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달빛요정의 마지막 앨범
"달빛요정의 마지막 앨범" 내용보기
너클볼의 그립을 앨범의 표지사진으로 장식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줄여서 달빛요정)의 앨범이 발매한 시기는 달빛요정의 2주기 바로 하루 전이다. 타이밍이 기가 막힌 건 일자도 그렇고 그 시기에 맞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너클볼 투수 R.A 딕키가 사이영상을 탔기 때문이다.  가장 변화무쌍한 변화구, 희귀한 구질인 너클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같은 시대, 주목받지 못하
"달빛요정의 마지막 앨범" 내용보기


너클볼의 그립을 앨범의 표지사진으로 장식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줄여서 달빛요정)의 앨범이 발매한 시기는 달빛요정의 2주기 바로 하루 전이다. 타이밍이 기가 막힌 건 일자도 그렇고 그 시기에 맞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너클볼 투수 R.A 딕키가 사이영상을 탔기 때문이다. 

 

가장 변화무쌍한 변화구, 희귀한 구질인 너클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같은 시대, 주목받지 못하고 떠난 한 뮤지션의 <너클볼 컴플렉스> 앨범이 나왔다. 사실 안타까운 부분은 달빛요정의 불의의 죽음으로 인해 수많은 곡도 함께 죽었다는 것이었다. 생전에 그는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짧게는 공연의 레파토리 변경과 차기 앨범 색깔 구상, 그리고 길게는 결혼까지 말이다. 음악만으로 먹고살려고 무던한 노력을 하던 30대 중반의 뮤지션의 작은 바램이기도 했다. 이제 모든 것이 아스라이 사라져버리고 묵혀있던 그의 노래가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됐다.

 

박찬호와 추신수, LG를 사랑했던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의 유작 앨범이 방점을 찧는다. 




공동 프로듀서로는 달빛요정 밴드의 베이스 담당이자 달빛요정의 오랜 친구 장혁조, 그리고 달빛요정의 친동생인 이진민씨가 맡았다.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있던 그녀는 오빠의 사후처리를 그동안 묵묵히 맡아주고 있었다. 멋진 오빠의 멋진 동생이었다. 그렇게 해서 팬들을 위한 그들의 노고와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 이번 앨범에서 느껴지는 비장미와 애절함의 깊이는 비단 계절 때문만은 아니리라. 

 

아름다운 연주곡 '그리운 그 사람'은 달빛요정이 직접 연주한 곡이다. 그는 다른 의도로 만들었겠지만, 팬이 이 음악을 듣는 타이밍이 참 절묘하다. 그 선율에 노랫말을 입힌 다음 트랙이 자연스레 흐른다. 통탄스러운 '그리운 그 이름'을 들으니 거칠고 투박한 믹싱과 섞여 있는 잡음이 많다. 이 곡을 음반에 싣기위해 노력한 제작자들이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가 감이 온다. 지독하게 슬프고 지독하게 처절하다. 녹음 당시의 달빛요정의 심경이 전해진다. 

 

'친구'의 음침한 분위기와 예사롭지 않은 가사에 놀라면 안 된다. 이 노래는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고 만든 노래니까 말이다. <해리포터>를 보고 만든 1.5집 수록곡 'Finite Incantatem'을 비롯해 문학작품을 보고 곡을 쓰는 건 달빛요정의 흔한 패턴이었다. 기타 하나로 세상을 구하려 했던 만화의 주인공 '켄지'의 추임새 "구따라라 스따라라"가 반주와 함께 흘러나오니 조금 어울린다. 비쥬얼이 다르므로 조금. 마이너한 분위기와 비장함이 함께한 곡. 살아있었다면 원작 완결 몇 해 뒤에 들을 곡을 너무 늦게 들으니 섭섭함도 따라온다.

 

이 앨범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란 곡은 생전의 그가 공연 오프닝으로 자주 불렀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연주곡 버젼이다. 내게 달빛요정이라는 가수를 알게 해준 노래기도 한, 사연많은 이 곡이 유작 앨범에서도 정중앙을 담당하고 있었다. 전열을 재정비시켜주는 뜨겁기 그지없던, 두 손 불끈 불태워 주는 앨범의 클라이막스다. 

 

뒤이어 나오는 노래는 작년 독립영화 <굿바이 홈런>의 엔딩 크레딧에서 들었던 '너클볼 컴플렉스'다. 이 곡은 공식 OST로 쓰였기 때문에 녹음이 깔끔하게 잘됐다. 2012 메이저리그 마운드의 너클볼 마스터 'R.A 딕키'의 활약을 달빛요정이 봤다면 무척 기뻐했을 듯. 가장 느리면서 가장 강력한 너클볼을 인생에 빗댄 비유는 가사빨의 갑이었던 달빛요정의 센스가 돋보이는 흔한 패턴이다. 그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그의 이 노래를 듣게 된 수많은 팬은 살아남을거다. 가장 높은 그곳으로 가기 위해 말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들어졌다는 트랙 '느리게'는 전매특허인 절박한 사랑 노래다. 특별하지 않지만, 이 앨범에 실려서 특별하게 들린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신곡이기에 말이다.

 

달빛요정 지인들이 제작한 <너클볼 컴플렉스>의 마지막 트랙은 '멋지게 끝내자'의 연주곡 버젼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듯 앨범의 끝과 트랙의 끝, 더불어 달빛요정 음악의 끝을 장식하고 있다. 달빛요정이 쓰고 부르고 다듬었던 음악을, 주변인들이 정리하고 편집하고 제작했던 앨범이 종지부를 찧는 순간이다. 어쩌면 우리는 한때 원맨밴드 가내수공업의 원조라고 불리던 한 뮤지션의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 트랙을 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떠난 이의 자취가 묻어있는 앨범. 부디 내 귀가 이 앨범에 쉽사리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발매 한 달도 되지 않았단 말이다.





i***h 2012.12.0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