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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던 시절 남산에 올라가면 눈 아래 펼쳐진 빌딩숲이 내집 한 칸 없는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만원 지하철로 출근할 때 만나는 인파 중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기막힌 사실을 깨닫곤 도리질을 하기도 한다. 창문 너머로 삭막한 거리를 홀로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도시인이 느낌은 한마디로 낯섬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고독한 삶의 모습을 모더니즘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본주의 심장, 메트로폴리스 맨해튼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펼쳐지는 고립되고 소외된 군중들의 삶이 파편적이며 단속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이 소설에는 전통적인 형식의 주인공은 없다. 스무명이 넘는 인물들 이야기가 몽타주처럼 일정한 법칙없이 단속적이고 혼란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무대 뒷면으로 사라지곤 한다. 줌인되었다가 줌아웃되어 사라지는 면면에는 신문기자에서부터 배우, 변호사, 노동자, 음식점 종업원,노숙자, 은행원, 이민자까지 실로 다양하다.
기회의 땅 미국,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꾸역꾸역 몰려온다. 이들은 의미있는 관계맺음이나 발전적인 인연을 맺지 못하고 그져 스쳐가는 그런 존재이다. 가슴을 터놓는 청각을 통한 의사소통보다는 시각에 의존하는 낯선 타인들간의 상호작용이 우선한다. 이들을 연결해 주는 것은 뉴욕시 대중교통체계를 중추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환승역인 '맨해튼 트랜스퍼' 밖에 없다.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현재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청년실업과 극심한 부의 불군형, 배금주의에 편승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환락의 도시, 거대한 도시의 실체가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불안한 여행을 할 뿐이다. 도심을 찾아 일자리를 찾아 브로드웨이를 찾아가고 있는 등장인물 버드가 발견하는 뉴욕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환승역의 모습같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근대 자본주의 문화의 비인간적인 억압과 부조리의 모순안에 길을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보헤미안의 삶의 편린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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