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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책 v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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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면과 뒷면     팩션물이란 사실(fact)에 가공의 이야기(fiction)를 끼워 넣어 흥미롭게 이끌어간(faction) 저작물을 말한다. 사실과 가공이 섞여 실제 사건과 역사 인물에 대한 평가가 오판, 오해되기도 하지만 역사를 알아가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1515년 인종이 태어날 때 호산하여 공이 있었다’는 기록과 ‘중종으로부터 쌀과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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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면과 뒷면

 

 

팩션물이란 사실(fact)에 가공의 이야기(fiction)를 끼워 넣어 흥미롭게 이끌어간(faction) 저작물을 말한다. 사실과 가공이 섞여 실제 사건과 역사 인물에 대한 평가가 오판, 오해되기도 하지만 역사를 알아가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1515년 인종이 태어날 때 호산하여 공이 있었다’는 기록과 중종으로부터 쌀과 콩을 포상으로 받았다’는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장금’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이 좋은 예다. 이 소설도 ‘조선왕조실록’의 광해군일기, 1616년 2월 28일 기록에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라는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조정의 암투 속에 독살의 두려움을 가진 광해군이 정신을 잃은 사이에 가짜 왕이 정사를 챙기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룬 소설이다.


 

겉지를 벗긴 후의 장면.

 

 

소설은 1615년과 1616년에 걸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에서도 약간의 설명이 되어 있지만 광해군은 어렵게 왕이 되었다. 임진왜란 시절, 선조가 의주로 피난하며 광해군에게 분조(임시정부)를 맡긴다. 광해군은 분조를 이끌고 각 지역을 옮겨 다니며 민심 수습과 의병 독려를 하며 전쟁을 치르는 백성의 구심점이 되었다고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선조는 정유재란이 끝난 2년 후, 인목대비와 혼인하고 그 이듬해 선조의 유일한 적자인 영창대군이 태어난다. 혼인 당시 선조는 51세, 인목대비는 17세였다고 한다. 선조에 충성한 무리에 의해 고의로 광해군의 세자 책봉이 방관되고 영창대군을 왕세자로 세우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렇게 첩의 자식 중에서도 둘째인 광해군은 스스로 왕이 된 것이 아니라 조정에 의해 세워진 왕이 된다. 조정 대신들의 입김이 센 탓에 광해군은 사사건건 제약을 받는다. 호패법과 대동법이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는 탓도 여기에 있다. 대신들을 비롯한 지주들이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이다. 이것은 마치 현 시대의 부자 증세 논란과도 흡사하다.

 

허균은 이 소설의 배경에서 2년 후인 1618년에 역모 죄로 저잣거리에서 처형된다. 영화에서는 이듬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만 1617년인 것 같다. 허균을 못 마땅히 여기던 신료들이 망설이는 광해군을 몰아세워 처형을 서둘렀고, 허균은 제대로 변론도 못한 채 처형당했다고 한다. 실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설에서는 ‘홍길동전’과 산문집 ‘성소부부고’를 들어 대신들이 허균에게 역모의 죄를 씌운다.

 

광해군은 쇠퇴해 가는 명나라와 세력이 급속히 커진 후금과의 사이에 실리 외교를 펼치려 한다. 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광해군의 발목을 잡아서 1623년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임금의 자리를 빼앗긴다. 왕위에서 물러난 지 18년만인 1641년, 광해군은 제주도의 유배지에서 숨을 거둔다. 사망 당시에도 위리안치(중죄인을 외딴 곳으로 보내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가두는 형벌)된 상태라 바깥에서 굳게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제주 목사 이시방이 달려와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서 정성껏 염을 하고 장례준비를 했다고 한다.

 


책의 내부.


 

소설은 세밀한 사물이나 인물 묘사를 많이 생략하고 빠른 사건 전개로 술술 읽혔다. 그렇게 읽히다 보니 겉지를 벗긴 표지도 그렇고 문득 무협지가 생각날 정도였다. 소설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역사적 배경은 소설의 흥미를 배가시켰다. 소설의 뒤쪽에 부록으로 연표가 있는데 1575년, 선조와 공빈 김씨의 둘째아들 광해군이 태어나면서부터 1641년 7월, 광해군 사망에 이르기까지 선조실록, 광해군일기, 인조실록 등 여러 책을 참조한 연표가 정리되어 있다. 안타까운 일은 인조반정 없이 광해군이 계속 집권했더라면 정묘호란, 병자호란도 없었을 것이다. 병자호란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는데 그 영화에서도 묘사되었지만 청나라로 비참하게 끌려가는 무수한 백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예판 구매를 했더니 사은품으로 주는 배우 엽서들. 이병헌, 한효주 엽서 1장씩에는 배우 사인이 되어 있다.

 


영화 티켓.

 

 

영화는 소설을 그대로 연출해 냈다. 하지만 종반부는 좀 다르다. 대신들이 군사를 이끌고 가짜를 판별하러 왔을 때의 부분부터 소설과 영화가 달라졌다. 소설의 엔딩도 슬프게 끝난다. 매화틀에 얽힌 웃음 코드는 영화에서 잘 묘사해 냈다. 싸는 소리만큼은 소설이 따라올 수 없었다. ^^ 이병헌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을 들여다보니 그간 이병헌에게 비호감을 갖고 있던 많은 분들이 어쩔 수 없이 이병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찬사의 글들이 많았다.

 

 

한효주는 영화에서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지만 깔끔한 연기를 해냈다. 개인적으로 중전에 대해 흥미를 느껴서 기록을 살펴봤더니 인조반정 당년 3월에 광해군과 폐비 유씨는 강화부 동문, 폐세자 이지와 폐세자빈 박씨는 강화부 서문에 각각 위리안치되었다고 나와 있다. 5월에 폐세자 이지가 탈출하려다 체포되자 폐세자빈 박씨가 자결하고 그 한 달 후인 6월에 폐세자 이지가 자결한다. 그리고 10월엔 중전이었던 폐비 유씨가 사망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광해군이 위리안치로부터 4년 후 정묘호란이 일어났고, 위리안치 13년 후에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그 이듬해 인조가 청 태종에게 항복하고 광해군은 제주도로 옮겨진다. 광해군은 살아서 아들, 며느리 그리고 부인의 죽음은 물론이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봐온 것이다.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드라마에선가 어느 곳에선지 헷갈리는데 광해군을 폭군으로 묘사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지 모르겠다. 책의 해설에서는 민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궁궐 토목공사에 집착한 것이 폭군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변변한 궁궐이 없어서 어느 대신의 집에서 정사를 보았다는 것이 얼핏 기억난다. 그래서였나? 고교 역사교사들이 재조명 받아야 할 1순위로 ‘광해군’을 꼽는다고 한다.



v*****r 2012.09.19. 신고 공감 20 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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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by 이주호, 황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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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위를 둘러싼 권력투쟁과 붕당간의 대립으로 혼란이 가중되던 조선 제15대 왕 광해군 8년 이야기를 팩션으로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광해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세력으로 인해 분노와 두려움이 정점에 달하고, 도승지 허균을 통해 자신을 대신할 대역 하선을 궁에 들인다. 왕과 닮은 외모의 광대 하선은, 광해가 의식을 잃은 사이 왕 노릇을 대신하면서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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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위를 둘러싼 권력투쟁과 붕당간의 대립으로 혼란이 가중되던 조선 제15대 왕 광해군 8년 이야기를 팩션으로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광해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세력으로 인해 분노와 두려움이 정점에 달하고, 도승지 허균을 통해 자신을 대신할 대역 하선을 궁에 들인다. 왕과 닮은 외모의 광대 하선은, 광해가 의식을 잃은 사이 왕 노릇을 대신하면서 조선 정치판의 야만성과 추악함을 목격하게 되고, 백성을 향한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권력층과 충돌한다. 독살의 두려움 속에서도 왕권에 집착하는 폭군 광해와, 전면적인 백성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천민 하선을 통해, 백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왕의 모습과 정치란 어떤 것인지 깊은 깨달음과 의미를 던져준다.

 

 

구태의연하고 낡은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조선과 현재의 모습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다. 호패법과 대동법 시행을 놓고, 정치이념의 대립과 야합, 명분과 실리, 대의가 아닌 개인의 욕망으로 채우기에 급급한 사대부들의 모습은 현재의 국회의원들의 모습과 하등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에게 입바른 소리도 한 번 못내는 외교적 취약점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분노마저 치민다. 우리 땅이 지네 땅이라고 외쳐도 특단의 강구책이 없다. 정치는 민심과 함께 가야 한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하선은 임금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들만 골라 하는 자였지만, 그럼에도 좋은 임금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컸고, 명으로 파병하는 문제에선 외교적인 자질을 갖췄으며,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주변 만류에도 개의치 않는 뚝심도 있었다. 이런 하선에게 허균의 신하됨이 흔들리고, 조 내관의 마음이 움직이고, 기미나인은 목숨을 내놓았으며, 고지식한 내금위 부장 도진웅마저 충성을 다했고, 왕의 여인 중전마저 그를 그리워한다. 270여 페이지의 분량 속에 재미있는 상상력과 구성을 가미한 이 소설을 보면서 오랜만에 크게 웃고 울었다. 영화와 함께 기획된 이 책은, 영화계의 판도뿐만 아니라 대권을 앞두고 정치와 함께 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포괄적 지형을 바꿔 놓을 것이다.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P212

 

"무인도에 암말과 수말 한 마리가 살았는데 한 마리밖에 없는 암말이 죽자 수말이 뭐라 했는지 아시오?" "할 말이 없네." "암말이 죽자 수말이 한 말일세. 할 말이 없네. 더 이상 음..... 그것을 할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다시 묻겠네. 똑같은 상황에서 수말이 죽자 암말이 뭐라 하였겠는가?" "해 줄 말이 없네." "자, 같이 살던 암말이 죽고 쓸쓸해하던 수말에게 멀리서 암말 떼거리가 자기를 향해 달려오자 수말이 뭐라 했겠는가?"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네." P135-137(혼자 배꼽잡고 웃었음)



d******7 2012.09.26. 신고 공감 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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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왕이란?, 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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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디 천한 한 사내가 있다. 광대 일을 해서 겨우 먹고 사는... 그런 그이지만 글을 좀 읽을 줄 알고 누군가와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얼굴로 왕이 되었다.   왕의 대역!!!   암암리에 독살과 암살이 행해지고 정치적인 암투와 분쟁이 난무하는 구중궁궐의 한복판에 서게된 것이다. 말은 물론 기침소리 하나 속시원히 낼 수 없는 그런 곳이지만 하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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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디 천한 한 사내가 있다. 광대 일을 해서 겨우 먹고 사는... 그런 그이지만 글을 좀 읽을 줄 알고 누군가와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얼굴로 왕이 되었다.

 

왕의 대역!!!

 

암암리에 독살과 암살이 행해지고 정치적인 암투와 분쟁이 난무하는 구중궁궐의 한복판에 서게된 것이다. 말은 물론 기침소리 하나 속시원히 낼 수 없는 그런 곳이지만 하선,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대역이므로...

 

잠시동안의 일이라 생각하고 왕의 대역을 하게 된 그는 왕에게 불미스런 일이 생김으로 인해 보름여동안 아슬아슬 줄다리기와 같은 왕 노릇을 하게 된다. 왕의 신하, 허균에 의해 하게 된 대역에, 그의 도움을 받아 왕 노릇까지... 처음엔 얼떨떨하고 영 자기 자리 같지 않아 하지만 본래 광대란 남의 노릇을 흉내내기도 하는 법이니 어느새 그는 왕보다 더 진짜 왕같은 이가 되어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고 정치를 논한다.

 

독살에 전전긍긍하고 노회한 대신들의 정치 공세에 위협을 느껴 눈치를 보며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진짜 왕, 광해. 그런 왕과 너무나 비교되는 당당한 가짜 왕, 광대 하선.

 

광해도 처음부터 그런 왕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란 중 세자가 되고 그런 전쟁을 수습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간 그가 거듭 자신의 자리와 목숨을 위협받고 뜻한 바대로 정사를 펼칠 수 없다면... 꽤 신경질적으로 변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얼굴만 똑같을 뿐인 광대, 하선은 그렇게 살아온 광해가 아니다. 그는 그저 왕의 탈을 쓴 백성일 뿐이다. 평범하고 나약하기에 밟혀도 아프단 소리 한번 하지 못하는 백성... 그렇기에 그는 꺼리낌없이 자신의 정사를 펼치는 것은 물론 한 사람의 남자로서 중전에게 연민 혹은 사랑일지도 모를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광해가 처음 중전에게 준 시와 광대, 하선이 건넨 시,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수심가에 전해진다.

 

 

[ 높다란 누각 위엔 달이 휘영청, 패란은 아니 보이고, 난초의 향내만 여기 있구나. 애달파라. 그 역시 하늘 끝일 뿐! ] p261

 

[ 두둥실 떠오른 저 달은, 내 님의 얼굴. 누가 내 님 모가지 싹둑 잘라 저기 걸어두었나. 얼마나 아프면 웃지를 않으시네. 아, 달 뜨면 내 님인가 하여 하염없이 바라보는구나. ] p261

 

[ 달빛은 평생을 걸쳐 그리움으로 빛나네. 그 달빛 아래서 님 그리워 차마 못 살겠네. 달을 보지 않으면 어둑한 하늘에 가득한 님의 얼굴. 짤막하고 덧없고 남김 없는 이 한때에 구슬피 노래하네. ] p262

 


각각의 시에 담긴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계속 되뇌어 읽어보게 된다. 수심가는 애달프기까지 하다.

 

 

***

 

 

'왕자와 거지'란 영화가 생각났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왕자와 거지...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이야기 줄기는 조금 비슷하다. 왕자와 거지가 서로의 자리를 바꿔 살아보는... 그러면서 겪는 에피소드가 재밌고 결말이 행복해서 더 좋았던 영화였던 것 같은데 지금 이 책을 읽고 떠올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왕자와 거지, 왕과 광대... 극과 극인 신분과 삶이 아닐까?

 

폐위된 왕이지만 광해군은 왜란과 외교 부분에서 꽤 인정을 받는 왕이다. 그런 그이기에 역대 조선의 왕들 중 세종대왕, 정조대왕 다음으로 가장 궁금한 왕이기도 하다. 타임머신이라는 게 있다면 정말 그가 어떤 왕이었는지 직접 보고 싶은 정도랄까. 그건 광해군, 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탓도 있겠지만 그가 다스렸던 시대가 안타깝고 슬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흥미롭고 궁금해지는 왕, 광해군. 또다른 면모의 그를 만나보길 기대해본다.        

 


 

 

 



k****e 2012.12.10. 신고 공감 7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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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되고 싶어진 일개 광대, 그 슬픈 꿈같은 이야기-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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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두자면 '광해, 왕이된 남자' 동명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이병헌, 류승룡씨가 주연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내내 하선은 이병헌, 허균은 류승룡씨로 대입돼 자체적으로 소설을 읽기보다는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임금 광해와 외양이 꼭 닮은 광대 하선이 목숨이 위태로운 광해를 대신해 임금 노릇을 한다는 소설 속 설정은 영화에서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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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두자면 '광해, 왕이된 남자' 동명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이병헌, 류승룡씨가 주연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내내 하선은 이병헌, 허균은 류승룡씨로 대입돼 자체적으로 소설을 읽기보다는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임금 광해와 외양이 꼭 닮은 광대 하선이 목숨이 위태로운 광해를 대신해 임금 노릇을 한다는 소설 속 설정은 영화에서 자주 봤던 상황이다. 천민인 광대가 만인지상 임금의 대역을 한다는 것 극과 극의 신분차이지만 하선과 허균의 캐릭터가 공감이 가게 그려져서 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실제 역사에선 광해군의 치적으로 평가되는 대동법과 호패법이 하선이 신하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추진하게 된 것이라면? 일개 광대가 궁중 안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개혁을 이뤄내고, 더욱이 근엄하기 이를데 없는 궁중 문화에 인간미를 불어넣는 파격을  불러온다면? 상상만 해도 즐겁기 이를데 없는 일이다.

 

지엄하기 이를데 없은 궁궐 안은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법도라는 미명하게 웃음도 말도 금기가 많은 곳이었다. 원래 웃음과 유머가 근엄한 권위에 균열을 가게 하는 수단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모든 독재정권에서나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웃음을 억압하는 법이다.

 

하선은 왕 행세를 하면서 체통을 벗어던진다. 이에 김을 붙이고 이를 드러내는가 하면 일부러 음식을 남기며 그들에게 먹을 것도 챙겨주고, 이름도 불러주는 등 궁녀나 내시 등 지근거리 신하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면서 궁궐에는 활기가 넘지게 된다. 그들에게 진심을 얻게 된다. 전혀 웃지 않는 중전을 웃게 하고 싶다면서 결국 웃음을 머금게 하는데 성공한다. 이 모든 일들은 하선이 백성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웃음을 주었던 광대라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선은 중전의 아픔을 이해하며 진심으로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한다. 오라버니는 역모 혐의를 받고 있으니, 자신은 폐비의 위험에 몰리고 집안까지 멸문지화를 당할 지경이니,칼날 위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중전에게 궁전은 감옥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군주가 아니라 지아비로서 지어미를  품어주려는 하선의 마음을 지켜보면서 달달한 로맨스보다는 휴머니즘이 느껴졌다.  하선의 마음 속에는 중전에 대한 연모의 정이 피어 오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남녀로서의 에로스적인 사랑보다는 따뜻한 인간애에 더 가깝게 비춰질만큼  가슴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자유롭게 저자거리를 누비던 일개 광대에게 궁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가히 만화경같았을 것이다. 권력을 유지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 갖기 위해 사람을 상하게 하고, 죽이는 아귀타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가 생각했던 궁궐 안 세계, 왕이나 양반들의 모습에 대해 일말이나마 남아있던 희망은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정치의 힘, 권력의 무서움을 실감하면서 하선은 권력의지를 갖게 된다. 왕이 되고 싶어진 것이다. 권력을 휘두르는 왕이 아니라, 백성에게 힘이 되는 왕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작품을 읽고 난 내 소감은 한마디로 일장춘몽, 그것도 슬프디 슬픈 봄 꿈을 꾸고 난 뒤의 허망함을 맛봤다는 것이다. 결코 하선이 왕이 될 수 없다는 결과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결말이 그렇게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예감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랐는데..

아마도 작가 역시나 하선을 왕으로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최대한 하선에게 대동법과 호패법을 밀어부치도록 만든 것일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역사에서야 만약이라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지만 문학은 얼마든지 만약의 가능성에 대해 활짝 문을 열어두고 있으니.

 

그런데 궁금했던 것은 왜 하필 광해군이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른 왕의 대역을 등장시킬 수도 있었을텐데. 허균, 그가 주장한 '호민론'이나 '홍길동전'의 정신이 백성을 생각하는 민본정신과 맥이 닿아서가 아니었을까. 내 마음대로 결론내리게 된다.

 

e****0 2015.08.21. 신고 공감 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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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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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물으시면, '예, 전하'하고 답을 한다. 길게 답해야 할 때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를 붙이고 답을 하라." (p.36) 광해는 심복 허균을 시켜 위기의 순간 자신을 대신할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을 찾고  허균은 광대짓으로 기생밥을 먹던 자인 천민 하선을 찾아낸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왕, 그런데 왕의 자리에 앉아있으면 보든 것이 다 잘 흘러가고 행복해지는 것일까? 미국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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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물으시면, '예, 전하'하고 답을 한다. 길게 답해야 할 때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를 붙이고 답을 하라." (p.36) 광해는 심복 허균을 시켜 위기의 순간 자신을 대신할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을 찾고  허균은 광대짓으로 기생밥을 먹던 자인 천민 하선을 찾아낸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왕, 그런데 왕의 자리에 앉아있으면 보든 것이 다 잘 흘러가고 행복해지는 것일까?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동화 왕자와 거지가 생각났다. 에드워드 왕자가 자신과 얼굴이 똑같은 거지의 아들 톰 캔티와 옷을 바꿔입고 거지가 되어 이상한 체험을 해보는 것이 동화 내용의 주였다. 거지가 되어 백성들의 삶을 체험해본 <왕자와 거지>의 왕자는 후에 에드워드 6세가 되어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성군이 되었단다.

 

역사 교사들에 의해 가장 재평가 받아야 할 인물로 뽑힌 광해군, 이제 광해군이 저자 '이주호'에 의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가장 무능한 임금을 뽑으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물인 선조를 아비로 둔 광해군, 조선 왕조에서 직계가 아닌 방계로서 처음 왕위에 오른 인물이 선조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이 모두 선조의 재임기에 일어난 전란이다. 땅을 가진 만큼 조세를 부과하는 대동법을 시행한 임금,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권력에 아부하기 보다 백성들을 위해 더 많은 힘을 쓴 임금, 폭군이란 이름으로 남겨진 왕 광해, 그의 숨겨진 진실찾기에 들어갔다. 왕의 자리에 있으나 언제나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 했던 왕이 어디 광해군 뿐이던가? 그럼에도 왜 광해군만이 역사에 폭군이라 쓰여졌을까?  

 

항상 독살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이 군왕의 삶이기도 하다. 똑같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원하지 않더라도 왕을 대신해 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대역 하선, 예전 왕들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뽑아놓고 위기의 순간 자신의 대역을 맡길수있는 사람을 만들어 놓았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목숨이라고 다 똑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닐테니까 라며 이해를 하면서도 그 목숨의 무게에 경중이 있음이 안타가웠다. 단순히 자리지킴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하선이 그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때 가장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은 누구일까? 서인파인 박충서? 아니면 대북파이자 광해군의 심복인 허균?

 

진짜가 돌아오면 가짜는 사라져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광해군 8년,「승정원일기」에서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에 대한 진실을 찾아낼수는 있을까?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책과는 다른 전개가 벌어진다던데 과연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지배자들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대신할 대역을 만들어 두지만 평생 사용될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진짜 광해군이 돌아왔을때 그간 내역을 맡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하선을 어떻게 처리할런지는 누구나 알수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책속에선 그것을 벗어났으면 싶다. 최초의 한글소설로 일컬어지는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이 왜 광해군의 재임시절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들어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싱 이외에는 모든것을 버리려던 남자 광해군과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려던 가짜 군왕 중 누가 진정한 왕이었을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인조반정으로 광해를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인조가 광해군에 대해 옳바르게 썼을리 만무, 김개시는 김개시(金介屎)는 광해군의 총애를 받아 승은을 입은 궁녀로서 여인으로서 뿐 아니라 민첩하고 꾀가 많아 왕의 신임을 얻어 꾀주머니 역활을 자처했던 사람이기도 하다.《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그 역활은 안개시가 맡은듯 했다.『승정원일기』에서 사라져 버린 광해군 8년, 15일간의 기록. 광해가 감추려 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비밀속에 감추어진 15일간의 기록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낸 팩션소설이다.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 더 소중하오!"  (p.212) 비록 팩션으로 만들어진 소설 속의 왕일지라도 백성들은 이런 왕을 원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대통령을 한 목소리로 원하고 있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이 되겠다면 백성의 고혈을 짜는 자들을 용서치 못하겠다면 그 꿈, 내가 이뤄 드리리다"



s*******1 2012.09.27.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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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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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5대 왕 광해군은 역사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과거에는 광해군의 과오를 집중 조명했다면, 오늘날에는 광해군의 공과를 모두 감안하여 그가 정치적으로 희생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대립된다. 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광해를 바라보자면, 대동법을 골자로 한 조세 개혁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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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5대 왕 광해군은 역사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과거에는 광해군의 과오를 집중 조명했다면, 오늘날에는 광해군의 공과를 모두 감안하여 그가 정치적으로 희생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대립된다. 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광해를 바라보자면, 대동법을 골자로 한 조세 개혁을 시도하였고 명과 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추구하려했던 현실적인 왕의 모습보다는 인조반정으로 쫓겨 난 이후 홀로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지켜보았을 그의 삶에 더 애착을 느낀다. 폐위된 뒤 그 오랜 세월을 광해는 무엇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그 시간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9.7. 걷는나무)》는 두 명의 다른 광해를 등장시킨다. 궁에서 나고 자라 정치의 속성을 뼛속 깊이 알고 있는 왕 광해와 양귀비를 태운 연기를 마신 뒤 정신을 잃은 광해 대신 왕좌에 앉게 된 광대 하선이 주인공이다. 정치를 아는 광해와 정치를 모르는 하선, 두 인물은 자신이 바라는 정치를 하기 위해 너무도 다른 행동과 선택을 한다. 정치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지만 소극적인 왕과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적극적인 왕, 소설 속 두 명의 다른 왕을 보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왕(지도자)은 누굴까 고민하게 된다. 또한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실제 광해는 소설 속 진짜와 가짜 왕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울지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광해와 하선 두 명의 왕은 실제로 광해가 현실과 이상을 오가며 진정한 왕이 되길 꿈꾸었던 하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왕이 되었지만 말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광해군일기」 1616년 2월 28일 기록에 남아 있는 이 말로부터 시작된다. “可諱之事 勿出朝報 :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 광해군일기 중 15일치 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대전제인 ‘15일치 광해군일기 실종’은 완전한 허구(조선일보, 2012.10.3. p.17)다. 소설 속 이야기 중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이 상상인지 제대로 인지한 뒤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반응이 뜨겁다. 나는 소설을 읽은 뒤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두 명의 광해를 만나고 왔다. 영화에서의 두 명의 광해는 원하는 바를 얻는 것으로 끝맺는다. 소설과 다른 결말에 실망하진 않았다. 소설과 영화에서 각각 다르게 그려낸 결말은, 소설과 영화라는 다른 장르에 어울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개시의 인물’을 다르게 표현한 부분은 아쉽다. 진짜 광해의 심리상태는 어떠했을까,로 부터 그는 어떤 인물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진짜 광해와 가짜 광해 중 어느 쪽이 더 실제 광해와 닮았을까가 무척 궁금해지는 밤이다.

 

 

 

 



b******s 2012.10.0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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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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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천만을 돌파했단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원작을 더 좋아하기에 영화를 꼭 찾아서 봐야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누가 하선과 광해를 연기하고, 중전과 도승지를 연기하는지, 사월이를 누가 연기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내 머릿속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필림이 돌기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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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천만을 돌파했단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원작을 더 좋아하기에 영화를 꼭 찾아서 봐야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누가 하선과 광해를 연기하고, 중전과 도승지를 연기하는지, 사월이를 누가 연기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내 머릿속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필림이 돌기 시작하였다.  스크린 속 주인공들이 책속의 지문들을 대본 삼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었다.

 

 

『승정원일기』에서 사라져 버린 광해군 8년, 15일간의 기록. 『조선왕조실록』광해군 8년, 1616년 2월 28일 기록에는 이런 말이 남아 있단다.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이 작은 단서 하나로 또 다른 광해가 탄생했다.  광해가 감추려 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이 이야기는 분명 광해의 이야기이지만, 광해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림들의 권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혼란이 극에 달했던 광해군 8년, 서인과 소북 세력의 견제와 독살 위협에 점점 난폭해져 가던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과 똑같이 닮은 자를 찾아오라는 밀명을 내린다.  기방에서 광대놀음으로 돈을 벌던 ‘하선’을 찾아낸 허균은 외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놀랍도록 닮은 하선을 왕에게 데려간다.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동안 왕의 대역을 하기 시작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일개 만담꾼이 단 몇시간 이라도 왕이 먹는 진미를 먹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주머니도 두둑해 지니말이다.  처음엔 그랬다.  왕이 독살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왕이 쓰러지고 도승지는 광해가 깨어날때까지 하선을 왕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저 하룻밤 광해가 수락산으로 안개시를 만나러 가는 그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하선은 전면에 나서야만 한다.  도승지의 지시에 따라 광해의 말투와 걸음걸이를 따라하고, 대신들과 마주해 경연을 주관하고, 하선은 멋도 모르고 왕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도승지의 말만 들으면 되는줄 알았는데, 하선의 눈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정호가 누구이기에 도승지와 중전은 그를 살리려 하고, 다른 이들은 그를 죽이려 하는것일까?  모두들 잘 살수있고, 공편하다고 생각되는 법들이 왜 양반들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오. 대체 무엇이길래 2만 명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면서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것이오? 조선의 관리라면, 백성들이 부모라 칭하는 왕이라면 그리 해서는 안 됩니다!  살기가 힘들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그렇게 비루하게 살지언정,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대들이 무엇이기에, 사대가 무엇이기에, 귀하디귀한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오! 과인은 그들을 살려야겠소.(p.212)

 

 분명 왕의 대역일 뿐이었던 하선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도승지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만 당황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러지 아니하던 왕의 목소리에 왕의 힘에 고개를 떨구는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왕이 되어서는 안되는 남자가 왕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만담꾼이던 이 남자의 목소리에 왕의 위엄이 깃들어있고, 이 천한 남자가 진정 왕이 되기를 꿈꾸기 시작한다.  하선은 그저 "주상께서 돌아오시면 모든 게 잘 될 거라 생각했소.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인물이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또한 나는 재물을 얻어 다시 내 자리고 가면 되니 모두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p.193)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모든게 변하기 시작한다.  꽃같은 중전을 멀리하고 곰보투성이의 안상궁을 찾는 왕도 이해할 수가 없고, 자기 살자고 남을 죽이는 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게 옳은 것일까?

 

 영화가 천만을 돌파한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다.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는 것은 두말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의 시기와 딱 맞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영화와 함께 기획되어져 영화와 다른 반전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재탄생한 역사소설이다. 러닝타임 동안 다 보여 줄 수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역사 기록에 근거해 풍부한 에피소드로 구성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광해, 하선, 허균뿐만 아니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들의 행동과 내면 변화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한 왜 광해가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대동법과 호패법이 광해와 신료들의 권력 다툼에서 쟁점이 된 이유는 무엇이며, 끊임없이 역모 사건이 이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허균은 왜 역적으로 몰리게 되는 것인지 등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의구심을 독자 스스로 해소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설명하였다고 출판사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광해-왕이 된 남자, 미공개 엔딩신 (출처:CJ엔터테이먼트)

 

 영화를 아직 못 보았기에 영화속에서는 하선과 중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책은 다시 일어난 광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허균의 이야기를 펼쳐준다.  도승지 '허균'을 계속 읽으면서도 그가 내가 알고 있던 '홍길동전'의 '허균'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역사소설임에도 그저 동일한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몇일전에 영화의 미공개 결말이 나왔다.  책속에서 만났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하선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과는 다른 결말을 나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길 바랬던 것은 역사이지만, 소설이니까.  주인공이 조금은 행복해진다고 해서 픽션이 논픽션으로 변화하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왜 하선이라는 인물에 그토록 열망하는지를 대선을 앞둔 지금, 대권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 살자고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또 죽어야 한다면, 그렇게 사람 목숨을 장기판의 졸처럼 대하는 것이 왕의 길이라면 나는 싫소. 내 꿈은 내가 꾸겠소. (p.232)



d****2 2012.11.22.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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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위한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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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는 영화를 통해 알게된 이야기이다. '광해'라고 불리기 보다는 '광해군'이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조선의 왕 중에서 '군'의 칭호를 가진이는 '연산군'과 '광해군'. 이 2명 뿐이다. 왕좌에 있으면서 쫓겨났기에 왕보다 낮은 칭호를 사용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저런 역사를 알아갈수록 '연산군'은 폭군이라는 이미지가 많은 반면, '광해군'은 폭군이라는 이미지는 그렇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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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는 영화를 통해 알게된 이야기이다.

'광해'라고 불리기 보다는 '광해군'이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조선의 왕 중에서 '군'의 칭호를 가진이는 '연산군'과 '광해군'. 이 2명 뿐이다.

왕좌에 있으면서 쫓겨났기에 왕보다 낮은 칭호를 사용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저런 역사를 알아갈수록 '연산군'은 폭군이라는 이미지가 많은 반면, '광해군'은 폭군이라는 이미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짧은 역사적 지식으로는 광해군은 임진왜란 이후 나름 백성을 위한 정치를 위해 노력하였고, 외교적 수완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집권당이 대북만이 협조를 할 뿐 그외의 양반들은 탐탁치 않게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어렵게 왕이 된 광해를 정적들이 암살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을 하고 된다.

어렵게 왕이 된 광해.

하지만,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는 주위에 그를 도와 일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암살의 위협.

결국 정치보다는 자신의 안녕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의 대역인 '하선'을 찾게 되고...

갑작스런 왕의 병으로 인해 '하선'은 일시적인 왕노릇을 하게 된다.

정치적 논리로 실행하기 어려웠던 대동법과 호패법을 실시하고자 하고, 외척인 처남을 살려주게 된다.

중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는 로맨스도 나온다.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사월이와 도진웅의 이야기이다.

 

지미나인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을 해 준 광해를 위해 사월이는 자신이 독약을 먹고 죽게 된다.

보잘 것 없는 나인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살가운 정을 나누어 준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되는 것이다.

고지식한 도진웅도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된다. 왕을 위해서 죽어야 하는 목숨이지 결코 자살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그의 잘못을 이해해 왕에게 감명을 받게 된다.

과연 이 두 사람의 목숨이 그 당시 사대부들에게 의미가 있는 목숨이었을까?

자신의 정적을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목적만을 생각하는 사람들.

나도 과연 사월이나 도진웅이 될 수 있을까? 정말로 내가 목숨을 바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님 나를 위한 사월이나 도진웅이 있을까? 나를 위해 목숨을 바쳐줄 사람...

 

결말이 안타깝다.

결국 보름동안의 '하선'의 업적은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진짜 '광해'가 돌아오면서 이전의 내용을 모두 폐기했기에. 자신의 현재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이조판서 박충서와 거래를 한다. 정치적인 거래를.

중전과 궁인들이 하선을 그리워 하는 것을 시기하고 그의 목숨을 빼앗는다.

 

한낱 소설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말로 이런 왕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사대의 논리를 이야기하는 정승들 앞에서 일개 광대가 사대보다는 내 나라 내 백성의 목숨이 소중하다는 말...

이 말은 지금 현재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YES마니아 : 로얄 h****o 2013.04.11.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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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었으나 왕일 수 없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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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화와 책이 모두 존재할 때 저는 책을 먼저 읽는 편입니다. 영화를 먼저 보면 그 영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워서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책을 통해 먼저 창조해 낸 세상을, 영화를 통해 완성한다고 할까요. 평소라면 똑같은 순서를 밟았을텐데 어쩌다보니 영화를 먼저 접하고 책을 후에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별로였다면 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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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화와 책이 모두 존재할 때 저는 책을 먼저 읽는 편입니다. 영화를 먼저 보면 그 영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워서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책을 통해 먼저 창조해 낸 세상을, 영화를 통해 완성한다고 할까요. 평소라면 똑같은 순서를 밟았을텐데 어쩌다보니 영화를 먼저 접하고 책을 후에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별로였다면 그 영상에 그리 압도당하지 않았을테지만 역시 배우 이병헌이라 해야 할지, 영화가 그만큼 좋았다고 해야할지 영화에 비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흥이 그리 크지 않네요. 책에 나오는 장면들이 영화 속 대사들이나 장면과 다른 점이 별로 없어서일지도요.

 

많은 분들이 이미 영화를 통해 관람하셨을테지만, 이 책은 광해군에 대한 내용입니다.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8년, 1616년 2월 28일의 기록에 남아있는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 이르다'라는 한 문장에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든 작품이에요. 폭군이라 알려진 광해군의 언행이 며칠 동안 평소와 같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따라 독살 위험에 처한 왕을 대신해 누군가가 대신 왕으로 행세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는 누구였을까에 관해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원래 광해군은 폭군이 되기 전에 굉장히 똑똑하고 능력있는 군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재조명받아야 할 역사적 인물 중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인물.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작품 속 광해는 굉장히 차갑고 잔인한 인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늘 목숨을 위협받는 입장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가슴 한 켠에서는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밥 한 끼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고 언제 어디서 적이 치고 들어올지 몰라 불안한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리며 독기를 품을 수밖에 없었던 군주. 그에 반해 군주를 대신해 왕의 역할을 맡은 하선은 거리에서 입담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그 둘의 공통점이라면 오직 비슷하게 생긴 얼굴 뿐. 작품은 거리의 삶을 살면서 누구보다 백성들의 생활에 밀착해있던 하선이 궁궐의 썩어가는 관리들 속에서 진정한 왕의 면모를 자랑하는 모습을 비교적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웃음많은 하선이 백성들의 입장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죠. 그런 하선에게 어느 덧 허균과 조내관, 호위무사, 기미나인까지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허균의 위험한 제안.

 

책은 영화와는 다른 결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잔인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한 결말. 그리고 안타깝고 답답한 결말이었습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올해 있을 대선과 비교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 백성들이 원했던 왕. 시대는 달라졌지만 그 맥락은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인지, 그리고 어려웠던 시대 속에 한 사람이 아닌 한 명의 군주로 살아야했던 광해에 대해 생각하기에 요즘은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계절인 듯 하네요. 



y********j 2012.10.06.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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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는 정말 폭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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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기록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남아 있는 기록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폭군으로 기억하고 있는 조선의 연산군이나 광해군의 정치나 행보에 대해 새로운 의견이 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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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기록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남아 있는 기록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폭군으로 기억하고 있는 조선의 연산군이나 광해군의 정치나 행보에 대해 새로운 의견이 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온전한 픽션도 아니다. 실존 인물인 광해와 허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책은 임금 광해가 수라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밥상을 받을 때마다 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왕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누군가 그를 죽이려 한다. 권력을 위해, 왕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데 정치가 눈에 들어올 이가 있겠는가. 날로 난폭해지는 왕을 지켜보는 허균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왕과 중전을 무너뜨리기 위한 반대 세력으로 왕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허균은 임금과 닮은 광대 하선을 찾아 그를 왕의 자리에 앉힌다. 광해의 건강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가짜 임금이 된 하선은 모든 게 낯설고 무섭지만 그 역할을 하면서 궁을 파악한다. 궁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임금 한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데 놀란다. 더불어 한 나라를 책임지는 임금의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닫는다. 그리하여 점점 하선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어진다. 진짜 임금이 되어 백성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과인도 잘 알고 있소. 그러나 대신들의 이러한 태도가 문제란 말입니다. 이것 때문에 어렵겠습니다. 저것 때문에 어렵겠습니다.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려 하니 제대로 일이 풀리겠소? 밖을 보시오. 조정이 아닌 백성들의 삶을 보시오. 뜨뜻미지근하게 우리가 여기서 입방아를 떨고 있을 이 시간에도 백성들은 스스로 노비가 되고 기생이 되는 판입니다. 그깟 지주들 쌀 한 섬 때문에 차별을 운운하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123쪽

 

 허균과 광해의 움직임을 살피던 반대 세력은 하선을 정체를 눈치챈다. 궁으로 돌아올 광해도 하선을 죽일 생각이다. 이제 하선에게는 죽음만이 남은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광해라는 인물에 대한 두 가지 모습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보필하는 이들을 배려하고 다정하게 감싸는 광해, 살아남기 위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광해의 모습을 말이다. 어쩌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그의 진짜 모습은 전자일지도 모른다.

 

 꾸며낸 이야기가 맞지만 정치에 대한 하선의 말은 지나칠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누구를 위한 삶인지 이 시대를 사는 정치인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조선의 백성이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바라는 건 모두 같으니까.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요. 대체 무엇이길래 2만 명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면서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것이오? 조선의 관리라면, 백성들이 부모라 칭하는 왕이라면 그리 해서는  안 됩니다! 살기가 힘들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그렇게 비루하게 살지언정,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대들이 무엇이기에, 사대가 무엇이기에, 귀하디귀한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오! 과인은 그들을 살려야겠소.” 212쪽

r*********s 2012.09.25.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