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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끼리 만나면 불꽃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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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7세기.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각종 시도가 행해지고 있었는데 이는 종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 중세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종교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녀원이라고 하면 미지의 공간처럼 여겨지고 있다. 수녀원에 속한 사람들은 세속을 떠났다 여겨지며, 세속에 속한 사람들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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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7세기.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각종 시도가 행해지고 있었는데 이는 종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 중세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종교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녀원이라고 하면 미지의 공간처럼 여겨지고 있다. 수녀원에 속한 사람들은 세속을 떠났다 여겨지며, 세속에 속한 사람들은 수녀원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수녀원은 우리 세상과 닮은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주목한 베들레헴 수녀원은 특히 그랬다. 스페인령에 속했다가 네덜란드로, 지금은 벨기에로 소속을 바꿀 정도로 이 지역을 둘러싼 정세는 복잡했다. 베들레헴 수녀원은 그 복잡함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듯했다. 마가렛수녀는 그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마치 모든 문제는 그녀의 존재로 인하여 불거진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녀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녀만큼 적극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제 의견을 어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녀를 ‘갈등의 핵’으로 몰아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녀가 아니었을지라도 베들레헴 수녀원이 붕괴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을 것만 같다.

많은 여성들이 수녀원에 적을 뒀던 시절이다. 대개가 어린 시절에 수녀원에 발을 들였기 때문에 부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정절 등의 미덕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수녀원이 여겨졌던 듯하다. 너도나도 수녀가 되길 희망하는 사회다보니 수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에 수녀원은 민감하게 반응치 않은 듯하다. 모든 기관이 그렇지야 않았겠지만 베들레헴 수녀원은 적어도 마가렛의 눈으로 보았을 땐 문제가 많았다.

마가렛은 1년에 6플로린이라는 적은금액만을 수녀원에 납부했던 것으로 보아 부유함과는 거리를 뒀던 듯하다. 가난한 생활이 몸에 배이다 못해 강박관념처럼 그녀를 사로잡았던 것일까? 유독 그녀의 눈에는 베들레헴 수녀원이 지닌 온갖 문제점들이 보였다. 수녀원장 아드리아나 트라위스를 중심으로 레스컨 요스, 마리아 요스, 안나 피흐나롤라 등이 뭉쳤다. 그들은 수녀원을 마치 개인공간인 것처럼 여겼다. 일례로 아드리아나는 물질에 너무 경도된 모습을 보였다. 상대의 신실함에 대한 고려보다는 상대가 내미는 기부금의 액수에 집중했다. 거액의 기부금을 끌어내기 위해 그보다 더 큰 금액을 사용해 상대를 접대하는 모습은 마가렛을 분노케 했다. 여기에 헨리 요스라는 이름의 남성이 힘을 보탰다. 마리아 요스의 오빠이자 레스컨 요스의 친척이기도 한 헨리 요스는 베들레헴 수녀원의 고해신부였다. 구체적으로 그가 어떠한 부정을 저질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가렛은 이 인물을 언급할 때 성적인 타락에 대한 암시를 빼놓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묘사가 가능한 이유는 마가렛이 남긴 기록의 힘이 크다. 마가렛 펜을 무기로 사용했다. 자신이 적어나간 기록이 후대에까지 남길 바랐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녀는 문제가 보일 때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에 대해 적었다. 베들레헴 수녀원이 뭔가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외부에서 감지했던 것도 모두가 침묵할 때 오로지 그녀만이 글로써 문제를 고발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인물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가렛에 반대의사를 표한 이들은 그녀를 악령이 씌인 것처럼 몰고 갔다. 종신서원을 한 수녀를 두 번이나 수녀원에서 쫓아낼 정도로 그들의 힘은 막강했는데, 그 막강함 뒤에는 수녀원을 자신들만의 천국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잠재된 듯했다. 그 욕망에 맞서 마가렛은 잔 다르크처럼 굴었다. 꾸준히 비리를 고발하는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그녀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욕망을 표출했다.

수녀원에 속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만큼 그녀의 삶을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쩌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지 싶다. 오늘날의 종교가 과거보다 낫다는 확신을 가지기는 힘들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일련의 흐름이 있었고, 마가렛과 다른 인물들의 갈등 역시 그 흐름의 일환이었다. 때가 되면 잦아드는 흐름에 상급 성직자들은 제 무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불을 질렀다. 그리고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베들레헴 수녀원은 만인이 저지른 불에 녹았던지 지금은 ‘오 챔스 엘리제Oh! Champs Elysees’라는 카페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q*****2 2013.08.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