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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후 11시부터 새벽까지, 교양 없는 밤 비록 지금은 잊혔으나 삼십대 후반까지 노인은 문단에서 개성 있는 소설가로 제법 평가를 받았다.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는 인간의 깊숙한 곳에 고여 있는 수렁 같은 심리였다. 그는 인간이란 존재를 내면에서 풀풀 악취나 풍기는 썩은 우물과 같다고 여겼다. 몇몇 비평가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그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부심이 있었다. 그가 보기에 대중이란 지극히 나약하고 우둔한 무리였다. 달콤한 향기만 섞으면 꿀물과 똥물도 구분 못 하는 무리가 대주잉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자만은 실은 옹졸한 치기에 다름아니어서 날이 갈수록 괴팍한 사람으로 변했다. 게다가 점점 변변찮은 소설을 써내는 터라 문단에서의 입지 역시 좁아졌다. (pp. 112-113) 위에서 인용한 부분은 이 소설집에 수록된「굴절」의 일부분이다. 화가들이 그리는 자화상처럼 소설가들도 때로는 자전(적) 소설을 쓰곤 하는데, 이 작품 역시 자전적 고백에 가까운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소설가로서 박진규가 자기 소설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작가 스스로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이 부분을 인용하며 리뷰를 시작하고 싶었다. 박진규는 일찍이『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가로 마이너리티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기존의 낡은 의미를 새롭게 재조명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교양 없는 밤』은 박진규의 첫 소설집으로 시기적으로 보자면『수상한 식모들』, 『내가 없는 세월』, 『보광동 안개 소년』 이후 네 번째 작품이다. 박진규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개 그렇듯, 이 소설집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점 ‘1975’의 주인인 ‘나’는 아내가 자살해 죽었고, 또 다른 ‘나’는 국가 기관 A에 소속된 비정규직 a로 자살자를 잡으러 다니며, 또 다른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는 아내와 함께 좀비나 흡혈귀처럼 사람들의 체액을 먹으며 산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상’으로 사는 것이 ‘특별’한 게 되어버렸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닿기 힘든 꿈인지 현실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박진규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일정 부분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작품 속 인물들은 정체성을 잃은 채 유령처럼 세계를 부유한다. ‘나는 누구죠?’ ‘나는 누구인가요?’ 추위에 덜덜 떨며 그들이 묻는다. 우리는 모기에 가까운 무엇이오. 우리가 빨아먹는 인간의 액체는 피에 가까운 무엇이오. 우리는 그러니까 모기와 인간 사이에 가까운 흡혈귀요. (p.78) 우린 꽃의 영혼이라고 생각해요. 꽃은 움직이지 못해요. 그러니 늘 한곳밖에 보지 못해요. 밤이 깊어지면 꽃은 자신의 영혼을 인간의 자아와 비슷하게 만들어 밤거리에 흩뿌리는 거예요. 그리고 꽃의 영혼은 낮에 배운 대로 벌과 나비의 흉내를 냅니다. 벌과 나비가 꽃의 꿀을 빨듯 꽃의 영혼이 인간을 빨아먹는 거죠. (p.78) 아무것도 믿지 말게. 우린 그냥 인간이야. 이건 우리의 잡스러운 꿈이야. 자네가 눈을 뜨면 이 순간은 사라지고 다시 밝은 날이 찾아오지. 모든 세상이 완벽하게 제자리에 있는 건강한 하루 말이야. (p.78) 꿈이라도 악몽이요, 이렇게 배고픔에 시달리는 건. 말했잖아. 이건 진짜 허기가 아니라니까. 이 허기는 배고픈을 가장한 우울이야. 말 잘 했소. 우리 모두가 한 우울증 환자가 상상하는 망상의 형상화요. (p.78) 「교양 없는 밤」에서 유령처럼 도시를 배회하는 존재들이 격렬하게 토론을 한다. 그들은 흡사 흡혈귀처럼 보이지만 정체성의 혼란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정작 자신이 누군지는 모른 채 영원불사의 삶을 사는, 그를 위해 타인의 기억을 먹고 타인의 꿈을 꾸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은 거울 속 누군가의 모습과 닮았다. 그 사람은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에 수록된 또 다른 작품의 제목처럼 작가가 생각하는 세상이란 모든 것이 ‘굴절’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굴절(屈折) [굴쩔] [명사] 1. 휘어서 꺾임. 2. 생각이나 말 따위가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아 본래의 모습과 달라짐. 3. 광파, 음파, 수파 따위가 한 매질에서 다른 매질로 들어갈 때 경계면에서 그 진행 방향이 바뀌는 현상. [유의어] 굴곡, 꺾임, 활용. 본래의 모습이나 의도와는 다르게 휘어지고 꺾이고 달라지는 것. 인간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건 세상이 굴절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른 상을 비춰줄 무언가가 없어졌다. 어떤 것도 본래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렇듯 굴절된 세상 속에서 인간은 본연의 모습을 상실한 채 떠돌고 배회하거나 질척한 수렁(혹은 늪이라고 해도 좋겠다)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 유령처럼 흡혈귀처럼. B. 박진규 소설의 장점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예상을 뒤엎는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전복적 상상력이 통쾌하다. ‘세상은 다 그래’ 이미 기대 같은 건 없어져버린 채 삶을 관성적으로 살고 있다면, 각자의 삶이 얼마나 개별적이고 특수할 수 있는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혹은 역으로 ‘허구적인’ 이야기처럼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그런 ‘불운하고’ ‘기이한’ 일들이 언제든 현실에서 실제로 닥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알려준다.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 중에서 개인적으로는「바르게 바로 서니」가 가장 마음에 든다. 사실 이 작품의 원제는 「혀 없는 이야기」로 ‘문장’에 게재되었었다. 원래의 글이 책에 실리면서 많이 바뀌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원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http://webzine.munjang.or.kr/article/content.asp?pCate=27&pID=1464에서 낭독 듣기가 가능하다). 내 생각에 이 작품은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작가 역시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꼽았다(엄밀히 말하면「혀 없는 이야기」). 반면 이 책의 편집인인 백다흠 씨는「은행강도」, 해설을 쓴 노대원 씨는「교양 없는 밤」, 추천사를 쓴 소설가 박성원은「국수」, 박진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너무 추워」, 박진규의 학부 때 은사는「보고 싶은 얼굴」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결국 모든 작품들이 좋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성격, 성향에 따라 두드리는 부분들이 다르고 감응하는 부분이 달랐다는 의미니깐.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색깔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박진규가 소설가로서 가진 또 다른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작품과 감응할 수 있을까? 위에서 거론한 사람들 중 누구와 공명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또 하나의 책읽는 재미가 될 수 있겠다. 위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굴절」이나「찬장」도 좋은 작품이다. 「찬장」은 고전적 소재가 상상력을 만나 현대적 이야기로 변모했다. 역시나 우리 안의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변주이다.「굴절」은 환생 모티프를 이용하고 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내면서 이야기꾼으로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박형서와 비교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더 언급하겠다.) 박진규의 작품들은 해설을 쓴 노대원의 평가대로 상실과 부재, 광기와 폭력의 자리에서 ‘악마처럼 아름다운 괴물’로 탄생했다. 작가의 망상에 독자의 망상을 보태면서, 언제나 허기를 느낀 채 타인의 기억과 몽상을 게걸스럽게 흡혈하는 이야기의 유령이 되어, 영원불사할(p.252) 작가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해본다. C. 개인적 제안 1. 비슷한 시기에 박형서의 『핸드메이드 픽션』을 읽었는데 여러 모도 쌍둥이 같은 작품들이 많다. 물론 각 작가의 개성이 분명하긴 한데 그래도 궁합 잘 맞는 음식처럼 두 작가의 작품들은 썩 잘 어울린다. 가능하다면, 두 작가를 같이 읽어보길 권한다. 독서의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 개인적으로는 박진규 작가와 권하은 작가가 협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꿈꾸는 밤』의 권하은과 『수상한 식모들』의 박진규의 만남.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뭔가 제대로 대단한 ‘물건’이 나올 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냉정과 열정사이』, 알랭 드 보통과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와는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거라 기대한다. 이건 순전히 독자로서의 감이지만, 이 두 작가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동안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아주 ‘독특한’ (사랑)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두 작가의 역량이라면 분명히. 이런 기획 누가 안 하나? 어느 출판사든 시도해보길. 나오기만 한다면 21세기의 두 번째 10년간 최고의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한다. 3. 늦은밤 조그마한 다다미방에서 운덕은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래려 조선말로 편지를 썼다. 처음 그 편지는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는 형봉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하지만 동경의 생활이 힘에 부치던 어느 날인가부터 운덕은 형봉의 말투로 편지를 썼다. 부드럽고 때로는 어수룩한 형봉을 흉내내어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옮겨 썼다. 운덕은 자신이 직접 쓴 형봉의 편지를 읽으며 노곤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형봉은 그렇게 그녀가 쓴 편지 속에서 생생하게 다시 되살아났다. (「굴절」, pp.132-133) 대상에게 가 닿지 못한 편지를 쓰는 운덕은 마치 작가의 분신 같다. 부치지 못한 편지 같은 작가의 이야기들이 부디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 닿으면 좋겠다. 4. 매운 카레 같은 작가의 개성을 좋아했는데, 이번 소설집은 순한 카레 같아 조금 안타깝다.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카레가 맛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카레를 맛 봐야 하고, 그럴려면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순한 카레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카레 고유의 향이나 풍미를 잃을 수 있다. 나는 작가가 본연의 매운맛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운 맛 카레의 중독성은 너무 강해서 한 번 맛본 사람은 절대 잊을 수가 없으니깐. 그리고 아무쪼록 작가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매운 카레 같은 장편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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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은 뭐지? 공허하고 쓸쓸하지만 그러면서도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교양 없는 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안정된 느낌 없이 발이 땅에 닿아 있지 않은 기묘한 느낌을 풍기는 인물들이라고 느껴졌다. 저자 박진규님의 책은 처음이다. '수상한 식모들'을 통해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으며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라고 한다.
'교양 없는 밤'은 총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깝게 느끼고 있는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느낌을 나만 받은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죽음으로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이들의 관계는 미묘하다.
죽은 아내의 모습이 자꾸만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쓸쓸하고 공허 한 모습이다. 아내의 자살에 힘들어하는 와중에 처남에게 듣게 되는 장인, 장모란 사람의 실체와 아내의 첫사랑의 이야기.. 불편한 진실을 마주 한 남자는 아내를 떨쳐내기 위해 자신을 돌봐주는 분이 소개한 곳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죽은 자를 쫓는 모습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
산 사람들의 몸에 붙어 그 사람의 살아 온 인생이 담긴 체액을 빨아 먹는 기묘한 남녀의 모습은 섬뜩하다는 느낌까지 받기도 했다.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은 노작가의 소설 속 인물의 환생에 얽힌 이야기다. 자신이 쓴 소설 속 이야기의 주인공과 노작가, 노작가에게 자신을 아느냐며 말하는 아가씨의 이야기는 기묘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라 재밌고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또 하나 어머님집 찬장에 살고 있는 실뱀에 대한 맏아들의 이야기다. 실뱀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실뱀이 보여주는 영민한 행동들... 자신과 결혼할 여자까지 전혀 실뱀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가족처럼 느껴지고 생활하던 와중에 그들이 떠난 신혼여행에서 그만 실뱀이 사고로 죽고 만다. 죽은 실뱀의 재등장과 함께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데....
단편들은 삶과 죽음이란 경계선을 사이에 놓고 풀어가는 이야기들이란 느낌이 절로 든다. 쓸쓸하고 공허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들... 박진규 작가님의 책이 처음이지만 아무래도 이전 작품 '수상한 식모들'은 물론이고 다음 작품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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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식모가 되었다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의 데뷔작인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박진규의 신간 <교양 없는 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읽어 보았다.
죽은 자들과 살아 남은 자들의 거리
<교양 없는 밤>이전에 썼던 <내가 없는 세월>, <보광동 안개소년>에서는 신화와 상상의 세계를 현대 사회로 끌어 올리는 노력을 보여 주었다면 이 새로 나온 단편집에서는 '죽은 자'라는 매개체로 현대인들의 어둡고 쓸쓸한 내면 심리를 진지하게 조명하고 있다. 가장 첫 번째로 실려 있는 <너무 추워>의 남자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년 전에 죽은 아내, 아니 아내의 유령이다. 이미 죽은 고인의 모습을 본다는 이 기가 막힌 사실을 집안 일을 해주기 위해 오는 덕호 엄마에게 조차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단편 다음에 실린 <은행강도>의 주인공 남자의 직업은 자살한 자들, 이미 죽은 목숨이지만 자기가 살아 있다고 믿으면서 거리를 어슬렁대는 이들을 추적하는 국가기관 임무를 맡고 있다. 표제작인 <교양 없는 밤>의 부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유혹해서 그들을 흡혈하는 존재들이다.
<너무 추워>에서 죽은 뒤에도 남편을 계속해서 찾아오는 아내의 사연을 우리는 그저 몇 가지 단서로 추측해 볼 수밖에 없다. 남자와 처남과의 대화에서 아내의 부모가 숨막히는 분위기를 조성했었다는 사실과 자녀들과 손님들 앞에서의 태도가 현저하게 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덕호 엄마의 대사처럼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결혼한 지 일 년도 되지 않고 목숨을 버린 연유를 아는 사람을 매우 드물 것이다. 주인공 남자가 자신을 찾아오는 아내의 사연을 알지 못하면서 끊임 없이 궁금해하는 것처럼 이 세상 모든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산 자들이 사는 세계와 죽은 자들이 사는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그리며 애초부터 그런 경계란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앞에 실린 작품들이 죽은 자들을 작품의 주제나 소재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면 뒤에 실린 작품들은 주로 기억과 회상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오늘날 현대 사회를 부유하고 있는 우리들 또한 또 다른 세계의 '유령'들이 아닐가라는 생각이다.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서 해체되고 붕괴되는 오늘날 우리는 현실과 미래보다는 이상과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그 곳에서 우리가 벌일 수 있는 잔치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작가는 그런 현대인의 내면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상상의 세계와 연결지어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이 소설집 전에 쓴 장편 소설들 안의 세계처럼 희망차거나 행복하기 보다는 우울하고 비참하며 쓸쓸한 쪽이다.그리고 그런 생각의 저 편에는 지금 이 어려운 현실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내 개인 의 삶의 파편들도 존재하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 밤 열 한시부터 새벽까지 침대에서 읽고 싶은 책이 되었으면 한다는 글이 있는데, 그의 말처럼 추운 겨울 밤에 조용히 침잠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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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작가님의 단편 모음집이다. 단편의 특성상 아주 빠른 시간내에 읽긴 했다. 그런데 생각은 아주 긴...시간을 하게 하는 소설집이었다. 개인적으로 나에겐 시만큼이나 어렵게 이해되는게 단편소설이다. 이번 소설도 그러지 않을까란 우려가 있었다. 근데 우려했던 것처럼 이해에 있어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다만 생각을 길게 했을뿐이지...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고 해야하나...
이 소설집은 8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너무 추워 은행 강도 교양 없는 밤 국수 굴절 보고 싶은 얼굴 찬장 바르게 바로 서니 제목들은 아주 평이한 것들이다. 물론 은행강도..같은건 아니지 않냐고 하시겠지만..여기서 은행은 그런 은행을 말하는게 아니므로..(어떤 은행인진 책 속에서 확인하시길..) 그러나 평이한 제목들과 다르게 내용은 결코 평이하지 않다. 굴절된..듯한 그리고 바르지 않은 듯한..그런 느낌...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언가 다 잃어버려 형체를 잃은 사람들처럼 등장한다. 물론 그 잃어버린 것의 대부분 사람이다. 난 올해들어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 중 십수년을 나와 함께 했던 몇가지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녀석들 때문에 몇일 마음이 좀 아팠다. 그런데 하물며 나와 살을 부딪치며 살았던 사람이 없어졌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떠할까?? 책 속에 사람들이 그랬다. 살갑던 사람들과의 이별... 그리고 그 잃어버린 사람들의 무게에 짖눌려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리고 그들의 극복과정이 등장하는 듯 하기도 하고 그냥 받아들이고 체념하기도 한다. 제일 마음에 확 와 닿았던 이별에 대한 사람은 정현민이라는 극중 인물이다. 형을 잃은 그는 그의 잘못으로 형을 잃었다고 비난아닌 비난을 하는 부모님과 요원한 사이로 20살을 맞는다. 그에게 성인이 주는 압박감은 어린 시절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오빠를 잃었단다..사실 기억도 안나지만...엄마가 가끔 슬픈 얼굴을 하실 때가 있었는데..그게 오빠를 잃었던 날이란걸 커서야 알았다. 가족을 잃는 다는게 가장 마음이 아픈게 아닌가 싶다. 특히 부모님에겐...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도 참 마음이 아프겠지만...
사실 책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언급할 순 없지만...책 속의 인물들은 뭔가 하나같이 모자란 느낌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걸 채우려 들지 않는다. 뭐랄까..좀 방관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조금은 안쓰럽고 조금은 걱정스러운 인물들이라고 해야하나.. 전반적으로 소설은 좀 잠잠하고 어둡다 못해 음침함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듯 하다. 작가님은 이 책의 여덟개의 소설들이 각각 다른 춤을 추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론 어두운 느낌이나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긴 한다. 그리고 약간은 환타지적인 느낌들도 뒤섞여 묘한 매력을 주기도 한다.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뒤죽박죽인듯한데 묘하게 정렬되어 있는 듯한...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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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진정성 있게 해 본 적 있는지. 진짜 삶이 무언지 죽음이 뭔지 전정성 있는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겉도는 상념들에, 지적 허영과 허세가 불편하다 못해 이 걸 왜 읽었을까 하는 후회와 답답함이 밀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