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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작은 행성에 지구(地球)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지구 표면의 3분의2는 물이니, 지구보다는 수구(水球)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렇듯 지구에 많은 양으로 존재하는 물은 어떤 역할을 할까. 일단 물은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기본요소다. 물은 우리 몸속의 세포 작동을 원활하게 하고, 물질과 분자조직을 이동시키고, 생명유지를 위한 화학작용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최소한 1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 우리 몸의 3분의2는 물이다. 물의 이런 성질 덕분에 우리는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알기 위해 물의 흔적을 찾는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물 속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육지에 사는 네발동물의 선조는 지금으로부터 3억7500만 년 전에 뭍으로 올라왔다. 몸 전체가 비늘로 싸인 물고기였지만, 이 녀석들의 지느러미에는 손과 발의 뼈가 들어 있었다. 화석으로 발견된 이 동물에게는 틱타알릭(Tiktaalik)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틱타일릭은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 선조는 물을 떠났지만,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이는 고향을 그리워하기 때문은 아닐까? 물의 영향력은 생명체에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물은 지구 전체에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영국을 비롯해 서부 유럽 국가의 겨울 날씨는 같은 위도상의 아메리카 대륙이나 아시아 대륙보다 훨씬 따듯하다. 바로 멕시코 만류 덕분인데, 이 난류는 남아메리카 열대지방에서 엄청난 양의 열을 서 유럽으로 전해준다. 이 따스한 물 흐름은 1년 동안 지구 전체에서 채굴한 모든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열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양의 열을 매일 운반한다. 이는 물이 열용량이 크다는 성질 때문이다. 물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비를 통해서다. 하늘에 있는 비 구름은 지구 모든 담수의 0.035퍼센트에 해당하는 물을 포함하고 있다. 아주 작은 양이지만,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 물은 지구 기상과 기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일어나는 물의 순환은 지구의 자기 조절 환경에서 핵심적인 구성요소다. 우리의 생존에 중요한 물이지만, 지구 전체적으로 물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지구 전체 물의 양은 변화가 없지만,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물인 담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작이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 인간은 지표수뿐만 아니라 지하에 있는 대수층의 물까지도 써 버렸다. 지하에 있는 물은 우리의 후손들의 것이다. 우리는 우리 후손의 물건을 빼앗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의 물리화학 분야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네이처>의 편집 고문으로 있는 저자 필립 볼은 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묵직한 책 한 권에 풀어 넣었다. 이 책의 원제는 <H2O: A Biography of Water>로 ‘물의 전기(傳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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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없었다면 인류 문명은 없었을 것이며, 생명의 유지도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아예 생명의 탄생조차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물이란 액체가 다른 액체와는 다른,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독특한 성질 때문에 지구는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고, 지금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고, 문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이게 바로 바로 필립 볼이 『H2O 지구를 색칠하는 투명한 액체』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다. 물의 기본적인 성질과 그러한 기본적인 성질로 말미암은 또 다른 성질들, 그것으로 인한 지구상에서의 효과, 그리고 그것들이 없는 다른 행성의 상황. 거기에 물이라는 이름과 물을 이루고 있는 산소와 수소 발견의 역사, 그리고 물과 관련한 연구의 진실성 문제들, 물을 둘러싼 현재와 미래 이슈들. 사실상 “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빠졌을까?) 말하자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의 분야인 물리, 화학, 생물(지금은 생명과학이던가?), 지구과학을 모두 파고들고 있고, 역사, 경제, 외교, 연구 윤리 등까지도 망라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액체이고, 아마도 가장 많이 연구한 액체인데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들,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겨울철 스키를 탈 때 얼음 표면이 녹아서 스키가 잘 미끄러지는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히 모른다(정확히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이론이 없다). 그래서 필립 볼은 물과 얼음, 수증기의 성질에 대한 설명으로 여러 이론을 병치시켜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독특한 것이 바로 물이며,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서 그처럼 중요한 액체가 되었고, 또한 그래서 더 많이 연구하고 알아야 할 액체이기도 하다. 쉽지는 않다. 기본적인 물리화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읽힐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물의 독특한 특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과학적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깊게 들어가는 부분만 참고 넘길 수 있거나, 혹은 그 부분을 전체 맥락 속에서만 이해해버리고자 한다면 물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해서 물의 매력에 빠질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이 책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번역이다.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 단락들이 너무 많고, 그냥 영어 자체를 직역한 듯한 문장들 투성이다 (“물이 지는 문화적 상징은 인간 경험의 일부일 뿐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그래서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이 암호같이 읽힌다. 게다가 교열의 문제인 듯 한데, 오자(誤字)가 짜증날 정도로 많다. ‘열2개의 다른 결정 구조’(255쪽)라는 표현이 어떻게 교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1,022개의 분자’ (398쪽)라는 표현은 분명 1022을 의미할 텐데, 어떻게 쉼표(,)까지 찍힌 채 1,022개가 되는지... 번역과 편집이 책의 격을 몇 단계 내려버린 게 아닌가 싶다. (2013.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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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다시 읽은 책. 다시 읽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기억 때문이다. 뭔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었음에도 다 얻어내지 못했다는 느낌. 다시 말해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다시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 읽게 했다. 저자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필립 볼이지 않은가. 물(H2O), 지구의 생명에겐, 아니 아마도 있다면 우주의 다른 생명에게도 필수적인 그 물은 정말로 예외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다루는 화합물이며, 과학에서도 기본적으로 상정하는 물질이면서도 그 성질은 다른 물질과는 아주 다르다.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 것들이 사실은 물의 아주 이상한 성질이라는 것을 이 책은 아주 잘 알려주려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호수의 얼음이 얼 때 표면부터 어는 성질이 있다. 또한 액체와 고체 상태에서의 밀도도 다른 물질과는 다르다. 등등. 책은 물의 역사와, 물의 성질과, 물의 중요성과, 또 물을 둘러싼 과학의 소동 등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내용은 아주 전문적인 내용일 수 있지만, 우리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진 이야기들이다. 바로 수준 높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물론 이런 책을 읽는다고 수준 높은 독자가 자동으로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잊었었다. 지난 번에 읽을 때의 실망감을. 엉망인 번역과 오자(誤字)들을. 필립 볼의 박식함과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들은 글자와 문장을 판독하는데 사라져버리며 읽는 것을 지치게 만들어버린다. 한번을 읽었고, 두 번째 읽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것에는 조금 너그러워질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새로이 인쇄된 책은 많이 나아졌으려나 싶다. 그래도 다시 읽어도 가장 유익하고, 재미있는 부분은 '병적인 과학'에 대한 부분이다. 물과 관련하여 과학이 어떤 허무맹랑한 일들을 버렸는가에 관한 부분이다. 과학의 활동과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일화들이다. 그런데 필립 볼도 지적하고 있듯이 그런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병적인 과학' 자체가 과학이 병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병적인 과학'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에도 볼 수 있듯 과학에서 병적인 부분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수정해낼 수 있는 자체적인 동력이 과학에 있다. 과학의 힘이다. 이 책은 그런 과학의 힘과 역사를 물(H2O)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2015.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