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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 본래 이런의미였던가? 주자학내에 함장되어 있던 횡적도식논리와 종적도식논리를 학파적 대립으로 발전시킨 조선유학의논리적 준열함의 강점과 한계를 모두 음미해 볼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미덕은 조선시대 사단칠정논쟁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 통념을 마구 부숴준다는 데 있다. 우리는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구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조선 유자들의 논의를 동양철학으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주자학에는 불교적 사유를 통해 이미 서양철학적 프레임이 거의 그대로 들어와 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칠논쟁의 횡적 도식과 종적 도식은 과거의 논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실주의 사고와 이상주의 사고의 기본형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동서고금의 상식적 통념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며 단순해보이는 도식의 논리적 세계로 즐겁게 우리를 안내한다. 과연 저자의 통합프레임이 성공했는가? 그것은 독자 개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지만 그에 앞서 우리 역사가 남긴 유산을 현대적 삶의 의미체계 속으로 살려 이렇게 불러와 우리로 하여금 퇴계나 율곡 같은 선조들의 권위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씹든 욕하든 할 수 있게 해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박근혜의 사고구조, 이정희의 사고구조, 문재인의 사고구조를 비교분석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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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 성리학은 횡설(橫說)과 수설(竪說), 발설(發說이 한데 공존했다. 횡설은 리와 기를 좌우에 배치하여 서로 갈등하며 승부를 다투는 가치론적 틀이고, 수설은 리와 기를 상하로 배치하여 리가 기에 타고 있는 존재론적 틀로 파악한다. 그리고 발설은 이른바 체용론으로, 미발과 이발, 즉 잠재태와 실현태를 전후의 이행관계로 구분한다. "간략하게 말해서, 주자는 도덕심리학적 성향론을 전개할 때는 '횡설'을, 존재론적 승반론을 전개할 때는 '수설'을 사용한다. 그리고 한 존재가 가진 잠재적 성향이 특정한 상황 S에서 상관되는 사건으로 실현되는 존재론적 이행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발설을 사용한다."(57, 58쪽) 그런데 이런 주자학이 조선 성리학에 와서는 퇴계의 도덕심리학적 성향론과 율곡의 존재론적 승반론으로 분화되어 마치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양극단의 틀이 된다. 퇴계가 가치론적 틀에서 리를 도덕 성향으로 기를 욕구 성향으로 해석한다면, 율곡은 존재론적 틀에서 리를 형이상의 원리로 파악하고 기를 형이하의 재료로 해석한다. 1572년 율곡이 퇴계를 비판한 이래 400년간 지속된 이른바 퇴계의 주리파(主理派)와 율곡의 주기파(主氣派) 논쟁은 결국 '프레임의 차이'(횡설이냐 수설이냐)에서 비롯된 불통이었다. 퇴계의 횡설(성향 이원론)은 리(理)와 기(氣)를 대비시켜 가치론적 관계로 파악한다. 리(理)는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 즉 우리 마음속의 도덕적 성향에 해당하고, 기(氣)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추구하는 성향, 즉 욕구 성향에 해당한다. 성향 이원론은 결국 욕구(기)에만 빠져 도덕(리)에 어긋나서는 곤란하다는 수양론으로 나아가게 된다. 반면 율곡은 존재론적 입장에서 기(氣)를 존재를 구성하는 재료로, 리(理)를 존재를 구성하는 원리로 파악했다. 참고로 다산 정약용은 퇴계와 율곡의 프레임을 '전론'과 '총론'으로 해석한 바 있다. 퇴계와 고봉의 사칠논변, 호락논쟁, 우계와 율곡의 논쟁, 외암과 남당의 논쟁, 간재의 한주 비판과 화서 비판도 모두 이런 프레임의 차이에서 빚어진 대표적인 성리논쟁의 사례들이다. 사칠논변을 예로 들면, 퇴계는 인간의 선한 본성인 사단(仁·義·禮·智)이 도덕성향인 리(理)에서 비롯되고, 기쁨·슬픔 등 칠정(喜·怒·哀·樂·愛·惡·欲)의 감정은 욕구성향인 기(氣)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반면 기대승은 존재론에 입각해 ‘리’(원리)가 ‘기’(재료)를 타고 감정으로 실현된다고 생각하고 사단과 칠정이 모두 한곳에서 나오는데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따졌다. 이런 프레임의 차이를 알게 되면, 횡설과 수설이 어느 하나가 옳고 다른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니라, 심성론의 관점에서는 퇴계의 횡설이 옳고 우주론의 관점에서는 율곡의 수설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