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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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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죄 사건을 접할 때 마다 생각하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는가? 인간으로 태어나 그냥 열심히만 살면 되는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고, 그런 고민 자체를 귀찮다는 이유로 멀게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고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인간이 인간답지 않을 때가 많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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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죄 사건을 접할 때 마다 생각하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는가? 인간으로 태어나 그냥 열심히만 살면 되는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고, 그런 고민 자체를 귀찮다는 이유로 멀게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고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인간이 인간답지 않을 때가 많다는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는 게 힘들어서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거라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이런 세상을 만든 것은 아닐까 반문해 본다.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인간이길 포기한 삶, 인간답게 사는 삶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거였다.

 

호텔 스카이 레스토랑 엘리베이터에서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죽은 흑인 청년, 그 사건이 투입된 인간 자체를 믿지 않는 형사 무네스에, 그리고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내를 찾는 오야마다, 오야마다의 아내와 내연관계에 있던 니이미, 어머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아이를 도구처럼 이용해 일약 언론의 스타로 떠오른 야스기 교코, 그 어머니를 경멸하는 교헤이. 할렘가에 살다가 어느 날 일본으로 건너가 죽음을 맞이한 흑인 청년의 흔적을 찾는 뉴욕 경찰 켄. 이들은 과연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죽은 흑인 청년과 어떤 연관이 있고,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오늘 아침 텔레비전 프로에서 아이를 낳고 없어진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는 조금 있으면 돌이 되는 모양이다. 근데 아이의 혀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하지만 엄마의 수술동의가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하면서 만난 사람에게 아이를 키워준다면 양육비를 주겠다고 각서를 써 놓고 아이만 맡겨놓고 사라진 엄마.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니 아이를 낳은 건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디에도 그녀의 행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는 아이 마저도 수단과 방법이 되는 사람. 과연 그런 사람이 엄마이자 사람일 수 있을까?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올려놓은 성이 모래위의 성 인줄 모르고 그 성을 지키고자 몰래 낳은 아이를 죽이는 일이 발생한다. 얼마 전 읽은 프린세스 바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아이를 버려 놓고도, 자신의 현재, 자신의 안정된 삶에 흠집이 생긴다는 이유로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도록 돈으로 매수하려는 엄마. 그리고 상처 받는 아이들. 이 책에는 그런 고상하지만 인간답지 않은 어머니 뿐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지만 무시하는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도 있다. 아가씨를 희롱하는 미군을 상대로 도움을 주려 했던 아버지는 미군의 군화 발에 죽고 만다. 아버지를 살려 달라 외치는 소년의 말에 사람들은 귀와 눈을 닫아 버린다. 미군을 상대로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하며 천천히 사라지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다운 사람들이었을까? 가면을 쓴 부모를 욕하지만 결국 그 부모의 그늘이 아니면 어떤 의사 결정도, 어떤 책임감도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 또한 인간다운 사람이었을까?

 

아무리 고매한 도덕가, 성숙하고 덕망 있는 성인의 가면을 쓰고 우정이나 자기희생을 역설하는 자라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자기 보신의 주판을 튕기고 있다. (38)

상류층 사교계 같은 우아한 분위기에서 최고의 혈통이 가져야 할 지성과 교양을 배우면 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들이 자신들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그들은 부모가 깔아 놓은 레일을 따라 충실히 달리면 된다. (307)

고도로 발달한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의 정신과 온기는 저 멀리 뒤쳐졌고, 물질만이 앞서 나갔다. (324)

 

사건들을 접할 때 마다 이런 사건들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의구심을 품었지만 다 읽고 나서 완벽하게 퍼즐을 맞춘 것 같은 깔끔함이 함께 한다. 물론 내가 사는 세상은 완벽하게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실현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의 삶에서 죄를 치르지 않는다면 다음 대에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루기도 하니까..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인간에 대한 많은 물음을 함께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속도감도 적당하고 긴장감도 괜찮다. 심지어 읽고 나서 그냥 덮어 버리지 않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생각해 본다. 나의 아이들이 누구보다 잘살기 위해 짓밟고, 올라서라 강요하지 말고, 인간다움을 먼저 교육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간 성은 또 누군가에 의해 짓밟히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처들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사회를 향해 아니면 다른 개인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갈게 된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 우리 모두가 인간다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대목이 아닐까?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2.11.05. 신고 공감 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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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를 매개로 변질된 인간성을 돌아본다. (인간의 증명)
"밀짚모자를 매개로 변질된 인간성을 돌아본다. (인간의 증명)" 내용보기
일본에서 770만부 이상 팔렸다는 제3회 가도카와 소설상 수상작 <인간의 증명>. 소문은 많이 들었다. 작년 초에 이 책을 읽을 뻔(?) 했었는데 시기를 놓쳤고, 이번에야 연이 닿았다. 읽어보니 역시 명불허전, 잘 짜인 작품임은 틀림없는데 뭔가 어설픔이 남아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개의 살인 사건이 하나로 엮이는 얼개도 아주 정교하고, 단순한 지적 추리에 머물지 않고 사회
"밀짚모자를 매개로 변질된 인간성을 돌아본다. (인간의 증명)" 내용보기

일본에서 770만부 이상 팔렸다는 제3회 가도카와 소설상 수상작 <인간의 증명>. 소문은 많이 들었다. 작년 초에 이 책을 읽을 뻔(?) 했었는데 시기를 놓쳤고, 이번에야 연이 닿았다. 읽어보니 역시 명불허전, 잘 짜인 작품임은 틀림없는데 뭔가 어설픔이 남아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개의 살인 사건이 하나로 엮이는 얼개도 아주 정교하고, 단순한 지적 추리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낸 소설은 맞는데 뭔가 부족하다. 문화적 차이인가 싶었지만 잠깐 생각해 보니 그보다는 시대적 차이가 2% 갈증을 느끼게 한 듯하다. 이 소설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1975년 연재소설로 시작하여 1976년에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40년 전의 소설이다. 한 시대 전에 젊은 남녀가 껴안고 돌아다닌다면 정신병자 취급 받았겠지만 요즈음은 그냥 무덤덤한 사회인 것처럼, 마치 아픈 환부를 찢어놓는 듯이 예리한 요즘의 사회파 소설에 비하면 그저 병리현상을 그저 나열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흑백 TV를 보는 듯한, 그 시대엔 흑백 TV가 시대의 총아였던 것처럼 이 책도 시대의 걸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좋게 말하면 사회파 추리문학을 이끌었던 '명품 고전'이라고 보면 되겠지만, 약간 삐딱하게 현시대의 감각으로 말하면 김이 조금 빠진 사이다 맛 같은 느낌을 어찌할 수 없다.

 

아무리 고전이고 드라마화하고 영화로 나왔더라도 함부로 까발릴 수 없는 게 추리소설이다. 그래도 간단히 간추려 보면, 나흘 전 관광비자로 일본에 들어온 24살의 한 흑인 청년(조니 헤이워드)이 칼에 찔린 채 42층의 스카이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다가 죽는다. 수사 과정에서 이 청년을 호텔까지 태워준 택시기사로 부터 '스토하, 스토하'라는 말을 청년이 했다고 한다. 물론 이 '스토하'라는 단어는 잠수했다가 결말 부분에 다시 그 의미를 가지고 떠오른다. 사건 현장으로 추정되는 공원에서 낡은 밀짚모자가 발견되고, 또한 '밀짚모자'란 시가 실린 <사이조 야소 시집>을 발견하게 되면서 형사 ‘무네스에’와 ‘요코와타리’가 본격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든다.
두 번째 사건은 99쪽 부터 시작된다. 오야마다 다케오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내에게서 다른 남자의 체취를 느낀다. 결핵(그 시절엔 가장 큰 병이었을 거다)에 걸려 아픈 남편을 위해 화류계로 뛰어든 미모의 아내. 그 아내가 실종된 것이다. 추적 끝에 아내와의 불륜남을 찾아내지만 그 남자(니이미)도 아내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 이었고, 니이미는 아내가 실종된 지점으로 보이는 곳에서 발견했다는 낡은 곰 인형을 내어 놓는다. 어린애가 등에 업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인형을 면밀히 살펴보던 오야다마는 인형의 오른발에서 핏자국이라고 추정되는 얼룩을 발견한다.

 

이 두 사건을 축으로 형사 무네스에의 어린 시절이 아프게 그려진다. 어린 자신과 남편을 버리고 외간남자와 도망간 어머니, 젊은 미군들에게 둘러싸여 봉변당하는 처녀를 구해주다 돌아가신 아버지, 자신을 구하려다 폭행을 당하는 아버지를 외면하고 도망간 처녀, 이런 사건을 어린 눈으로 지켜본 그에게 인간은 '추악'이다. 그는 인간을 믿지 않고 미워한다. 그의 마음 깊이 뿌리내린 인간을 향한 불신과 증오는 결코 풀리지 않는 앙금이다. 그는 사회정의를 위해 형사가 된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는 벗어날 수 없는 궁지에 몰아 절망하고 발버둥 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천천히 구경하고 싶어 형사가 된 것이다.
또 한 명의 형사가 있다. 살해된 조니의 신상을 조사하는 뉴욕 경찰 켄 슈프턴이다. 슬럼가 출신인 그를 통해 매춘부, 술과 마약에 찌든 뉴욕의 할렘가를 그려내지만 이건 양념이다. 그는 인생에서 소외된 자들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오래전 일본에서 군 복무를 했을 때 저항하지 않는 일본인에게 소변을 갈긴 적이 있다. 딱히 이유도 없었다.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최전선으로 내몰리는 원한과 울분을 피점령국 일본 여자에게 풀려다가 이를 방해한 일본인도 적이었을 뿐이었다. 일본인 옆에서 아들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던 그 눈을 마음의 빚으로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주요 인물로 일그러진 허상(虛像)으로 매스컴의 명성을 얻고 있는 가정문제 평론가 야스기 쿄코, 가식적 부모의 모습에 질려 방탕한 생활을 하는 그녀의 아들 고오리 교헤이가 사건의 촉매가 되어 소설을 풀어나간다. 이 책이 처음 나오던 1970대 중반의 주일미군의 횡포가 어째 가끔씩 매스컴을 타는 주한미군의 횡포와 겹쳐질까? 흑인 청년은 왜 일본에 건너와 죽어야만 했을까? 이것은 읽는 독자의 몫이라 남겨둬야만 할 듯하다. 그런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사이조 야소(西條八十)의 시 '밀짚모자'는 읽을수록 괜찮다. "어머니, 제 그 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네, 그 해 여름 우스이에서 키리즈미로 가던 길에 / 계곡에 떨어뜨린 그 밀짚모자 말이에요. // 어머니, 그건 제가 아끼던 모자였어요. / 그날 얼마나 분했는지 몰라요. / 갑자기 바람이 불었거든요." 이렇게 시작하는 시인데 과거를 회상하는 화자의 마음이 참 애뜻하다. 일탈의 사회에서 변질되어버린 인간성을 다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은 이런 감성이 들어가야 그 완성도가 높아진다. 작가는 등장인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로부터 상처 입을 수밖에 없었던 앙금을 어떻게든 해체하여 우리의 내면에 '당신은?' 하고  되묻는 듯하다. 본성을 찾아가거나 회한으로 삶을 마무리 하거나…. 소설의 결말, 적어도 이 책의 제목인 '인간의 증명'을 위해 핵심 한 문장을 적으면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어머니께 제가 방해가 되는군요."…. 

 



e***i 2012.12.28.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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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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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무라 세이이이치의 '증명 시리즈'의 시작이자 마지막을 읽었다. 읽다 보니 마지막 순서였지만, 알고보니 맨 처음 이야기였던 <인간의 증명>. 인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가는 인간의 어떤 면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여러 인간들이 나왔다. 어린 시절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간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가득찬 형사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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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무라 세이이이치의 '증명 시리즈'의 시작이자 마지막을 읽었다. 읽다 보니 마지막 순서였지만, 알고보니 맨 처음 이야기였던 <인간의 증명>. 인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모리무라 세이이치 작가는 인간의 어떤 면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여러 인간들이 나왔다. 어린 시절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간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가득찬 형사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자식들도 '이용가치'에 따라 이용하는 부모,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식을 위해 자해를 해서 여비를 마련해주는 아버지와 돈을 버는 아내에게 상대적 열등감과 미안함을 가지면서도 '아내'는 자기 자신의 '것'이라는 소유욕을 가지고 있는 남편, 자신의 나고 자란 할렘을 몹시도 싫어하지만 떠나지 않으면서 이해를 하는 형사 등등 여러 종류의 인간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각각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히기 보다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얼굴들로 보였다.

다른 증명시리즈에 비해 이 소설의 엔딩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네스에 형사가 범인에게서 기대했던 무의식 그 바닥에 있던 어머니의 마음을 끌어내 자백을 하게 만드는 장면은 약간 무리한 설정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 보아온 그 어머니에게서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느낀 적이 없었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결혼이라 했을 지라도 어쨌든 그에게서 두 자식을 낳은 어머니였다. 그 두 자식을 '이용할 수 있는 가치'라 칭하는 그 어머니에게서 모정이 있긴 했을까? 한번도 잊은 적이 없는 아들이 장성해서 찾아온 것이 반가우면서도 자신이 만들어온 가정과 생활이 무너질 게 두려웠다는 그 어머니의 마음을, 한번도 어머니이지 못한 나는 정말 모르겠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구정물도 마시겠다던 목숨도 내놓겠다던 21세기의 '미운 우리 새끼' 어머니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자식을 가지고서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도 상상도 못할 일이라.. 그 사람에게서 모정을 기대하고 자백을 하게 한다는 결론은 솔직히 그렇게 설득력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인간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쳐 살아온 무네스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서 희망을 찾고자 답을 찾고 싶어하는 모습은 공감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인간에 의해 살아지게 마련이고 인간과 같이 살아지게 마련이므로.. 인간을 믿지 않고 증오한다 하더라도 무네스에는 어쨌든 인간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던 인간이였던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알게 된 사실! 증명 시리즈에 무네스에 형사가 계속 등장한다! 나는 책을 다 읽고 작가의 후기를 읽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이 등장인물에 대해 의식하지 못할 만큼 이야기에 심취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야기 자체를 설렁설렁 읽어서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애착이 없었던 것일까..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는 나의 마음 상태를 인지하며 다른 증명시리즈를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ㅡㅡ;;;

 

 

p.48

형사는 국가 권력(일단 모양새만이라도)을 짊어지고 범인을 쫓을 수 있다. 그에게는 범인이 곧 원수였다. 한 인간이 법률이라는 대의명분 아래에서 인간을 쫓을 수 있는 작업은 경찰밖에 없다.

사회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더는 벗어날 수 없는 궁지에 몰아 절망하고 발버둥 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천천히 구경하고 싶다. 그날,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아버지를 구경하던 인간들을 하나씩 찾아내 사정없이 몰아붙여,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겠다.

이 결심을 범죄라는 형태로 실행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언젠가는 외려 자신이 당하게 된다. 하지만 직업으로 삼아 정당화하면 그만둘 때까지 인간을 사냥할 수 있다.

무네스에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보복하고자 형사가 된 것이다. 이것은 복수다. 그러니 궁지에 몰아넣은 상대를 가능한 한 괴롭혀야 한다.

 

p.168

상대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아내의 남자임을 직감했다. 니이미는 후미에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내였다. 근육질의 다부진 체구에 가슴둘레도 오야마다의 두 배는 되어 보인다. 젊었을 적 운동으로 다진 듯 했다.

각진 얼굴에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가 언뜻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말하고 있었다. 온몸에서 남자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듯한 사내다움과 날렵한 감각을 갖추었다.

한마디로 병약하고 외소한 데다 아내를 빼앗기지 않으려 질투에 눈이 먼 자신과 정반대인 남자였다. 인생에 패배해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못난 자신과 적극적으로 실력을 통해 인생의 승리자가 된 니이미는 양극단에 있는 존재였다.

 

p.192

"내 행복은 천 엔짜리 지폐를 들고 소풍을 가는 게 아니야. 부모는 자식 주변을 돈으로 채우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지금 사는 맨션도, 이 차도 마찬가지야. 모두 '소풍날의 천 엔짜리 지폐'와 다르지 않아. 너는 부모가 실수로 낳았다고 하지만, 나는 아예 낳지를 말아야 했어."

 

p.362

가미신마치는 상점가였다. 다네의 생가에 있던 번지에는 주차장에 들어섰다. 형사들은 주차장 주인이라는 생선 가게 주인에게 다네의 생가에 대해 물었지만 알지 못했다. 생선 가게에서 토지 권리를 획득한 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야쓰오에서 가장 사람이 많고 활기찬 지역이었지만, 오십 년 전에 살던 사람의 소식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잠든 것처럼 조용한 마을이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날마다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생활은 옛 흔적을 가차 없이 지워버렸다. 새롭게 옮겨 온 이들의 기억에 떠난 이의 흔적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두 형사는 그곳에서 가혹한 인생의 단면을 보았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17.01.30. 신고 공감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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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인간적인지 아닌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인간적인지 아닌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내용보기
'본격 미스터리'와는 연관 검색어 쯤 되는 '사회파 미스터리'. 사회 문제 비평이라는조금은 무거워 보이는 장르 성격이 부담돼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수께끼와 트릭 풀이에초점을 맞춘 추리소설만 읽어왔다. 그래서 이번에 '인간의 증명'을 통해 사회파 미스터리에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보통은 잔혹한 범행 수법에 치를 떨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사건의잔인함보다는 당연하게만 느껴
"누군가를 인간적인지 아닌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내용보기

'본격 미스터리'와는 연관 검색어 쯤 되는 '사회파 미스터리'. 사회 문제 비평이라는
조금은 무거워 보이는 장르 성격이 부담돼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수께끼와 트릭 풀이에
초점을 맞춘 추리소설만 읽어왔다. 그래서 이번에 '인간의 증명'을 통해 사회파 미스터리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보통은 잔혹한 범행 수법에 치를 떨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사건의
잔인함보다는 당연하게만 느껴왔던 철근 콘크리트 도시의 뒷골목 풍경이 더 살벌하게 다가온다.

 

밀짚모자를 연상시키는 도쿄 로열 호텔 스카이 레스토랑 엘리베이터에서 살해된 1950년생
흑인 청년 조니 헤이워드가 24살인 걸로 보아 70년대 중반이 배경이다.

일본에서 벌어진 미국인 살인 사건을 맡은 신참 무네스에 형사는 어린 시절 미군 병사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던 처녀를 구하려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구타당한 아버지가
의사의 엉터리 진료 때문에 숨을 거두자 모든 원인을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
탓으로 돌리고, 인간을 원수나 적이라고 생각하는 불신과 증오의 삭막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죽인 범인을 사냥하기 위해 수사할 뿐이다.

p.37-무네스에 고이치로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미워한다. 인간이란 동물은
누구나 파헤쳐보면 '추악'이란 원소로 환원된다. 아무리 고매한 도덕가, 성숙하고
덕망 있는 성인의 가면을 쓰고 우정이나 자기희생을 역설하는 자라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기 보신의 주판을 튕기고 있다.

p.48-형사는 국가 권력(일단 모양새만이라도)을 짊어지고 범인을 쫓을 수 있다.
그에게는 범인이 곧 원수였다. 한 인간이 법률이라는 대의명분 아래에서
인간을 쫓을 수 있는 직업은 경찰밖에 없다.

p.49-...직업으로 삼아 정당화 하면 그만둘 때까지 인간을 사냥할 수 있다.
무네스에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보복하고자 형사가 된 것이다.
이것은 복수다. 그러니 궁지에 몰아넣은 상대를 가능한 괴롭혀야 한다.

p.350-저는 가족이나 친구들은 편대를 짜서 함께 날아가는 비행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비행기가 고장 나거나 조종사가 부상을 입어 비행이 불가능해도 동료가 대신 조종해줄
수는 없죠. ...결국 비행기를 날게 하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피살자의 본국인 미국에서 수사 협조를 맡은 할렘 출신의 형사 켄 슈프턴 역시 인간을 믿지 않고
극한까지 발달한 거대한 기계 문명이 지배하는 미국과 기계 문명의 독소에 찌들어 죽음이 임박한
거대 도시
뉴욕의 모습에 지쳐있다. 하지만 평소답지 않게 이 사건에 열의를 보인다.

p.87-부자만이 인간대접을 받고, 가난한 자는 쓰레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p.88-돌을 던지면 떨어질 거리에 이 세상의 천국과 지옥이 나란히 존재했다.

p.323-국민 모두가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놈'이다. 이런 국가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기 쉽다. 사람들은 인간보다 물질은 믿게 된다. 세상에서 자동판매기가
가장 발달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오직 돈이 인간을 잇는 매개체가 된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에서 인간은 상대의 얼굴도 보지 않고 돈을 주고받는다. 처음부터 손만 보이도록
만들어놓은 곳도 있다.

p.325-뉴욕에서는 되도록 차도 쪽으로 걸으라는 말이 있다. 건물 쪽으로 걸으면
뒷골목으로 끌려가 가진 것을 모두 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p.326-상식적인 사회 구성원이 범죄를 보고도 못 본 척하게 된 것도 인종의 용광로 속에서
거대해진 기계 문명으로 인해 인간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주목받는 정치인의 아내이자 유명한 가정문제 평론가이지만 현모양처 행세만 할 뿐
실상은 가정에 무심한 야스기 교코. 아들 교헤이에게 있어 자신을 방치한 부모는 낳아준 사람이자
양육비를 대줄 뿐인 존재다. 어머니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지만 복수하는 셈치고 참고 모범생
연기를 한다.

p.420-교헤이에게는 젊은이 특유의 왕성한 호기심이 없었다. 무엇을 봐도 똑같이 보였고,
뛰어난 예술품을 보아도 감동하는 법이 없었다. 물질과 정신의 극단적인 불균형 속에서 자라난
아이에게는 감수성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한권의 시집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아내 미국에서 일본까지 찾아온 조니 헤이워드의 감수성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유류품인 '사이조 야소 시집'을 단서로 무네스에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방문한 시골 마을 키리즈미는 미국 뉴욕의 인간미 없는 풍경과 달리 기계 문명이 피해간 듯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손님의 세세한 점까지 또렷이 기억하는 온천 여관의 종업원 할머니 역시,
돈만 내면 그 뒤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나 아예 상대의 얼굴도 보지 않고 손만 내밀어
돈만 받는 상황과는 극과 극을 이룬다.

p.19-인간의 개입을 거부하는 시스템의 발달이 수사를 방해했다.

 

사건은 다른 사건을 부르고, 또 엉뚱하게도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뺑소니 사건과 이어지며
실마리가 잡힌다. 아내를 빼앗긴 남편과 빼앗은 불륜 상대인 엘리트가 서로가 공유했던 여자의
실종을 집요하게 파헤친 결과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던 무네스에 형사는
마지막으로 인간성에 승부수를 던진다.
인간적인 것 VS 비인간적인 것의 대비, 인면수심 VS 양심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인간을 증오와 복수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무네스에 형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인간을 믿게 될 것인지...

 

4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소설인 만큼 뛰어난 문장과 섬세한 표현력은 얽히고 설킨 사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무네스에야스기 교코, 특히 마지막에 반전에 밝혀지는 켄 슈프턴까지
이 세 사람의 운명적인 관계는 수사와 무관한데도 무리하게 연결시켜 억지스럽긴 하다. 시골 아가씨의
등장도 너무 우연적이지만 논리적으로만 따지고 들기보다는 인간성 회복의 장치로 보는 게 좋겠다.
누군가를 인간적인지 아닌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처럼.
p.438-마흔 살인데, 십육년 전에 조니를 낳았다는 건가?열 여섯살에 조니를 낳았다는 건가?
잘못 쓴 것 같다.


기계 문명, 물질 만능, 엘리트 중심, 극단적인 빈부 격차, 인종 차별, 가족 문제, 사회 정의 등의
날카로운 비판은 책장을 넘길수록 살기 힘든 세상의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무관심 속에서
고독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아직 세상엔 인간의 마음이 남아 있음을 논리가 아닌 인간성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d******k 2012.12.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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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과 야성...추리소설로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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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리무라 세이이치 <인간의 증명>, <야성의 증명>   "작가로서 증명이 되는 작품을 써보자"   오래 전에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추리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결국 '증명 시리즈 3부작'인 <인간의 증명>, <야성의 증명>, <청춘의 증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증명 시리즈가 출간된 것은 70년대 중반이었다. 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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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리무라 세이이치 <인간의 증명>, <야성의 증명>

 

"작가로서 증명이 되는 작품을 써보자"

 

오래 전에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추리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결국 '증명 시리즈 3부작'인 <인간의 증명>, <야성의 증명>, <청춘의 증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증명 시리즈가 출간된 것은 70년대 중반이었다. 이 시리즈 발표 전에도 작가는 에도가와 란포 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미 검증되고 증명된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셈이다. 그런데 작가로서 무엇을 얼마나 더 증명하고 싶어서 증명 시리즈를 집필하게 되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작가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본격추리가 가진 메커니즘에 더는 만족할 수 없어서 인간성을 중시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본격추리의 전형적인 메커니즘이라면, 사건이 발생하고 뛰어난 형사가 범인이 장치한 트릭이나 알리바이를 꿰뚫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일 것이다. 이런 작품들에서는 인물보다 사건이나 트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살인사건과 인물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렇게 사건과 트릭 위주의 작품들에 만족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인간은 어떤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지, 궁지에 몰리고 절망한 인간은 어떤 심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 어떻게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의 증명>, <야성이 증명>의 범인들은 모두 지능범과는 거리가 멀다. 아주 단순한 동기로 사람을 죽이고, 그 이후에 수사관의 눈을 흐리게 할만한 트릭을 심어둔 것도 아니다. 알리바이를 조작하지도 않았다. 사건 자체는 기이하고 잔인해 보이지만 그를 추적하는 형사들도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단서 하나하나를 따라간다.

 

<인간의 증명>에서는 한 흑인이 일본 도쿄의 고급 호텔에서 살해당한다. 아니 다른 어떤 곳에서 칼에 찔린 후에 자신의 발로 호텔까지 걸어와서 죽은 것처럼 보인다. 경찰들은 즉시 수사에 나서고, 살해당한 흑인이 미국여권을 가지고 얼마전에 일본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부 목격자들에 따르면 흑인은 서툰 일본어를 구사했지만 일본에는 처음 방문한 것이 틀림없다. 난해한 사건을 맡게된 담당 수사관들은 미국으로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야성의 증명>에서는 좀더 잔인한 대량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다섯 가구로 이루어진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마을 주민 모두가 한꺼번에 살해당한 것이다. 마을에서는 총 13구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모두 얼굴이나 머리에 육중한 흉기로 얻어맞은 흔적이 있다. 범인은 어린아이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범행을 저지른 흉악한 인물이다. 지역 경찰은 수사에 들어가지만 별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학살을 피해서 살아남은 유일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인간에게 남아있는 본성

 

작품 속의 사건 자체는 일반적인 범죄소설과 비교해서 딱히 특별할 것도 없다. 대신 작가는 다양한 인물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고 있다. 인간을 믿지 않는 고독한 형사,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의 흔적을 쫓는 남자, 가정과 부모에게 불만을 품은채 어두운 범죄의 그늘로 접어드는 젊은이들, 목숨을 걸고 도시의 비리를 고발하려고 노력하는 여기자 등.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도 모두 제각각이다. 살인사건과 직접 연관되어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조금씩 맞물려 가면서 사건해결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난다. 작가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사건보다도 그것을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일 것이다.

 

이 시리즈가 발표된 시기는 일본이 패전의 혼란을 딛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향해 달려가던 때다.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지만 사람들의 도덕의식과 가치관을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 당시에 작가도 그런 사회상을 바라보면서 이 시리즈를 구상했을지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인간에게는 지켜야할 가치가 있을테니까.

 

그렇게 본다면 '증명'이란 제목을 붙이게 된 것도 납득이 간다. 아무리 세상이 차갑고 각박하게 흘러가더라도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따뜻한 인간의 면모가 남아있다. 아무리 조직과 사회에 순응하면서 살더라도 사람들에게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본능도 남아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마음만은 청춘인 사람들도 많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작품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t****o 2012.11.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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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당신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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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 관련 뉴스들은 잊기도 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도된다. 누군가 무한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집에 있는 것도, 길을 나서는 것도 두렵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서글프게도 부모조차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인간의 증명』은 1976년 처음 발표된 이후 일본에서 영화와 다수 드라마로 방영된 소설로 한국에서도 <로열 패밀리>란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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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 관련 뉴스들은 잊기도 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도된다. 누군가 무한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집에 있는 것도, 길을 나서는 것도 두렵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서글프게도 부모조차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인간의 증명』은 1976년 처음 발표된 이후 일본에서 영화와 다수 드라마로 방영된 소설로 한국에서도 <로열 패밀리>란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처음 발표된 이후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한 세월에도 이 소설이 의미가 있는 건 지금의 현실이 그때 그 시절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 가까운 흑인이 일본의 로열호텔 스카이 다이닝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가슴에 칼이 박힌 채 죽는 일이 발생한다. 흑인은 미국 국적의 스물네 살 청년 조니 헤이워드로 뉴욕에서 일본은 관광 비자로 입국한 것으로 밝혀진다. 조니를 공원에서 호텔까지 태운 택시기사는 조니로부터 ‘스토하, 스토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다. 무네스에와 요코와타리는 택시기사의 말과 공원에서 발견한 낡은 밀짚모자를 근거로 조니 헤이워드 살해사건을 파헤친다.

 

오야마 다케오는 결핵으로 직장을 다니지 못해 아내 후미에가 화류계에서 일했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던 차에 아내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오야마는 아내의 남자 니이미를 만나지만 그 역시 아내를 찾고 있었다. 니이미는 사라진 후미에를 찾아갔다가 곰 인형을 발견한다. 오야마가 보니 곰 인형엔 핏자국이 있었다.

 

요코와타리 형사는 천애 고아였지만, 소위 잘난 부모를 둔 교헤이는 고아 의식이 있었다. 교코는 아들 교헤이의 일기를 훔쳐 유명한 가정문제 평론가가 되었다. 교헤이에게 아버지는 존재했으나 부재한 사람이었다. 부모에 대한 불신으로 교헤이는 제멋대로의 생을 살았다. 그러다 한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사건의 공범이자 자신처럼 고아 의식이 있는 미치코와 함께 뉴욕으로 도망친다. 일본인은 뉴욕에서 이방인이지만 그들에겐 그곳이 마지막 빛이었다.

 

무네스에는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남자와 떠난 어머니와 폭행을 당하고 있는 젊은 여자를 구한 아버지를 죽인 진주군인 젊은 미국인과 아버지를 외면하고 도망친 젊은 여자, 아버지를 도와주지 않은 일본인 때문에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있었고 그런 인간들에게 복수하고자 형사가 되었다.

 

뉴욕의 경찰 켄은 조니 살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뉴욕 할렘을 조사하다 조니가 아버지와 함께 살다 아버지의 죽음 후 일본의 카스미로 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켄은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장의 최전선에서 보냈고 제대해선 밑바닥으로 내몰렸다. 젊은 시절에 인생에 대한 원망을 패전국의 약자들에게 풀었던 과거가 있다.

 

『인간의 증명』은 제목처럼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의 불리함을 무릅쓰고 자신들이 인간임을 증명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끝까지 가지 않았고, 무네스에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끝까지 사람을 믿었다. 삶의 빛을 잃은 절망으로 일본인의 빛을 뺏은 켄은 평생 마음의 빚을 품고 살았고, 부모와 가족의 기쁨을 위해 달렸던 니이미는 후미에 때문에 자신을 위한 삶에 발을 내디뎠다.

 

인간은 부모에게서 태어나지만, 인간의 삶은 길 위에서 완성된다. 길 위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길을 나서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위험을 초래한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 같은 인간이다.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자신보다 더 나약한 이들을 택해 불만을 해결하고,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삶은 외면하거나 짓밟는다. 무네스에는 야쓰오 출장에 대해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연이 없었을 곳이었겠지.” 라고 말했다. 우연인 듯 보였던 사건들은 모두 필연의 결과물이었다.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위험을 가하는 것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착각했다.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옴을 알지 못했다.

 

전쟁 속에서 고아가 태어난다면 발달한 사회에선 고아가 만들어진다. 쓸쓸하게 죽어가던 조니는 빛을 보았고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암흑처럼 보이는 이 사회에도 희망이 있는 이유는 ‘우리가 사람과 그 사람들이 만든 사회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켄이 만난 할렘의 사진작가 미시마 유키코는 할렘을, 뉴욕을, 미국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 말은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믿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m****6 2012.11.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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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 그리고 이웃의 곤경을 도와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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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미모라 세이이치 이 분이 일본 사회파 미스테리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마시모또 세이초의 소설을 한편 읽었으니, 이분의 소설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역시 사회파 소설가라고 생각되었다. 전후 일본 사회에서의 주둔군인 미군의 악행을 살짝 보여주고, 이것을 세계의 수도 뉴욕 할렘가를 통한 미국의 문제점을 좀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만면에 미디어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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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미모라 세이이치 이 분이 일본 사회파 미스테리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마시모또 세이초의 소설을 한편 읽었으니, 이분의 소설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역시 사회파 소설가라고 생각되었다. 전후 일본 사회에서의 주둔군인 미군의 악행을 살짝 보여주고, 이것을 세계의 수도 뉴욕 할렘가를 통한 미국의 문제점을 좀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만면에 미디어의 가식에 가린 유명 인사의 가족에 대해서는 내용 할애가 부족한 느낌이다. 국회의원인 남편분 이야기가 좀더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출판사가 검은숲으로 되어 있는데, 홈페이지가 시공사로 나와 있다. 아마 시공사의 자회사이거나 일본 추리소설 전문 브랜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공사 출판사의 책을 잘 안보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브랜드로 나와서 숨길 수 있는 것 같다.


 번역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언급할 것이 하나 있다. 책에서 국민학교라는 부분이 2번 언급되는데, 이 책의 번역이 최근에 번역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


 소설의 구도는 70년대의 소설이라 그런지 지금 보기에는 매우 평이하다. 미국에서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이 피살된다. 그래서 이 여행객이 왜 피살한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에 해결의 주요 키맨으로 형사가 등장하는데, 형사는 고아로 자랐고, 과거 아버지가 주둔군 미군에게 폭행을 당해 살인을 당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폭행사건에 주요 인물들이 다 등장하고 이 인물들이 엉성하게 연결된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드라마 각본을 쓰는 등 각색을 하게 된다면, 긴장감을 가지게 더욱 연결을 단단하게 할 것이다.


 책 뒤에 있는 내용으로 다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수께기 같은 말을 남기고 죽은 흑인 청년 => 사실은 어머니가 일본인인 혼혈 청년

 인간을 믿지 않는 고독한 형사 무네스에 => 아버지가 주둔군 미국에서 피살당한 고아 소년

 사나진 아내의 흔적을 쫓는 오야마다 => 또 다른 사건의 추적자

 어두운 범죄의 그늘로 접어든 교헤이와 미치코 => 병든 일본의 금수저


 그리고 상처를 지닌 인간들 앞에 펼쳐진 병든 세계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것은 무엇인가? => 진짜 최종 살인자는 저명 인사"


 70년대를 기준으로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매우 평이한 소설로 보인다.


 그리고 도시인들여 주변에 무관심하지말고, 이웃이 폭행을 당할때 도와줘라.

z******g 2017.10.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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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우리가 인간이라는 최소한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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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증명'이라니. 증명이라는 단어의 뜻이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히는 거라고 하면,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얘기가 될까. 무슨 증거를 대야 우리가 인감임이 증명되느냔 말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갑답게 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성이란 어느 정도인지, 이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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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증명'이라니. 증명이라는 단어의 뜻이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히는 거라고 하면,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얘기가 될까. 무슨 증거를 대야 우리가 인감임이 증명되느냔 말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갑답게 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성이란 어느 정도인지,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때 현장을 지나가던 교양 있어 보이는 노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부인은 괜히 참견했다가 험한 꼴을 본다면서 남편의 소매를 잡아끌어 도망쳤습니다. 목을 졸린 것보다 그 광경에서 미국의 진정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상관없는 사람이 죽든 살든 전혀 관심이 없다. 자신의 삶만 편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위협할 우려가 있는 존재는 철저하게 기피한다. 정의를 위한 싸움은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고 나서 한다. 상식적인 사회 구성원이 범죄를 보고도 못 본 척하게 된 것도 인종의 용광로 속에서 거대해진 기계 문명으로 인해 인간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기가 두렵게,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는 살인도 있겠지만, 무차별적으로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해치는 사건도 일어난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 라는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세상이 무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을 지키며 살때, 좀 더 살기좋은, 따듯한,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사건을 축으로 진행된다. 24살의 한 흑인 청년이 고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다 죽고, 그 수사과정에서 밀짚모자가 단서로 발견된다. 그리고 사건 해결을 위해 형사 무네스에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과 몸이 아픈 남편을 위해 밤일을 시작한 미모의 아내를 의심하던 남편은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실종된 걸 깨닫는다. 그리고 사라진 아내의 흔적을 쫒는 과정이다.

 

아내의 불륜남과 함께 아내를 찾는 남편은 아내가 실종된 곳에서 낡은 곰 인형을 발견한다. 그 인형은 사회적 지위에만 연연하는 부모에게 지쳐 점점 더 어두운 범죄의 그늘로 빠져드는 미치코의 것이다. 그는 우발적인 사고를 저지른 미치코는 여자친구와 함께 미국으로 도망을 간 상태이다. 그리고 한국 경찰의 협조 요청으로 살해된 조니에 대해 조사하는 뉴욕의 경찰 켄이 있다. 그는 슬럼가 출신으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를, 과거 일본에서 군 복무 중에 한 남자에게 분풀이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일본인 옆에서 군인들을 노려보던 어린 아이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무네스에이다.

 

이야기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야스키 교코라는 한 여성에게로 집중된다. 매스컴의 명성을 얻고 있는 가정문제 평론가이자, 미치코의 가식적인 부모.. 그리고 살해된 흑인 청년과도 관계가 있는, 문제의 인물이다.

 


"야스키 교코에게 인간의 마음이 남아 있는지 한번 모험을 해보죠."
"인간의 마음을 시험한다고?"
나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만일 그 여자에게 인간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자백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겁니다."
"자백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현재로서는 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합니다. 야스기 쿄코의 인간성에 호소해 자백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인 인물은 무네스에 형사이다. 사회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란 동물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풀어내기 위해서 형사가 되었고, 한 인간이 법률이라는 대의명분 아래에서 인간을 쫒을 수 있는 직업은 경찰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에겐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가 적이었고, 형사는 국가 권력이을 짊어지고 모든 인간에게 보복하고자 형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매한 도덕가, 성숙하고 덕망 있는 성인의 가면을 쓰고 우정이나 자기희생을 역살하는 자라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기 보신의 주판을 튕기고 있다는데에 물론 동의한다. 인간이란 동물을 파체혀보면 누구다 깊은 바닥에는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간을 미워하고, 믿지 않고, 불신하면서 살기란 어쩌면 더 힘들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은 발뻗고 자지 못한다는 말처럼,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혹사시켜야 그런 수준에 이를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런 동기를 만들어준 어린 시절의 끔찍한 광경이란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해서,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 그가 작품의 후반에 이런 얘기를 한다. 야스키 교코의 인간성에 호소해서 자백을 받아 보자고.

 


그녀 곁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무네스에는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에게도 아직 한 가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야스기 쿄코는 아직 인간의 마음이 남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놓은 것이다. 무네스에는 교코가 자백한 뒤, 자신의 마음에 숨어 있던 모순을 깨닫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 없이 교코와 대치했을 때, 그는 그녀가 인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음을 믿고 모험을 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역시 인간을 믿고 있던 것이다.

 


이 작품의 결말은 무섭고, 슬프다. 어떻게 저럴 수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인간성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마음에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어차피 그녀에게도 자신의 어머니가 사준 '밀짚모자'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테니 말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 추억의 대부분은 어머니와 연계되어 있다. 자신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도, 어머니라는 존재는 나의 어린 시절을 형성하고, 그 것이 어른이 된 나의 가치관을 만들어주고, 외롭거나 힘이 들때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감싸주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13.01.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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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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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이치 지음 검은숲   검은숲에서 출간된 미스터리 소설을 찾다보니, 마쓰모토 세이초와 더불어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린다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이 증명 시리즈를 모두 신청할까? 하다가,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일단, 이 책, <인간의 증명>을 먼저 읽어보고 다음 작품들을 차례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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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이치 지음

검은숲

 

검은숲에서 출간된 미스터리 소설을 찾다보니, 마쓰모토 세이초와 더불어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린다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이 증명 시리즈를 모두 신청할까? 하다가,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일단, 이 책, <인간의 증명>을 먼저 읽어보고 다음 작품들을 차례로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층의 사각지대>로 제15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본격추리 작가의 길을 걷던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본격 추리소설 '증명 시리즈 3부작'중의 하나이다. 이 증명 시리즈에서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내제된 욕구, 본성 그 자체이다.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인지,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본성은 무엇인지를 묻는 다소 과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도쿄 중심부에 있는 화려한 호텔의 호화 레스토랑에서 한 남루한 옷차림의 흑인이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다. 수사를 통해 그를 추적해보니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겨놓은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흑인 청년 조니 헤이워드의 죽음. 도무지 고가의 레스토랑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소한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일본 형사 무네스에 고이치로와 미국의 형사들이 동원된다. 하지만 용의자는 물론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한 채 수사는 제자리걸음만 한다. 그러던 중 조니 헤이워드가 일본의 키스미에 간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에서 그 키스미가 키리즈미 온천일거라고 추측하게 되고 우연히 발견된 낡은 밀짚모자와 '밀짚모자'라는 시,
'어머니, 제 그 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그해 여름 우스이에서 키리즈미로 가던 길에
계곡에 떨어뜨린 그 밀짚모자 말이에요.'
가 실려 있는 사이조 야소의 시집이 수사의 방향을 바꾸어 놓게 된다.
인간을 믿지 않는 고독한 형사 무네스에 고이치로는 홀로 흑인 살해범을 찾아 동분서주 한다. 오야마다 다케오는 아내 후미에가 접대부를 하면서 새롭게 만나게 된 니이미와 사라진 아내의 흔적을 쫓게 되고, 오야마다 후미에는 어두운 범죄의 그늘로 접어든 고오리 교헤이와 아사에다 미치코의 차에 목숨을 잃고, 헨보리 마을 부근의 숲에 그 사체를 파묻어버린 채 뉴욕으로 도망가고, 이들을 쫓아 니이미는 뉴욕으로 찾아간다.
이야기 전개를 시간 순으로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중후반 까지도 조니 헤이워드의 살인범을 찾는데 왜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마구잡이로 등장하는지 알 수 없어 혼돈스럽기만 했다.
베스트셀러 <인간의 증명>은 제3회 가도카와 소설상을 받았고, 이듬해 사토 준야 감독, 마쓰다 유사쿠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고, 이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삽입된 시구 “어머니, 제 그 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가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어 증명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네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되어 꾸준히 사랑받았으며, 2011년에는 MBC 드라마 [로열 패밀리] 의 원작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증명 시리즈의 또 다른 책인 <청춘의 증명> 청춘의 증명 과 <야성의 증명> 야성의 증명 도 역시 기대가 된다. 일단 이 중에서 <청춘의 증명>을 먼저 대출했다.

2015.1.22.(목)  두뽀사리~

 

i***2 2015.01.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인간의 증명] 인간...과연 무엇인가?
"[인간의 증명] 인간...과연 무엇인가?" 내용보기
오래전부터 미스테리를 단순히 장르소설이라고 쉽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추리 자체로도 물론 좋지만 요즘 작품들은 사실상 대부분이 장르소설 안에 여러가지 실험적인 시도는 물론 작가의 사상과 사회의 모습들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누가 죽였을까'나 '어떻게 죽였을까' 에서 '왜 이 사람은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을까'로 시대가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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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미스테리를 단순히 장르소설이라고 쉽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추리 자체로도 물론 좋지만 요즘 작품들은 사실상 대부분이 장르소설 안에 여러가지 실험적인 시도는 물론 작가의 사상과 사회의 모습들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누가 죽였을까'나 '어떻게 죽였을까' 에서 '왜 이 사람은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을까'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미스테리 소설의 트렌드도 이동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변모한 장르소설 중에서도 이 작품만큼 읽는 내내 나 자신과 내 주변, 가족 그리고 타인들과 공존해 살아가는 사회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미스테리 소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장르이든 작가가 목적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기울일 때 결국은 장르를 초월해 인간에게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걸작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새삼 배우게 되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치는 치열한 알리바이 싸움으로 독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던 <고층의 사각지대>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지 사실상 일본 미스테리계를 주름잡았던 대 작가라는 점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그의 작품 중 이 <인간의 증명>이 770만부가 팔린 그의 대표작이란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와이프와 꽤 재미있게 시청했던 염정아, 지성 주연의 드라마 <로얄패밀리>의 원작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도 드라마 내용과 상당히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조니 헤이워드 에피소드만 드라마에서 차용했을 뿐 드라와와 소설은 사실 아무 연관성도 없습니다.

 

이 작품은 드라마처럼 대기업 일가의 모순과 한 여인의 처절한 생존사를 그린 것이 아니라, 여러 인간군상들의 에피소드를 여기저기 삽입하여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 냉철하게 고찰하는데 주안점이 맞춰저 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고아출신의 형사, 자기자신을 위해 자식마저 포기하는 엄마, 부모를 인정하지 않지만 사실은 그 그늘 속에서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마마보이, 실종된 아내를 찾는 남편과 정부... 이러한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들임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작가 모리무라 세이치는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본이니 던진 인간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질문과 해답찾기는 또한 독자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야스기 쿄코와 형사 무네스에의 마지막 대결은 작가가 찾는 인간의 증명에 대한 해답이었지만 책장을 덮은 나는 아직도 무엇으로 우리가 인간을 증명할 수 있는지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참 오랜만에 마음 속부터 재미를 불러 일으킨 작품입니다. 이 정도의 작품이라면 이미 장르소설이니, 추리요소니 하는 생각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인간에 대한 증명을 하고 싶어서 만든 소설이라니...작가의 강한 역량이 새삼 느껴지는 듯 합니다.

h*****3 2012.11.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