 적는 대로 시가 된다. 시인은 여기에 몽땅 어머니의 말씀만을 담았다고 말한다. 어머니 삶에서 묻어나온 철학과 교훈이 깃든, 삶의 지혜와 해학이 넘치는 72편의 시, 이것이야말로 잠언이다. 시인과 시인의 어머니가 함께 쓴 『어머니학교』는 그러므로 시인의 학교이며 시인학교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깊이 있는 해설, 관록과 숨은 이야기가 엿보이는 20여 컷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시란 거 말이다 내가 볼 때, 그거 업은 애기 삼 년 찾기다. 업은 애기를 왜 삼 년이나 찾는지 아냐? 세 살은 돼야 엄마를 똑바로 찾거든. 농사도 삼 년은 부쳐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며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 소리가 들리지. 시 깜냥이 어깨너머에 납작하니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너를 엄마! 하고 부를 때까지 그냥 모르쇠하며 같이 사는 겨. 세쌍둥이 네쌍둥이 한꺼번에 둘러업고 젖 준 놈 또 주고 굶긴 놈 또 굶기지 말고. 시답잖았던 녀석이 엄마! 잇몸 내보이며 웃을 때까지.
시이면서 소설로도 읽히고 산문처럼 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다. 이에 시인은 보통의 시의 품새와 다르니 시마도 아니고, 쏟아지는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으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으니 빙의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시를 읊은 어머니가 바로 우리 모두의 어머니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농담 내뱉듯 하지만 자식의 한숨을 달래는 것 같은 어머니의 말투는 아픔과 괴로움을 소중한 기억과 추억으로 감싸고 보듬어 승화시키는 부드러운 위력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줄거리가 이어지듯 흘러가는 어머니학교의 시들은 해학과 풍자로 웃음을 띠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안에 녹아든 정서는 가족과 사회라는 큰 울타리를 포함한다. 시인 자신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존재, 그리고 어머니 가슴에 아직도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는 남편을 이야기하는 시집 말미의 대목들이 그중 한 부분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푸념하는 속앓이나 넋두리가 어머니의 입을 통해 나오면 한과 설움이 서리기보다는 따스하고 구수하고 아름다운 시가 된다.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쪼개다 보면 속이 텅 비어 있지 않데? 지 목 부풀려 씨앗한테 가르치느라고 그런 겨. 커다란 하늘과 맞닥뜨린 새싹이 기죽을까 봐, 큰 숨 들이마신 겨. 내가 이십 리 읍내 장에 어떻게든 어린 널 끌고 다닌 걸 야속게 생각 마라 다 넓은 세상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여. 장성한 새끼들한테 뭘 또 가르치겄다고 둥그렇게 허리가 굽는지 모르겄다. 뭐든 늙고 물러 속이 텅 빈 사그랑주머니를 보면 큰 하늘을 모셨구나! 하고는 무작정 섬겨야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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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학교 이정록 시집 / 열림원 / 2012.10. 어머니는 한 인간이 나왔지만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아득한 고향 같은 곳이다. 그 사람의 성격과 감성을 만들었던 어머니의 품, 늘 그립지만 커서는 안겨보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그리움이다. 우리는 늘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를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힘으로 살아간다.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는 시가 이렇게도 쓸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어머니의 기억으로, 어머니의 육성으로 아들은 시를 썼다. 어머니의 말투와 어머니의 몸짓으로 시를 썼다. <어머니 학교>를 읽고 몇 가지 생각의 갈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골의 노인으로 홀로 살면서 느끼는 늙어가는 일과 죽음을 순리로 받아들이는 삶의 순환이다. 둘째, 여성의 생명력과 부부의 인연으로 살아온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사랑이다. 셋째, 농사일의 고단함 속에서도 욕심 없는 삶으로 자연의 이치로 세상을 바라본다. 넷째, 자식을 키우며 겪었던 모진 세월과 아픈 기억을 어루만지며 자식에 대한 사랑과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이다. 다섯째,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겪은 고통과 그것을 넘어서는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사그랑주머니’에서는 늙고 물러 속이 텅 빈 사그랑주머니를 보면 큰 하늘을 모셨다고 무조건 섬겨야 한다고 말하며, ‘나비수건’에서는 그늘 한 점 데리고 가는 게 인생이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다. 나이 듦에 대하여 ‘갈대꽃’에서 갈 때 되면 하늘을 자꾸 올려다보니께 허리가 꼬부라지는 것이라고, ‘저승문짝’에서는 남아 있는 여생을 꼿꼿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풀’에서는 풀은 잠든 사이에 잘 뽑히듯이, 풀마냥 잠결에 갔으면 하고 바란다. ‘뼈’에서는 뼈다귀를 물고 오는 늙은 개를 보며 봉분을 생각하는 삶을 정리할 때가 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홀아비 김치’, ‘보리’, ‘칠순천사’, ‘소녀’, ‘들통’에서는 여성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삶과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으며, ‘’부부‘, ’가장‘, ’멸치죽‘, ’학생부군신위‘, ’가물치‘, ’삐딱구두‘, ’장판‘, ’남는 장사‘, ’수선화‘를 통하여 부부로서의 사랑과 갈등이 녹아있다. ’흑미밥‘, ’애기바위‘, ’소설‘ ’갈비뼈 장작‘에서는 젊은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아픈 기억들이 녹아있다. ‘시’, ‘물’, ‘부지깽이’, 버섯‘, 하루살이’, 몸과 맘을 다‘, ’집‘, 그믐 달’, ‘실패’, ‘이우지’, ‘허풍’에서는 욕심 없는 삶을 살면서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영혼을 엿볼 수 있다. ‘개꼬리사주’, ‘그늘 선물‘, ’까치밥‘, ’사랑‘, ’궁합‘,에서는 생명을 가진 존재에 대한 따듯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노루발‘, ’새알‘, ’검은 눈물‘, ’살과 뼈‘, ’거울‘, ’기도‘, ’눈물둑‘, ’정삼이‘, ’선생님‘, ’중심‘에서는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고 교사인 자식에 대하여 중심을 잡아 다음 세대를 올바르게 교육할 것을 따끔하게 충고하고 있다.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는 어머니와 아들 간의 교감과 노모가 살아 온 삶에 대하여 고백한 넋두리를 아들이 이심전심으로 받아 적고 아들의 생각을 보태서 함께 엮은 것이다. <어머니 학교>를 읽으며 따뜻한 어머니의 정겨운 말투가 돋보인다. 결국 이 시집이 발간된 것은 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현일 것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께서 가장의 역할을 맡으셔서 자식을 키운 것에 대한 감사의 헌시가 될 것이다. 또한 이정록 시인의 풍부한 감성과 세밀한 심리표현도 이 시에서 짜릿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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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국문학의 이해>수업. 맨 앞줄에 앉아서 늘 하던 버릇대로, 옆 자리에는 들고 다니던 생수병에 마리끌레르 패션잡지를 떡하니 올려 놓았죠. "패션 잡지는 정기구독하면서 한달에 5000원, 시집 한 권씩 읽을 여유가 없습니까?"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제 시집 사랑의 빈약함에 대한 죄책감을 더 키웠었지요. '시집을 읽을 호흡의 여유가 없다'는 변명으로 시집 멀리하기의 독서편향이 수십년 째. 그 편중성은 아마도 정말 마음을 울리는 시집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요?
![]()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를 찬바람이 제법 매서운 11월 오후, 야외에서 읽었습니다. 바람이 차가웠고 커피도 다 식었지만 시 전편을 다 읽을 때까지 꼼짝 않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좋은 시집을 가을이 가기전에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아, 나도 시집 읽으면 감동하고 반응 격렬히 하는 독자일 수 있구나.'하면서 제 자신을 재발견했기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어머니 학교>를 만나 복많은 독자들 만큼이나, 이정록 시인은 행복합니다. 엄마가 있어서. 아무렇게나 턱턱 뱉어내시는 말씀 같지만 그 연륜과 깊이에 '허거걱'하고 젊은 사람들 허 찔리는 어록을 쏟아내시는 엄마가 있어서. 그 말씀 받아적기만 하면 시가 된다하니 이정록 시인은 그 얼마나 복받았나요.
![]() 책 표지에, 그리고 본문에 이정록 시인과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4세 딸아이는 계속 묻습니다. "엄마 왜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야?" 엄마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풍경에 익숙한 아이로서 어쩌면 지극 당연한 호기심이겠지요. 그 질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집을 여는 '시인의 말'에서 이정록 시인은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었다........채 어머니로 변하지 않은 오른손이 쏟아지는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어머니로 부화하려던....내 눈망울이....읽어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시인에게 가슴과 눈을 뜨여 주었고, 대학원까지 나온 고학력 아들은 그 시어에 형식과 몸을 입혀주었습니다.
![]() 어렵지 않게 쓰여서 더 재미있다는 출판사 측의 리뷰. 자전적 소설로도 산문으로도 혹은 다정한 마주이야기로도 읽힙니다. 인텔리 고학력 아들 먹물많이 쓰는 직업의 시인으로 키워 도회지로 내보낸 어머니, 시골의 과부할머니로서 이냥저냥 죽음을 기다리지만 비관하지도 후회하지도 않고 초연한 태도입니다. "양말 바닥이 발등에 올라타서는 반들반들 하늘을 우러른다는 건, 세상길 그만 하직하고 하늘길 걸으란 뜻 아니겄냐?"라면서......어머니는 인간의 어머니 뿐 아니라, 새끼를 낳은 생명 순환의 고리를 이어간 모든 생물의 어미를 존중합니다. 씨앗 가르치느라 속이 텅 빈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보며 "큰 하늘을 모셨구나!"하고 감탄합니다. 세속적 욕심, 물적 욕심에서 초월한 듯한 어머니의 마음에서 한가지 욕심만은 죽어 없어질 때까지 사그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특유의 입신양명. 자식에게 기대하는 입신양명. 비록 원고료를 걱정할지언정, 가난한 입천장을 향해 후루륵 승천하는 삶은 국수마냥, "나한테는 내 자식들이 희고 둥근 알인께로" 잘하라. 성공하라 하십니다. 읽고 또 읽을수록 이정록 시인의 가족사와 시인의 어머니에서 확장되어 무수한 한국적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읽게 됩니다. 이 가을 <어머니 학교>를 꼭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10여년 전과 달라, 이제 시집 한권 값이 5000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다방 커피 두 번만 참으면 멋진 시집으로 따뜻한 가을 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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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모든이에게 포근함과 따뜻함 안락함을 선사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잘났든 못났든 상관없이 우리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감히 상상도 할수 없을정도의 초능력을 발휘해준다. 이번에 만난 이 책은 시집인데, 결코 시집이라고만 할수 없다. 그안에는 삶의 지혜와 철학과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라고 물꼬를 터준다. 개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난 이상하게 시를 읽는다는 것이 참 힘들었다. 함축되어 있는 문장속에 담긴 뜻을 내가 잘 이해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못 찾는 느낌이 들어 애써 찾아 읽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제목이 참 눈에 들어 왔다. 예전에는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해 딸아들을 분명 구별하여 교육시켰던 것 같다. 우리 엄마도 그때 당시의 피해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엄마가 배움에 대한 설움이 있었기에, 우리를 키우면서는 어떤일이 있어도 그런 설움을 갖지 않게 하려 애썼던 것 같고, 또 어머니 당신도 배움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생활하시는 것을 봤기에 이정록시인의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는 말씀들이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시를 업은 애기 삼년찾기라 표현한 부분이었다. 애써 멋있는 문구를 찾는다거나, 마치 심오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문구를 찾은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 퍼뜩 깨달은 것 같은 그런 깨우침을 주는 것이다. 다른 나이도 아닌 세살배기 아이와 비유한 이유가 세살정도는 되어야 엄마를 똑바로 찾을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업은 애기 삼년 찾기라고 한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해냈을지 너무 존경스럽다. <어머니학교>의 시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마치 엄마나 할머니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상상을 하게 할 정도로 다정다감했다. 어머니의 말씀만을 담아놓았더니 이렇게 멋진 시가 되었다는 이정록시인이 이 시집을 정리하면서 엄마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가 이제껏 살아오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사셨는지에 대해 짐작하며 얼마나 존경심이 커졌을지 능히 짐작이 가능하다. 따뜻한, 어떤 가식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모든이들의 어머니의 언어로 표현된 글에, 이웃집 아주머니와 같은 편안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을 함께 볼수 있는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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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과 그의 어머니가 함께 써내려간 시집은 처음부터 나의 흥미를 끌었다. 시골 할매 같은 어머니와 함께 시를 썼다고? 대충 어떤 느낌일지 상상은 해보았으나, 읽는 내내 어이쿠 그렇지! 취임새가 절로 나온다. 나는 내 엄마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정록 시인은 어머니를 자신의 조언자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함께 이 시집을 작업했다는 것을 보며 어머니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볼 수 있었다.
정겨운 고향집 풍경만큼 구수하고 찰진 입담과 어머니의 주름살 하나하나에 새겨진 지나간 세월의 흔적과 삶의 지혜가 녹아져있는 어머니학교..
이 시집을 읽고 마음의 따뜻함과 포근함이 밀려왔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호를 받는 것같은 느낌이랄까? 나도 이젠 내 가정을 꾸려서 살 나이가 조금은 꽉 찼음에도 여전히 어머니.. 엄마라는 이름에 큰 위안을 받는데, 이 시집 안에는 위안 뿐 아니라 어머니의 재치와 웃음도 함께 녹아져 있다.
추워지는 이 계절, 훈훈해질 무언가를 찾는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 어머니학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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