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3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1%
  • 리뷰 총점8 53%
  • 리뷰 총점6 6%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8.0
  • 50대 9.0

포토/동영상 (4)

리뷰 총점 종이책
총통각하 - 배명훈이 이야기하는 지난 5년의 이야기
"총통각하 - 배명훈이 이야기하는 지난 5년의 이야기" 내용보기
<바이센테니얼 챈슬러>가 잡지 《판타스틱》에 실렸던 것은 2008년이다. 그 때는 그냥, 재미있다며 보고 넘겼더란다. 투표권도 없던 소녀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과 성적뿐이었다.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신문의 정치면을 읽었지만 그건 내가 있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 때로부터 거의 5년이 지났다. 나는 그 소녀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로 있다
"총통각하 - 배명훈이 이야기하는 지난 5년의 이야기" 내용보기

<바이센테니얼 챈슬러>가 잡지 《판타스틱》에 실렸던 것은 2008년이다. 그 때는 그냥, 재미있다며 보고 넘겼더란다. 투표권도 없던 소녀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과 성적뿐이었다.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신문의 정치면을 읽었지만 그건 내가 있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 때로부터 거의 5년이 지났다. 나는 그 소녀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로 있다.





그의 뮤즈, 총통각하를 위한 소설

5년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이전이 어떤 세상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를 그 5년 동안 배명훈 작가는 단편들을 썼고, 그걸 모아 『총통각하』를 출간했다. 그 사이 장편도 내고, 상도 받고.


『총통각하』는 여기저기, 여러 매체에 실린 작품들 중 한 가지 주제로 모아놓은 선집. 책 제목과 뒷면의 홍보문구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영감을 선사한 총통각하, '그분'에게 이 책을 던진다!_뒷표지




현실을 비틀어낸 다른 세계들


다른 어떤 것보다 주제 쪽에 초점을 맞추고 모은 선집이라 강한 통일성이 느껴진다. 책을 통괄하는데 각 단편들의 장르는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 소설들은 어떤 것은 SF이고, 어떤 것은 판타지이고, 어떤 건 일반 소설이지만 읽을 때는 못 느꼈다. 다 읽고 돌이켜보는 지금에서야 '아 그랬지 참' 이러고 있다. 어떤 장르의 문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든 그 이야기 속의 세계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닥 단편들은 현실에 대한 은유이며, 곧 풍자로 이어진다. 이 세계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요소를 집어 넣어서 배명훈식으로 비틀어낸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를 위시한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다. 


※이 이야기는 특정 국가의 국내 정치상황과 관련이 없으므로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를 비롯한 각국 정부당국자들께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삼가시기 바랍니다._85쪽



총통이 마음에 안 들어서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200년 후에 깨어나고(바이센테니얼 챈슬러), 낙하산 부대가 도시 곳곳에 착륙해 도시를 점거하고(새벽의 습격), 용이 지배하는 나라가 용과 공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평화롭게 시위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옷에 알 수 없는 발자국이 찍혀있고(발자국),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많이 변해있다(혁명이 끝났다고?). 그 밖의 작품들도 마찬가지. 총통각하의 통치 아래서 벌어지는 현상들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들이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지는 명백하다. 무너져가는 민주주의와 오남용되는 공권력. 잘못된 사회 시스템과 그 안에서 사라져가는 개인들. 현실에 대한 비유와 은유로 가득 차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직접적으로 말을 하고 있어서 '이래도 돼?'싶다. 『타워』에서도 그랬지만 참 용감하시달까.



그리고 새삼 눈에 띄는 게 한 가지가 더 있었어요. 시위대를 둘러싸고 쭉 늘어서 있는 경찰 병력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 말이야.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있더라고. 그래서 그 생각이 났지. 그 여자의 나라에서 용을 둘러싼 경찰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가. 어디였겠어? 당연히 용 반대쪽이었지. 그때 깨달은 거야. 지키려고 마음먹은 건 등 뒤에 두는 거구나. 시선이 향하는 쪽에는 위험해 보이는 걸 두는 거구나. _81쪽.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그렇게 5년이 지났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5년이 펼쳐진다. 그 5년간 이 작가는 또 무슨 소설을 써낼까. 어떤 세계를 그려낼까. 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대되는데, 총통각하2가 나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d******a 2013.01.20. 신고 공감 10 댓글 86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안녕, 총통각하!
"안녕, 총통각하!" 내용보기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권력을 쥐면 누구나 같아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누가 되는 내 삶만 건드리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모습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주겠다고.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이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누군가와 나아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예의이자
"안녕, 총통각하!" 내용보기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권력을 쥐면 누구나 같아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누가 되는 내 삶만 건드리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모습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주겠다고.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이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누군가와 나아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예의이자 ‘이기적인 나’를 ‘성숙한 나’로 만드는 일이다. 배명훈이 『총통각하』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분께선 생각해 본 적도 없으셨겠지만. 배명훈은 말한다. 그분은 ‘나의 뮤즈’라고.

 

사람이 존재하는 곳엔 늘 총통각하는 존재한다는 내용의 「바이센티니얼 챈슬러」를 읽으며 현실은 내가 잠잔다(외면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씁쓸한 사실과 만났다. 「초록연필」의 한때 예언자이자 연필 장인인 루까스 베르네는 자신의 잘못된 예언을 바로잡기 위해 초록연필로 권력(악)의 흐름을 찾지만, 악의 봉인과 함께 사람들도 사라졌다. 문제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다는 데 있다.

 

사람들의 선택한 방법은 ‘부당한 일에 대한 분노(152쪽)’를 삭이면서(「혁명이 끝났다고?」) 혁명(혹은 악의 처단)이 아닌 순응 하며 사는 것이었다. ‘가련한 영혼(41쪽)’인 우리는 생각 같은 건 버리고 총통각하의 명령대로 적과 싸워야 한다(「새벽의 습격」). 이미 생각을 지배당해 버려야 할 생각조차 없을 수도 있다. 적이 있다면 싸워서 이기는 게 맞다. 하지만 총통각하가 말한 적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 실체, 불멸하는 존재라는 것이다(「발자국」). 총통각하 혹은 권력자들은 누가 국민의 ‘흰색 셔츠 위에 선명한 발자국(90쪽)’을 남겼느냐는 관심하다. 그저 국민의 불안이 자신에 대한 믿음, 복종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

 

공존이었다고, 공존. 숭배도 아니고, 발로 차서 쫓아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거. 어떤 사람은 받아들이고 또 어떤 사람은 못 받아들이고 하는 그런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걸 받아들였다는 게 중요해. 그게 훨씬 더 어렵거든.(「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75-76쪽)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에선 고양이와 소와 용을 숭배하지만 그들의 숭배는 지배, 피지배 관계에서의 숭배와는 달랐다. 인간들은 그들을 존중했고 그들과 공존했다.「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가 현재의 총통각하이신 ‘그분’, 앞으로 그 자리에 오를 ‘그분들’께 바치는 조언이자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에게 주는 제안이라면, 「냉방노조 진압작전」은 세상을 바꾸는 방법으로 ‘사랑’을 내세운 낭만 가득한 작품이다. 악마를 없애는 일은 두 사람의 예언자, ‘두 개의 직선’으로 불가능하지만 4천 개의 목소리, ‘4천 개의 직선’으로 가능하다(「charge!」).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혼자로는 불가능하지만 함께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답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우리가 침묵하고 순응하는 사이 「내년」의 은경이 겪은 세상처럼 2012년은 삼십 년째 반복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우리도 겪지 않았던가.

 

글은 향기가 나지 않지만, 자신만의 색깔 혹은 스타일이 있다. 작가를 모른 채 글을 읽어도 읽다 보면 그 사람이 쓴 글이라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작가에 대한 평소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총통각하』을 쓴 배명훈은 자기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는 작가다. 배명훈이 그린 세계는 먼 미래, 현재를 사는 우리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세계를 그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세계는 우리가 처한 현실과 판박이 세계다. 세상이 불안하고 삶이 힘들어도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세계 말이다.

 

밝게 웃으며 “안녕!”하고 ‘그분’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꿈꾼다. 절반의 기대 혹은 절반의 절망이 아닌 밝은 미래를 만들어 줄 것에 대한 강한 희망으로 “안녕!”하며 ‘그분’을 맞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같은 해를 반복해서 사는 기시감을 느끼지 않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m****6 2012.11.20.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녕..하신가? 총통각하..
"안녕..하신가? 총통각하.." 내용보기
겨울에는 총통이 양량주 공사현장을 찾았다. 마침 작업을 끝내고 그날 일을 마무리하려는데 총통이 갑자기 내려가 삽을 들고 세 삽인가 네 삽인가를 뜨는 바람에 작업이 다시 시작되어 그로부터 세 시간의 고된 야간작업이 이어졌다.     배명훈은 시대가 낳은 소설가이다. 그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각하가 없었다면, 이 걸출한 소설가를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뭐야,
"안녕..하신가? 총통각하.." 내용보기

겨울에는 총통이 양량주 공사현장을 찾았다. 마침 작업을 끝내고 그날 일을 마무리하려는데 총통이 갑자기 내려가 삽을 들고 세 삽인가 네 삽인가를 뜨는 바람에 작업이 다시 시작되어 그로부터 세 시간의 고된 야간작업이 이어졌다.

 

 

배명훈은 시대가 낳은 소설가이다.

그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각하가 없었다면, 이 걸출한 소설가를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뭐야, 그럼 각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암튼 시대의 문제아, 아니 문제작가 배명훈의 《총통각하》는 칙칙한 현실을 유쾌하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상식에 입각하여 요리조리 비틀고, 요리한다.

책은 연작 소설이다. 각각의 단편들이 차용하고 있는 소재는 ‘총통각하와 그의 업적’이다.

《총통각하》 속의 단편들은 제각기 다른 색깔과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때론 강하고, 날카롭게, 때론 은밀하고 은은하게.. 한 쪽으로 치우친 듯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의 균형감각도 갖추고 있다.

마치 격랑 속의 일엽편주 처럼 이리 저리 흔들리지만 결코 침몰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자랑한다.

첫 번째 이야기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부터 이야기는 재미를 담보하고, 이 책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방향성을 보여준다.

천재 여류과학자가 동면장치를 만들어내고, 그의 남편이 총통의 실정에 실망하여 급우울에 빠져들자 그는 남편을 동면시켜 버린다. 총통의 임기가 끝나는 해까지..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동면에서 깨어난 후에도 여전히 세상은 총통이 지배하고 있고, 총통이 동면장치를 알게 되어 버린다.

이제 총통은 스스로 동면 기술을 이용하여 세상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가 척후병이었다면, 다음 이야기 〈새벽의 습격〉은 적의 후방을 불시에 타격하는 낙하산 부대쯤 될 것이다.

각하의 명을 받은 특수부대가 공중 낙하를 준비한다. 적기의 견제와, 지상군의 집중 포화를 뚫고 살아남은 특수부대원들은 마침내 적진 깊숙이, 후방 고층 빌딩 숲에 착지하는데 성공한다. 정말 기발한 상상이다.

이외에도 작가의 균형감각이 잘 드러난, 혁명의 시대를 거쳐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혁명이 끝났다고?〉 등 그의 단편들에 스며 있는 블랙 유머는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고, 실소를 짓게 만든다.

현재와 미래, 현실과 신화를 넘나드는 그의 이야기는, 그가 이 책을 지구에서 쓴 것이 맞나? 다른 별에서, 외계인의 생활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맞다. 우리네 삶이 지금 이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정말 지구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지구에서 이런 우스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말 한마디에 제국헌법을 수정할 수 있는 자. 그런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한 명밖에 없지. 한 명밖에…. …명밖….”

 

우리는 지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오·탈자》

p.171 물을 채우는 행사에 총통에 참석해서 → 총통이 참석해서

p.190 이리하며, 다음날 새벽 → 이리하여, 다음날 새벽

p.210 눈 덮인 사막 위를 일제히 달려다갔다 → 일제히 달려나갔다.

 



k*****m 2012.12.01. 신고 공감 4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총통각하
"총통각하" 내용보기
'총통각하'의 저자 배명훈 작가님은 대 놓고 자신의 뮤즈로 우리가 떠올리는 그분 총통각하에게 반복적으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제를 일으켜 줄 인물인줄 알고 뽑았던 우리의 경제대통령이란 칭호를 무색하게 만들어 준 그 분...    책표지에 나온 표지 그림은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란 제목으로 제일 처음에 시작하는 이야기다. 천재소녀
"총통각하" 내용보기

 

'총통각하'의 저자 배명훈 작가님은 대 놓고 자신의 뮤즈로 우리가 떠올리는 그분 총통각하에게 반복적으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제를 일으켜 줄 인물인줄 알고 뽑았던 우리의 경제대통령이란 칭호를 무색하게 만들어 준 그 분... 

 

책표지에 나온 표지 그림은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란 제목으로 제일 처음에 시작하는 이야기다. 천재소녀와 그녀의 세 살 연상인 남편이 반복적이고 교대로 동면상태에 빠지는 이야기다. 총톡각하가 권력을 마구 휘드르는 모습이 보기 싫고 세상과 엮이기 싫어하며 점차 운둔형 인간으로 변해가는 남편에게 천재소녀가 개인적으로 비밀리에 연구해 온 동면 실험을 제의하고 이에 응한 남편이 성공적으로 깨어나자 이번에는 천재소녀 역시도 동면에 빠져든다. 그들이 반복적으로 깨어나도 여전히 나이 든 총통각하는 사라지지 않고 건재함을 과시한다. 나중에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지구에 남아 있고 총통각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은 우주로 떠났음에 비로써 웃음을 지으며 백년 만에 외출에서 행복감을 만끽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특히나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혁명이 끝났다고?'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좋아했던 여자 선배와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 채식주의자지만 계란과 생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 일식부페 집에서 만남을 약속하며 나름 여러가지 기대와 설렘을 가진 후배의 기대와 달리 못 생긴 어린 꼬마 아이를 데리고 나온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심란한 마음을 느낀다. 나이 든 아들에게 엄마가 준 용돈으로 선배와의 식사비를 머리로 계산하는 남자의 눈 앞에 잊고 있었던 꼬마가 먹은 접시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름 누구보다 열심히 민주화 운동을 했던 후배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었던 여자선배를 10년 만에 만나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아련한 향수에 빠지는 것도 잠시 학생때와는 다르게 세상에 찌든 선배의 모습에서 묘한 감정을 담아 낸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하고 웃었다. 여자 선배의 아들에게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던 남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졌기에...

 

초록연필 역시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줄 선물에 대한 고민을 알게모르게 한다. '초록연필'은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동료가 한 다스만 사가지 온 연필로 장인의 손길이 묻어 있는 것이지만 초록연필을 선물로 가져 온 동료에 대한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잊어버리고 있던 초록연필을 사용해 본 사람들은 연필이 남달리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연필 끝에 달려 있는 지우개가 문드러지지 않으면서도 잘 지워지는 성능에 잊고 있었던 초록연필의 행방을 찾아보게 된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한 남자와 여자는 사내연애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초록연필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수정펜으로 실험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든 것이 높은 곳에 모여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와 더불어 장인이 초록연필에 그렇게 매달렸던 이유와 아무도 모르게 숨겨두었던 칩에 부분도 재밌었다.

 

이외에도 연작으로 소개 된 글들에서는 총통각하라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어떠한지 미루어 짐작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중동국가를 지칭한 말은 아니라지만 나도 모르게 그 쪽의 총통각하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만이 즐길 수 있는 연못에 커다란 고래를 가두고 있는 총통각하의 남다른 모습과 마치 우리의 사대강 사업과 대운하가 생각나게 하는 '위대한 수습'은 읽는내내 씁쓸했다.

 

우리 각하의 정부 출범과 함께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 배명훈 작가... 그는 5년내내 창작에 필요한 영감들을 보물처럼 쏟아내 준 현정부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책 '총통각하' 벌써 다음달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아주 중요한 선거가 있다. 이번에 뽑힐 대통령은 어떤 분이실지...  지금처럼 눈에 자주 띄지 않기를 바라는 분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총통각하에 대한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냉소적인 글과 유머로 인해서 재밌게 읽었는데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q******5 2012.11.12.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배명훈 작가에 대한 창작 지원을 중단하라!
"배명훈 작가에 대한 창작 지원을 중단하라!" 내용보기
12월 19일 밤 9시쯤, 개표 결과 모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보도를 접하며 섬뜩해졌다. 배명훈 작가가 떠올랐던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결국 그의 상상력의 산물인 영생불멸 총통각하가 현실에서 이뤄지고 만 것이다. 환타지가 실제 구현되고 있었다. 5년 간 작가에게 갖은 영감을 제공했던 총통각하가 모습만 살짝 바꿔, 아니 성(性)만 달리하여 강림한 것이다. 환타지가 현실
"배명훈 작가에 대한 창작 지원을 중단하라!" 내용보기

12월 19일 밤 9시쯤, 개표 결과 모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보도를 접하며 섬뜩해졌다. 배명훈 작가가 떠올랐던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결국 그의 상상력의 산물인 영생불멸 총통각하가 현실에서 이뤄지고 만 것이다. 환타지가 실제 구현되고 있었다. 5년 간 작가에게 갖은 영감을 제공했던 총통각하가 모습만 살짝 바꿔, 아니 성(性)만 달리하여 강림한 것이다. 환타지가 현실이 된다면 더 이상 환타지로서의 의미가 없는 법, 살짝 비틀며 비아냥거리면 현실에선 다른 결과가 빚어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선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게 입증된 셈이다. 문학의 힘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 결국은 환타지를 접고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얘긴가? 아득해진다.

 

[총통 각하]에 나오는 동면기술 개발자는 과학자이기 이전에 고도의 정치 행위자이다. 그는 총통을 보지 않으려고, 사실상 제거해버리기 위한 의도로 자신의 생체 존재 시점을 바꾸고자 한다. 임기가 끝난 다음 깨어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도는 보기 좋게 좌절되고 만다. 총통이 영구집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그린 총통은 단일의 인격체가 아닐 수도 있다. 현실에서 그것은 동종교배로 증식된 유사한 개체나 조직이기 십상이다. 그러니 MB나 박근혜나 결국은 같은 부류의 총통인 셈이다. 그런데 작품 속에선 결국 총통 제거에 성공하고 만다. 교묘한 전략을 구사해서가 아니라 총통의 관심이 다른 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주 정복에 눈이 멀어 돌아오지 못할, 돌아와도 주인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시점으로 떠나버렸다. 하여 그는 우리와 무관한 자가 되고 만 것이다. 곰곰 따져보니 이는 정말 시니컬한 비유다. 우리가 총통의 일에 관심을 꺼버리면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이런 시도가 유의미해진다. 바로 총통이 우리 삶과 무관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 전반을 그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무소불위로 지배하게 된다. 그런 기겁할 사태를 막으려면 아니꼽더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비판해야 할밖에.

 

그가 펼쳐 보이는 비유와 상징은 너무 기발하여 무릎을 치게 하지만 결국 짠하게, 먹먹하게 만들고 만다. 현실을 정확하게 짚고 역설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인데 왜 이리 뼈아픈 얘기 일색인지. 하여 여간 심란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정권을 장악한 총통이 자신의 충견들을 낙하산으로 투입하여 공직을 장악하는 [새벽의 습격]에서 그 하수인들이 의미도 모르는 말을 내뱉는 대목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이런 자들을 앉혀도 되는가 하는 분노로 울렁거리게 만든다.

 

그의 신랄한 비유는 하늘을 찌른다.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낯 뜨겁게도 오늘 여기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에 대한 은유이다. 개나 소나 존중받으며 공존하는 세상을 든 다음, 데모대에게 일말의 관용도 베풀지 않는 현실을 짚어나갈 때는 뒤통수가 저릿저릿했다. 또 공공의 적을 만들어 위기의식을 고조시킨 다음 정보기관을 통해 세상을 통제하려는 정권의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 [발자국], 제 보기에 좋게 만들고자 4대강사업을 벌인 이들을 조롱한 [위대한 수습]도 압권이었다. 4대강 사업을 거대한 원혼이 전차 고삐를 틀어쥐고 저승을 향해 돌진하는 꼴로 비유한 작가의 상상력이라니. 말과 이성, 논리와 낭만이 사라지고 침묵만이 흐르는 두르마도르미 얘기를 그린 [냉방노조 진압작전]도 오늘 여기 겨울 공화국에 대한 우화로 읽힌다. 살짝 뒤집어지기는 연필에 집착하는 MB(멘탈 붕괴)씨를 비튼 [초록 연필]을 읽고서다. 그런데 정말 뼈아픈 얘기는 [내년]이 결코 오지 않는 2012년 박물관에 관한 부분이다. 언제나 2012년 체제에 머물러 있는 얘기가 결국 오늘 여기, 한국 사회에서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그 내년은 물리적 연도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 달라진 한국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그게 2012년 12월 19일부로 좌절되었으니...

 

그의 상상력의 원천은 기괴한 현실이다. 그리하여 MB씨를 나의 뮤즈라고 고백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의 상상력의 진정한 연원은 사회경제적 구조보다 개인이나 집단심리 혹은 구성원간의 상호작용 같은 미시적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괴한 현실을 낳은 지배세력에게 직접 저항하기 보단 심리적 비틀기, 내면적 일깨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들에게 보리떡을 먹이는 셈이다. 작가는 이렇게 숨긴 의도를 간파하여 까발리고, 빤히 읽히는 술수의 본질을 짚어나가면 상대가 결국 무안해져서 어이없는 짓을 그만두리라고 믿는 듯하다. 웬만큼 지력이 있는 자라면 이런 방식이 유효할 것이다. 모욕감으로 심리적 충격에 빠져 위축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전혀 먹히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오늘 여기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막무가내 꼴통들 말이다. 무지, 무감각한 그들은 환타지와 비유에 울렁거리지 않는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아무리 정곡을 찔러도 별무반응이니. 그럴 때 우리는 상대가 두려워지고 또 낙담한다.

 

권위주의시대는 문학적 감수성이 옥죄어진 암흑기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너무 기괴한 방식의 통치는 오히려 창작 의욕을 북돋우기도 한다. 비틀기의 멋진 소재가 널려 있기 때문이니. 그래서 시대의 질곡이 풍자문학의 황금기를 여는 토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망가지는 우리네 삶은 논외로 치고 말이다. 그러나 삶과 유리된 문학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현실에서는 비유와 상징, 풍자의 원천이 말라버려야 마땅한 법. 그런데 오늘 여기 우리는 다시 아연해진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 무궁무진 샘솟게 생겼으니 말이다. 자신이 무슨 얘길 하는지도 모르면서 경제민주화와 미래창조를 입에 달고 다니는 모 여자 분에게서 벌써 멘붕스쿨의 얼척 소녀가 겹쳐져 보인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 배명훈 작가가 영감을 그만 얻을 때도 됐다. 영화 <친구>의 장동건 버전으로 말하자면, “그동안 많이 무따 아이가!” 그래서 요구한다. 정부는 배명훈 작가에 대한 창작 지원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 중단하라!!

a*****7 2013.02.13. 신고 공감 1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총통각하] - 악한 시대에 과연 惡人은 한 사람일까
"[총통각하] - 악한 시대에 과연 惡人은 한 사람일까" 내용보기
『총통각하』 - “이 책은 맨 뒷부분 ‘작가의 말’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 새벽의 습격 *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 발자국 * 혁명이 끝났다고? 위대한 수습 냉방노조 진압작전 * 초록연필 내년 Charge!     ---------------------------------------------------------------------------------------------
"[총통각하] - 악한 시대에 과연 惡人은 한 사람일까" 내용보기

 

『총통각하』

- “이 책은 맨 뒷부분 ‘작가의 말’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

새벽의 습격

*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 발자국

* 혁명이 끝났다고?

위대한 수습

냉방노조 진압작전

* 초록연필

내년

Charge!

 

 

---------------------------------------------------------------------------------------------

 

 

 SF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베르나르의 SF소설은 정말 재미있게 읽고는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까마득하다. 실은 굳이 SF 장르소설을 읽지 않아도, 상상력이 기발한 여러 작가들의 소설작품들을 읽으며 단편으로 SF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접하다 보니 점점 더 SF를 찾아 읽지 않게 되었다고나 할까.

자극적인 책 제목, 시퍼런 색의 책 표지 색깔, 70년대 이전의 것으로 느껴지는 표지의 글씨체. 그 때문에 우선은 책을 집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참 많이도 참았다! 그간 끊임없이 영감을 준 ‘나의 뮤즈’, 각하를 위한 연작소설” 이라는 표지의 자극적인 글은 내 안의 모든 궁금증 세포들을 발동시켰다. 거기에 박찬욱 영화감독이 배명훈 작가를 극찬한다는 사실까지 책 소개글을 통해 알게 되니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신선했음은 틀림없다. 난 특히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발자국>, <혁명이 끝났다고?>, <초록연필>의 네 작품이 참 좋았다. 골라놓고 보니 책에서 이 작품들이 가장 현실감 있는 작품들인 것 같다.

 

 

 10가지의 단편 작품들은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실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기반에는 ‘총통이 독재하는 시대’라는 정치 상황이 깔려 있다. 자, 여기서 알 수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하나의 작은 구역을 담당하고, 이것들이 모여 합치면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이루게 되는데, 이야기가 거기까지 도달하고 나면 이제 ‘공상과학 장르’라는 것은 이 책에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단편 안에는 ‘위’와 ‘아래’가 명확히 존재한다. 힘이 있는 자와 힘을 가지지 못한 자, 세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높은 자리에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지배 하는 사람과 지배당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상하구별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도통 중간이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지극히 흑과 백이며, 모와 도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나 <새벽의 습격>에서는 도저히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강압적인 힘에 못 이겨 인물들이 사상이나 이념, 자유 등을 포기하거나 체념해버리며, 스스로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등 아주 답답하고 무기력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발자국>이나 <내년>에서는 절대 보이지도 않고, 찾을 수도 없는 세력에 맞서 저항하려 하나 결국에는 닿지도 못하고 실패로 돌아가는 좌절이 짙게 묻어있으며, 실은 그 악의 세력은 당연하게도 맨 위에서 군림하고 있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게 만든다.

 

 

 <초록연필>은 위의 세 가지 이야기에 비하면 훨씬 낙관적 이야기이기는 하다. 장인이 만든 명품 초록연필을 통해 권력구조와, 더 높은 권력을 향한 자본의 이동과 흐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연필이나 펜 등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보니, 계속 위를 향해 흘러간다는 내용은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지만, 굉장히 수긍이 가는 내용이기도 했다. 내가 쓰던 연필이나 펜을 들고 상사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고, 그 펜이 상사의 상사에게 넘어가는 일은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씩은 경험해본 내용이 아닐까?

 

진실을 파고 들어가보니 초록연필을 만든 장인이 실은 예언가였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죽기 전 명품 연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결과적으로 악을 처단하고 죽기는 하나 그 악이 처단 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우리 독자들뿐이다. 오히려 악 대신 그 예언가가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악인이 되었다. 연필을 통해 악을 처단했다는 것은 즉 악이 아주 높은 정치권력을 지닌 자(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인, 예언가는 정말 악을 처단할 자격이 있던걸까? 아직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은 악을 막기위해 무고한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모든 이야기들은 점차 진행되어가며 마음속에 근본적인 악의 결정에 대해 갈팡질팡함만을 새겨 놓는다.

 

 

 

 이 차갑기 그지없는 작품들 속에서 어떤 강력한 ‘힘’을 지닌 사회나 집단이 아닌, 그 사회 내에 있는 인간 개개인을 살펴볼 수 있었던 작품들은 바로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와 <혁명이 끝났다고?>이다.

 

 먼저 <혁명이 끝났다고?>는 아주 유머러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씁쓸하고, 또 한편으로는 공감가기 그지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때 엄청난 민주화 투사였고, 사회주의자였던 멋진 첫사랑 여 선배를 10년도 더 지나 만나고 나서, 변한 그 모습에 엄청난 실망을 하게되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결국엔 아주 유치하게 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래서 첫사랑은 첫사랑으로만 남아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멋대로 상상하고 기대해놓고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화와 심술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시간이란 참 무서운 놈이어서 사람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다는 것이 날 그저 한없이 무섭게 만들기도 하고. 혁명이란 모두에게 동시에 시작해서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에게 달리 시작해 달리 끝난다는 점에서 참으로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는 수호신인 고양이가 대접받는 나라, 헌법상 분명히 용이 지배하는 나라, 소를 숭배하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즉,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정치의 근간으로 삼는다면, 저 세 나라들은 인간대신 고양이가, 소가, 용이 그런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지위가 더 낮고 동물들이 신으로서 존엄하게 숭배되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숭배의 개념보다는 ‘존중’, ‘공존’의 개념이 훨씬 잘 어울린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런거다. 고양이, 소, 용을 숭배하는 나라에서는 그들의 품위를 지켜주기를 원한다. 그러니 민주주의인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사람들)의 품위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_p. 81 - 시위대를 둘러싸고 쭉 늘어서 있는 경찰 병력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 말이야.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있더라고. 그래서 그 생각이 났지. 그 여자의 나라에서 용을 둘러싼 경찰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가. 어디였겠어? 당연히 용 반대쪽이었지. 그때 깨달은 거야. 지키려고 마음먹은 건 등 뒤에 두는 거구나. 시선이 향하는 쪽에는 위험해 보이는 걸 두는 거구나.

그거야, 그거. 그게 다야. 그러니까 이건 그냥 고양이랑 소 이야기라니까. 고양이와 소의 품위에 관한 이야기지. 고양이나 소나 용이 품위를 지킬 수 있다면 그 자리에 사람이 놓였을 때도 똑같아야 하지 않겠어?

 

 

 이건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시위 진압현장을 비꼬는 글일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쭉,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위의 인용문이 나오던 순간 즈음에는 정말 머리가 띵- 했다. 그동안 쭉 우리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인 '나'라는 것을 도덕, 사회, 정치, 법 등의 과목을 학창시절 내내 배워 알고 자라온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주인은 누구였더라?' 하며 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위의 동물들의 경우와 사람들의 경우는 다르다. 아마 그 점이 작가가 그리 중요치 않게 생각했던 점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위의 고양이와 소와 용은 자신을 지켜주려는 경찰들을 위협하거나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함이 없이 그저 평온하게 지낸 다는 점. 소가 숭배되는 나라에서도 소가 가게에 들어와 물건을 훔쳐먹으면 매를 맞는 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 고양이나 소나 용이 애초에 시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과 비교된다는 것은 바로 이 글의 잘못된 전제이다.

 

 

 물론 사람들은 모두들 주인으로서의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받기 위하여 시위에 참여하며, 그것은 자신을 온전히 지키기위한 바람직한 방식이다. 허나 불법으로 시위를 집회하며, 먼저 폭력적인 방식을 염두에 오고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문제가 생기곤 하는 것은 아닐까.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의경이나 전경들을 볼 때면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서 있자니 자신들이 다치고, 그렇다고 강력한 방어나 미미한 대응이라도 할 시에는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얌전히 말로만 한다고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시위를 하자니 자신이 처한 상황 그 어느것도 달라지지 않음에 애타하는 이들을 볼 때에도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된걸까?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문제를 단순히 한 국가에, 한 단체에,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아, 역시나 어렵다.

 

 

---------------------------------------------------------------------------------------------

 

 

 이 책을 얼마나 잘 읽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기 전까지는.

 

 실은 책의 겉표지만 보아도 이책을 누구를 향해 던지는지는 다들 알고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다. 책이 올해 출간되었는데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영감을 선사한 총통각하라 하면 곧 임기 마감을 앞두신 이명박 대통령님 밖에 더 있나?

 

 그 점을 숙지하고 읽었다고 해도 좋았다는 것이다. 내 나름의 많은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갖가지 해석을 더하며 책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읽을 수 있었으니까 좋았다. 그것이 소설의 매력이고, 또한 SF의 매력이다. 그러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너무나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다 그분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이 책의 첫 단편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를 쓰기 시작한 날이 5년 전 선거 바로 다음날인 2007년 12월 20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 뒤로 나는 내가 '총통 시리즈'라고 부르게 될 몇 편의 단편을 더 쓰게 되었는데, 그 글들을 모으고 몇 편을 새로 더 써서 다행히 그분의 임기 안에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다."

 

 

 임기가 도중도, 끝나고 나서도 아니고, 임기가 시작된 시점부터라. 이렇게 단정적이고 극단적인 시선을 지닌 채 무작정 미운면만 찾아내려 안간힘을 쓰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니 실은 조금 많이 실망이었다. 해서, 이 작가의 글은 내가 여러갈래로 펼쳐놓은 길을 모두 싹둑싹둑 잘라버리고 한 길씩만 남겨두었다. 독자에게서, 독자로서의 재미를 앗아갔다고 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l*********g 2012.12.2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총통각하
"총통각하" 내용보기
어느 시대이든 '총통'은 있다.로마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름은 다양하게 불리었지만 간단하게 권력의 중심인 권력자를'총통'이라고 통칭한다.저자가 연작으로 그려낸 총통의 이미지는 대부분 독재적이며 폭력적이고 그리고 꼴통들이다.자신이 원하지 않는 인물이 총통이 되자 임기가 끝나는 5년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남자는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총통이 연임을 하고 있자 다시 동
"총통각하" 내용보기

어느 시대이든 '총통'은 있다.로마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름은 다양하게 불리었지만 간단하게 권력의 중심인 권력자를'총통'이라고 통칭한다.저자가 연작으로 그려낸 총통의 이미지는 대부분 독재적이며 폭력적이고 그리고 꼴통들이다.자신이 원하지 않는 인물이 총통이 되자 임기가 끝나는 5년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남자는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총통이 연임을 하고 있자 다시 동면에 빠져든다.그렇게 시작된 동면은 계속된 총통의 연임으로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총통의 세상'이다.영원히 계속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괴물같은 총통이 죽지 않는 한 이들의 동면은 계속될 모양이다.


도시를 정복하기 위해 무장을 하고 침투하는 특수부대원들..이들은 또 다른 총통이지배하는 어느 나라의 대신들이다. 그래도 이 특수부대원들은 비리비리하지는 않은 모양이다.회의 한번 참석하려면 특수훈련에 버금가는 여정을 겪어야 하는데 이정도면 체력면에서는합격점을 주고 싶다.도대체 흔적은 없는데 상처는 있는 피해자들.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시위현장에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해낼수 없는 묘한 폭력들.연이은 피해자들의 증언에 투명인간을 범인으로 만들어 시선을 돌리려는 정부.영웅의 탄생을 꿈꾸며 강제로 수로공사를 하는 멍청이 거인총통.특이하고 신선한 소재로 써진 이 소설을 보노라면 SF영화를 보는 것 같은 몽롱한 환상에빠지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일어났던 혹은 현재 진행되는 우리 시대의 인물들과 겹쳐지고아련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세상이 많이 좋아지긴 했다.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슬쩍 지나가기도 하니 말이다.불과 몇 십년전 과거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반역이었을텐데 그나마 이렇게라도짖을 수 있다는게 다행인가? 아님 반복되는 꼴통 총통의 등장에 가슴을 쳐야하는가 말이다.정말 독창적이고 기발한 소재로 독자를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저자의 블랙코미디같은스토리에 웃음보다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수가 없다.우리는 언제 제대로 된 '총통각하'를 모실 것인가.저자의 다음 작품이 미래의 총통에게 바치는 감사의 헌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대선을 앞둔 우리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s****s 2019.0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총통각하
"총통각하" 내용보기
톡톡 튀는 SF 소설로 주목받은 배명훈이 펴낸 연작 단편집이다.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에 현실 풍자를 가미해 작가 특유의 '사회파 SF 문학'의 매력을 키웠다. 작가는 지난 5년간 '총통각하'로부터 끊임없는 영감을 얻었다면서, 10편에 달하는 단편을 한국 사회 현안과 각각 연결해 통쾌하게 비틀어댄다. 4대강 사업, 언론사 파업, 권력 독점 등을 향한 독설이 인체 동면, 시간 여행, 우주
"총통각하" 내용보기
톡톡 튀는 SF 소설로 주목받은 배명훈이 펴낸 연작 단편집이다.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에 현실 풍자를 가미해 작가 특유의 '사회파 SF 문학'의 매력을 키웠다. 작가는 지난 5년간 '총통각하'로부터 끊임없는 영감을 얻었다면서, 10편에 달하는 단편을 한국 사회 현안과 각각 연결해 통쾌하게 비틀어댄다. 4대강 사업, 언론사 파업, 권력 독점 등을 향한 독설이 인체 동면, 시간 여행, 우주 침공 같은 상상의 세계와 만나 기괴하면서도 뒷맛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전작인 <은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전작이 SF적 요소를 통해 첩보물의 형식을 띄었다면, <총통각하>는 정치풍자물에 가깝다. 본디 SF는 현실 세계를 비틀어내는데 중점을 둔다. 게다가 올해는 정치의 해가 아니던가.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에 수록된 <변신합체 리바이던>을 읽었던 독자라면, <총통각하>가 반가울 것이다.

이 단편집은 예스24에서 연재되었으며, 연재가 되는 와중에도 큰 호응을 받았다. 작가의 첫 연작 단편집인 <타워>에 비해서 더 좋은반응을 얻었던 것 같다. <총통각하>는 <타워>와 비슷하게 하나의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돼, 파편적인 이야기가 계속 흥미를 끌게 만든다.

배명훈은 <총통각하>에 수록되는 이 연작들이 지난 5년간 '각하'로부터 쉴 새 없이 영감을 받아 써내려간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첫 단편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는 5년 전 선거 바로 다음날인 2007년 12월 20일에 처음 쓰여졌다고 한다. '바이센티얼 첸슬러'는 불사에 목마른 '총통'을 피해 계속 동면에 취하는 부부를 그렸다. 하지만 총통은 계속 살아있고, 부부는 총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세월이 흐르면 바뀌겠지 하는 도피적 사고는, 결국 무한한 총통을 탄생시킬 뿐이다.

지난 정권 5년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영감을 받아 쓰여진 전반부 5편에서 현 정권하에 일어났던 일들을 풍자하여 독재와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한다. 후반부 5편에서는 언론사 파업, 4대강과 대운하, 정재계 독점 인사 등의 사건을 통해 권력구조의 본질을 독하게 풍자한다.

배명훈의 소설은 현실과 환상, 우주와 과거를 오간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동차에 몸을 맡긴듯한 기분이다. 배명훈은 매년 새로운 작품을 내고 있다. 그의 창작욕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b****8 2012.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각하께 헌정하는 판타지 '총통각하'
"각하께 헌정하는 판타지 '총통각하'" 내용보기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각하'께 헌정하는 소설되겠다. 작가는 헌정이라고 하면서도 그분께 이 책을 바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궁금하면 돈주고 사보시라고... 소설에서 각하는 신랄하게 까인다. 글을 읽는 독자는 누구라도 그 각하가 누군지 알수있지만, 그래서 자칫 명예훼손이 걱정되긴 하지만, 이름 감안한 작가의 신의 한수! 주어가 없다. 그러니 안심해도
"각하께 헌정하는 판타지 '총통각하'" 내용보기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각하'께 헌정하는 소설되겠다. 작가는 헌정이라고 하면서도 그분께 이 책을 바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궁금하면 돈주고 사보시라고... 소설에서 각하는 신랄하게 까인다. 글을 읽는 독자는 누구라도 그 각하가 누군지 알수있지만, 그래서 자칫 명예훼손이 걱정되긴 하지만, 이름 감안한 작가의 신의 한수! 주어가 없다.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 흐흐흐... 이쯤되면 독자들은 일단 두가지가 궁금해질거다. 첫째는 도대체 각하를 어떻게 풍자하며 까대고 있는지, 둘째는 이렇게 용감한 작가가 도대체 누군지~ 일단 두번째 답부터 먼저 해보자면, 배영훈이라는 작가다. 젊고, 잘생기고, 학력좋고, 글잘쓰는 훤칠한 청년이다.

 

 

내 블로그에서도 일전에 그의 전작 '은닉'이란 소설의 리뷰를 올린 적이 있다. 이 글을 쓰기전 다시 한번 읽어봤는데 당시의 소설을 읽은 소감은 상당히 난해하다~로 표현됐었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임에도 소설가로 전업작가 길을 걷고있고, 또 '은닉'에서는 첨단과학을 토대로한 SF 장르면서도 철학과 인문학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겼었다. 이번 작품도 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풍자소설이다보니 장르가 판타지로 바꼈을뿐 소설의 핵심은 믿음, 소통, 원칙과 같은 철학과 인문학이다. 글을 참 잘쓴다. 그래서 태동기에 있는 한국 SF소설계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있는 전도유망(?)한 소설가다. 그런데 장르가 그러다보니 대중성이 좀 약하다는 평도 할수 있겠다. 이제 본 소설을 살펴보자.

 

 

장편이 아니고 10개의 각기 다른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첫번째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란 작품을 쓰기 시작한 날이 2007년 12월 20일이라고 하니 바로 대선 다음날이다. 그리고 소설의 내용은 먼 미래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 총통선거 즈음하여 지지하던 후보가 낙선하고 이상한 사람이 총통에 당선되자 암담한 재임기간을 견딜수 없다며 남자주인공이 5년간 스스로 냉동상태에 들어간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재밌는건 5년후 해동되어 돌아왔는데 그 사이에 총통임기가 5년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개헌되었고, 뭐하나 이뤄놓은것 없이 맨땅에 헤딩만 하던 그 총통이 어찌된 일인지 인기가 좋아 재선에 성공한 직후였다는~

 

<새벽의 습격>은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빗대어 실감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전투상황으로 각색했고, <발자국>은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장면이 연상된다. <위대한 수습>에서는 가상의 국가를 설정하고 총통이 뜬금없이 운하를 파는 대공사를 일으킨다는 설정이고, <내년>은 2012년이란 년도를 배경으로 시간이 흘러도 해가 바뀌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12월 31일 다음날이면 다시 2012년 1월 1일이 되는... 이런 이상한 현실에 얽힌 음모를 파해치는 주인공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를 보는듯하다. 각하를 풍자하는 최고봉은 단연 <초록연필>이다. 이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각하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세계의 절대악으로 설정된 악마가 등장하고, 악마를 제거하기 위해 핵폭탄이 투하되는 설정까지 나온다. 열개의 단편이 모두 그 분을 연상시키는 작품만 있는건 아니었다. 혹은 그 분이 관여되어 있는데 내가 연관을 못시킨걸 수도 있고. <혁명이 끝났다고?>와 <Charge> 같은 작품들인데 열개의 작품들중 재미로 따지면 <Charge>가 제일 나았고, 제일 웃겼던건 <혁명이 끝났다고?> 였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는 대표작을 고르라면 <고양이와 소와 용의나라로부터>를 들고싶다. 별 특별한 내용도 없고, 재미가 있는것도 아니지만 '각하'께 꼭 들려주고 싶은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 말이에요,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문서상으로는 분명히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죠. 그런데 왜요?"

"이상해서요. 고양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는 길 한가운데에 고양이가 나와 있다고 해서 발로 차서 쫒아내거나 하지 않잖아요. 소를 숭배하는 나라에서는 소가 도로 한쪽을 차지하고 있어도 잠을 깨우거나 소리쳐서 몰아내는 법이 없고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래요. 형식상으로나마 용이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용이 출근길 교통을 엉망으로 만든다고 해서 그 용을 북쪽 하늘로 날려 보내지는 않거든요. 그 용이 바로 주인이라고 말하고 다녔으니까요."

"그런데요?"

"그런데 여기는 좀 이상한것 같아요. 아까 저녁에 시청앞에 있는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걸 봤는데요, 데모 말이에요, 데모."

그 여자가 그렇게 말했어. '데모'라고 자기네 말로 똑똑히. 알지, 데모? 군중이라는 뜻. 그러더니 계속 말을 잇는거야. "데모크라시라면서요. 데모가 지배하는 나라, 실제로는 어떻건 간에."

"그렇죠."

"그럼 말이에요.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든 최소한 그 데모가 길거리에 나와 있다고 해서 발로 차고, 물을 뿌려서 쫒아내버리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물론 정치하는 사람 누군가는 마음속으로야 그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건 불가능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자기 입으로도 열심히 떠들고 다녔을 거니까."

===============================================================================

 

전반적으로 각각의 단편들이 쉽게 읽히는건 아니다. 배명훈 작품의 특징이다. 어렵다. 아마도 단순히 문맥으로만 읽히지 않은 철학이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올 연말에 있을, 이 소설식으로는 '총통선거'가 기대된다. 우리는 어떤 총통을 뽑아 그의 국민이 될지...

 

f******e 2012.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총통각하
"총통각하" 내용보기
정신없이 책을 쓱쓱 읽어나가다가 갑자기 `총통`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 박히고 있다. 내가 이 흔하게 쓰지 않는 `총통`을 어디서 봤더라? 그렇게 잠시 생각해보고 있으려니 만화책이 떠올랐다. 강철의 연금술사. 아마도 거기에 총통,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었나.. 싶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애써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해봐야 결론은 언제나 다시 되돌아가 그 누
"총통각하" 내용보기

정신없이 책을 쓱쓱 읽어나가다가 갑자기 `총통`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 박히고 있다. 내가 이 흔하게 쓰지 않는 `총통`을 어디서 봤더라? 그렇게 잠시 생각해보고 있으려니 만화책이 떠올랐다. 강철의 연금술사. 아마도 거기에 총통,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었나.. 싶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애써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해봐야 결론은 언제나 다시 되돌아가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배명훈의 총통각하는 내게 그런 의미가 되었다.
흔한말로 예측불허, 상상초월...이라는 말을 써도 될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본다. 200년을 지배하는 총통각하, 도시를 무너뜨리지 않고 지배하기 위해 낙하산으로 특수공수부대를 침투시키는 총통각하 그리고 영원히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끝내 돌아오지 않는 내년....방금 책을 덮었는데도 다시 펼쳐들면 새로운 신세계가 보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 나는 그닥 모험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신세계의 탐험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실 250년간 동면상태에 들어가고 싶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희망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는 것도 그리 탐탁치는 않다. 아, 이거 무슨 말이냐고? 궁금하면 오백원...이 아니라 책을 펼쳐들어보면 될 것이다.

아무리 동면을 하고 또 기간을 연장해봐도 총통각하의 통치는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바이센테니얼 챈슬러의 앞부분을 읽을때만해도 이 악몽같은 시간의 현실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해 절대 유머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으나 역시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적나라한 은유가 결코 눈에 거슬리지 않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하면서도 참신함이 넘쳐나는 이야기들은 왠지모를 후련함을 주고 있다. 새벽의 습격이나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에서는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단편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은유와 풍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톡톡 튀는 재치있는 글로 인해 재미있고 빠르게 생각을 전환하며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또, 어딘지 모르게 너무도 익숙한 비유와 풍자가 나온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또 아이러니하게도 총통각하에 실려있는 글들은 참신하고 신선함을 던져준다. 그래서 총통각하가 다스리는 세상은 암울하면서도 재미있다. 실감나게 느껴지면서도 시궁창같은 현실을 떠올리기보다는 왠지모를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것만 같다. 이미 세상은 독설과 풍자로 가득하고 농담과 거짓이 난무하고 있으니 유머라도 있어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총통각하는 꾹 눌러 참아왔던 세월에 대한 숨트기가 될 것이다.




r***2 2012.11.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