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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우편으로 날아온 시집이다.
밀양 송전탐 싸움이 한창이던 때, 당시 사무국장을 하며 싸움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이계삼 선생이 대구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변홍철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여전히 괄괄하고 시원한 ‘경상도 사나이’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도 함께 전해 주었다.
이미 뉴스를 통해서 간간히 들려오는 그의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로부터 직접 듣는 그의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두 사람 모두 대학 후배인지라, 여전히 사회의 변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모습에 내 마음 한편에는 다소의 부끄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내 소식을 알게 되었는지, 그가 시집을 보내온 것이다.
제목은 <어린 왕자, 후쿠시마 이후>인데,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재앙적인 핵발전소의 사고 이후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붙인 것이다.
대학 시절부터 습작을 했던 것을 아는지라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의 환경운동의 이력은 이미 그 동네에서는 무척이나 잘 알려진 것이었다.
<녹색평론>의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환경운동을 표방하는 녹색당 활동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미래 세대의 환경을 염려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개발정책에 훼손당하는 환경에 대한 염려가 그의 시 작품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죽을 때 내 직업은 가난하게 사는 것과 좋은 동무들이 있어 그들과 평생 우정을 나눈 것이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나를 평생 우정을 나눌 ‘좋은 동무’라고 여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시 한편을 소개한다.
야윌 대로 야윈 일곱 개 손가락 이 손으로 피아노도 칠 수 있어요, 아이는 쑥스러운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다른 쪽은 단풍잎 같은 지느러미 나는 아이가 건너왔을 캄캄한 바다를 상상해 보았다.
움직일 때마다 아이의 가슴에는 고향의 저녁놀이 가만히 출렁거렸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멍자국인 줄 알고 놀랐다
뒤척이는 아이를 다독거리다 아이의 상체가 유리상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눈치챘다, 다시 보니 거기 담긴 것은 검붉은 낙엽들 같기도 했다
얼마나 용을 썼으면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젖지도 않았을까 그래, 그래, 애썼다 이제 한숨 자 두렴
우리는 흙으로 아이의 투명한 몸을 조용히 덮어주었다. (변홍철, ‘어린 왕자, 후쿠시마 이후’ 전문)
누군가 나이를 먹어도 철이 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던 것 같다.
언제나 열정에 가득찬 시인의 활동을 기대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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