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 책의 노랑무늬 영원이라는 뜻을 파헤치고자 했다. 그러나 파헤치기는 커녕 오히려 그 속에 뭍혀버렸다.
노랑이라는 무늬가 다른 여타 무늬보다 아름답게 표현되는 세상.
우리는 그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각자 원하는 색으로 향하는 이 세계가, 어찌보면 참 다채롭다.
한강이 가지는 매력이 여실히 나와버렸다. 이보다 더 짙은 냄새가 있을까 했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그 향기에 젖어 소설의 끝까지 다달아 버렷다 역시 한강이라는 생각과 함께.
|
|
노랑무늬 영원) 잔멸치 떼를 만난 적이 있다. 무수한 은빛의 점들이 일제히 반짝이며 배 밑을 헤엄쳐 갔다. 빠른 속력으로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자, 헛 것을 보았던 것 같았다. 한 순간의 빛, 떨림, 들이마신 숨, 물의 정적이 내 안에 남아있다. 그게 전부다.
이 오전의 조용한 대화에 새겨진 어떤 날카로운 것의 이물감을 묵묵히 어루만진다. 설명하는 절차조차 피곤하다는 듯 빠르게 말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 말하는 동시에 감정을 감추는, 두 사람의 낮고 공식적인 목소리.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일 때가 있다. 내 몸의 미세한 움직임, 숨의 들락거림, 시간의 유동까지 느껴지는 상태. 이를테면, 시간의 뒤편으로 들어간 것 같은 상태. 너무나 멍해져서, 전화가 와도 의식하지 못하다가 벨소리가 끊기기 직전에야 알아차린다. 알아차린다해도, 일어서야 한다거나, `전화를 놓쳤구나`하는 다급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것들이, 그토록 이상하게 만져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
이상하게도 종이보다 나를 매혹했던 재료가 나무였다. 뭐랄까. 그 속에 생명이 깃들인 것 같았다. 인간보다 오래된 영혼, 숨결 같은 것 ? 그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가시화하고 싶었다. 내 그림을, 마치 다른 누군가에 의해 수백 년 전쯤 그려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나는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세월에 바랜 것 같은 색을 칠했고, 대두와 잣의 누르스름한 기름을 먹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