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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평범한 능력으론 살아남지 못해. 그건 동화일 뿐이야. 현실에선 피땀 흘려 챔피언이 된 나조차, 무능력하기 그지없잖아. 결국, 능력의 세계는 끝이 없는 거야. 끝없는 자기 학대, 그래서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인지 노예인지 알 수조차 없는 상태, 그걸 노력이라 포장하고, 극기라 부르지. 교묘한 말 바꾸기야. 그건 자신을 이기는 게 아니라, 자기 탐욕의 노예가 되는 거라고. 물론, 나도 그랬어. 하지만, 그래서 얻은 건 세월의 바람에 다 흩날리고 말았어. 이젠 안 그럴 거야.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거라고. 대신 애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할 거야.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건 초능력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초능력이란 말이야. 초능력! (『능력자』中에서, 최민석) 어떤 배우가 쓴 책을 한 권 읽었다. 젊은 배우인데 연기도 잘하고(잘하는 것 같고) 열심히 하고(열심히만 하는 건 아니다) 글도 잘 썼다. 읽다가 요즘 애들은 다 잘해, 심지어 글까지 잘 써, 이러면서 나 자신을 깎아내리며 방바닥을 뒹굴었다. (설마, 대필은 아니겠지.) 뭐든 잘 하는 사람은 부럽다. 미술 시간에 맨날 5점 이하로 점수를 받은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애를, 나가는 족족 상을 타오는 글 잘 쓰는 선생님 자식을, 팔다리가 길어 교복 모델이 아닐까 의심되는 애들을 부러워했다. 세상은 불공평해서 왜 내게만 남들에게 내세울 번듯한 능력 하나 주지 못한 것일까. 괴로워만 하다가 그럴듯한 능력을 발견했다,라고 쓰면 좋겠지만 여전히 빌빌댄다. 다시 처음 이야기. 한때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는 게 소원이었지만 인생사의 무상함과 허망함을 깨달은 뒤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면서 수첩에 내 이름을 크게 쓰면서 이상한 소리나 써도 히죽대는 걸로 위안을 삼고 있어 누가 책을 냈다거나 해도 배가 아프지는 않는데 그런 책을 읽다 보면 화장실에는 자주 간다. 영어 잘해, 글 잘 써, 그림도 잘 그려. 심지어 자신감에 차 있는 것 같기도 해. 열등감이 피어오르다 못해 주변 공기를 열대성 저기압으로 만들어 비만 내리게 하는 내가 주로 하는 건 누워서 책 읽기. 읽다 보면 시간이 잘 가고 떨어진 현실 감각이 돌아오기도 한다. 최근에 읽은 산문집 중 인상 깊었던 건 그 배우가 쓴 책이었고(제목은 말하지 않겠다. 나만 알고 있겠다. 헤헤) 최민석 소설가의 『고민과 소설가』였다. 대학 내일이라는 잡지에 대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준 칼럼을 묶은 책이었는데 다른 건 기억 안 나고 소설가가 자신의 책을 읽어보라는 강요만이 남았다. 묘하게 설득이 되어서 몇 권의 책을 샀다. (샀습니다. 강조하신 대로. 빌려 보지 않고 사서 읽었어요, 작가님. 꽤 많이 쓰셨네요.) 지금은 출간된 책을 선정해서 주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된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능력자』를 읽었다. 전자책으로 177페이지.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은 앉아서 누워서 엎드려서 두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는 저는 중간에 드라마에 빠져서 이틀에 걸쳐 읽었답니다. 히히) 스스로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밝히는 '나'는 '이 땅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에서 엄연히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작가'라고 자랑까지 한다. 지금은? 문학계와 출판사의 관행에 따라 2년 뒤에 소설집이 나올 예정으로 통장 잔고는 3320원이 전부다. 이름의 한자를 중시해서 이름대로 살아가는 세상의 큰 기쁨을 주고 살아가고자 하는 희태 형과 손을 잡는다. 에로 영화감독으로 일하다 영화 산업이 위축되자 스스로 성인 사이트를 열어 세상만사에 지친 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는 희태 형 밑에서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는 활자를 두드리는 것밖에 없어 그 장점을 살려 '소희'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야설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기개로 주변 사람들을 겁나게 만든 아버지 '남강한'의 부탁을 받은 나, 어디 가서 이름이 '남루한'이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나는 매미 언어를 이해한다는 다소 믿기 힘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공평수'의 자서전 대필을 하게 된다.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루한에게 거금 이천만 원을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해야지 딸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약간 정신이 나갔든 완전히 나갔든 할 수없이 공평수의 자서전을 써야 하는 루한은 공평수의 인생이 펼쳐지는 링 한가운데는 아니고 링 밖에서 그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다. 공평수가 말하고 헤드가 옮기는 말에서 인생이란 실패 아니면 성공이라는 프레임으로 흘러가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은 의심을 넘어 진실로 다가온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침형 이간이 되어라. 영화 슈퍼맨을 보도록 만들더니 급기야 우리 스스로 슈퍼맨이 되라고 말하는 사회. (슈퍼맨 옷은 많이 좀 그러네요. 창피합니다.) 대학은 스펙 쌓기의 전당이 되었고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나날이 높아진다. 능력을 넘어 초능력을 가지도록 부추기는 현실에서 공평수는 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인물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내 이름으로 된 집 마련하기. 결혼해서 아이 낳기.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에서 출퇴근하기. 초능력이 아니면 실현될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노력으로 포장하고 극기로 살아가기를 뻔뻔하게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주인공 루한은 이년 안에 소설집을 내고 다음 책을 쓸 수 있을까.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무너지는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며 쓴 소설은 다행히 상을 받았고 청춘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자신이 쓴 책을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하는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고전소설식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될 것 같지만 인생 알 수 없다는 그런 뻔한 이야기. 내가 할 수 없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이라도 끝까지 해보고 싶다. 초능력은 그렇게 쓰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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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능력자 - 오늘의 작가상 36는 좋은 작품을 많이 내기로 유명한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 시리즈의 서른여섯번째의 작품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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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건 힘든 일이다
뭐 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내 주변 사람들,
그러니까 엄마 아빠 동생 형 누나 매형 형수 제수 친구 친구동생 친구부모님
심지어 7살 먹은 내 사랑스런 조카마저 인생이 영 내맘 같지 않고
내 뜻대로 돌아가는건 적고 삶이란 녀석이 능동성을 가지고 나의 의지를
뒤엎는 고양이 같은 녀석이란걸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다들 모른 척하다 이런 고양이 같은 삶을
대신에 넌 할 수 있어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힘내 노력해 공부해 도전해
젊음과 패기와 열정으로 이겨내 다 해낼 수 있다구 너 그렇게 주저 앉아있으면
패배자가 되는거야 너도 공부안해서 저렇게 살고 싶어 이렇게 살고 싶어 하면서
위로인 척 멕이는, 흔히 말하는 불여우짓을 하는 멍청한 소리를 듣고 나이를 들수록
멍청하고 무기력해지고 늘어지고 우울해지고 그 풀데 없는 부정적인 감정을
원인 제공자들에게 돌릴 용기조차 잃어버린 채 결국 자기 자신을 자책하다가
죽어버리는 것이다 꽥
그러니 사는데 초능력이 필요할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